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양복에 대한 갈망을 자극한 영화 킹스맨. 모든 문화에서 시대를 초월해 인정받고 기초가 되는 것을 우리는 ‘클래식’이라고 부른다. 패션에서 클래식이란, 소위 양복을 지칭하곤 한다. 기자는 이번 기사에서 양복을 볼 때 중요한 점, 디테일 등의 팁과 더불어 기자가 실제로 애용하는 한국 의류 스토어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양복을 선택할 때 첫째로 중요한 점은 자신이 좋아할 스타일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양복에는 크게 세 가지 스타일이 있다고 한다. 영국(슬림핏), 이탈리아(부드러운핏), 미국(박스형핏)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세 가지 스타일에 그치지만 않는다. 애초에 양복이란 고객의 취향에 맞추는 맞춤옷이기 때문이다.
좌측 턱시도는 원래 연미복의 한 단계로 힘을 푼 포멀 한 양복이다. 한국에서는 결혼할 때 입는 옷이라는 개념이 지배적이다. 우측은 영국의 에드워드 8세로 세퍼레이트(다른 옷을 조합) 스타일로 코디했는데, 클래식 아이템으로 캐주얼하게 패션을 연출한 모습이다.
좌측은 포멀, 우측은 캐쥬얼한 양복 스타일이지만, 대부분의 이들이 두 스타일 모두를 포멀하다고 느낄 것이다. 현대에 와서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타일에 얽매이지 말고, 목적에 따라 각자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찾아서 입으면 될 것 같다.
양복에는 ‘패턴’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래도 맞춤으로 만들던 옷이다 보니, 양복점마다 고유의 실루엣이 있다. 이 실루엣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비싼 양복이더라도 무용지물이라고들 말한다. 세세한 패턴의 경우 어울리는지 각자가 판단할 몫이니, 기자는 가장 기본적인 사이즈에 대해 팁을 줘보도록 하겠다. 남성 자켓을 구매할 예정이 있다면 주목!
우선 자켓을 볼 땐, 어깨와 가슴을 처음으로 봐야 한다. 어깨 사이즈는 자신의 어깨 끝부분에서 약간 바깥까지 나온 정도가 좋다. 그보다 작으면 얼굴이 커 보이거나 옷이 불편할 수 있다. 가슴 부분은 자켓의 중간 버튼을 채웠을 때 가슴에서 배 부분이 울어버리지 않을 정도면 된다. 울어버린다는 것은 사이즈가 크다는 증거다. 반대로 라펠 부분이 붕 떠버리는 것은 사이즈가 작다는 것이다. 어깨, 가슴 사이즈를 확인했다면, 이제 총장을 확인할 차례다. 총장은 엉덩이까지 내려오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면 된다. 가장 클래식한 스타일은 엉덩이를 모두 덮을 기장이다. 반 이상을 가려도 좋다. 다만 반만 가리거나 더 짧다면 사이즈가 맞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땐 과감히 포기하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은 팬츠를 보자. 허리는 의외로 2인치 정도 크거나 작아도 상관이 없다. 양복 바지는 늘릴 수 있는 여유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허벅지 사이즈다. 정해진 게 있기보다는 전체적인 패턴이 박스핏이라면 넓게, 슬림하다면 슬림하게 맞추면 된다. 기장 또한 취향의 영역으로 자신이 원하는 기장으로 수선하면 된다. 기자는 개인적으로는 구두를 신었을 때 바지가 닿을락 말락 하는 기장감을 좋아한다.
양복에는 수많은 디테일이 있다. 라펠부터 어깨 등 베이직한 것은 일반 기성복의 디자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양한 디테일을 보여줄 테니 자신의 취향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우선 라펠이다. 라펠은 양복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기도 하며, 라펠이 버튼에 감기는 제법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기도 한다. 라펠의 종류로는 숄칼라(포멀), 피크드라펠(중간), 노치드라펠(캐주얼)이 있다. 현대 양복 대부분이 노치드 라펠의 모습을 보이는데, 숄칼라 쪽으로 갈수록 포멀한 양복이다.
소매의 경우 기본적으로 페이크 버튼이 주로 이룬다. 자켓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추를 한 개만 풀어 자신만 아는 디테일을 만들거나 셔츠와 함께 걷어 올려 캐주얼하게 연출 할 수도 있다. 단점은 수선 비용이 꽤 나간다.
정면에서는 버튼 두 개로 보이지만 저렇게 1개의 버튼이 숨겨져 있는 자켓들이 있다. 버튼이 3개인 자켓이지만 2 버튼 자켓으로 보이기 위한 공법이 상용된 것이다. 이러한 양복의 장점은 버튼 쪽에 입체감이 생겨서 실루엣이 더 좋아진다는 점이다. 아이비스타일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많지만, 특유의 예쁜 실루엣 때문에 기성복에서 자주 보이는 디테일이기도 하다.
벤트란 자켓 하단의 갈라진 부분을 의미한다. 기본 스타일은 사이드 벤트이며 아이비나 캐주얼한 자켓의 경우 훅벤트를 사용한다. 훅벤트를 사용 시 더욱 캐주얼해 보이는 장점이 있으나, 사이드벤트가 조금 더 활동성은 편한 것 같다. 대부분의 기성복은 사이드벤트, 캐주얼자켓은 훅 벤트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머니, 사이드 어드저스트, 카브라 등 다양한 디테일이 더 있지만. 내용이 많기 때문에 아쉽지만 여기까지 소개하도록 하겠다.
