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앤오프〉 코너는 컴투스 그룹 사우분들의 회사 안과 밖의 모습을 조명합니다. 회사 안에서의 다양한 직무와 하는 일, 회사 밖에서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살펴봅니다. 이번 편 주인공은 IMO팀 게임 기획자 김도현 사우입니다.


Keword1 | Career | 게임 기획자

철학과 출신 전환형 인턴에서 게임 기획자까지

철학을 전공하셨다고요? 게임과 철학이 어떻게 연결됐나요?

원래 게임을 좋아했어요. 특히 서브컬처 계열의 액션 게임에 흥미를 느꼈고, 귀엽고 예쁜 캐릭터들을 직접 조작하는 게 중독성 있더라고요. 무언가를 좋아하게 되면 내적·외적으로 파고드는 스타일이라, 게임에서도 캐릭터 외형, 스킬, 모션, 효과, 서사까지 살펴봤어요. 외부적으로는 어떤 서사를 모티프로 했는지도 추적했죠. ‘이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따왔구나’, ‘이건 불교 철학 쪽인가?’ 같은 생각을 하면서요.

대학교 3~4학년 무렵, 코로나19로 외출이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어려워졌어요. 그 시기를 계기로 더 몰입해서 게임을 즐기게 됐고, 결국 졸업 논문도 철학과 게임을 엮어서 쓰게 됐을 만큼 진심이었죠.

전환형 인턴으로 입사하셨다고요. 당시 어떤 경험이 기억에 남나요?

당시 재학 중이던 학교에서 산학 인턴을 모집했어요. 경쟁률이 꽤 높다고 들어서 보통은 여러 회사에 지원한다고 했지만, 저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알아보고 싶다’는 바람 하나로 오직 컴투스만 지원했어요. 그런 마음이었으니 인턴으로 들어갔을 때 정말 기뻤고, 하루하루가 즐거웠죠. 인턴십을 마친 후 정식 입사 제안을 받았을 때의 설렘은 아직도 생생해요.

지금껏 저는 좋아하는 것만 하며 살아온 것 같아요. 좋게 말하면 낭만을 좇은 거고, 나쁘게 말하면 싫어하는 일을 회피한 걸 수도 있죠. 철학과라는 진로도, 전공 수업과 타과 수업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를 파고들었던 것도 다 ‘좋아서’였어요. 물론 힘들거나 싫은 일도 있었지만, 그 경험들이 결국 여기까지 올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게임에 녹아든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게 뿌듯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아이모팀에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해요.

당시 아이모팀이 규모를 키우고 있는 시기였어요. 저는 입사 후 게임디자인실에서 여러 업무를 배우고 있었고, 실장님께서 저를 좋게 봐주셔서 아이모 스튜디오 PD님께 추천해 주셨죠. 그 인연으로 아이모팀에 합류하게 됐어요. 부족한 점이 많았던 시절이었지만, 저를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신 분들 덕분에 아이모팀에서 잘 성장할 수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여전히 성장 중이고요!

Keword2 | Career | 툴 메이커

자동화를 설계해 팀을 돕는 숨은 MVP

아이모는 어떤 게임인가요?

내년에 20주년을 맞이하는 초장수 MMORPG예요. 오랜 세월 아이모와 함께한 유저분들이 많아요. 누군가의 인생에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한 게임이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 인상 깊어요. 그런 게임에 제가 참여하고 있다는 게 정말 뿌듯하고, 아이모가 앞으로도 계속 서비스되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아이모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아이모는 역사가 긴 게임인 만큼, 콘텐츠도 방대하지만 세계관과 서사는 비교적 성기게 얽혀 있는 편이에요. 저는 시나리오를 쓰고, 컨셉을 모색하고, 퀘스트를 기획하면서 아이모라는 세계에 더 많은 이야기를 불어넣는 일을 하고 있어요. 기존 콘텐츠와 충돌하지 않도록 유의하면서요.

