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지지 큐레이터의 취향 책방

chap1. 취향을 말하다

chap2. 지지 큐레이터의 취향 책장

『모멸감: 굴욕과 존엄의 감정사회학』, 김찬호

“감정은 이성보다 더욱 근본적이고 강력하다. 그것은 부수적이고 지엽적인 잉여가 아니라,
중대한 인간사를 좌우하는 핵심이다. 그런데 우리는 감정의 세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모멸감』은 한국 사회에 만연한 업신여김과 존엄의 문제를 감정사회학적으로 탐구하며, 음악적 해석과 사례를 통해 감정의 본질을 새롭게 조명한 책이다. 개인이 겪는 상처 뒤에 존재하는 사회 구조와 집단 심리를 깊이 들여다보며, 감정이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근본적 힘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창작자 및 예술 직업군
 ✔️ 자존감과 인간관계에 고민이 있는 사람
 ✔️ 감정 노동이나 타인의 평가에 노출된 직업군
 ✔️ 심리학·사회학·인문학에 흥미 있는 사람
 ✔️ 사회 현상에 관심이 많은 사람

『오컬트의 모든 것』, 피터 포쇼

“자연 마법에는 사람의 성격을 파악하는 기술도 포함되는데, 외모의 특징을 근거로 개인의 성격에 대한 통찰을 얻는 방법들이다. 관상학은 아주 옛날부터 존재했다.”

전 세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곳에 오컬트 요소가 스며 있다.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비틀즈, 해리포터 등 유명한 예술 작품과 음악,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상징적 장치와 예시로 활용되고 있다. 이 책은 오컬트를 단순한 미신이 아닌 역사와 철학적 관점에서 다루며, 고대 이집트·그리스부터 헤르메티시즘, 네오플라토니즘에 이르기까지 그 기원을 폭넓게 탐구한다. 개인적으로는 시각적 메시지를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디자이너라면 영미·유럽 등 서양 미술과 그래픽의 역사적 탐구가 필수라고 생각하며, 이 책은 그 기초를 다져주는 참고서로 손색이 없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상징과 이미지에 끌리는 예술가, 디자이너, 크리에이터
✔️ 오컬트와 신비주의 사상에 관심 있는 분
✔️ ‘오컬트 미학’을 콘텐츠에 활용하고 싶은 기획자·작가
✔️ 신화학, 타로, 연금술, 점성술에 흥미 있는 분
✔️ 독창적인 시각 자료집을 소장하고 싶은 분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 존 버거

“매일 저녁 해가 지는것을 볼때 우리는 해가 지평선 아래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지식은 우리가 눈으로 보는 광경과 꼭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른 방식으로 보기』는 익숙한 사물과 현상을 전혀 새로운 관점에서 해석하도록 이끄는 책이다. 단순한 시각 훈련을 넘어 사고의 틀을 확장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자체를 전환하게 만든다. 다양한 사례와 철학적 통찰이 어우러져 독자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며, 삶과 일 속에서 ‘다르게 생각하기’의 힘을 체감하게 한다. 읽다 보면 굳어 있던 시선을 흔들어주는 즐거움과 함께, 복잡한 사회에서 더욱 중요해진 창의적 사고의 가치를 다시 깨닫게 된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일상에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하고 싶은 분
✔️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기획자·디자이너
✔️ 사고의 유연성을 키우고 싶은 분
✔️ 철학적·인문적 사유에 관심 있는 분
✔️ 자기 성장과 시야 확장을 원하시는 분

『마션』, 앤디 위어

“아무래도 X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마션』은 화성에 홀로 고립된 우주비행사 마크 와트니가 한정된 자원과 과학적 지혜만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이야기다. 단순한 SF 소설을 넘어 인간의 끈질긴 생명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찬양하며, 극한의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치밀한 과학적 디테일과 현실감 있는 위기 설정이 깊은 몰입감을 더하고, 팀워크·리더십·용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운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과학적 상상력에 흥미가 있는 분
✔️ 유머와 긴장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분
✔️ 도전과 희망의 서사를 원하는 분
✔️ 위기 속에서도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살고 싶은 분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매트 헤이그

