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혼자서도 잘 놀아요!
INTP의 1인 취미생활
(만화카페·오락실·코노)

MBTI는 사람의 행동 방식을 16가지로 유형으로 나눈 것이다. 필자는 INTP로 내향적이며, 공감보다는 이성을 중요시하고 계획보다는 즉흥적인 것을 좋아하는 유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즐겁지만 때때로 시간이 맞지 않아서, 좋아하는 관심사가 달라서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없는 순간들이 있다. 그렇게 하나둘씩 혼자서 하다 보면 어느새 혼자 놀기의 달인이 된 나 자신을 발견한다. 오늘은 INTP 기자가 혼자서 즉흥적으로 하루를 보내는 방법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오후 4시: 새로운 스케쥴

태풍이 한바탕 지나갔다. 깨끗해진 바깥 공기를 마시고 햇살 아래 광합성도 하고 산책할 겸 밖으로 나갔다. 따로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발걸음은 가벼웠다. 5분 남짓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코인노래방 생각이 났다. 필자가 살고 있는 가산디지털단지는 오피스 단지라 코인 노래방을 찾기 힘들다. 가까운 번화가인 신림역으로 향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오프닝 곡을 흥얼거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 애니메이션을 처음 봤을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나는 그대로 흥얼거리던 주제가의 원작 만화를 보러 가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P에게는 익숙한 즉흥 모먼트다) 곧장 지도를 켜, 만화카페를 검색했다. 가장 먼저 <놀숲만화카페>가 눈에 띄었다.

만화카페는 신림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나를 감쌌다. 앞에 구비된 실내 전용 슬리퍼로 갈아 신고 온 신발은 신발장에 보관했다. 이후, 신발장 열쇠를 카운터 직원에게 건네고 카드를 받았다. 카드에는 이곳에서 쓰는 모든 비용이 기록되며, 퇴장할 때 후불제로 금액을 전부 지불하면 된다.

아까 흥얼거렸던 애니메이션 주제가는 잊은 지 오래. 2시간 이용권과 음료 1개가 포함된 B 세트를 주문하고 만화를 찾아 나섰다. 최근 영화로도 개봉됐었던 <슬램덩크>나 <원피스>, <나루토>, <하이큐>와 같은 인기 시리즈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언젠가 한 번에 몰아 보려고 아껴 둔 만화였기에 설레었다. 특히, “아, 내가 여기까지 봤었지”라면서 내가 봤었던 권 수를 찾아 확인하고 그편까지 어떤 내용이었는지 다시 회상하는 재미도 있다.

만화 카페는 도서뿐만 아니라 보드게임도 구비되어 있는 복합 놀이 공간이다. 만화도 보고 같이 온 친구와 함께 보드게임도 하고 요새는 이런 식으로 한 공간에서 여러 가지를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자리는 각자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었다. 책상과 의자, 푹신한 매트에 누울 수 있는 공간, 그리고 좌식 테이블 공간이 구비되어 있다. 개별 공간마다 벽이 높게 설치되어 있어 개인 프라이버시가 잘 지켜졌으며, 책을 읽는 공간이다 보니 상당히 조용했다.

그러던 중 내가 보고 싶었던 만화책을 발견했다. 애니메이션으로는 전부 다 봐서 내용을 알고 있었으나, 만화책 형태로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강철의 연금술사>. 여러 사람이 함께 보는 만화책이라 그런지, 겉표지에 비닐이 한 번 더 감싸져 있었다.

자리를 잡으니 배가 고팠다.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볶음밥을 시켰다. 그렇게 밥을 마시는지 먹는지 모를 만큼 빠르게 흡입한 후 독서를 시작했다.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다 보았던 내용이라 막힘없이 술술 읽혔다. 내가 마치 속독의 연금술사라도 된 줄 알았다. 18권 중 11권까지 정신 없이 읽다 보니 2시간 20분이 흘렀다. 기본 2시간 요금제를 신청했지만 2시간이 지났다고 바로 내쫓는 건 아니다. 정해진 시간 이후로는 10분 단위로 가격이 추가된다고 한다. 그렇게 만화 카페를 나서며 다음엔 꼭 <하이큐>를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18:20 옛 추억이 담긴 공간으로

어느덧 해가 졌다. 소기의 목적이었던 코인노래방을 가려고 했는데 멀리서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이동한 곳은 바로 오락실. 10년 전 오락실을 자주 다녔던 추억을 떠올리며 오락실로 입성했다.