인게임 외적으로는 팀 내 업무 플로우를 더 정돈되게 만들기 위한 시도도 하고 있어요. 아이모는 서비스 기간이 긴 만큼 히스토리와 관련 문서가 파편화돼 있었는데, 그걸 체계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죠. 특히 점검 시 플로우를 문서화한 게 기억에 남아요. 제가 처음 팀에 왔을 때 겪었던 시행착오를 떠올리며, 누가 와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가이드를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었어요. 지금은 꽤 만족스럽게 쓰이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일을 체계적으로 해내시는 걸 보니, 계획형 인간이신 것 같아요. 혹시 MBTI J형인가요?

전 MBTI 테스트를 한 이후로 결코 P가 나온 적이 없는 대문자 J입니다. 일할 때마다 계획대로 딱딱 맞아떨어지고, 미리 준비해 놓아야 마음이 편해요. 근데 사실 이건 제 일할 때 모토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기도 해요. “이왕 하는 거 즐겁게 하자!”가 제 모토인데요, 이때 ‘즐겁다’의 정의를 제대로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보통 즐거우려면 돌발 상황이 최대한 적고, 일정이 틀어지지 않으며, 서두르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 있어야 더 쉽게 즐거워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예상치 못한 상황을 아예 차단할 수는 없고, 그때도 나름대로의 즐거움을 찾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미리 준비하면 더 좋지 않겠어요? 실수가 발생할 확률을 낮춰서, 모두가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갖추고 일해야 더 쉽고 즐겁게 일할 수 있다고 믿어요. 애초에 우울한 상황을 만들지 말고, 혹시라도 불편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건 그때 가서 대처하자는 마인드죠.

2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진 게임이다 보니 업무 적응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아이모팀에 합류한 초기에는 확실히 여러 모로 난항을 겪었어요. 오랜 시간 서비스해 온 게임이다 보니 그만큼 히스토리가 길었고, 그 히스토리를 추적하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어려웠거든요. 게다가 기획자로서는 처음 맡게 된 자리였으니, 긴장도 상당했고요.

앞서 제가 계획적인 성향을 어필하긴 했지만, 사실 정작 제 마음가짐은 그렇게 계획적이지 않아요. 계획을 세우는 일의 전제조건은 결국 그 일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인지,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어야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울 수 있는 거니까요. 그러니 모르는 일에 대해서는 그저 해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맨땅에 헤딩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그렇게 해야죠.

일단 도전하고, 일단 해보고, 일단 시도해보는 거예요. 가능한 부분부터 쪼개서 하나씩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그 일에 대해 더 알게 되더라고요. 아이모의 히스토리를 지금 당장 알 수 있는 부분, 추측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파악하다 보니 지금은 결국 데이터 작업에 대한 가이드 문서도, 업무 프로세스도 정립할 수 있을 만큼 알게 됐어요.

Keword3 | Career | 굿즈

애정으로 굿즈까지 만드는 올라운더

아이모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것 같아요. 직접 굿즈까지 제작하셨다던데요?

여러 모로 애정이 생기더라고요. 제 인생 첫 회사의 첫 게임이라는 개인적 이유도 있지만, 아이모의 캐릭터와 이미지들이 정말 귀엽거든요. 어느샌가 의식할 틈도 없이 아이모에 스며든 걸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유저 간담회 때도 제가 나서서 직접 쿠키를 굽겠다고 했거든요. 아이모의 몬스터들과 아이템을 소재로 한 쿠키들을 주문제작하고, 재료를 사서 구워야 했는데… 집도 작고 오븐도 작아서 꽤나 녹록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열심히 만든 쿠키들이 아이모를 사랑하는 유저분들에게 전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기뻤답니다.

