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은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경영진을 의미합니다. 컴투스온에서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회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하는 방식, 경영진의 전략, 성장, 조직 문화 등을 입체화하여 전합니다. 컴투스답게 일하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의 네 번째 주인공은 컴투스 개발운영센터 TA실의 ‘이상윤 이사님’입니다.
안녕하세요 개발운영센터 TA실(Technical Artist)을 맡고 있는 이상윤입니다. TA실 운영·관리 및 기술 디렉팅을 맡고 있습니다.
Level UPl Career
익숙한 방식이 정답이란 법은 없다
이끌고 계신 TA실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TA실은 컴투스 내에서 테크니컬 아트 관련 지원 요청이 많아짐에 따라, 2022년 8월 제가 입사하면서 개발운영센터 내에 신설된 조직입니다. 주요 업무는 프로젝트의 그래픽 리소스 제작 가이드, 렌더링 관련 이슈 대응, 프로파일링, 그리고 개발 과정 중 발생하는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기술적 지원입니다. 컴투스 그룹사뿐 아니라 자회사 및 퍼블리싱 프로젝트까지 폭넓게 지원하고 있습니다.
조직도상으로는 하나의 ‘실’로 구성되어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엔진팀과 TA팀, 두 팀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데요. 엔진팀은 엔진·그래픽스를 담당하는 4명의 프로그래머, TA팀은 테크니컬 아티스트 7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 관리자(팀장)를 두지 않는 이유에 대한 질문을 종종 받는데요. 시니어 실무자분들의 역량이 뛰어나고 직접 실무에 참여하기를 원하기도 해서, 매니징 업무로 인해 실무 퍼포먼스가 줄어드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디렉팅하는 방식이 부서의 퍼포먼스에도 유리하고, 각 프로젝트의 현황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어 지금의 구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팀원들이 원하는 방식이기도 하지만, 부서 인원이 더 늘어나거나 변화가 필요하다면 그때 다시 고민해볼 생각입니다.
‘TA 업무를 잘했다’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아티스트가 기술을 이해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이 말은 현재 데브캣에 계신 대마왕 정종필님께서 하신 말씀인데요, TA라는 직무를 이보다 더 잘 설명하는 문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좀 더 풀어 설명하자면, ‘기술을 이해하는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A 업무를 잘했다는 판단 기준은 결국 프로젝트에서 필요한 지원을 충실히 하고, 구성원들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역할을 했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굉장히 정성적인 영역이라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그만큼 ‘함께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었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TA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태도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문제 해결 능력과 서비스 정신, 이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기술적인 역량은 기본 전제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기술이나 방법이 있어도 프로젝트 구성원이 공감하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쓸모 없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기술을 실제로 적용하고 개선하기 위해서는, 문제가 생겼을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AS 담당자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동료들과 신뢰와 유대를 쌓으며 설득하고 프로젝트가 더 나은 방향으로 가도록 개선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바로 TA가 가져야할 태도입니다.
저는 부서 구성원들에게 늘 “관성적으로 일하지 말자”라고 이야기하곤 하는데, 게임 업계처럼 트렌드와 기술 변화가 빠른 환경에서는 과거에 익숙했던 방식이 현재에도 정답이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는 시장 상황과 프로젝트 목표에 따라 유연하게 사고하고, 민첩하게 대응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TA실만의 Think Up 문화가 인상 깊습니다.
