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브로드웨이, 영국의 웨스트엔드, 일본 그리고 한국. 대한민국의 뮤지컬 시장 규모는 전 세계 4위라고 한다. 2022년 해외 주요 공연시장인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코로나19 영향 속에 저조한 티켓 판매를 보이는 것과는 상대적으로 2022년 한국 뮤지컬 티켓 판매 규모는 5,590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약 3,897억 원보다 43% 증가하였다.
이처럼 괄목한 성장을 보여주는 한국 뮤지컬 시장이지만 대다수의 관객층은 한정되어 있다. 한 달에 만 원이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OTT 콘텐츠가 넘쳐나는데 3시간에 15만 원이나 쓰면서 뮤지컬을 보러 간다? 한국 대중에게 뮤지컬은 여전히 낯설고 진입 장벽 높은 장르이다. (심지어 최근엔 암묵적으로 뮤지컬 가격의 상한선으로 여겨졌던 ‘VIP석 15만 원’의 공식이 깨지고 있다) 가끔은 덕후의 입장에서 봐도 대중성이 있으려야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도 뮤지컬만이 지닌 매력이 분명히 있기에, 이번 기사를 통해 뮤지컬의 마력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매력이 아니라 마력(魔力)인 이유는…그것을 깨닫는 순간 통장이 탈탈 털리기 때문이다👿👿👿)
뮤지컬을 좋아한다고 이야기하면 보통 이런 질문을 받는다.
아마, 이 2가지(가격, 뮤지컬 추천)가 뮤지컬의 가장 큰 진입장벽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이번 기사에는 이 질문들에 대한 나름의 답을 적어보려고 한다. 왜냐하면! 이 기사의 목적은 영업에 있으므로😎
① 뮤지컬 비싸지 않아?: 가격
정가만 보고, ‘어휴? 너무 비싼데?’ 하고 관람을 포기한 사람도 있을 거다. 맞다. 뮤지컬은 분명 비싸다. 하지만 조금만 찾아보면 각종 할인 방법과 다양한 가격대의 티켓을 찾을 수 있다.
자리를 별로 안 가린다면? 소셜 커머스의 비지정 할인을 노려보자!
지정 좌석을 포기하면, 과감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가 상품의 경우 50% 이상의 할인율을 자랑한다. 대극장 A석은 4만 원대, 소극장 S석은 2만 원 정도이다. 세종문화회관처럼 큰 극장 3층의 경우 종종 만원에 올라와 ‘만 원의 행복’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보통 개막 1달 정도가 지나면 이런 소셜 특가 상품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한다. 자리를 직접 정할 수 없고, 회차도 제한적이지만 타이밍만 잘 맞춘다면 생각보다 좋은 자리를 받기도 한다. 특별히 보고 싶은 배우가 따로 없거나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가까운 소극장 작품에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자리에 따라 시야 차이가 큰 대극장 작품의 경우 아래 다른 할인을 이용해 보자.
자리를 직접 선택하고 싶다면? 통신사 할인과 전관 회차를 노려보자!
KT는 매달 ‘달나라 할인’이란 이름으로 30~50% 정도 할인된 가격의 티켓을 제공한다. 직접 자리를 선택할 수 있고 비교적 회차 제한도 적은 편이니, KT를 사용하는 사람은 꼭 한 번 활용해 보길 바란다. 특히 대극장 작품을 저렴하게 보고 싶을 때 추천한다.
특히 A석 첫 줄인 샤롯데 씨어터의 2층 8열, 디큐브아트센터의 2층 9열, 블루스퀘어의 3층 3열은 뮤덕들 사이에선 ‘가성비석’이라 불리는 자리다. (물론 ‘가성비’가 좋을 뿐 비싼 좌석일수록 더 좋긴 하다)
전관은 특정 단체에서만 오픈하는 특별 회차를 의미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티몬이 주최하는 ‘티몬 스테이지’, 위메프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위메프데이’, 신한카드의 ‘더 모먼트’ 등이다.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구입이 가능하지만, 특별한 이벤트나 무대인사에 할인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티켓팅이 치열한 편이다.
