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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위에 핀 메타몽의 모험, 인류가 떠난 자리에서 피어난 희망의 마을 ‘포코피아’

포켓몬스터 30주년, 그 정점에서 피어낸 역작

포켓몬스터는 1996년 2월 27일 발매된 《포켓몬스터 레드/그린》으로 시작된 시리즈다.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시간을 맞이한 이 시리즈는 단순히 수집과 대전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았다. 카드 게임의 전략성부터 《폿권》이 보여준 격투의 박진감에 이르기까지, 포켓몬은 수많은 장르와 결합하며 전 세계인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어느덧 30주년을 맞이하였다.

30년 역사의 정점에서 등장한 기념작 《포코피아》는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메타크리틱 점수인 89점을 기록하며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이는 단순한 IP의 힘을 넘어, 정교한 기술력과 깊이 있는 감성이 만났을 때 어떤 마스터피스가 탄생하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결과다.

절망 위에 역설적으로 피어난 즐거움의 찬가

《포코피아》의 시작은 사뭇 진지하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메타몽이 되어, 스스로를 박사라 칭하는 덩쿠림보 박사와 함께 폐허가 된 포켓몬센터 앞에 선다.

인간처럼 변한 메타몽과 덩쿠림보 박사는
인류가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으며 포켓몬센터를 재건한다.

활기 넘치던 마을은 사라졌고, 포켓몬들의 모습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자신과 함께했던 인간들이 언젠가 돌아오리라 믿으며 황폐화된 마을을 재건하는 것이 《포코피아》의 핵심 줄거리다.

무너진 잔해 사이에서 발견되는 기록들은 이 세계가 겪은 비극을 간접적으로 전달한다. 홍수, 화산 폭발, 쓰나미 등 걷잡을 수 없는 기상이변으로 지구가 더 이상 인류를 품어줄 수 없게 된 과정이 편지와 일기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자신이 아끼던 포켓몬을 지키기 위해, 혹은 차마 함께 갈 수 없어 눈물로 이별을 고해야 했던 인간들의 마지막 메시지는 플레이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기상이변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편지.
남 일 같지 않다.

하지만 《포코피아》는 이 무거운 주제를 결코 어둡게만 다루지 않는다. 귀여운 포켓몬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대화하고 움직이며, 새로 재건된 건물을 보며 아이처럼 기뻐한다.

인간이 오면 다시 떠들썩해질 거라는 꼬부기의 천진난만함이
가슴 한 켠을 뭉클하게 한다.

램펄드와 바리톱스가 서로 머리의 ‘단단함’을 두고 겨루고 있다.
포켓몬끼리의 상호작용은 굉장히 다양하다.

팬들 사이에서 ‘창백카츄’를 중심으로 회자되는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은 절망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을 노래한다.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거나 술래잡기를 하는 포켓몬들의 모습은 “인간이 사라진 포켓몬들만의 세상은 이렇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완벽하게 시각화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아기자기하게 풀어낸 연출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포코피아》 최고의 히로인 창백카츄.
제작진도 3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피카츄에게 이런 귀여움이 숨어 있었다며 놀랐다고 전해진다.
디자이너들이 예고한 ‘새로운 파도’라는 수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단순한 일상의 재현이 아닌 ‘창조’와 ‘공존’

혹자는 《포코피아》를 《동물의 숲》과 《마인크래프트》의 결합이라 말하곤 한다. 하지만 기자의 시각에서 이 게임은 《동물의 숲》과는 결이 다르다. 《동물의 숲》이 반복되는 ‘일상’의 안락함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면, 《포코피아》는 ‘만들고 감상하는’ 샌드박스 장르의 본질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포켓몬스터판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2》 혹은 《마인크래프트》라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실제로 《포코피아》의 개발은 《빌더즈 2》의 실개발을 담당했던 오메가 포스가 맡았다.

《포코피아》 개발사인 오메가 포스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2》의 실개발을 담당했던 제작사다.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정체성은 ‘탐색’, ‘발견’, ‘포획’이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포코피아》는 이 공식을 ‘서식지’라는 개념으로 치환하여 계승한다. 포켓몬들이 살고 싶어 하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하면, 그 조건에 매료된 포켓몬들이 찾아와 발견된다. 이들과 친구가 되어 같은 공간을 일궈가는 과정은 포켓몬 시리즈가 오래도록 추구해온 재미의 정점이다.