Think Up은 보고용 회의를 없애고, 자연스럽게 TA실 구성원 서로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업무 공유 시간입니다. 현재는 매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5~30분 정도, 팀원들이 각자의 자리를 돌아다니며 진행 중인 작업 화면을 공유하는 형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진행 상황을 공유하는 느낌의 Sync up보다는 작업 모니터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며 현황을 설명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팀원 간의 업무 공유와 협업에 매우 효과적이에요. 작업 현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함으로써, 누가 어떤 지점에서 막혔는지 혹은 도움이 필요한지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거든요. 과거 유사한 업무 경험이 있는 동료에게 즉시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여러 프로젝트를 병행하는 상황에서도 부서 전체가 맥락을 함께 이해하므로 업무 로드 분배 또한 유연하게 이뤄집니다. 이러한 반복적 공유 과정을 통해 팀워크와 신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며, TA 업무에 핵심적인 ‘프로젝트 케이스 스터디’ 역시 Think Up을 통해 간접적으로 체득할 수 있는 것이 큰 강점입니다. 프로젝트가 많은 컴투스의 특성상, 이 방식이 특히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Think Up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겐 심리적 부담이 처음엔 꽤 컸습니다. 매일 아침 팀원들 앞에서 진행 상황을 공유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죠. 하지만 그 자리가 결과를 평가받는 자리가 아니라 ‘어디에서 막혔는지, 무엇이 어려웠는지’를 솔직히 공유하는 시간이라는 걸 반복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워크숍에서 이 부분에 대해 심야까지 토론한 적도 있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팀원들의 공유 내용이 점차 간결해졌고, Think Up 시간 자체도 자연스럽게 줄었습니다.
Think Up에서 매일 팀원들의 업무를 직접 피드백하고 계시다고요. 짧은 시간 안에 가능한 비결이 궁금합니다.
다양한 프로젝트 경험을 통해 비슷한 문제를 접해온 덕분인 것 같아요. 의외로 많은 문제들이 비슷한 패턴이나 범주 안에서 반복되곤 하거든요. 그래서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먼저 좁혀서, 문제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후의 해결 방법은 팀원들에게 맡기고 신뢰하는 편입니다. 이런 구조 덕분에 피드백이 부담스럽지 않고, 팀원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문화로 자리잡게 된 것 같아요.
회사 구성원들의 성장을 위해 교육에도 힘쓰고 계신 것 같아요.
전사적인 개발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적으로 저희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구성원들이 회사에 더 큰 자부심을 느끼는 계기가 될 것 같아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습니다. 초기에는 개발자로서 잘 알려진 지인들을 중심으로 강연을 부탁드렸는데요. 특히 라이팅 아티스트로 유명하신 이호성 님께는 한국에 들어오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연락드려 요청을 드렸고, 흔쾌히 응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세션 이후에는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고, 이런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다”는 메시지를 주신 분들도 계셔서 굉장히 보람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현재 조직문화실과 함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고, 이번에 진행된 TA Campus도 그 결과 중 하나입니다.
TA실의 워크샵은 단순 네트워킹을 넘어서 ‘업무적 성장’을 도모하는 자리라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요?
유니티 재직 시절, 워크샵에서 업무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했던 경험이 꽤 인상 깊었습니다. 회사 밖 편안한 분위기에서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자유롭게 토론하는 방식이 업무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느껴서 저희도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을 시작했습니다. 팀원들의 만족도도 높아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상·하반기 모두 업무 토론 중심으로만 진행하다 보니 팀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래서 최근 상반기에는 교류와 단합 중심으로, 하반기에는 한 해 동안 진행한 업무 전반을 리뷰하는 형식으로 균형 있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성장에 진심인 TA실답게, 최근 유니티에서 주최한 개발자 컨퍼런스에 TA실팀원이 발표자로 나섰다고 들었습니다.
올해 유나이트에서는 3년 차 그래픽스·엔진 프로그래머 오민선님과 TA 김진홍님이 발표자로 참여했습니다. 약 500명 정도의 관람객이 있었고, 난이도 있는 기술적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종사자들로부터 매우 유익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유니티에서 근무 중인 지인들이 저희 팀원들의 발표 내용을 긍정적으로 이야기해 준 점이 가장 기뻤습니다.😁
앞으로 TA실의 주요 방향성과 목표를 소개해 주세요.
지금의 방향에서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 같습니다. 기술 고도화, 개발 효율화, 그리고 경쟁력 있는 프로젝트 제작이 지속적인 과제입니다. 다만, 최신 트렌드나 기술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적합한 형태로 적용하고 내재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주요 목표로는 저희 부서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시장에서 인정받고, 수익적으로도 성과를 내는 것입니다. 동시에 컴투스가 기술력 면에서도 외부에서 인정받는 개발사, 퍼블리셔로 자리 잡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Level UPl Values
팀 전체의 퍼포먼스를 끌어올려 주는 리더
조금은 생소할 수 있는 TA 직무, 어떻게 입문하게 되셨나요?
