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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디저트 카페,
‘원형들’ 탐방기

평소 카페 투어가 취미인 기자는 그동안 수많은 카페를 다녀보면서 느낀 점이 있다. 바로 비주얼이 예쁘고 화려한 디저트는 정작 맛이 뛰어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겉모습에 반해 주문했다가 ‘역시나..’하며 실망했던 경험은 셀 수 없다. 하지만 길고 긴 탐방 끝에, 충무로에서 그 아쉬움을 달래줄 카페를 발견했다.

파격적인 비주얼과 최상의 맛을 동시에 가진 디저트를 만드는 카페, ‘원형들’을 소개한다.

카페 문 안쪽에 붙은 원형들 로고 / 원형들이 위치한 건물 입구. 다시 말하지만, 여기가 맞다.

인쇄소들이 즐비한 을지로와 충무로 사이에 위치한 원형들은, 소위 ‘힙지로’의 카페들이 그렇듯 간판이 없다. 기자가 방문했던 이 날도 수많은 손님들이 여기가 맞는지 헷갈려 하며 건물 앞에서 서성이는 모습을 보았다. 지도가 알려주는 곳으로 찾아왔는데 ‘이런 곳에 카페가 있다고?’라는 의문이 든다면, 잘 찾아온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여기가 맞다.

건물 1층 벽면에 붙은 원형들 포스터 / 각종 안내(?)와 간판(?)들

원형들 찾아가는 법

충무로역 8번 출구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있는 건물 4층에 자리하고 있다. 건물 입구에 노래방과 고깃집 간판만 있고 카페 간판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두려워할 것 없이 당당하게 들어가면 그 곳이 바로 원형들이다. 들어오면 1층 좌측 벽면에 붙은 포스터가 간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운영 시간

월 14:00 – 21:00

화 14:00 – 21:00

수 14:00 – 21:00

목 14:00 – 21:00

금 14:00 – 21:00

토 14:00 – 21:00

일 정기휴무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오픈이라, 1시 50분쯤에 도착했는데 이미 기자 앞에 5~6팀 정도가 먼저 줄을 서있었다. 오픈런을 할 정도면 인스타그램에서 꽤나 유명세를 많이 탄 모양이다. 아마 오후 늦게 방문하면 핑크딜 케이크처럼 인기 메뉴는 재료가 소진될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빠르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카페를 소개하는 글에서 원형들은 순수한 자연, 채소, 사물들 본래의 모양과 그 집합이 케이크를 만드는 영감의 재료가 된다고 밝힌다. 이러한 철학이 메뉴에 어떻게 녹아 있을까?

카페에 들어서면 형형색색의 케이크를 바삐 만드는 직원들과 카운터에 진열된 각종 와인병들이 맞이한다. 내부는 11개~12개 정도의 자리가 있어 생각보다 좁지는 않다.

음료 메뉴와 음식 메뉴

메뉴판은 이렇다. 케이크 뿐만 아니라 ‘퀸아망’이라는 디저트도 주력 메뉴인 듯 하다. 커피 외에도 와인과 칵테일까지 판매하고 있었다.

심사숙고한 끝에 주문한 메뉴는 아래와 같다.

고수크림 케이크: 15,000원

핑크딜 케이크: 15,000원

딸기말차 소르베: 8,500원

아이스 아메리카노: 5,500원

핑크딜 케이크: 비주얼과 맛, 환상의 조화

먼저 나온 메뉴는 이 카페의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는 핑크딜 케이크다. 처음 봤다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비주얼이다. 이것은 모형인가, 디저트인가.

핑크딜 케이크, 맛은 비주얼 이상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핑크딜 케이크는 아름다운 비주얼만큼 아름다운 맛이었다. 우선 메인 구성은 쵸코 시트이지만, 의외로 많이 달지 않아서 물리지 않고 계속 먹을 수 있었다. 케이크의 안쪽에는 다크 쵸코가 3단으로 들어가 있고, 라즈베리잼, 구운 헤이즐넛, 얼그레이 가나슈 등이 겹겹이 쌓여 있다.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이다. 특히 크림과 초코 시트의 조화가 아주 적절해서, 먹는 내내 미소가 지어졌다. 보통 쵸코 케이크는 먹다가 너무 달아서 다 못 먹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는 핑크딜 케이크를 혼자서 순식간에 해치웠다. 15,000원이라는 가격이 절대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비주얼에 이런 맛이라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고수 크림 케이크: 특별한 싱그러움

두 번째 메뉴는 겉으로만 보면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고수크림 케이크다. 우선 기자는 고수를 잘 먹는 편이라는 점을 먼저 알린다. 이렇게 풀잎이 많이 들어가 있는 케이크는 독자들도 거의 접해본 적이 없을 것이다. 고수로 케이크를 만들 생각을 어떻게 했을지 궁금해지기도 하고, 도대체 이게 정말 맛있을까 라는 약간의 두려움이 들 때 쯤 싱그러운 고수의 향기가 올라와 후각을 자극한다.

고수크림 케이크, 풀떼기가 아니라 케이크다!

신기하게도 막상 한 입 먹어보면 케이크에서는 고수의 향이나 맛이 그렇게 강하게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고수를 갈아넣은 생크림과 그린 제누아즈 시트, 레몬 크림으로 구성이 되어 있고 싱싱한 고수잎을 올려 마무리했다. 시트에서 은은하게 나는 고수 향과 상큼한 레몬 크림이 조화를 이룬다. 고수 맛이 부담스럽게 나지 않는다. 다만 고수라는 재료의 특성 때문인지 몰라도, 핑크딜 케이크보다는 살짝 느끼한 맛이었다. 하지만 레몬 크림이 배합되어 부담스러움을 경감시킨다. 고수크림 케이크는 아메리카노와 같이 먹을 것을 권장한다.

파격적인 비주얼이 주는 신선한 충격과 생각보다 부담스럽지 않은 맛 때문에, 고수를 싫어하는 친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는 메뉴다.

딸기말차 소르베: 상큼한 딸기와 쌉싸름한 말차의 조화

다음 메뉴는 ‘딸기말차 소르베’. 많이 달지 않아서 좋았다. 딸기를 넣어 만든 샤베트 아이스크림에 같이 서빙되는 말차를 기호에 따라 적당히 부어 먹는 방식이다. 상큼한 딸기의 맛과 은근 쌉싸름한 말차의 조합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또한 얼음의 텍스쳐가 잘 살아있고 금방 녹지 않아서 씹는 맛이 있었다. 더운 여름 날, 너무 달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땡길 때 먹으면 좋을 것 같다.

영롱하다

마지막으로 힙지로 카페, 원형들 창가에서 찍은 사진을 전하며 탐방기를 마친다.

원형들 내부에서 바라본 창 밖 풍경

카페 인스타그램: @wonhyeongdeul

총평

– 맛 ★★★★☆ 고수크림 케이크는 살짝 느끼했지만, 핑크딜 케이크는 최고였다.

– 분위기 ★★★★☆ 힙지로 분위기 그 자체. 평범하지 않은 감성 카페를 느끼고 싶다면 방문해볼 것.

– 가격 ★★★☆ 사실 맛있긴 하지만 케이크 하나에 15,000원이라는 가격은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 재방문 의사 ★★★★★ 핑크딜 케이크는 무조건 또 먹으러 가야한다.

임정훈 기자

평소 좋아하던 카페를 지면을 통해 사우 분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 기쁘고 뿌듯합니다. 다들 한번쯤 이런 특이한 디저트를 경험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녀와서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는 것도 잊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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