쓰레기 봉투와 TV로 이루어진 ‘서식지’.
기상천외한 서식지들이 많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켓몬들은 각자가 가진 특수한 능력을 통해 메타몽의 파트너가 되어 활약한다. 거대한 건물을 짓거나, 전기를 공급하고, 작물을 재배하며, 요리도 한다. 이들의 능력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마을을 발전시키고, 그 속에서 다시 새로운 서식지를 구축할 수 있게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때때로 메타몽은 포켓몬들에게 기술을 배운다.
꼬부기에게 물대포를 배운 메타몽.

거대한 빌딩을 건축하는 퀘스트에서는
두드리짱의 ‘거장’ 능력을 이용하게 된다.

샌드박스형 게임들에는 ‘목표의 상실’이라는 장르적 약점이 있다. 《포코피아》는 4개의 주요 마을과 1개의 백지 마을(샌드박스맵)로 이를 극복한다. 이들은 튜토리얼과 시나리오 전개, 그리고 자유로운 플레이를 정교하게 엮어낸다. 첫 스테이지인 ‘바싹바싹 황야 마을’은 게임의 기초를, ‘울퉁불퉁 산지 마을’은 요리와 제련을, ‘우중충한 해안 마을’은 전력 공급과 발전 시스템을, ‘반짝반짝 부유섬 마을’은 거대 빌딩 건축의 재미를 알려준다. 그 사이사이 이어지는 감동적인 시나리오는 플레이어가 게임 시스템을 익히는 과정에 강력한 동기를 부여한다.

맵에는 다른 지역으로 넘어가는 ‘관문’이 존재한다.
이 또한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 팬이라면 심쿵할 요소다.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30년의 헌사

올드 팬에게 《포코피아》는 거대한 헌사와도 같다. 본작의 배경은 30년 전 발매된 《포켓몬스터 레드/그린/피카츄/블루》의 무대인 관동지방이다. 비록 황폐한 모습으로 재현되었으나, 작은 게임보이 액정에서 누볐던 그곳이 거대한 3D 오픈월드로 펼쳐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게임보이는 어디에든 존재한다!

특히 ‘우중충한 해안 마을’의 ‘상트앙느호’ 잔해는 백미다. 플레이어는 이 부서진 유람선을 직접 수리하고 재건하며 추억을 재구성한다.

암초에 좌초된 ‘상트앙느호’.
거대한 배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로켓단의 흔적을 추적하고 주인공 ‘레드’와 체육관 관장들의 복장을 찾아 입을 수 있는 점은, 제작진이 30주년을 맞아 팬들에게 보내는 꾹꾹 눌러 쓴 편지와도 같다. 그 외에도 여러 지역에 1세대 포켓몬스터의 흔적들이 숨겨져 있으니 끊임없이 탐험해보자.

《포켓몬스터 레드/그린/피카츄/블루》의 복장.
기자는 이 복장을 찾자마자 감격을 금치 못했다.

로켓단!

30살이 된 포켓몬의 화려한 생일파티

포켓몬은 디즈니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세계 최고의 IP로 우뚝 섰다. 그리고 그 힘의 근원은 언제나 게임 시리즈였다. 도트 게임에서 시작해 여러 시대를 거쳐, 이제는 플레이어가 직접 포켓몬 세계를 만들고 그 속에서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기술적인 한계로 구현하지 못했던 ‘포켓몬과 살아가는 이상적인 세상’을 마침내 실현해낸 이번 작품은, 마스터피스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포켓몬을 위한 마을을 만들어보자!

스위치와 감지기 등을 활용하여 회로를 만들 수 있다.
기자는 자동 아이템 수거 장치를 만들었다.

혹자는 닌텐도 스위치 2가 있어야만 이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을 유일한 단점으로 꼽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코피아》는 반드시 경험해 볼 만한 게임이다. 지난 30년의 총집합이자, 앞으로의 포켓몬 시리즈를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포켓몬들은 여러 물건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세계를 풍성하게 만든다.

올해 최고의 게임이자 앞으로도 오래도록 회자될, 이 위대한 재건의 모험에 여러분도 함께하길 바란다.

마을을 재건하고 포켓몬들을 찾아
즐거운 포코피아 라이프를 즐기자!

신승원 기자

포코피아 100시간을 아득히 넘기는 중입니다. 할 게 아직도 너무 많아요! 즐거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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