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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린 연애’와 함께 보는 간단한 사주 톺아보기

* 이 글은 ‘사주팔자’로 보는 나의 성격과 간단한 궁합 보기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독자의 호기심과 재미를 위해 쓰인 글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편하게 재미로 일독해 주세요! 

호기심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역술가 연애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늘, 남의 연애운만 점쳐주던 용한 점술가들이 자신의 연애운을 점치기 시작한다. 얽히고 설킨 러브라인 속 서로 꿰뚫고 꿰뚫리는 남녀 8인의 마음! 점술가들의 촉과 감이 난무하는 기기묘묘한 연애 리얼리티!

▲ ‘신들린 연애’의 공식 프로그램 포스터 (출처: SBS 웹사이트) 

<나는 솔로>, <하트 시그널>, <솔로 지옥>, <환승 연애>, <연애 남매> 등 무수한 연애 프로그램들이 화제성을 타며 내 귀를 스쳐 갈 때에도 기자는 맹세 하건데 본방 사수를 해본 적이 없다.  물론,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 못지않은 비주얼의 일반인들이 모니터에 등장해 한껏 끼를 부리며 사랑에 빠진 듯한 표정을 지을 때는 덩달아 설레기도 했다. 하지만 이따금 유튜브 알고리즘에 떠오르는 클립을 챙겨보는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번에는 무속인/점술가들이 출연하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나온다는 것이 아닌가. 무당, 사주, 타로 마스터… 처음에는 너무 어이없는 컨셉이라고 생각되어 벙쪘고, 두 번째로 든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타인에게 ‘운명’과 ‘운’의 흐름을 얘기해주며 운명론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연애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 타인의 궁합을 점치고 미래를 예견하는 사람들은 과연 자기 연애의 앞날도 짐작해서 알아낼 수 있을까?

시작부터 호기심 유발하는 ‘신들린 연애’

1화에서 ‘신명당’에 들어간 역술가들은 아직 얼굴을 보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의 사주팔자가 적힌 명패를 보고, 자신과 잘 맞을 것 같은 이성을 선택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이때 사주 명패에는 이름 대신 각 참가자를 특정 짓는 ‘푸른 개’, ‘붉은 닭’, ‘검은 토끼’와 같은 색깔과 동물의 조합이 등장한다. 이 알쏭달쏭한 동물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주팔자(四柱八字) : 네 개의 기둥과 여덟 개의 글자이자

천간(天干)과 지지(地支)가 합하여 하늘과 땅을 잇는 하나의 기둥

년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 : 운명을 지탱하는 4개의 기둥으로 사주(四柱)라 불리며, 각 주는 두 글자로 이루어져 있어, 전부 합하면 여덟 글자가 되어 이를 팔자(八字)라 부른다. 또한, 이 네 기둥은 각각 한 사람의 운명에서 다음과 같은 뜻을 담당하고 있다.

시주(時柱)일주(日柱)월주(月柱)년주(年柱)
천간시간일간월간년간
지지시지일지월지년지
의미조상, 인생관부모와 형제
사회성, 사회관
본인과 배우자의
감정관
자식, 나의 지향관

이 중, ‘나’를 뜻하는 두 글자인 ‘일주(日柱)’는 자신의 성격을 대변하는 글자로, 여덟 글자 중 가장 중요한 위치를 담당하고 있다. MBTI가 16가지 성격을, 혈액형이 4가지 성격을 대변한다면, 사주팔자는 시간을 나타내는 12지신 X 10개의 천간이 가진 5개의 속성, 즉 12 X 5 = 60가지의 유형(일주)으로 사람을 분류한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려 첫인상 선택에서 남성 전원에게 몰표를 받은 ‘함수현(무당)’님은 사주 일주로는 어떤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을까? 

📢TIP: 여기서 본인의 일주 동물 & 일주를 통한 본인의 특성이 궁금한 사람은 인터넷에 ‘만세력’ 검색 ▶ ‘만세력’에 본인 생년월일시 입력 후, ‘일주’에 나오는 두 글자를 구글에 쳐 보면 일주에 대한 해석을 볼 수 있다. 심심할 때 재미로 찾아보시라. 

나를 나타내는 ‘일주 동물’

함수현님은, 명패에 묘사된 바로는 ‘붉은 닭’이며, 붉은 닭은 ‘정유(丁酉) 일주’이다. 정유 일주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천을귀인(수호천사)’, ‘문창귀인(지식욕, 학업성취 有)’이 있어 쉬이 어려움에 빠지지 않고 총명하고 명석함

✅ 불()로 다듬어진 금()으로, 대체로 남녀 모두 용모가 단정하고 수려함, 여자의 경우 보이시한 매력

✅ 일지에 ‘편재’를 깔고 있고, 십이 운성상 ‘장생’에 해당하여 다재다능하고 융통성이 뛰어남

▲이전 평범한 직장인으로 생활하던 함수현님의 모습 (출처: SBS 유튜브) 

함수현님의 경우, 이전 여의도로 출퇴근하던 엘리트 은행원이었으며 아름다운 용모로 첫 화에 많은 이목을 모았다. 또한, 성격적 털털함이 돋보였고 타 출연진과의 대화에 있어 자신의 ‘재물복’을 봐 달라고 한 점, 그리고 출연진들과의 대화 및 관계에 있어 솔직하게 표현하면서도 감정에 치우치지 않게 합리적으로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점이 돋보였다. 일주 성격과 어느 정도 사람에 대한 묘사가 비슷하지 않은가?