아티스트로 작업할 때 게임에 들어가는 리소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관련 내용을 스스로 공부하게 됐어요. 저희 세대라면 보통 XT 시절부터 GW-BASIC, Turbo C++ 등으로 컴퓨터를 접하던 경험, 하드웨어를 만지는 걸 즐기던 취미, 그리고 수능 때까지 열심히 공부한 수학이 모두 빛을 발하는 순간이 오더라고요. 바로 TA업무에서요. 자연스럽게 TA 업무를 조금씩 더 맡게 됐고, 점차 테크니컬 아티스트로서의 역할 비중이 커졌어요. 어느 시점에는 아티스트로서의 커리어를 계속할지, TA로서의 길을 갈지를 두고 고민하게 됐습니다. 2년 정도 치열한 고민 끝에, 결국 스스로 경쟁력이 더 있다고 판단한 TA의 길을 선택하게 됐어요.
‘좋아하는 일(아티스트) vs 잘하는 일(TA)’ 사이에서 ‘잘하는 일’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TA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필요로 하는 분야였지만, 인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다만 아티스트에서 TA로 완전히 포지션을 바꾸는 것은 적지 않은 고민이 따랐습니다. 머리로 알고는 있지만, 10대 후반부터 내내 그림만 그리며 살아온 제게 아트 리소스 만드는 일을 내려놓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거든요. 스스로에게 “내가 왜 이렇게 ‘아티스트로서의 나’를 놓지 못하고 집착하는 걸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꽤 길었습니다.
멘토링이나 커리어 강연에서 종종 이야기하는데요.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의 선택은 결국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단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붙잡고 있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지 아닌지를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물어보세요.
업계에서 ‘유명인’으로 통하시던데요.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어떤 노력을 해오셨는지 궁금합니다.
겉보기에 멋져 보이는 최신 기술보다는, 원론적인 개념과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 가능한 실용성 중심으로 접근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컨퍼런스에 가보면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빠져 있고, 뻔한 내용만 반복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그래서 “할 거면 제대로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기술 자료들을 만들었더니 많은 분들이 반응해 주신 것 같습니다.
또 주목받는 대형 프로젝트에는 직접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업계 지인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특히 소규모나 인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지인들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도와드리기도 했습니다. 유니티 재직 당시에는 공식 업무는 아니었지만, PR(Project Review), 컨설팅, 기술 미팅, PoC(Proof of concept), PS(Project Support) 등에서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당시 한국 오피스에서 비주얼 관련 업무를 맡은 사람이 저 한 명뿐이었던 만큼, 그런 경험들이 지금 돌이켜보면 큰 자산이 됐어요.
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서구권에서 일하는 지인들을 통해 현지 개발 이야기도 많이 들으며 참고했고, 스튜디오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꼭 가보려 했습니다. 휴가 중 도쿄로 여행 갔었을 때는 한 스튜디오의 PD님께 TA 업무 프로세스와 유니티 셰이더에 대해 설명드린 적도 있고, 베이징에서 환승 시간에 현지 스튜디오를 방문했을 때 총괄 PD님과 AD님께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보여주셔서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은 기억도 무척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컴투스에 오기 전, 무려 6개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중 컴투스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보내주셔서 참 감사했는데요, 사실 친구가 만든 스타트업에 CTO 겸 운영 역할로 합류할 계획이었어요. 투자 유치 과정부터 관여도 했었거든요. 독일 업체가 방문했을 때 해당 스타트업의 CTO로 참여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주환 대표님, 정민영 전무님, 홍승준 센터장님 세 분을 만나며 컴투스라는 회사에 흥미가 생겼습니다. 제가 원하던 역할을 제안해 주신 것도 컸고, “내가 필요한 곳이라면 제대로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컴투스가 글로벌 서비스를 운영 중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었고, 잘하면 회사 성장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제대로 함께 성장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고 판단해 컴투스와 최종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과거 유니티에서 일하실 때 컴투스를 고객사로 만나셨다고요. 임원으로 컴투스에 입사했을 때 소감은 어떠셨나요?