사실 아이모는 공식 굿즈가 거의 없다시피 했거든요. 원래 저는 제가 좋아하는 분야의 굿즈를 곧잘 사는 편인데, 정작 제가 맡은 게임에는 굿즈가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쿠키도 그런 맥락에서 만들게 된 거죠. 그래도 여전히 아쉬움이 가시지 않아서, 팀 내에서 개인적으로 비공식 아이모 굿즈를 만들어 함께 구매하기도 했어요. 아이모의 대표 캐릭터 쿠이가 프린팅된 쿠션, 아이모 주요 아이템들이 그려진 볼펜들, 쿠이 스트레스 볼 같은 것들을 왕창 만들었답니다.

그런데 최근에 정말 기쁜 소식을 들었어요! 무려 컴투스 스토어에 아이모 굿즈가 입점한다는 거예요. 내년 20주년을 맞이하는 기념으로 공식 굿즈를 제작한다는 얘기를 듣자마자 환호성을 질렀답니다. 공식 굿즈가 런칭되면, 아이모 굿즈 매출의 절반은 제가 차지하지 않을까요?

본인의 성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요?

아주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제 성장이나 업무를 위해서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정확히는 제가 좋아서, 지금의 제 흥미가 그곳에 가 있기 때문에 열중하는 것에 가깝죠. 저는 항상 제 부족함부터 보고, 그 부족함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분야를 기웃거리다 보면 금세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일종의 자기만족이라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그 성격이 일할 때도 도움이 되긴 해요. 게임을 좋아해서 계속 플레이하다 보면 그 경험에서 자극을 얻고, 아이모의 시나리오와 컨셉에는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까 고민하게 돼요. 한편 개발자분들과 회의를 할 때에도 제가 모르는 용어나 흥미로운 체계가 보이면 궁금해서 알아보고, 그러다 보면 개발 관련한 지식이 조금이나마 쌓여서 개발자분들과의 소통이 더 잘 되는 것 같고요. 반쯤은 흥미가 있어서 시작했던 코드 공부였는데, 결국 그게 쌓이고 쌓여서 개발자분들과 이야기할 때 되게 편하더라고요.

선임으로 진급하며 더 열심히 일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밥값은 해야죠! (웃음) 승진 통보를 받았을 때는 정말 설렜고, 무척 뿌듯했어요. 제 인생 첫 직장에서의 첫 승진이었거든요. 저는 ‘선임다움’을 갖고 싶어서 목표를 세웠는데, 그 테마는 바로 업무 프로세스 효율화였어요. 사원 시절보다 더 넓은 시야로 팀 전체의 구조나 흐름을 파악하게 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개선점을 찾았죠. 반복 작업은 자동화하고, 복잡한 흐름은 정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컨플루언스 문서를 재정비하고 일정 체계를 상세히 잡았고, 파이썬으로 툴도 만들었어요. 데이터 변환이나 서버 반영을 자동화해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도입 이후 오류가 줄어들었고 팀원들도 좋아해 줘서 정말 뿌듯했어요. 그걸 보면서 ‘나, 선임 맞구나!’ 싶었죠. 더 열심히 일한다는 소문은 진짜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앞으로의 김도현 ON, 어떻게 일하고 있을까요?

여전히 불만을 한가득 안고 일하고 있지 않을까요? 일하면 일할수록, 어떤 일에 더 익숙해지면 익숙해질수록 제가 지닌 부족한 점들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거든요. 컴투스에 입사한 뒤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느끼는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면으로 알아 보고 시도해 봤어요. 부족하다 느꼈던 지점을 채우고 나니 그 다음엔 또 다른 부족함이 보이는 거예요. 그럼 다시 그걸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에게 실망하는 일도 다반사지만, 그래도 이를 통해 제가 조금이나마 더 나아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계속 제 스스로에게 불만을 지닌 채 일하고 있으면 하고, 분명 앞으로도 그렇게 일하고 있을 거라고 믿어요.

Keword4 | INSIDE | 문학소녀

시와 문장, 감정의 기록

주말에도 아침 일찍 일어나 시집을 읽으신다고 들었어요.