이번에는 ‘검은 소’인 ‘계축’ 일주로 묘사된 최한나님의 일주를 살펴보겠다. 최한나님은 영(靈)타로 심리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다.

✅ 신뢰감이 투철하고, 지장간 내 계수-비견이 들어있어 명예심도 강하지만 인정 욕구가 특히 강함

✅ 집요한 노력파이며, 외형상으론 믿음직스럽고 조용해 보이나 속은 추진력과 용기력이 음

✅ 시작은 굼뜨나 한번 시작하면 끝끝내 결과를 성취해 내는 인내심

✅ ‘백호’ ‘화개’ ‘양인’ 등 터프하고 강한 기운과, 일처리나 사람 관계에 있어 지나치게 깔끔한 경향

최한나님의 경우, 외양적으로 차분하고 깔끔해 보이는 인상이 있었으며 자신이 ‘운명’이라고 선택했던 신명당의 이홍조님을 선택함에 있어서도 꾸준한 한결같음을 보였다. 또한, 자신이 선택한 이홍조님과 대화할 기회를 계속 모색했지만, 관계에서 다소 모호한 표현을 지속한 이홍조님을 답답해하며 감정에 대한 확답을 받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재미로 본 내용이지만, 기자의 입장에선 일주에서 묘사된 내용과 실제 본인의 성격에서 느껴지는 질감이 다소 비슷한 면이 있다고 생각되는 내용이었다. 

사주팔자로 간단하게 궁합을 보는 것에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서로 상대방에게 부족한 오행을 갖추고 있는가? 둘째, 일간의 궁합이 맞는가? 셋째, 일지에 내가 타고난 동물과 상대방이 타고난 동물의 합이 좋은가? 

첫 번째, 서로에게 부족한 오행을 가지고 있는지

재미를 위해, 예시로 출연진 중 박이율님의 사주를 가져와 보았다.

 ▲소년미 넘치는 귀여운 얼굴과 다르게 단호하고 멋있는 성격이었던 박이율 퇴귀사 (출처 : SBS 유튜브)

📍퇴귀사 박이율 (30세) 님의 사주
(양력) 1995년 03년 28일

시주가 없어 완전한 사주는 아니지만, 합에 따른 오행 변화 및 조후·궁성 보정 값을 확인하지 않고 단식으로 가볍게 보더라도, 이율님의 사주에는 금(흰색) 기운이 부족한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이율님이 신명당에서 사주 상의 궁합이 가장 좋으리라 지목했던 함수현님의 사주 오행은 어떨까? 

📍무당 함수현 (32세)님의 사주
(양력) 1993년 11월 12일

함수현님의 사주는 육안으로 보기에도 금(흰색)과 물(검은색)의 기운이 넘친다.

박이율님의 사주에는 금의 기운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를 보완해주며,

부족한 불의 기운도 강화하여 본인에게 필요한 오행을 채워줄 수 있다.

두 번째, 서로의 일간에 합이 되는 오행을 지니고 있는지

일간에 들어갈 수 있는 열 가지 글자는 다음과 같은 합을 맺는다. 

갑(甲)+기(己)

을(乙)+경(庚)

병(丙)+신(申)

정(丁)+임(壬)

무(戊)+계(癸)

본인 사주 일간에 있는 글자와, 상대방의 일간에 있는 글자가 합이 될 경우, 서로 간의 궁합이 좋다고 할 수 있다. 

▲퇴귀사 박이율(왼쪽)님의 사주와 타로술사 최한나(오른쪽)님의 사주 (출처: 만세력 천을귀인)

박이율님의 일간은 무토(戊)로, 계수(癸)인 분과의 조화가 좋다.

따라서 사주에서 최한나님의 일간이 계수(癸)인 만큼, 두 분의 상성이 좋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세 번째, 일지에 내가 타고난 동물과 상대방이 타고난 동물의 합이 좋은지

육합(六合)이란, 나와 가장 잘 맞는 단 하나의 동물을 의미한다. 12간지 동물들은 각각 가장 잘 어울리는 짝이 있으며, 그 조합은 다음과 같다.

자(子)+축(丑)

인(寅)+해(亥) 

묘(卯)+술(戌)

진(辰)+유(酉)

사(巳)+신(申)

오(午)+미(未)

각 동물은 대응하는 한 쌍의 짝만 있기 때문에 맞추기가 쉽지 않지만, 본인의 일지에 있는 동물과 상대방의 일지 동물이 육합이라면, 이는 나와 잘 맞는 귀한 인연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것이다.

