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에 서툴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완벽하게 혼자 삶을 꾸려나가며 “나는 혼자로 충분한 독립체”라고 생각하는 괴짜 외톨이, 앨리너 올리펀트의 삶을 경쾌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려낸 책.
“우리가 이 녹색과 푸른색의 눈물 계곡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한정된 시간만큼 계속 존재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아무리 요원해 보일지라도 언제나 변화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누군가의 괜찮지 않은 하루가 ‘괜찮음’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해 준 책이다.
반복되는 일상과 매일 똑같은 풍경에 지쳐 무기력함을 느끼던 때였다. ‘완전 괜찮아’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다’고 외치는 비명처럼 느껴져 집어 들었다. 주인공 앨리너는 얼굴에 남은 흉터만큼이나 마음에도 깊은 상처를 지닌 인물이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최면을 걸며 흉터를 숨기고 살던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수군대는 세상과 직면하고 곁에 사람을 들이는 과정은 그 자체로 거대한 치유의 여정이었다. 상처를 외면하는 대신 마주할 용기가 필요한 분들께, 앨리너의 서툰 걸음이 뜻밖의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싶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괜찮지 않은 하루를 보낸 분 ✔️ 마음속 깊은 상처를 꺼내볼 용기가 필요한 분 ✔️ 자기 전, 마음을 데워주는 따뜻한 소설을 읽고 싶은 분 ✔️ 혼자만의 삶도 좋지만 가끔은 벅차게 느껴지는 1인 가구
『오해와 오후의 해』 이설비
아름답지만 때로는 서늘한 문장들이 가득한 이설비 시인의 첫 시집.
“심장을 태우는 오해의 한낮을 지나 어둠의 배후에서 다시 쓰는 사랑”
이 시집은 인간 사이의 이어짐과 그 필연적인 고통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특별하다. 특히 「조명실」이라는 시가 주는 이미지와 전개 방식이 마음에 깊이 박혀, 낭독회까지 찾아갔었다. 시인의 목소리로 직접 듣는 시는 또 다른 울림을 주었고, 그 작은 공간에 모인 시인을 닮은 사람들까지 더해져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았다.
운전을 하거나 도로 위를 달리는 이미지가 마치 정착하지 못하는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와닿았다. 마음이 헛헛하고 이유 모를 갈증이 날 때, 논리적인 위로보다는 이 시집이 건네는 서늘하고도 뜨거운 문장들에 기대어 보는 것은 어떨까?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사랑과 관계의 이면을 차분히 곱씹고 싶은 사람 ✔️ ‘자동차’라는 기계적 소재와 서정적인 시가 어떻게 만나는지 궁금한 사람 ✔️ 해 질 녘 오후의 몽롱하고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 ✔️ 난해하지 않으면서도 감각적인 시로 입문하고 싶은 초심자
『표백』 장강명
우리 시대의 인문학적 성과를 한 세대의 서사 기법으로 훌륭하게 해부해 낸 소설.
“세상은 흰색이라고 생각해. 너무 완벽해서 내가 더 보탤 것이 없는 흰색.”
이미 모든 것이 완성된 것 같은 세상에 사는 요즘이다. 나 또한 세상에 더 보탤 것이 없다는 무력감에 휩싸이곤 했다. 이 책은 그런 시대상을 ‘표백’이라는 단어로 섬뜩하리만치 정확하게 포착했다. 무한한 자유가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은 정해진 정답을 누가 더 빨리 체화하느냐의 경쟁뿐인 세상. 그 속에서 느껴지는 억압과 허무에 읽는 내내 뼈저리게 공감했다.
완벽하고 시시한 세상인 ‘그레이트 빅 화이트 월드’에서 우리가 느끼는 막막함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기묘한 해방감을 준다. 취업난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흔들리는 청년들에게, 이 냉소적이지만 뜨거운 질문을 던지는 책을 권한다. 정말 시대상을 잘 반영한 책이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취업 준비와 불투명한 미래로 고민이 많은 분 ✔️ ‘노력하면 된다’는 말보다 현실적인 사회 구조를 파헤쳐보고 싶은 분 ✔️ 대한민국 청년 세대의 심리를 깊이 이해하고 싶은 사람 ✔️ 한 번 잡으면 놓을 수 없는 몰입도 높은 소설을 찾는 사람
『핑크』 오카자키 쿄코
어쩌면 억지로 오려낸 조각으로 우리는 하루하루 무사히 길러지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만화.
“이 세상에는 무슨 일이든 생긴다. 무슨 일이든 생길 수 있다. 분명. 지독히 심각한 일도 지독히 아름다운 일도.”
제목은 사랑스러운 ‘핑크’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욕망과 피로가 얽히고설킨 잿빛 현실이 있다. 무심한 듯 툭툭 그은 선들은 언제 보아도 트렌디하고, 만화임에도 문학 소설을 읽는 듯한 문장들이 마음을 ‘푹’ 하고 찔러 들어온다. 오늘따라 텍스트보다 강렬한 이미지와 감각적인 이야기로 머리를 식히고 싶다 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인간의 욕망과 심리에 관심이 있는 분 ✔️ 핑크색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분 ✔️ 오늘따라 만화가 읽고 싶지만 딱 한 권만 사고 싶은 분
『내가 되는 꿈』 최진영
나와 얽힌 관계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소설.
“비는 비고 바다는 바다다. 나는 나만 될 수 있다. 나는 남이 될 수 없다.”
우리는 타인과 이어지기를 갈망하며 끊임없이 부대끼며 살아간다. 하지만 책 속의 말처럼 우리는 서로 다른 ‘마음’을 같은 단어로 오해하며, 타인에게 나를 투영하거나 나라는 틀에 스스로를 가두기도 한다.
