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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에서 만나는 브라질의 진정한 맛

브라질에서 태어나고 자란 기자에게 집밥은 늘 브라질 음식이었다. 스무 살에 한국으로 유학 오기 전까지 고향 브라질리아에서는 식탁에 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가 빠지는 날이 없었다. 그렇게 매일 마주하던 고기였지만, 한국에서 만난 브라질식 슈하스코(Churrasco)는 고기가 단순히 식사가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한다.

슈하스코와 한국 바비큐의 차이점

브라질의 슈하스코와 한국의 바비큐는 모두 고기를 중심으로 하는 식문화지만, 방식과 분위기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슈하스코는 큼직한 고기를 꼬챙이에 꿰어 숯불에 천천히 구워내는 브라질 특유의 바비큐다. 슈하스코 식당에서는 ‘호지지오(Rodízio)’라 불리는 무한 리필 방식으로, 직원들이 다양한 부위의 고기를 테이블로 가져와 손님이 원하는 만큼 직접 잘라준다.

또한 브라질의 슈하스코 식당에는 샐러드, 밥, 파스타, 빵 등 여러 종류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셀프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다. 슈하스코가 큰 고기 덩어리를 무제한으로 즐기는 화려한 향연이라면, 한국식 바비큐는 고기를 함께 구워 먹으며 곁들임과 조화를 즐기는 축제라고 할 수 있다.

브라주카그릴

서울 시청역 근처, 번잡한 도심 한복판에 있는 이 브라질 레스토랑은 마치 고향에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익숙한 숯불 향과 고소한 고기 냄새가 코끝을 스치며 식욕을 돋운다. 주방에서는 반가운 브라질인 셰프가 긴 쇠꼬챙이에 고기를 꿰어 능숙하게 돌리고, 테이블 사이를 오가며 직접 잘라주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즐겁다.

이곳의 오너인 안디(Andi)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브라질 포스두이구아수(Foz do Iguacu) 출신으로, 한국에서 20년 넘게 브라질 음식 문화를 알리고 있다. 13년 전 한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인연을 맺은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건 가게를 운영하며 고향의 맛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슈하스코는 단순히 고기를 먹는 자리가 아니라 가족, 친구, 이웃이 함께 모여 웃고 이야기하며 하루를 보내는 축제다.” 안디의 말처럼, 이곳의 분위기에는 단순한 맛집 이상의 따뜻함이 깃들어 있다.

메뉴와 가격

이곳의 메뉴는 평일 점심과 저녁, 주말 및 공휴일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 평일 점심: 런치 플레이트(23,900원)부터 슈하스코 무한리필(46,800원)까지 즐길 수 있다.
  • 저녁·주말·공휴일: 기본 슈하스코(40,900원)부터 스페셜 무한리필(54,900원)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주류로는 와인, 맥주, 소주 등이 준비되어 있고, 특히 브라질 음료인 과라나(5,000원)와 까이삐리냐(12,000원) 칵테일은 꼭 맛보길 추천한다. 와인을 좋아한다면 레드, 화이트, 스파클링은 물론, 하우스 와인도 잔당 10,000원에 즐길 수 있다.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고기의 향연

식사는 다채로운 사이드 메뉴로 시작된다. 고소한 볶음밥, 신선한 샐러드, 바비큐 소스, 매콤한 페퍼 소스, 상큼한 비네그레치, 마카로니 샐러드와 감자 샐러드까지. 이 기본 반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진짜 무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사이드는 리필이 가능하지만, 너무 많이 먹다 보면 정작 고기를 즐길 배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첫 번째 순서는 닭다리살과 소시지다. 특제 양념이 스며든 닭다리살은 육즙이 풍부하고, 소시지는 오리지널과 매운맛 두 가지로 준비되어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이어서 등장하는 마늘 양념 토시살은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향이 일품이다. 셰프가 직접 들고 오는 커다란 꼬치에는 치맛살과 토시살이 꽂혀 있고, 손님 앞에서 잘라주는 순간 육즙이 흘러내린다. 그 장면 하나만으로도 이미 ‘맛있다’는 확신이 든다.

슈하스코의 하이라이트, 삐깡냐

슈하스코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단연 삐깡냐(Picanha)다. 소의 엉덩이 윗부분에 해당하는 귀한 부위로, 한국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이 부위는 풍부한 육즙과 고소한 지방이 어우러져 한 점만으로도 입안 가득 깊은 풍미를 선사한다. 점심/저녁 한정 코스에는 한 점씩 제공되지만, 무한리필 코스를 선택하면 원하는 만큼 이 특별한 부위를 즐길 수 있다. 브라질 사람들이 왜 이 부위를 ‘최고의 고기’라 부르는지 한 입만 먹어보면 바로 이해하게 된다.

브라질의 음료

열대 과일 열매에서 추출한 과라나(Guarana)는 브라질의 대표적인 탄산음료다. 진정 작용을 하는 음료로 브라질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즐겨 마신다.

까이삐리냐(Caipirinha)는 한 번쯤 맛볼 만한 브라질의 대표적인 칵테일이다. 사탕수수에서 추출한 알코올인 카샤사(Cachaça)에 라임과 설탕을 더해 상큼하면서도 깊은 맛을 낸다. 브라질 사람들은 이 음료를 고기 요리와 함께 즐기며, 그 조화로운 풍미로 오랜 시간 사랑받아 왔다.

마무리까지 완벽한 브라질의 맛

식사가 끝나갈 무렵, 디저트로는 브라질식 커피나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제공된다. 진한 커피 향으로 입안을 정리하거나, 달콤한 아이스크림으로 고기 잔치를 마무리하는 순간, 완벽한 만족감이 밀려온다.

이 레스토랑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맛 때문만이 아니다. 아늑한 분위기, 고기에 얽힌 이야기를 손님과 나누는 셰프, 그리고 무엇보다 그리운 집밥 같은 따뜻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 모임, 친구들과의 약속, 혹은 특별한 회사 회식 자리까지,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하게 어울리는 공간이다. 서울 도심 속에서 만나는 브라질의 축제. 만약 새로운 고기 문화를 경험하고 싶다면, 시청역 인근 이 슈하스코 맛집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한 번 찾으면, 다시 가고 싶어질 것이다.

📌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시청 인근에 있는 식당은 항상 붐비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예약 없이 가면 자리가 없을 수 있다.
주차: 더익스체인지서울에 주차하고 옆 건물 3층으로 이동하면 주차 2시간을 제공한다.
– 예약: 네이버 예약과 전화 예약이 가능하다.

오선영 기자

컴투스온 기자 활동을 통해 브라질의 음식을 직접 소개할 수 있어 뜻깊은 경험이었다. 익숙한 슈하스코 향과 맛이 오랜만에 그리움을 달래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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