첫인상은 예상보다 회사 규모나 프로젝트 사이즈가 훨씬 컸습니다. 조직 규모나 인력 수도 많고, 개발력도 나쁘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개발운영센터 중심의 중앙 지원 조직이 체계적으로 잘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입사 전에도 강조하셨던 이 부분이 빈말이 아니었구나 싶었죠.
다만, 제 게임업계 커리어의 시작이 가산에서였고, 이후 10여 년을 강남·삼성 라인에서 지내다 보니 다시 가산으로 멀어진 출퇴근길을 적응하는 게 쉽지만은 않네요.
사실 직책자가 되는 것을 꺼려하셨다고요. 컴투스에서는 직책을 맡기로 결심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해, 직접 구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더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게임 개발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죠. 그런데 점점 리더들과 프로젝트 방향, 조직 구성, 운영 등에 대한 논의를 더 많이 하게 됐고 사업적인 부분까지 고려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연차가 쌓이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요구받게 되더라고요. 무엇보다도 “좋지 않은 리더를 만나면, 아무리 뛰어난 구성원이라도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내가 리더가 됐을 때는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들었고, 그 끝에 리더의 역할에 도전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임원 vs 임직원, 달라진 변화는 무엇인가요?
저는 내부 승진이 아닌, 임원으로 입사하게 된 케이스인데요. 오퍼레터를 받고 ‘이사’라는 직함을 보자마자 속이 쓰리고 잠이 안 오더라고요. 퇴사 후 2주 뒤에 입사하는 것으로 제안을 받았지만, 그 2주를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 바로 다음 날 입사했습니다. 이런 부담감은 아마도 업무 위임을 받은 상태에서 판단과 결정의 책임이 고스란히 제게 주어진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직을 고민하던 시기, 해외 통신사 임원으로 있는 지인이 “CTO는 코드를 짜는 사람이 아니라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해주셨는데요. 지금도 계속 되새김질하며 참고하고 있습니다.
이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일잘러 이사’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요?
내가 맡은 부서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의 운영 방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시야를 넓게 그리고 멀리 가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부서의 방향이 회사 전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필요한 것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 그게 ‘일잘러 이사’의 조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더로서 갖고 계신 철학이 있나요?
개인 퍼포먼스를 100으로 봤을 때 혼자서 150~200까지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고 해도, 부서 10명 중 9명이 각각 50밖에 못 낸다면 조직 전체의 퍼포먼스는 오히려 기대치에 못 미칩니다. 반면, 내가 조금 덜 하더라도 팀 전체가 1200~1500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게 만든다면 그게 진짜 좋은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임원으로서 생각하시는 ‘컴투스답게’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이며,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고,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컴투스답게’ 일하는 방식 아닐까요? ‘관성적으로 일하지 말자’는 원칙과도 연결되는데요, 오너십을 가지고 자기 성장에 끊임없이 동기 부여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Level UPl Life
늦은 시작, 공부를 숨 쉬듯이 취미로
의류학과를 전공하셨다고요. 어떤 계기로 진학하게 되셨나요?
원래 고등학교 때까지는 이과였지만, 미대 진학을 목표로 재수를 했습니다. 그런데 입시미술을 아르바이트와 병행하며 단기간에 준비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더라고요. 현실의 벽을 실감하고 다시 이과로 돌아가 수능을 봤는데, 당시 국립대는 문·이과 교차 지원이 되지 않아서 공대를 제외한 이공계 중 그래도 그림과 관련 있어 보이는 의류학과를 선택하게 됐습니다.(*의류학과는 이과로, 의상디자인이 보통 미대로 분류됨) 막상 입학하고 보니 기대와는 많이 달랐지만, 대학 생활 자체는 이후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옷을 매우 좋아하신다고요
40대 초반까지는 디자인이 튀는 옷들을 좋아했는데요. 요즘은 나이도 있고 임원이라는 자리도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좀 더 차분한 스타일을 찾게 되더라고요. 원단이 좋고 오래 입을 수 있는 옷에 손이 가는 편입니다. 요즘 브랜드 옷값이 많이 올라서 아울렛이나 중고 거래 앱도 자주 이용하고 있어요.