원래 아침잠이 없는 편이기도 하고, 오전 특유의 공기를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시를 읽는 것도 어릴 때부터 좋아했고요.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더하면, 더 좋아하는 일이 되는 법 아니겠어요. 마음이 간다면 어떤 시집이든 좋지만, 그중에서도 제일 좋아하는 건 박상수 시인의 시집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구절만 발췌해 본다면, “우리는 마음이 맞으니까 무죄”예요. 새초롬한 아이의 투정을 읽는 것 같아서 읽으면 읽을수록 애착이 가더라고요.

요새는 주기적으로 도서관에 들러 그런 “마음이 맞으니까 무죄”같은 시집과 소설책을 탐색하고 있어요. 문학동네 시인선을 필두로 다른 출판사들에서 신간이 나오면 한두 번씩 둘러보고요. 굳이 문학동네인 이유는 책 표지가 예뻐서예요. 소설책도 좋아하는데, 주로 한국 SF 계열을 손에 쥐게 되네요. 현실감 있는 공상이라서 그런지, 막힘없이 술술 읽히거든요.

글쓰기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여태껏 적극적으로 공개한 글은 별로 없지만 글쓰는 일은 참 좋아해요. 짧든 길든 길이와는 무관하게 꾸준히 일기를 쓰는 편이에요. 쓸 때는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서 쓰니 좋고, 정리도 되고요. 심지어 나중에 읽을 때는 쓰고 있던 때의 감정까지 새록새록 떠오르는 경우도 있어요. 이를테면 그때 들었던 노래, 그때 먹었던 디저트, 그때 같이 있던 사람 같은 것들요. 그런 경험이 마음을 무척 편안하게 만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꾸준히 무엇이든 글을 쓰고 있는 사람이 된 것 같네요.

문학에 대한 관심이 실제 업무에도 도움이 되나요?

예상보다 훨씬 많은 부분에 도움이 되더라고요. ‘일할 때도 써먹어야지!’ 하는 의도는 없었지만요. 좋아하는 것들을 꾸준히 좋아하다 보니 그런 기억과 흔적들이 쌓이고 쌓여 어느샌가 제게로 돌아오는 것 같아요. 일례로, 소설이든 시든 읽으면서 오래도록 남기고 싶은 문장은 따로 메모장에 적어두거든요. ‘타인의 문장 모음집’이라는 이름의 메모 안에 여러 구절들이 담겨 있어요.

아이모라는 게임 속에 더 많은 이야기를 불어넣는 일을 한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이 문장 모음집이 종종 영감이 되곤 해요. 문장 하나를 보고 떠오르는 것들을 아이모에 어울리게 풀어내고, 그럴 때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더라고요. 컨셉을 잡을 때도 원하는 키워드를 찾지 못할 때 그 문장 모음집을 들여다보기도 해요. 따지자면 소재 창고 같은 거죠.

Keword5 | INSIDE | 락스타

세상에서 사랑이 지난 유행이래도

노래방을 정말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평소 여가 시간에도, 회식 때에도 ‘노래방 간다!’ 하면 벌써 콧노래가 나올 정도로 좋아해요. 최장기록은 워크샵 때였어요. 전날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주구장창 노래방 리모콘을 잡고 있던 적이 있거든요. 회사 팀원들도, 제 친구들도 인정한 노래방 러버예요. 노래를 듣는 것도 부르는 것도 무척이나 좋아해요.

조용하고 잔잔한 노래도 곧잘 듣지만, 노래방에서는 주로 비트가 빠르고 목소리를 크게 내는 노래를 선곡하는 편이에요. 왁! 하고 소리를 지르면 스트레스가 전부 날아가거든요. 잘 부르고 못 부르고와는 무관하게 그저 좋아하는 노래에 맞춰 시원하게 목소리를 내는 일이 너무 즐거워요.

여담이지만 평소에 입고 다니거나 좋아하는 스타일의 키워드를 나열하자면 블랙, 메탈, 크롭, 피어싱, 스트릿 같은 계열을 선호하는데요. 좋아하는 옷을 입고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자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마치 정말 내가 락스타가 된 느낌으로요!

