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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에 진심인
‘인천 공룡월드’ 방문기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뿔이 세 개~
여기까지 듣고 다음 가사가 떠오른다면, 당신은 진정한 공룡 덕후일 것이다.
(물론, 아이로 인해 타의로 덕후가 되었을 가능성도 크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주말마다 ‘이번 주엔 어디 가지?’라는 고민이 빠지지 않는다. 놀이터는 식상하고, 키즈카페도 몇 번 가면 더 이상 신선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무더운 날씨에 비라도 오는 날이면 외출 자체가 큰 숙제처럼 느껴진다. 그런 고민을 하던 중, 공룡에 푹 빠진 우리 아이들을 위한 맞춤형 공간을 발견했다. 이름부터 확실한 ‘공룡월드’. 체인형 키즈카페인 이곳은 수도권 여러 곳에 퍼져 있으며, 생각보다 진지하고 고퀄리티의 ‘공룡 몰입형’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

이전에는 용인 지점을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공간이 협소해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천 지점은 달랐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크아앙!’ 소리와 함께 등장한 티라노사우루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를 맞이했다. 아이들도, 어른도 입장 전부터 몰입할 수밖에 없는 셋팅이었다.

화석 모형만 봐왔던 아이들은 실물처럼 움직이는 공룡을 보고 놀란 기색이었지만, 직원분이 다정하게 “괜찮아, 어서 와~” 하며 매표소로 안내해줘 아이도 금세 적응했다.

입장하자마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대형 에어바운스 공간이었다. 매표소 옆에 위치한 이곳은 신발을 벗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이며, 아이들은 들어가자마자 흥분의 질주를 시작했다. 모든 에어바운스는 공룡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미끄럼틀형, 공룡 조형물이 포함된 구조 등 다양하며, 아이들은 공룡과 함께 놀며 자연스럽게 ‘공룡 물리치기’ 놀이를 펼친다. 매트가 넉넉히 깔려 있어 안전 면에서도 안심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이곳이 말 그대로 천국이다. 한 번 들어가면 15분은 기본이고, “한 번만 더!”를 외치며 수차례 재입장하는 아이들도 많다. 공룡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길 바라는 부모의 기대는 무너지지만, 아이가 행복하면 된 거다.

놀이공간 전경

아이들이 뛰노는 동안 부모는 지쳐간다. 이를 미리 예견한 듯, 에어바운스 옆에는 안마의자와 함께한 ‘회복존’이 마련되어 있다. 아이를 번갈아 돌보며 “이번엔 당신 차례예요~” 하며 서로 자리를 바꾸는 부모들. 그들의 눈빛에는 어느새 진한 동지애가 흐른다.

인천 공룡월드에서 가장 인상 깊은 콘텐츠는 단연 ‘공룡쇼’였다. 주말마다 매 정각마다 공룡쇼, 마술쇼, 풍선쇼가 돌아가며 열리는데, 특히 공룡쇼는 아이와 어른 모두를 사로잡는 몰입형 공연이다.

시작 15분 전부터 안내방송이 나오고, 사람들은 우르르 공연장으로 이동한다. 레이저 조명과 함께 울려 퍼지는 90년대 테크노 음악은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지만, 공연이 시작되면 귀여운 공룡 음악과 함께 분위기는 확 바뀐다.

로봇으로 제작된 공룡과 탈을 쓴 연기자들이 번갈아 등장하며, 생동감 넘치는 쇼를 펼친다. 바이올린을 켜는 티라노, 객석으로 내려와 아이들과 손을 맞잡는 공룡, 모형을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연출까지, 아이들은 실제 공룡을 만난 듯한 경험을 한다.

공연 시간은 약 20~30분. 집중력이 짧은 아이들도 끝까지 자리를 지킬 만큼 흥미진진하다. 이 쇼 하나만으로도 입장료 값은 충분히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룡월드 내부에는 ‘디노 식당’이라는 이름의 간이 식사 공간이 있다. 이름만 보면 특별한 공룡 테마 메뉴를 기대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돈가스, 볶음밥, 떡볶이 등 간단한 메뉴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 카페 메뉴도 다양하진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외부 식당을 이용할 수는 있으나, 재입장이 필요하고 주말에는 인근도 붐비는 편이라 시간 관리가 어렵다. 하루 종일 이용 가능한 입장권이기에 식사도 내부에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점에서 식음료 선택폭이 좁은 것은 아쉽다.

공룡 콘텐츠에 비해 식당 공간은 다소 ‘부가적인 영역’으로 느껴졌다. 공연 사이 휴식 시간을 활용해 식사까지 해결하려면, 이 부분은 미리 감안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인천 공룡월드는 단순한 키즈카페라고 하기엔 스케일이 크고, 테마파크라고 부르기엔 약간 어설픈 부분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공룡’ 하나에 진심으로 집중하고,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 콘텐츠를 준비했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다. 모든 공룡 모형에 설명이 붙어 있어,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와 함께라면 배울 거리도 많다. 몰입도 높은 콘텐츠와 유쾌한 쇼, 그리고 뛰놀기 좋은 공간 덕분에 다음에도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으로 기억된다.

띠용

물 좋은 곳을 찾아다니는 공룡. 희번득한 눈으로 괜찮은 정보를 찾아 공유합니다. 요즘에는 육아에 진심이에요. 컴투스온 기자단을 통해 새로운 즐거움을 찾아볼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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