동전교환기에서 500원짜리로 잔뜩 교환한 후, 어떤 게임을 할지 먼저 살펴보았다. 리듬 게임<펌프>, 미니게임<비시바시>, 슈팅 게임<더 하우스 오브 더 데드4>, <인형 뽑기>등 예전에 즐겼던 게임들이 있었다. 가장 먼저 슈팅 게임이 눈에 띄었다. 좀비들을 총으로 쏘며 앞으로 나아가는 게임이다. 컨티뉴 없이 최종 보스까지 클리어하는 것을 원코인 플레이라고 하는데, 이전에는 원코인 플레이에 성공했으나 지금은 총도 무겁고 조준 실력도 많이 떨어졌는지 좀비들을 무찌르기가 쉽지 않았다. 동전 한 개로 80% 정도 진행하고 쓰러졌다.

다음으로는 3버튼으로 진행하는 미니게임 모음인 <비시바시>를 했다. 3버튼을 이용한 단순한 조작과 함께, 순발력, 연타, 판단, 계산 등 종합적인 능력치를 요구하는 미니게임 모음이다. 500원으로 다양한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예전에 즐겨 했다. 한 개의 미니게임을 완료할 때마다 한 층씩 올라가며 최대 22층까지 진행하는 게임이다. 게임별 점수와 랭크를 토대로 라이프 소모 여부를 판단한다. 초반에는 A급 B급도 라이프를 잃지 않으나 조금만 층수를 올라가면 SS급과 SSS급만 생존하다 이후에는 SSS급만 생존하는 식으로 진행되어 모든 게임에 마스터가 되기 전에는 클리어하기 매우 힘든 게임이다.

이 게임을 하기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내 앞의 순서를 즐긴 인원이 커플이라 너무 부러웠다. 앞서 방문한 만화카페도 오락실도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인 것 같다.

그다음 진행한 게임은 리듬 게임 <펌프>. 올라오는 노트를 보고 리듬과 타이밍에 맞춰 발판을 누르면서 진행하는 게임이다. 손으로 조작하는 리듬 게임도 자주 했으나, 이건 발로 하는 리듬 게임이라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10년 전에도 오락실에 와서 자주 했지만, 살이 쪄서 그런지 쉽지는 않았다.  순식간에 세 개의 곡을 플레이했고 숨을 가쁘게 내쉬며 펌프 기계에서 내려왔다.

나가던 도중 귀여운 인형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한번 뽑아볼까?라는 생각에 인형 뽑기 기계들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한 인형 뽑기 출구에 인형 다리가 걸쳐져 있었다. 마치 뽑아달라고 기다리는 것처럼. 5,000원을 투입하였으나 그대로 실패했고… 집으로 향했다.

20:00 원래 목적으로…

큰길로 나와 집에 가던 도중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오늘 코인노래방 때문에 나온 거였지!”

나는 곧장 길을 틀어 코인노래방으로 향했다. 신림역 근처라 코인노래방은 많았다. 1,000원에 4곡인 코인 노래방을 찾아 들어갔다. 평소 같았으면 4곡만 부르고 나왔겠지만 총 8곡을 부르고 나왔다. 이날 목 상태가 괜찮았다. 코인 노래방에서 나와 만족스럽게 집으로 향했다. 계획한 건 하나 없이 집을 나섰지만 알찬 하루였다. 즉흥적으로 노는 것은 아무것도 예측할 수 없기에 즐거움이 배가 된다. 가끔은 혼자, 계획 없이 하루를 보내보자.

주현우 기자

처음 활동해 보는 기자 활동이었는데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처음 진행하는 기사 작성에 어렵지 않게 도움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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