▼ 위메프데이와 티몬 스테이지 특별 증정품들. 아쉽게도 티몬은 최근 공연 분야가 크게 축소됐다.
▼ 신한 더 모먼트는 특정 카드로만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50% 할인 또는 1+1 할인이라는 통 큰 할인을 자랑한다. 보통 분기별로 한 번씩 열리는 편이다. 이외에 농협카드 단관, 페이북 등이 있다.
정기적으로 풀리는 예매처 할인
할인 티켓을 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위에도 언급했듯, 보통 개막 후에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마지막 공연(막공) 2주 전까지가 가장 다양한 할인이 올라오는 시기이다. 그러나 이런 할인들은 티켓 판매 현황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올라오기에 대단히 관심이 많은 이가 아니고 서야 활용하기가 어렵다. 그럴 땐 정기적으로 풀리는 예매처 할인을 활용해 보자. 비정기 할인에 비해 할인율은 다소 낮으나, 없는 것보단 낫다!
인터파크 티켓 인생 주간(매달 11일~17일), 퍼플라벨(불규칙적) YES24 티켓 엔젤티켓(매주 2-3작품을 선정해 최대 40% 할인), 넵프라이즈(불규칙적)
티켓링크 링크위크(매월 마지막 주)
누구나 받을 수 있는 제작사 할인
제작사 측에서 제공하는 할인도 권종이 다양하다. 가장 흔한 건 관객이 적은 평일 낮 공연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마티네 할인‘이다. 대개 수요일 오후(대극장의 경우 2:30, 대학로의 경우 4:00 시작)에 많이 열리나, 작품에 따라 목요일이나, 금요일 낮 공연을 운영하기도 한다. 그 밖에 문화가 있는 날 할인, 조기 예매 할인, SNS 팔로우 할인 등도 쉽게 활용할 만한 권종이다. 불시에 타임세일(개막 기념, 월요라이브 기념, 100회 기념 등등)을 진행하는 경우도 많으니, 관심 가는 작품이 있다면 제작사 SNS를 팔로우해 보길 추천한다. 그 외에 특정 옷을 입고 오면 할인 해주는 ‘드레스코드 할인’, ‘기차표 할인’, ‘책 지참 할인’ 등도 있다.
② 뭐가 재미있어?: 뮤지컬 추천
아는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면?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에 관심 없는 사람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그 노래, ‘The Phantom of The Opera’가 13년 만에 짱짱한 캐스팅으로 돌아왔다. 오페라 극장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성악 베이스의 고전적인 노래가 대부분이라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다소 지루할 수 있다. 하지만 조승우의 뛰어난 연기, 전동석의 부드러운 저음, 김주택의 뛰어난 발성이 정신을 깨워줄 거라 믿는다. 서울 공연에서부턴 최근 가장 핫한 남자 배우 중 하나인 최재림도 합류하니 어떤 캐스팅으로 봐도 만족할 만한 공연이 될 것이다. (샤롯데씨어터는 건물이 무척 예뻐 그 자체로도 훌륭한 포토존이다. 조금 이르게 도착해 석촌 호수와 함께 극장을 즐겨보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비장미를 느끼고 싶다면 <벤허>
뮤지컬<벤허>는 동명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한국 창작극이다. 뮤지컬<프랑켄슈타인>으로 유례없는 성공을 거둔 왕용범 연출 & 이성준 작곡의 두번째 작품으로 특유의 선 굵은 서사와 비장미가 잘 살아있다. 귀족에서 노예로 전락해 친구 메셀라에게 복수하는 벤허의 굴곡진 삶이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합창으로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세련되고 섹시한 작품을 보고 싶다면? <시카고>
1920년 미국을 배경으로 한 블랙코미디로, 흔히 대극장 뮤지컬 하면 떠올리는 화려한 무대 장치나 의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신 그 자리를 섹시하고 세련된 재즈가 채운다. (많이들 들어봤을 ‘All That Jazz’가 이 작품의 메인 넘버다!) 블랙 코미디라고 해서 어려울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배우들의 조화로운 퍼포먼스를 즐기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 작품이 품고 있는 서늘한 매력 또한 알게 될 테니. 최재림을 최근 가장 핫한 배우로 만들어 준 작품이다. 그는 늘 잘했으나, 아래 영상이 유튜브에서 대박을 터뜨린 이후 더더욱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 밖에, 드라마틱한 스토리(a.k.a 아침 드라마)와 카리스마 넘치는 노래를 듣고 싶다면 <레베카>, 화려한 무대장치와 애틋한 로맨스를 보고 싶다면 <드라큘라>, 한국에선 처음 공연하는 신작이 보고 싶다면 <멤피스>, 폭발하는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면 <프리다>를 추천한다.