이 책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내일의 내가 과연 같은 존재인지 묻는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온전한 나’이기를 노력하는 과정이 소설 속에 담겨 있다. 책을 덮고 나니 서로 다른 시간 속의 내가 합쳐져 비로소 지금의 내가 되고, 또 새로운 나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혹은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이 버거울 때. 이 책이 길잡이가 되어주진 못하더라도 생각의 스위치는 켜줄 수 있을 것이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바쁜 일상 속에서 ‘진짜 나’를 되돌아보고 싶은 분 ✔️ 섬세한 문장을 좋아하는 분 ✔️ 주말 오후, 누워서 유년 시절의 기억을 천천히 떠올리고 싶은 분 ✔️ 작고 하얀 표지의 책이 갖고 싶은 사람
chap3. 독서 페어링 아이템
북 커버 책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래서인지 책을 이야기하는 책을 보면 구매 욕구를 참지 못하는 편이다. 서점 가판에 세워진 이 매거진에서 어찌나 빛이 나던지. 그렇게 구매하게 된 ‘어라운드 102호 : 책 안팎의 이야기’ 속에 책이 입을 옷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왔다.
지하철과 같은 바깥 환경에서 내가 읽는 책이 나를 대변할까 걱정하지 않고 “오롯이 책 읽을 자유”를 선사하는 이 북커버는 뜻밖의 편안함을 안겨주었다. 괜히 부끄러운 제목의 책, 표지가 못생긴 책 등 껄끄러운 부분까지 말 그대로 ‘커버’해 주었으니까. 또한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책들이 사랑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벌써부터 얼마 전 새로 산 옷을 입은 책과 함께할 주말 나들이가 기다려진다.
chap4. 컴투북스 릴레이 소설
#1 여느때와 다름없는 오늘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어두운 새벽녁에 눈을 뜬다. 밖은 비가 내렸는지 짙은 안개가 자욱했고 지끈지끈한 두통으로 인해 잠을 설친 나는 지칠대로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일어선다. 긴 하품과 함께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다 피로해 보였고 그들도 삶의 투쟁을 하고 있었다. 열차 소리와 방송 안내음 외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적막한 열차 안에서 나를 비롯한 그들은 스마트폰 세상속에 살고 있다. 시선은 언제나와 같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반딧불이 처럼 빛나는 액정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도착역에 다와갈 때 쯤..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뻗어 강제로 종이를 급하게 쥐어주고 사라졌다. ‘이건 무슨일이지? 나아게 지금 뭘 전달하려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종이를 펼쳐 보니 그것은..
#2 사내 캠페인 홍보지였다. [마인드 리셋 데이 : 3, 6, 9, 12월 넷째 주 금요일,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휴식을 권장합니다.] 처음엔 ‘우리 회사가 유급 휴가를?’ 같은 의심이 블라인드를 도배했지만, 이제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모두 아는 제도를 굳이 홍보할 이유가 있나? 자세히 보니 재작년 날짜였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합병 전 로고도 눈에 띄었다.
뭐야, 우리 회사 사람이었어? 이걸 왜…나한테?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번 더 종이를 살폈다. 뒷면에도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대외비/ 담당자 외 열람 금지]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이전 분기 발생한 보안 사고를 고려하여, 일부 조치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급하게 출력한 듯 내용이 잘린 공문. 여백엔 빨간 색연필로 휘갈긴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이번 달엔 뭘 할래? 무심코 종이를 문지른 손끝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마치 지장이라도 찍은 듯, 선명하게.
#3 사무실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대화는 줄었고, 다들 화면을 바라보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메신저에는 “오늘 시스템이 자꾸 끊긴다”는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순간 아침에 본 문구가 떠올랐다.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설마… 우연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다. 여백에 적힌 붉은 글씨가 어째서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다.
– 이번 달엔 뭘 할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4 “종이 받으셨죠? 이번 달은 당신 차례입니다.”
“네? 뭐가 제 차례인가요?”라고 말하자 상대방이 말했다.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죠?”
그 질문에 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미처 대답하지도 못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전화기를 내려놓고 잠시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통화 속 상대방의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묘하게 익숙한 목소리였다.
기묘한 전화 통화를 뒤로하고 회사에 도착하니, 동료들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모니터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나 역시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자리에 앉았다. 그때 사무실 전체의 불이 잠시 깜빡이더니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사내 캠페인 홍보지를 받은 사람은 즉시 회사 밖으로 나오세요.”
놀란 동료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무슨 일이냐며 서로 물었지만,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눈치였다. 홍보지와 이상한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나뿐인 것 같았다. 그 안내 방송은 결국, 나를 향한 경고임을 분명히 알리고 있었다.
#5 ‘뭔가 이상한 하루야’라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아까 받은 종이를 구겨 주머니에 넣었다.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구겨진 종이 아래 깔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들고 비상구 계단으로 향했다.
그때, 뚜벅뚜벅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요동치던 가슴이 더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아래층으로 몸을 피했다. 어둡고 퀴퀴한 공기 속에서 숨소리가 들렸다. 내가 위치한 곳은 23층과 22층 사이, 바로 22.5층이었다.
그때였다. 그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한 느낌이었다. 나는 그가 왜 여기 있는지, 그가 나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손에 쥐어진 종이, 그것은 분명 내가 방금 전에 받은 그 종이와 똑같았다.
“너도 받은 거야?”
내가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의 표정은 차갑고, 마치 내가 말하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대신 그는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