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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통근길, 뭐 하세요?

몇 달 전, 경기도에 살면 인생의 20%를 지하철에서 보낸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통근길에 그만큼 많은 시간을 쓴다는 일종의 밈이었다. 기자는 출퇴근 편도 50분 정도 소요되는데, 사실 이 정도 시간은 가깝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더 먼 거리에서 출퇴근하는 사우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궁금했다. 매일 2시간에서 3시간 20분까지 버스와 지하철에서 보내는 사우들은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들의 일상 속 통근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익명의 라이츄 – 안양에서의 가성비 라이프

“안녕하세요, 안양시민 익명의 라이츄입니다.”

편도 1시간~1시간 20분의 출근길을 가진 그는 가성비 좋은 지역으로 이사를 하면서 장거리 통근을 시작했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5분, 버스 20~35분, 지하철 20~35분의 루트를 거친다. 평균 8시 20분쯤 출발해 9시 20분에서 9시 50분 사이에 회사에 도착한다. 도착 시간이 이처럼 다른 이유는 배차 간격이 길게는 20분씩 벌어질 때도 있기 때문이다.

“혼잡하지 않을 때는 뉴스를 보거나 음악을 듣기도 하고, 서머너즈 워의 시험의 탑을 수동으로 컨트롤하면서 보내요.”

퇴근 후에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넷플릭스를 보며 쉬기도 하고, 독서, 운동, 게임 등 다양한 활동을 즐긴다. 그의 출퇴근 꿀팁은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다. “앱으로 열차 도착시간을 미리 확인해두면 시간 조절에 도움이 돼요.” 직주근접에 대한 간절한 욕심은 없지만, 교통이 편리한 서울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종종 든다고.

피들스틱 – 남양주에서 온 실용주의자

1시간 40분이라는 가장 긴 출근길을 가진 피들스틱은 남양주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출퇴근 중이다. “자취를 하면 새는 돈이 생각보다 많아서요. 아직은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을 선택하고 있어요.”

출근 루트는 집에서 역까지 도보 10분, 지하철 1회 환승. 평소 8시 38분쯤 출발해 10시 20분쯤 도착한다. “7~8시쯤에 출발하면 앉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애매하게 일찍 가야 할 상황이라면 차라리 조금 늦게 출발하는 편이 낫습니다.”

지하철 앱 활용에도 노하우가 있다. “예상 시간만 보여주는 앱은 정확도가 떨어져서 잘 안 믿어요. 실시간 지하철 앱을 쓰면 현재 열차가 어느 역에 있는지, 전 역을 출발했는지까지 표시돼서 뛸지 말지 판단할 수 있어요. 진짜 추천드립니다.”

출퇴근길엔 주로 수면이나 웹툰 감상으로 시간을 보내고, 퇴근 후에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그리며 덕질하거나 게임, 인터넷 방송 시청 등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직주근접하게 된다면 그림 그릴 시간을 더 확보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보라매나 신도림 같은 7호선 라인에 살아보고 싶습니다.”

장수엄마 – 노원구 지하철 좌석 마스터

피들스틱이 “환승을 놓치는 걸 자주 본다”고 증언(?)한 노원구 주민, 장수엄마. 그녀는 부모님 집에서 출퇴근하며 평균 1시간 20~30분 정도를 이동한다. 7시 40분쯤 출발해 9시쯤 회사에 도착하는 생활 속에서, 나름의 생존 전략도 터득했다.

“지하철을 비슷한 시간대, 같은 칸에 타다 보면 늘 같은 자리에 계신 분들이 있어요. 인상을 외워뒀다가 일찍 내리는 분 앞에 슬쩍 서 있으면 앉아서 출근할 수 있습니다~!”

출근 루트는 간단하다. 집에서 역까지 도보 5분, 이후 지하철을 타고 쭉 이동해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내려 회사까지 10분 정도 걷는다.

출퇴근길엔 유튜브를 보거나 서머너즈 워를 하고, 책을 읽는 등 이것저것을 한다. 다만 퇴근 후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잠만 자요… 기절하고 말아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도 강하다. “1호선은 항상 이슈가 생기지만, 일찍 출근하면 환승을 놓치거나 지연 때문에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라며 여유롭게 웃는다. 지금 사는 동네에 큰 불만은 없지만, 한 번쯤은 회사 5분 거리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바람도 품고 있다.

계승자 – 잠실의 열정 크로스피터

잠실에 거주하는 계승자는 부모님과 함께 살며, 평균 1시간 10분의 출근길을 감내하고 있다. 집에서 도보 10분 이내 거리에 있는 지하철역에서 탑승해 쭉 이동하다 대림역에서 한 차례 환승, 보통 오전 9시쯤 출발해 10시 10~20분 사이에 회사에 도착한다.

출퇴근길은 그에게 소소한 여가 시간이기도 하다. “SNS 확인하고 유튜브를 봐요! 가끔 만화책도 읽긴 하는데, 핸드폰 화면이 작아서 조금 아쉬워요.”