특히 록 장르나 파워풀한 곡들을 부를 때는 온 몸으로 노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가볍게 춤도 추고, 마이크 스탠드를 잡고 흔들기도 하면서요. 평소에는 차분하게 앉아서 업무를 보는 기획자이지만, 노래방에서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죠. 그런 갭이 저 스스로에게도 신기하고 재밌더라고요.

혼자서 불러도 그렇게나 즐거운데, 다른 분들과 함께 하면 더 신나더라고요.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그런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다들 깔깔 웃으면서 노래를 부르면 평소보다 훨씬 들뜨기도 하고요. 팀 회식 때 노래방 가면 처음에는 다들 조심스럽게 시작하지만, 제가 먼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자처하곤 해요. 그러면 어느새 모든 팀원들이 신나게 노래하고 춤추고 있더라고요.

사실 노래방은 일종의 ‘해방구’같은 느낌이에요. 평소 업무 중에는 보여줄 수 없는 모습들을 마음껏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이거든요. 그래서인지 노래방에서의 추억들이 특히 더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 같아요. 어쩌면 노래를 부르는 것 그 자체보단, 그런 기분과 상황,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유대감에 중독된 걸지도 모르겠어요.

아이모의 아이돌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제가 나름 꾸준히 밀고 있는 팀 내 포지션입니다. 반쯤은 농담이지만 반쯤은 진담이에요. 아이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데, 그 이미지를 닮고 싶거든요. 신나고 활기차면서 에너지도 넘치고, 명랑하고 그런 이미지요. 거기에 더해 보너스로 애정 듬뿍 담긴 관심까지 받으면 금상첨화!

일할 때 항상 즐거울 수만은 없잖아요.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고, 불현듯 일정이 변경되거나 갑자기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감이 생기기도 하죠. 그럴 때마다 기운이 쭉 빠지고는 하는데, 마냥 풀죽은 채 속상해하고 있기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뭔가 해야 한다면 이왕 즐겁게 하는 게 좋잖아요. 그럴 때 제가 그렸던 아이돌의 이미지를 빌리는 편이에요. 저를 포함해서, 같은 팀원분들과 똑같은 일도 더 재밌고 즐겁게 하고 싶거든요. 아이모의 아이돌 포지션을 지켜내려는 제 노력이기도 하죠.

사실 원래 성격은 그렇게 밝지 못해요. 음울한 생각도 많이 하고, 먼저 약속을 잡는 성격도 아니거니와 한번 집에 틀어박히면 잘 나오지도 않고요. 아이모의 아이돌이라는 건 일종의 제 추구미인 것 같아요. 아이돌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더 에너지 넘치게 일해야겠습니다.

10년 후 회사 밖의 나, 어떤 사람이 되어 있고 싶나요?

지금 같았으면 좋겠어요. 과하게 자신감 넘치는 말일까요? 그래도 전 현재의 제가 마음에 들거든요.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마음껏 좋아하고 있고, 궁금한 것들은 한번씩 해보고, 당장 해낼 수 있는 것들을 해내고 있어요.

계절마다 먹는 제철과일, 느슨한 아침에 읽는 문장 한 구절, 시끌벅적한 노랫소리, 맡은 일을 더 열심히 하려는 노력… 이런 것들이 10년 뒤에도 쭉 이어지길 희망해요. 앞서 좋아하는 것들만 하며 살아왔다고 했는데, 지금도 그렇고, 나중에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요.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내게 아이돌인 것처럼 나도 누군가의 아이돌이었으면 좋겠다!


<온앤오프> 다음 주인공은 누가 될까요?

많은 지원 부탁드립니다.

초천재미소년 기자

와 사진…멋지네영. 소감을 적어도 될까 싶은 정도로 많은 도움을 주셔서 좋은 인터뷰가 나왔습니다. 도현님이 좋아하는 IMO에도 큰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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