많은 분이 클래식 스타일은 조경사에만 입는다고 생각한다. 보통 클래식하면 셋업 슈트부터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클래식한 셋업 슈트도 많아서 일상생활에서도 부담 없이 입을 수 있지만 접근하기 편하게 생각해 보자. 셋업이라고 상하의 꼭 같이 입으란 법도, 셋업에는 구두만 매치해야 하는 법도 없다. 자켓, 팬츠, 셔츠, 액세서리, 모자, 신발 등으로 다양하게 매칭시킬 수가 있으며, 각 셋업 슈트들의 조합으로 재밌게 코디할 수도 있다. 랄프로렌의 RRL(미국 옛 복장 고증) 스타일처럼 입어도 매력적이다. 다양한 조합으로 세련된 연출이 돋보인다.
수트 서플라이: 가격에 비해 좋은 원단으로 승부하는 수입 기성복 브랜드다. 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세일을 자주 하지 않기 때문에 구입해 본 적은 없다. 봉제와 패턴이 약간 아쉽다는 얘기가 있다.
클래식마켓: 여의도에 매장이 있는 대한민국 기성복&맞춤 샵이다. 맞춤 가능한 스펙을 기성복을 내놓아 가격을 낮추기도 했으며 퀄리티 또한 좋아 적극 추천한다. 1년에 2번 정도 세일하니, 세일기간이라면 장만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링자켓: 아시아 기성복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다. 일본에서 시작되어 옷 하나하나에 엄청난 디테일이 숨겨져 있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다만 가격이 매우 사악하다. 또 아시아 패턴이라고 불리는데, 패턴에서 호불호가 많이 갈린다.
세컨드 스퀘어
아무래도 좋은 퀄리티의 옷을 정가로 사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새것이나 민트급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세컨드 스퀘어’를 추천한다. 세컨드 스퀘어 사장님은 ‘가치 있는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는 것’을 철학으로 샵을 운영 중이라고 한다. 그만큼 물건 하나하나의 상태가 좋았으며, 옷에 대한 내공도 엄청나서 물어보면 언제나 친절히 안내해 주신다. 국내 클래식 중고 매장 중에서는 으뜸으로 꼽을 수 있을 듯하다. 세컨드샵이지만 환불과 할부가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부담 없이 쇼핑해 보자!
가정집 같아 보이지만 사실 여기가 입구다. 당황하지 말고 들어가자.이쪽이 출입구다.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이 생겼지만 들어가고 나면~
이렇게 많은 옷이 기다리고 있다.
의류 외 구두나 악세사리도 취급한다. 구두는 사이즈가 맞다면 얻어가는 것을 추천한다. 사이즈 잘 맞는 구두는 찾기가 어렵다.
잘 모르겠을 때 포멀한 구두를 찾는다면, 블로그 없는 블랙 옥스퍼드가 기본이다. 개인적으로 옥스포드로는 날렵한 라스트(모양)가 좋은 것 같다. 대부분의 옥스퍼드는 앞에 캡토 디자인이 달려있다.
구두의 세계도 참 심오한데… 기회가 되면 포스팅해 보도록 하겠다.
캡토 블랙 옥스퍼드
다른 룸에서는 클래식 외 가죽 자켓이나 캐주얼한 의류도 판매하고 있다.
이 가죽 자켓은 토이즈맥코이사의 A2자켓으로, 2차세계대전 군용 가죽 자켓 레플리카(복각) 제품이다. 이 또한 심오한 세계다.
본격적인 클래식 의류가 있는 곳이다. 사이즈 별로 정리가 되어 있어 구경하기 편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숫자로 48, 50이라고 적혀있는 걸 볼 수 있다. 이는 유럽 사이즈표로 48이 대략 M, 50이 대략 L 사이즈다. 하지만 모든 옷 수치가 SPA 브랜드처럼 정형화 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수치를 확인하거나 입어보고 사는 것을 권한다.
개인적으로 방문 팁을 조금 풀어보자면, 사장님께서 가끔 해외 출장을 다녀오실 때가 있는데 타이밍에 맞춰서 매장을 방문하면 득템할 확률이 높다. 매일 블로그에 상품을 게시하셔서 온라인으로도 구매가 가능하지만 몇분 안에 팔려버리기 때문에, 가능하면 매장에 방문해 구매하는 것이 마음 편하다.
기자가 세컨드 스퀘어에서 득템했던 아이템들을 공개한다. 세컨드 스퀘어에서 구매했던 의류 중 특히 애정이 가는 두 제품이다.
꼬르넬리아니 자켓(좌), 매킨토시 코트(우)
꼬르넬리아니 자켓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티모시를 보고 사버렸다. 매킨토시는 매장 구경 중 홀린 듯이 카드를 긁었다. 세컨드 스퀘어가 위험한 점은, 구경만 한다고 놀러 가놓고 한 손 가득 사버린다는 점이다. 중고 제품인 만큼 꼼꼼히 확인하고 사시길 권하며, 새 제품도 중고 가격 급으로 판매하니 홍대에 볼일이 있다면 꼭 구경해 보시길!
옷은 분야도 종류도 다양한 만큼, 장르 하나하나마다 그 깊이도 다르다. 이번 기회를 통해 클래식 복장에 대해 소개해 드릴 수 있어 기뻤다. 클래식 외에도 구두, 복각제품 등의 여러 분야가 있는데 해당 분야도 좋아하니 기회가 된다면 또 기사를 통해 돌아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클래식 의상을 구매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맛밤 기자
클래식의 가장 큰 장점은 만듦새에 있어 기본이 좋다는 것입니다. 무작정 수트가 아닌 셰퍼레이트로도 즐길 수 있으니 어려워하지 말고 한번 시도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