그만의 좌석 확보 꿀팁도 있다. “카카오지하철로 내릴 역에서 가장 가까운 칸을 미리 확인하고,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역을 기억해뒀다가 그쯤에 자리를 확보합니다.”

특히 인상적인 건 퇴근 후 루틴이다. “집에 들르기 전에 크로스핏을 하러 가요! 운동 안 하는 날엔 그림을 그리거나 패키지 게임을 하고, 피곤한 날엔 영상만 보고 바로 자는 편이에요.”

예상 밖의 변수에도 침착하게 대처한다. “시간연차를 쓴 적은 없지만, 지각할 뻔한 적은 있어요. 그럴 땐 미리 연락드리는 편이에요.” 지하철 파업이나 기상 이슈 등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대비하며, 안정적인 출근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직주근접에 대한 환상은 없을까? “지금도 하고 싶은 건 다 하면서 살고 있어서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만약 가까운 곳에 산다면 운동 시간을 더 늘리거나 퇴근 후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요.” 회사에서 20~30분 거리, 또는 홍대 근처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고. “그래도 지금은 지하철에서 앉아서 갈 수 있으니까, 버틸 만해요!”

시화랑 – 은평구 모바일 게임 고수

은평구에 거주하는 시화랑은 어릴 적부터 장거리 이동에 익숙하다. 덕분에 평균 1시간 20분의 출퇴근 시간도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어릴 때부터 늘 이런 거리였거든요.”

출근 루트는 집에서 역까지 도보 10분, 지하철 1회 환승. 보통 아침 8시에 출발해 9시 20분쯤 회사에 도착한다. “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면서 와요. 하는 게임이 많아서 숙제만 하다 보면 어느새 회사 근처예요.”

출퇴근 베테랑답게 꿀팁도 구체적이다. “출근길 1호선은 종각, 시청, 서울역에서 사람들이 많이 빠져요. 그쯤 가면 자리에 앉을 수 있어요. 다만, 가산디지털단지 쪽으로 가려면 인천행 열차만 계속 오는 경우가 있어서 환승 시간이 지체될 수 있어요. 배차 간격이 안 맞으면 30분씩 기다릴 수도 있으니 여유롭게 나와야 합니다.”

퇴근 후에는 집 정리를 하거나, 다음 날 여자친구에게 싸줄 도시락을 준비하느라 재료 손질을 미리 해두기도 한다. 현재 동네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익숙해진 것도 있지만, 공항이나 기차역, 고속버스 터미널이 길어야 한 시간 거리라서 여러모로 편해요.”

만약 직주근접한 곳에 살게 된다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진득하게 PC게임을 즐기고 싶어요. 요즘엔 집에서 그럴 시간이 잘 안 나거든요.”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웠던 점은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만의 방식으로 통근 시간을 의미 있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임 숙제를 하고, 실시간 지하철 앱으로 효율적인 이동을 추구하고, 심지어 다른 승객들의 패턴을 파악해서 좌석을 확보하는 노하우까지.

특히 장수엄마의 “일찍 내리는 분들의 인상을 기억해서 앞에 서서 기다리다가 좌석 확보하기” 전략은 읽으면서 절로 웃음이 나올 정도로 기발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서울 지하철 생존법이 아닐까 싶었다.

흥미로웠던 점은 대부분이 부모님과 함께 살거나 가성비를 고려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자취비를 아끼거나 가족과의 시간을 중요하게 여기는 현실적인 판단들이 장거리 통근의 배경이 되고 있었다.

또한 지하철 파업이나 기상이변 등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도 인상적이었다. 시간을 여유롭게 두고 출근하거나, 미리 연락을 드리는 등 나름의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었다. 장수엄마가 말한 “1호선은 항상 이슈가 생겨서… 일찍 출근하면 그런 일은 거의 없어요”라는 말에서 베테랑의 여유가 느껴졌다.

인터뷰를 통해 사우들의 삶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편도 1시간 10분부터 1시간 40분까지, 먼 거리임에도 매일 성실히 출근하는 사우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도시락을 준비하는 사우, 퇴근 후 피곤할 텐데도 꾸준히 운동하는 사우, 자신만의 취미인 그림을 놓지 않는 사우까지.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부지런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거리가 멀다고 해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며,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인상 깊었다. 통근 시간이 길다는 것을 단점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만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돋보였다.

무엇보다 이들 모두 현재의 삶에 만족하면서도, 더 나은 환경에 대한 소소한 꿈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직주근접의 삶을 꿈꾸면서도 지금 당장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동료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이 기사를 읽고 계시는 사우님들은 통근길을 어떻게 보내고 계신지, 여러분만의 특별한 통근 노하우나 시간 활용법이 있다면 언제든 공유해주시기 바란다.

joy 기자

인터뷰에 참여해 주신 동료분들과 많은 도움을 주신 컴투스온 담당자분까지 도움 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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