“넌 존재하고 싶은 삶을 발견하기만 하면, 인생이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은 듯해. “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는 “만약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삶과 죽음 사이,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진 도서관에서 주인공 노라는 자신이 살지 못한 수많은 삶을 체험한다. 완벽해 보이는 길조차 각자의 결핍을 품고 있음을 깨닫고, 결국 지금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간다. 후회와 선택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용기”를 건네는 따뜻한 소설이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을 자주 떠올리는 분
✔️ 후회 때문에 밤에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분
✔️ 퇴근길에 힐링과 위로가 필요한 독서러
✔️ 지금의 삶이 지루하거나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분
✔️ 따뜻하면서도 가볍게 읽을 소설을 찾는 분

chap3. 독서 페어링 아이템

이케아 에바레드 북라이트
본인은 보통 퇴근 후 밤에 책을 읽어서 최소한 조명을 켜고 읽는걸 좋아한다. 책에 클립을 끼우고 읽으면 왠지모를 감성도 느껴지고 주변이 어두워서 집중도 잘 되는 느낌이다.

chap4. 컴투북스 릴레이 소설

#1 여느때와 다름없는 오늘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어두운 새벽녁에 눈을 뜬다. 밖은 비가 내렸는지 짙은 안개가 자욱했고 지끈지끈한 두통으로 인해 잠을 설친 나는 지칠대로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일어선다. 긴 하품과 함께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다 피로해 보였고 그들도 삶의 투쟁을 하고 있었다. 열차 소리와 방송 안내음 외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적막한 열차 안에서 나를 비롯한 그들은 스마트폰 세상속에 살고 있다. 시선은 언제나와 같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반딧불이 처럼 빛나는 액정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도착역에 다와갈 때 쯤..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뻗어 강제로 종이를 급하게 쥐어주고 사라졌다. ‘이건 무슨일이지? 나아게 지금 뭘 전달하려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종이를 펼쳐 보니 그것은..

#2 사내 캠페인 홍보지였다. [마인드 리셋 데이 : 3, 6, 9, 12월 넷째 주 금요일,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휴식을 권장합니다.] 처음엔 ‘우리 회사가 유급 휴가를?’ 같은 의심이 블라인드를 도배했지만, 이제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모두 아는 제도를 굳이 홍보할 이유가 있나? 자세히 보니 재작년 날짜였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합병 전 로고도 눈에 띄었다.

뭐야, 우리 회사 사람이었어? 이걸 왜…나한테?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번 더 종이를 살폈다. 뒷면에도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대외비/ 담당자 외 열람 금지]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이전 분기 발생한 보안 사고를 고려하여, 일부 조치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급하게 출력한 듯 내용이 잘린 공문. 여백엔 빨간 색연필로 휘갈긴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이번 달엔 뭘 할래? 무심코 종이를 문지른 손끝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마치 지장이라도 찍은 듯, 선명하게.

#3  사무실에 도착하자 분위기가 묘하게 달랐다. 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대화는 줄었고, 다들 화면을 바라보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메신저에는 “오늘 시스템이 자꾸 끊긴다”는 메시지가 줄줄이 올라왔다. 순간 아침에 본 문구가 떠올랐다.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설마… 우연일까?

나는 조심스럽게 종이를 다시 펼쳐 보았다. 여백에 적힌 붉은 글씨가 어째서인지 더 선명하게 보였다.

– 이번 달엔 뭘 할래?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망설이다 전화를 받자,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종이 받으셨죠? 이번 달은 당신 차례입니다.”

지지 기자

이번 기사를 통해 제 책 취향을 소개할 수 있어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남은 올해 열심히 더 책을 읽어 다른 추천도 해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