작중, 솔직하고 당돌한 모습이 매력적이고 귀여웠던 타로술사 조한나님과 허구봉님이 육합의 사례다.

타로술사 조한나(왼쪽)님의 사주와 역술가 허구봉(오른쪽)님의 사주

‘신들린 연애’의 타로 술사였던 조한나님은 검은 쥐(壬子) 일주로, 점사를 본 후 푸른 소(乙丑) 일주인 허구봉님을 선택했다. 비록 사주가 아닌 타로를 통해 상대를 고른 것이지만, 자(子)와 축(丑)의 육합에 맞는 상대를 선택한 점이 흥미로웠다.

물론, 일간 오행의 조화까지 맞았더라면 더욱 좋았겠지만,

이 두 사람은 후반부까지 서로를 고르지 않고 남매 같은 케미를 보여준 점이 재밌다.

삼합(三合)이란, 세 가지가 어울려 딱 들어맞는다는 뜻으로, 홍어 삼합, 장흥 삼합처럼 사주 내에서 잘 어우러지는 세 가지의 동물을 뜻한다. (어렵게 설명하자면 오행의 생왕사절(生旺死絶)을 묶은 것이나, 재미로 보는 글이기 때문에 긴 설명은 생략한다.)

자(子)+진(辰)+신(申)

축(丑)+사(巳)+유(酉)

인(寅)+오(午)+술(戌)

묘(卯)+미(未)+해(亥)

역술가 허구봉(왼쪽)님의 사주와 무당 함수현(오른쪽)님의 사주

‘신들린 연애’에서 사주 술사로 나온 허구봉님은 첫 화 신명당에서 사주를 보고 붉은 닭(丁酉) 일주인 함수현님을 선택했다. 허구봉님의 일주가 푸른 소(乙丑)임을 고려하면, 삼합에 속하는 지지를 가진 상대방이다. 또한, 사주 구성상 흙의 기운이 두드러지는 허구봉님은 본인의 조후 용신인 불의 기운을 채워줄 함수현님을 선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행 상성상, 불은 흙을 생하게 하고, 흙은 금을 생하게 하므로, 함수현님의 사주에 있는 불과 금의 기운을 잘 활용하는 것이 허구봉님의 사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임)

아이러니하게도, 방송 기간 내내 ‘신들린 연애’를 가장 재미있게 만들어 준 것은 점사로 점지받은 인연을 선택하지 않고 본인의 마음이 이끄는 상대방을 선택한 출연진들의 결정이었다. 사주 명식만 보고 자신의 인연을 간택한 출연진들은 첫인상의 호감에 이끌려 전혀 다른 상대방을 선택했으며, 이후 신명당에서 고른 인연이 누군지를 확인한 후에도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따르는 결정을 계속 내렸다. 자신들의 직업인 점사에 기반해 사람과 사람의 인연을 이야기하는 만큼 주저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점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선택에 충실하고 아낌없이 표현하는 모습이 무척 근사하고 멋졌음은 물론이다.

마차를 타고 가는 인물들을 그린 중국 현대 화가,

왕지우의 <수묵화>

예전 책에서 읽은 일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중국의 유명한 점술가가 제자와 함께 마차를 타고 숲을 지나 마을로 이동하고 있었다. 마을의 입구 턱에 다다르자, 어느 남자가 마차의 앞길을 막아 세우며 점술가를 돌려보냈다. 이유인 즉슨, 마을에 전쟁이 나 이 방향으로 가면 죽음을 면하기 어려우니 숲을 타고 돌아서 다른 곳으로 떠나라는 말이었다.

점술가 : “우리는 돌아서 마을을 피해 간다손 치고, 자네는 어찌할 것인가?”

남자 : “저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나서서 싸우러 갑니다.”

점술가와 제자는 마차를 타고 숲을 돌아 마을을 떠났다.

제자 : “저분의 사주는 어떨까요? 과연 이 전쟁에서 죽을 운명일까요?”

점술가 : “저 사람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선택했으므로 사주와는 상관이 없다.”

기자는 이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삶에는 분명히 무시하기 어려운 흐름과 운, 타이밍이 존재하지만, 결국 미래는 각 개인의 선택이 모여 빚어진 총체적 결과물이다. 나를 좀 더 이해하고 스스로를 돕는 도구로 사주 명리를 활용하는 것은 유용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의 결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 글을 흥미롭게 읽은 모든 이에게, 올해는 좋은 덕업을 많이 쌓아 발복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지민 기자

일반인 연애 프로그램을 재밌게 보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점술+연애 프로그램의 결합이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편집점에 잘 어울리는 선곡이 아주 맘에 들었습니다. 조금 뻔하지 않은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 분께 ‘신들린 연애’를 추천합니다 ^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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