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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게이머들의 축제
부산인디커넥트페스티벌(BIC2021)

2021년 9월, 벌써 7번째 행사를 진행하는 BIC(Busan Indie Connect Festival, 부산 인디 커넥트 페스티벌)에 참여하기 위해 부산에 다녀왔다.

▲ BIC 2021 공식 홈페이지 메인 이미지

BIC는 2015년에 처음 시작되어 매년 부산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디게임 페스티벌로, 인디 게임만을 위한 단일 행사로는 대한민국 최대규모다. 지난 2020년도에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전면 온라인으로 전시되었지만, 올해는 PCR 검사 음성 혹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정해진 인원을 입장시키는 제한적 오프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제한된 인원만을 수용해야 하는 만큼 이전보다 축소된 규모로 진행되어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아시아,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유럽 등 전세계 총 27개국이 참여하며 발전해가는 게임 산업의 위엄을 보여줬다. 출시 예정 또는 출시 1년 이내 작품 121개가 전시됐는데, 그 중에는 이미 크라우드 펀딩에서 성공적인 모금 기록을 세운 ‘산나비’와 ‘30일’ 도 있었다.

▲ 9월 초순의 광안리 해변

BIC 커넥터즈로서의 행사 참여

기자의 이번 참여는 조금 특별하다. 바로 행사 개최 전에 전시작을 사전 플레이하고 리뷰 작성, 홍보 등의 활동을 하는 BIC 커넥터즈에 선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9월 8일 퇴근하자마자, KTX를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향하는 부산에 게임 행사 관람이라니!” 들뜨는 마음으로 여행의 기분을 즐겼다.

행사에는 국내외의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했는데, 에픽 게임즈, 유니티 코리아, 펄어비스와 디볼버 등 친숙한 이름들도 있었다.

DAY 1. 컨퍼런스

BIC 스폰서 및 컴패니언 기업

기업들이 인디 게임 개발팀을 어떤 식으로 지원하는지 시스템을 소개하고, 그들의 플랫폼으로 영입하기 위한 발표가 시작됐다. 낮은 수수료와 무료로 지원되는 부분에 대해 어필하면서 각종 기업들의 인디 개발팀에 대한 공개 구혼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인디 개발팀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 중 하나인 개발비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독창적인 시스템들을 소개하며, 인디 게임 시장 활성화 일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한 자사만의 독특한 게임 개발 과정을 소개하며 원활한 개발을 위한 조언을 해 주면서 인디 개발 팀에게 응원이 되는 컨퍼런스 시간을 가졌다.

게임 토크쇼

‘메타버스의 비판적 수용’을 주제로 게임 토크쇼가 진행됐다. 메타버스의 정의와 전망에 대한 토론이 주로 이뤄졌는데, 게임의 관점에서만 보는 것이 아닌 문화적, 사회 과학적인 분석으로 접근하는 흥미로운 주제였다. 서로 다른 결로 보이는 교육자와 기업인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메타버스는 무조건적으로 치켜세워지는 ‘가상현실 이름 팔이’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 가는 특이점이 될 수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된 유익한 시간이었다.

인디 게임 개발팀 컨퍼런스

인디 게임 개발자들의 개발 과정에 대한 발표는 참가자들이 가장 기다리던 시간이었다.

원더포션이라는 학생 팀과 1인 개발자 두 세션으로 이뤄진 발표는 컨퍼런스 홀에서 하는 그 어떠한 행사보다 많은 청중을 모이게 했다. 그들의 발표가 실제로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같은 인디 게임 개발자의 입장에서 말해주는 각자의 개발 신념과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얘기는 실로 매력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세션1. 산나비 개발팀 원더포션

현재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게임 ‘산나비’의 개발 팀 원더포션은 팀원이 모이게 된 계기와 개발 과정에 대해 발표했다. 게임잼에서 만난 그들이 개발 도중에 생기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비교적 경험이 부족한 학생 개발자의 입장과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면서 더 나은 게임으로 발전해 나아가는지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대부분이 청중이 대학생인 21BIC에서 원더포션의 발표는 청중들의 큰 공감을 얻었다.

