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고슴이 큐레이터의 취향 책방

chap1. 취향을 말하다

『행복의 기원』, 서은국

“행복 확률을 높이려면 즐거움을 주는 다양한 ‘행복 압정’들을 일상에 뿌려 놓아야 한다.”

 

저자는 행복이 객관적인 삶의 조건에 의해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오히려 행복을 느끼는 정도는 물려받은 유전자, 정확히는 ‘외향성’이라는 기질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내가 기존에 가졌던 행복에 대한 관념과는 사뭇 달랐기에 호기심을 갖고 책장을 넘기게 되었다.

책의 결론은 명쾌하다. 행복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요한 ‘생존 장치’라는 것. 이 책을 읽은 뒤로 나는 맹목적이고 추상적인 행복을 쫓기보다, 나에게 꼭 필요한 작은 행복들로 일상을 촘촘히 채워나가게 되었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행복의 과학적인 실체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함을 느끼고 싶은 사람
✔️ 추상적인 위로보다 냉철한 분석을 선호하는 사람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정신과 의사였던 빅터 프랭클은 나치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된다. 그는 지옥 같은 그곳에서 겪은 일을 기록했고, 이 경험에서 얻은 통찰은 훗날 ‘의미치료(로고테라피)’의 근간이 된다.

심리학 입문서로 추천받아 읽게 된 이 책은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깨달음을 전해준다. 특히 특정 날짜에 해방될 것이라 믿었던 한 수감자가 그날이 지나도 자유를 얻지 못하자 희망을 잃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에피소드는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삶에서 ‘의미’와 ‘희망’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책이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삶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깊이 고찰해보고 싶은 사람
✔️ 고난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확인하고 싶은 사람
✔️ 실존주의 심리학의 정수를 접해보고 싶은 사람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그러나 이 세계 자체, 우리 주위에 있으며 우리 내면에도 현존하는 것 그 자체는 결코 일면적인 것이 아니네.”

헤르만 헤세가 고타마 싯다르타를 모델로 집필한 장편소설이다. 처음에는 제목만 보고 막연하게 느꼈지만, 문득 서양 작가인 헤세가 왜 그토록 불교에 매료되었는지, 그 철학을 소설로 어떻게 녹여냈을지 궁금해졌다. 서양인의 시선으로 본 동양 철학과 종교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책을 읽으며 느낀 것은, 이 소설이 단순히 부처의 생애를 쫓는 것이 아니라 싯다르타라는 인물을 빌려 헤세 본인의 ‘열반’을 들여다보는 과정이라는 점이었다. 소설 속 깨달음의 실체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서양 작가의 시각으로 본 동양 철학이 궁금한 사람
✔️ 평소 불교 문학이나 관련 철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
✔️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열반’이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

『고양이의 이중생활』, 코큐보

“푸석푸석한 우리 일상에 은밀히 잠입해 보송보송한 귀여움을 끼얹는 고양이 이야기!”

고양이를 좋아하는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이 책은 고단한 하루 속 달콤한 휴식처가 되어주었다. 고양이 캐릭터들이 인간 세상과 직장에 몰래 잠입해 고양이만의 방식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설정이 무척 유쾌하다. 결과는 엉망진창이거나 대형 사고로 이어지기 일쑤지만, 뭐 어떤가. 귀여운 게 최고 아닌가!

메마른 일상을 살다 보면 잠시 쉬어 가야 할 타이밍조차 놓치곤 한다. 그럴 때 이 보송보송한 책을 꺼내 읽으며 잠시 멈춰 가도 좋을 것 같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고양이를 사랑하고 귀여운 것에서 힐링을 얻고 싶은 사람
✔️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가벼운 웃음과 휴식이 필요한 사람
✔️ 엉뚱하고 귀여운 상상력으로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사람

『아 아이이치로 시리즈』, 아와사카 쓰마오

나와 얽힌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세상에는 가끔 사진으로는 도저히 찍을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하는 법이죠.”

한창 일본 추리소설에 빠져 있던 시기, 계속되는 살인 사건 중심의 극을 읽다 보니 일상이 조금 피폐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만난 이 시리즈는 추리소설답지 않은 산뜻한 표지 덕분에 눈길이 갔다. 피 한 방울 없이, 말끔한 양복 차림의 미남이 그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스 조각상 같은 외모를 지닌 사진사 ‘아 아이이치로’가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 시리즈는 이름만큼이나 개성 넘친다. 다루는 소재가 아주 가볍지만은 않지만, 주인공 특유의 INTP스러운 엉뚱함이 돋보인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자극적이지 않고 가볍게 추리소설을 즐기고 싶은 사람
✔️ 일본 특유의 유머나 개그 코드를 경험해보고 싶은 사람
✔️ 독특하고 엉뚱한 캐릭터의 매력에 빠져보고 싶은 사람

『방주』, 유키 하루오

“이곳은 누군가 한 명을 제물로 바쳐야만 탈출할 수 있는 구조였다. 우리는 그 ‘살인자’를 찾아내야만 한다.”

추리소설을 향한 나의 애정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대학교 등산 동아리 부원들이 ‘방주’라고 불리는 기이한 지하 시설을 발견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폐쇄된 공간에 갇힌 그들 앞에 놓인 것은 정체불명의 가족과 밀실 살인 사건. 범인은 과연 동료 중 한 명일까, 아니면 외부인일까?