일상을 따스하게 그린 힐링극을 보고 싶다면 <렛미플라이>
대극장 가격이 부담된다면, 소극장 뮤지컬을 관람한 뒤 대학로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노년 부부의 이야기를 따스한 시선으로 발랄하게 담아낸 <렛미플라이>를 추천한다. 이렇게 소개하면 지루하게 느껴질 걸 알지만, 스포일러가 될 만한 구간이 많아… 대신 극의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 스페셜 커튼콜 영상을 첨부한다.
아무 생각 없이 웃고 싶다면, <쿠로이 저택엔 누가 살고 있을까?>
일제 강점기, 형을 잃고 숨어 지내던 주인공 해웅이 쿠로이 저택의 지박령들을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불하고 싶은 귀신들의 소원을 들어준다…는 다소 단순한 플롯을 귀여운 애드리브로 재밌게 풀어나간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병맛 개그와 전개가 난무해 웃지 않을 수 없는 극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엉성하진 않다. 한국적인 요소를 적재적소에 잘 활용하여 웃기지만, 우습지 않은 수작이다.
배우의 연기력을 극한까지 끌어내는 작품을 보고 싶다면? <온더비트>
일명 ‘연기 차력쇼’라고 불리는, 배우의 한계를 시험하는 1인 연극이다. 1인극은 어렵다는 편견이 있는데, 배우가 직접 드럼을 연주하고 텍스트가 어렵지 않은 편이니 한번 도전해 봐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컴투스인들 에겐 익숙할 <재벌집 막내아들> 진형준 역 강기둥 배우의 연기력이 그야말로 미.쳤.다!
내가 아는 그 노래, 그 배우를 무대에서 만나보고 싶다면?
<더 글로리>의 하도영, 전재준, 이사라, 손명오은 모두 무대 배우 출신이다. 아니, 출신이라고 말하긴 조금 그렇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현재도 활발한 무대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손명오 역의 김건우 배우는 현재 <빠리빵집>에서 열연하고 있으며, 하반기엔 <그날들>로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이사라 역의 김히어라 배우의 무대 차기작은 <프리다>이다. 그녀의 카리스마가 무척 잘 어울리는 극이니 김히어라 배우의 팬이 되었다면 꼭 한 번 보길 추천한다.
<닥터 차정숙>의 로이 킴역의 배우 민우혁도 대극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이다. ‘불후의 명곡’에서도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그는 특유의 힘 있는 노래 실력으로 남성미를 뽐내는 역을 자주 맡았다.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 ‘영웅’의 안중근, ‘프랑켄슈타인’의 빅터 등. 현재 차기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연말은 뮤지컬 무대에서 열연할 예정이라고 하니 기대해봐도 좋을 듯 하다.
<펜트하우스>의 로건 리 역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박은석의 주 무대는 연극이다. 올여름 10주년 기념공연을 하는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는 3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으로 쉽지 않은 극이다. 하지만, ‘데이킨’은 가히 그의 인생캐라 불리곤 하니 박은석의 무대 연기가 궁금하다면 <히스토리 보이즈>에 도전해 보길.
생각만큼 낯설지 않고, 생각보다 가격이 다양한 뮤지컬 세계! 많은 독자들이 생각보다 쉽고 재미있다고 느꼈기를 바란다. 이번 여름엔 더위를 피해 시원한 극장으로 피서를 떠나보자.
다음 기사에서는 뮤지컬에 제대로 입문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뮤지컬 용어 길라잡이 ‘알쓸뮤잡’을 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