‘옷 관리 꿀팁’이 있나요?
세탁기의 세탁 모드를 원단에 맞게 설정하고, 세탁망을 잘 활용합니다. 흰옷은 과탄산소다로 따로 표백하고, 손빨래가 더 좋은 소재는 직접 손빨래를 해요. 드라이클리닝은 자주 맡기지 않는 편입니다.
다양한 이색적 경험도 눈에 띕니다.
군 제대 열흘 만에 아버지를 따라 아파트 건축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등록금을 벌 요량이었는데, 일 잘한다고 현장 반장님이 학교를 그만두고 함께 전국을 돌자고 제안하셨던 기억도 있어요. 겨울엔 20층이 넘는 아파트 외벽에 매달려 거푸집을 해체하는 일도 했는데, 정말 춥고 무섭고 힘들었지만 젊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그 후에는 포스(POS) 업체에서 하드웨어 관리와 디자인 업무를 하다가, 이후에 포스업체로 들어오는 디자인 일감을 서울에 있는 인쇄소를 직접 섭외해 프리랜서로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었습니다. 수업 도중에도 전화받느라 자주 나가야 했는데, 교수님들이 사정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셨던 게 참 감사했어요.
돌아서 늦게 시작한 만큼 치열하게 살아오신 것 같아요. 힘든 시기를 버틴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게임 업계에 30대가 되어서야 들어왔기 때문에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이라는 절박함이 컸습니다. 주변에서는 30대 내내 쫓기듯 산다고 할 정도였죠. 하지만 그게 결국엔 저를 지탱해 준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인생에서 도움이 되었던, 후배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습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공부는 평소에 숨 쉬듯이 할 것”
SNS에서 기술 관련 자료가 보이면 저장해두고, 틈틈이 살펴보며 공부시간을 따로 정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어떻게 시간을 보내시나요? 사내 동호회 활동도 하신다면 소개해 주세요!
예전에는 퇴근 후 자전거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거나 한강에서 농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요즘은 거의 집에서 맨몸 운동 위주의 홈트레이닝을 하고 있어요.
사내 동호회는 클라이밍 싱클벙클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작년에 아킬레스건 완전 파열로 수술받고 아직 재활 중이긴 하지만, 조심조심 다시 벽을 타고 있습니다.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자기관리 루틴이 있다면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체중계에 올라 몸무게를 잽니다. 컴투스에 입사하고 인생 최대 몸무게를 찍고 있는데, 쉽게 빠지질 않네요…😂
일상생활에서 직업병이 발현될 때가 있으신가요?
영화나 드라마, 공연 등을 볼 때 단순히 내용을 즐기기보다는 연출이나 미장센을 분석하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감상하는 게 맞지 않나 싶기도 한데, 이 습관은 좀처럼 바뀌지 않더라고요.
(문득 정신 차리고 보니 30살!) 지금의 삶과 비교해, 같거나 다르게 살고 싶은 부분이 있으신가요?
30대 시간을 거의 일만 하며 보내다 보니, 남들이 누리는 것들을 경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지내는 지금의 삶이 가끔은 맞는 길인지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않고, 조금 더 여유롭고 즐기는 삶을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싶어요. 코로나 유행 직전, 유럽에 가서 1~2년 정도 일하며 살아볼까 했던 계획도 있었는데 결국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아쉽기도 하고요.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주로 실장이나 본부장으로 설정되곤 하는데요. 그런 설정을 보면서 실제 임원 입장에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가끔 농담처럼 말하는데요, 드라마 속 실장이나 본부장들은 근무 시간에 마음에 드는 사람 찾아가고 갑자기 이벤트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현실에선 도무지 어떻게 그런 시간이 나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냥… 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