치열한 추리 끝에 범인을 찾는 재미도 대단하지만, ‘누군가 한 명이 희생해야만 나머지가 생존할 수 있다’는 절박한 선택지가 이 소설의 백미다. 읽는 내내 나 또한 “나라면 과연 누구를 희생시킬 것인가”라는 무거운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진지하고 몰입감 넘치는 일본 본격 추리물을 보고 싶은 사람
✔️ 밀실 살인과 극한 상황의 심리전을 즐기는 사람
✔️ 딜레마 상황 속에서 범인을 함께 추리해보고 싶은 사람

chap3. 독서 페어링 아이템

형광펜
나는 주로 자기계발서나 심리학 서적을 탐독하기에 책에 북마크를 할 일이 많다. 그럴 때면 eBook이든 종이책이든 망설임 없이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곤 한다.

가끔 나중에 책을 다시 펼쳤을 때, “내가 왜 여기에 줄을 쳤지?” 하며 과거의 나에게 되묻기도 한다. 또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으면 예전에 밑줄 친 문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문장이 새롭게 마음을 울릴 때도 있다. 책을 읽으며 변해가는 나의 시선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내가 밑줄을 긋는 독서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1 여느 때와 다름없는 오늘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나를 깨운다. 어두운 새벽녘에 눈을 뜬다. 밖은 비가 내렸는지 짙은 안개가 자욱했고 지끈지끈한 두통으로 인해 잠을 설친 나는 지칠 대로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일어선다. 긴 하품과 함께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다 피로해 보였고 그들도 삶의 투쟁을 하고 있었다. 열차 소리와 방송 안내음 외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적막한 열차 안에서 나를 비롯한 그들은 스마트폰 세상 속에 살고 있다. 시선은 언제나와 같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반딧불이처럼 빛나는 액정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도착역에 다 와갈 때쯤.. 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뻗어 강제로 종이를 급하게 쥐어주고 사라졌다. ‘이건 무슨 일이지? 나에게 지금 뭘 전달하려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종이를 펼쳐 보니 그것은..

#2 사내 캠페인 홍보지였다. [마인드 리셋 데이 : 3, 6, 9, 12월 넷째 주 금요일,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휴식을 권장합니다.] 처음엔 ‘우리 회사가 유급 휴가를?’ 같은 의심이 블라인드를 도배했지만, 이제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모두 아는 제도를 굳이 홍보할 이유가 있나? 자세히 보니 재작년 날짜였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합병 전 로고도 눈에 띄었다. 뭐야, 우리 회사 사람이었어? 이걸 왜… 나한테?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 번 더 종이를 살폈다. 뒷면에도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대외비/ 담당자 외 열람 금지]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이전 분기 발생한 보안 사고를 고려하여, 일부 조치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급하게 출력한 듯 내용이 잘린 공문. 여백엔 빨간 색연필로 휘갈긴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 이번 달엔 뭘 할래? 무심코 종이를 문지른 손끝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마치 지장이라도 찍은 듯, 선명하게.

#3 사무실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대화는 줄었고, 다들 화면을 바라보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메신저에는 “오늘 시스템이 자꾸 끊긴다”는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순간 아침에 본 문구가 떠올랐다.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설마… 우연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다. 여백에 적힌 붉은 글씨가 어째서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다. – 이번 달엔 뭘 할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4 “종이 받으셨죠? 이번 달은 당신 차례입니다.” “네? 뭐가 제 차례인가요?”라고 말하자 상대방이 말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죠?” 그 질문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미처 대답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통화 속 상대방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기묘한 전화 통화를 뒤로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동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 역시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때 사무실 전체의 불이 잠시 깜빡이더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내 캠페인 홍보지를 받은 사람은 즉시 회사 밖으로 나오세요.” 놀란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이냐며 서로 물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눈치였다. 홍보지와 이상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그 안내 방송은 결국, 나를 향한 경고임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5 ‘뭔가 이상한 하루야’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아까 받은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구겨진 종이 아래 깔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고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뚜벅뚜벅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요동치던 가슴이 더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래층으로 몸을 피했다. 어둡고 쾌쾌한 공기 속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위치한 곳은 23층과 22층 사이, 바로 22.5층이었다. 그때였다.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가 왜 여기 있는지, 그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종이, 그것은 분명 내가 방금 전에 받은 그 종이와 똑같았다. “너도 받은 거야?” 내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표정은 차갑고, 마치 내가 말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대신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우리가 다 받았다는 게 문제야.” 그는 종이를 펼쳤다.

#6 – 이번 달엔 뭘 할래?

내가 받은 종이에 있던 것과 같은 붉은 글씨가 선명했다. 머릿속이 이해되지 않는 정보로 뒤죽박죽이었다. 오늘은 회사 지정 ‘마인드 리셋 데이’도 아니었는데 기록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었고, 사내 홍보지도 우리 둘에게만 온 듯했다. 또 이 남자는 누구지? 내가 이 목소리를 어디서 들었었지? 이 종이에 쓰여 있는 말은 무슨 말일까?

머릿속을 정리하는 사이에 깊은 침묵이 흘렀다. 침묵을 깬 것은 남자였다. “이 짓을 몇 번이나 해도 생각 많은 건 여전하네.” “뭐라고?” “……아냐.” 남자는 잠시 말을 삼키더니 “일단 밖으로 나가자. 안내방송에서 나오라고 했으니까.”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밖으로 나가면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하지만 나가지 않으면 왠지 영원히 멈춰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남자는 먼저 비상계단 밖으로 걸어 나갔다. 나 또한 홀린 듯 그의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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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소설 삽화

고슴이 기자

소설은 처음 써 보는데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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