▲ 크라우드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산나비, 출처: 텀블벅

세션2. 1인 개발자 소미

‘레플리카’와 ‘리갈 던전’의 1인 개발자인 소미의 발표도 인상적이었다. 이번 행사에 출품한 게임의 개발 이전에 성공적으로 몇 번의 출시를 마친 그는 자신이 게임을 만들며 고민하는 내용에 대해 발표했다. ‘재미만을 위한 게임이 아닌 플레이어 스스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고찰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무대에서 내려온 후에도 많은 청중이 몰려 질문에 답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DAY2. 개막식

본격적으로 인디 게임들을 플레이할 수 있는 날이 밝았다. BIC커넥터즈인 기자는 오프라인 행사 전에 게임을 다운받아 사전에 플레이해 볼 수 있었지만, VR 기기가 없어서 플레이하지 못했거나 시간적 여유가 없어 넘겼던 게임들은 행사에서 즐겼다.

각 부스에는 개발자 및 관계자들이 상주하고 있어 게임에 대한 설명과 팀 소개, 현재 개발 상황 등에 대한 자세한 소개를 들을 수 있었다. 기존의 게임에서는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와 컨셉, 플레이 등에서 인디 게임만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출시된 지 1년이 넘지 않았거나 미출시 상태의 게임들이기에 아쉬운 점들이 종종 보였지만 새로운 시도들이 그 자잘한 흠들을 덮을 만큼의 신선함이 있었다.

전시 중인 게임 중에는 이미 크라우드 펀딩, 기업의 투자, 퍼블리싱을 통해 이미 출시된 게임도 많이 보였는데 게임잼에서 만나 팀을 이뤄 개발 중인 팀 ‘원더포션’, 동아리에서 만나 게임을 제작 중인 ‘The Bricks’ 와 형제 개발자인 팀 ‘사모예드’가 대표적이었다. 이 팀들 외에도 학교 과제로 개발하던 게임의 퀄리티가 생각보다 높게 나와서 개발을 이어가는 팀 등 다양한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개발 중인 게임들을 만날 수 있었다.

행사장에는 게임을 즐기러 온 게이머 외에도 게임 제작, 퍼블리싱 기업의 관계자들이 찾아와 개발팀과의 컨택을 통해 실제 출시에 대한 논의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부스 방문을 통해 굉장히 흥미로는 스토리를 가진 개발팀을 만났는데, ‘세이비어 오브 더 어비스’를 개발한 ‘ALLAUGH GAMES(올라프 게임즈)’의 이야기다. 스팀의 ‘Next Fest’ 행사에 출품했을 때 이 게임을 플레이한 지프 바넷이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밸브 소속 개발자, 명작 ‘포탈’의 개발자 지프 바넷이 이 게임의 영문화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해외 유명 개발자의 한국 인디 게임 지원이라니, 괜스레 가슴이 웅장해진다.

DAY3. 폐막식 및 시상식

▲출처 한경닷컴

행사 진행의 마지막 날인 셋째 날, 다양한 게임의 플레이, 리뷰 행사 이후 121개의 게임들의 분야별 시상식이 진행됐다. 루키 부문에서 다양한 팀의 수상이 이어졌지만 2관왕을 차지한 두 팀의 게임이 인상적이었다.

게임 디자인 부문과 대상을 수상한 ‘당신의 안녕을 위하여’(팀, 게임 동명)와 내러티브와 오디오 부문에서 2관왕을 수상한 팀 ‘블랜비’의 ‘가짜 하트: 이상한 앨리스와 나라’는 모두 학생 개발자임에도 뛰어난 게임성과 퀄리티를 보여줘 청중을 놀라게 했다. 또한 가장 실험적이고 도전적인 게임이 수상하는 ‘Excellence in Experimental’은 참가자 중 가장 어린 고등학생 1인 개발자 꾸덕의 ‘Ready Action’이 수상해 청중의 환호와 축하를 받았다.

마치며

다양한 인디 게임을 한 곳에서 접할 수 있는 오프라인 행사는 흔치 않다. 개발자와 함께 게임의 개발 목적, 의도 등을 얘기하며 자세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라면 더욱이 말이다. 어려운 개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게임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개발자들의 눈에서 꿈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한 때, 인디 게임 개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던 기자에게는 다시 꿈을 꾸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새로운 취미에 대한 흥미 혹은 잊고 살았던 꿈에 대한 재점화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추가. 선정, 초청작을 포함한 모든 전시작은 https://www.bicfest.org/ 에서 확인할 수 있으니 관심있는 구독자들은 확인해보길 바란다.

사진 출처: 각 출처, 기자 직접 촬영

박천효 기자

오랜만에 먼 부산까지 가서 기분 전환도 하고 게임 행사도 재밌게 즐기다 왔습니다! 편집자님께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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