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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팀은 어디로 워크샵을 다녀왔을까? #2편

2023년 11월 30일, 글로벌라이제이션 2팀은 리움 미술관과 북촌 ‘어둠속의 대화’ 전시관으로 2023년도 하반기 워크샵을 다녀왔다. 28명으로 구성된 우리 팀은 코로나 재택 시기에 입사한 팀원이 많았다. 상황적으로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었던 탓에 이번 워크샵에선 설문 결과에 따라 평소 친해질 계기가 없던 팀원과 함께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고대하던 워크샵 당일, 우선 오전 일정으로 리움 전시관에서 ‘강서경: 버들 북 꾀꼬리’ 전시를 관람했다.

그리고 오후 일정인 ‘어둠 속의 대화’를 위해 북촌으로 향했다. 어떤 성격의 액티비티인지 파악하고 가면 감동이 반감될 수 있다고 하여 사전 정보 없이 도착했다.

‘어둠 속의 대화’ 로고
어둠 속의 대화에 대해 설명하는 실장님

직원의 안내를 받아 휴대전화를 포함해 빛이 나올 수 있는 모든 전자기기를 락커에 보관하고, 8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작고 어두운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에 도착해 어둠 속에서 장애물을 확인할 수 있는 지팡이를 하나씩 지급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기실은 암전이 됐다. 나 자신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둠이었다. 이윽고 어둠 속에서 우리를 안내해 줄 ‘로드마스터’가 등장했고, 어떤 사람인지 볼 수는 없었지만, 다정하며 신뢰가 가는 목소리로 기대가 한층 고조됐다. 한 줄기의 빛도 존재하지 않는 대기실을 지나 어떤 입구를 통과하자 로드마스터는 액티비티가 시작됨을 알렸다.

© Unsplash

평소 경험해 보지 못한 암흑에 놓여 긴장을 한껏 할 수밖에 없었다. 취침 전 내 방 불을 다 끄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어둠이었다. 눈앞에 손을 갖다 대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뭘 할 수 있을까?’하는 의심은 보기 좋게 날아갔다. 촉각이 어떤 사물 인지 알려주고, 청각이 주변의 소리를 감지해 거리를 계산해 주고, 후각과 미각이 어떤 식당에서 무엇을 먹는지, 시각이 사전에 주는 ‘편견’ 없이 주 감각에만 의존해 주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참신한 경험이었다. 무엇을 먹을 때는 후각과 미각이 주 감각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뇌리를 스쳤고, 평소에 우리가 생각하는 시각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정도라는 걸 알게 됐다. 평소에 마시던 음료수도 눈을 가리니 향으로만은 맞힐 수 없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각에 대한 의존도가 이 정도였다니…

우리는 암흑 속에서 로드마스터의 리드와 서로를 이끌어주는 앞뒤 팀원들의 도움으로 어둠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 나갔다. ‘칠흑같이 어둡다’라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공간에서 앞사람의 도움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앞 팀원은 나를 이끌어 주고, 나는 뒤 팀원을 이끌어 주니 우리는 금세 ‘한 팀’이 되었다. 말 그대로 물리적으로 서로를 의지하여 앞으로 나아갔고, 액티비티를 수행하면서 평소 친분이 없었던 팀원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친해졌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로드마스터가 “지금 시간이 얼마나 됐을까요?” 하고 물었고, 나는 스스럼없이 “한 30분 정도 지나지 않았나요?” 하고 답했다. 그러자 로드마스터는 “음, 지금 이미 90분이나 지났고, 곧 헤어질 시간입니다.”라고 했다. ‘어둠 속의 대화’ 프로그램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이었다. 시각이 대체 뭐라고 내가 느끼는 시간에마저 영향을 미치는 것인가! 다시 한번 시각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Unsplash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유(有)의식의 상태에서 자의로 눈을 감고 100분이라는 시간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인생에서 몇 번이나 있을까? 적어도 나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내 인생에 있어 손에 꼽을 만큼 특별한 경험을 선사해 준 워크샵 준비 담당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이 경험 이후 나는 ‘어둠 속의 대화’ 전도사가 된 것처럼 주변에 홍보하며 다니고 있다. 시각에 대한 우리의 의존도가 얼마나 지대한지 몸소 느낀 것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마저 조금은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의 대화’를 경험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 시각에 제한이 있는 분들을 볼 때 이제는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덕분에 그분들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것 같고, 다음에 도움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내 손을 주저 없이 내드리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글로 내 감정을 온전히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이렇게나마 좋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쓰게 됐다.

당시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었던 동료들과는 교류가 많이 없는 상황이었는데, ‘어둠 속의 여정’을 함께하면서 많이 가까워졌다. 연인과 함께여도 좋고 팀원과 함께라면 더 좋은 ‘어둠 속의 대화’ 적극 추천한다. 무서워하는 나를 먼저 알아봐 주고, 손 내밀어 준 동료들을, 지난 우리 팀의 워크샵을 회고하며 따뜻한 마음의 온기로 글을 마친다.

‘어둠 속의 대화’ 실내에서 같은 그룹 인원들과 단체사진

‘어둠 속의 대화’ 입구에서 워크샵 기념 단체사진

전시 관람을 마친 후 ‘어둠 속의 대화’ 프로그램 속 퀴즈를 맞힌 팀원들은 상품을 받아 가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함께 ‘어둠 속의 대화’를 즐긴 팀원들의 후기를 남긴다.


‘옆 팀은 어디로 워크샵을 다녀왔을까? #1편’ 다시보기

최용진 & 이시온 기자

✔️ 2년 연속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팀워크도 제고하면서 팀원들 개인에게도 영감을 줄 수 있는 액티비티가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 팀원의 추천으로 '어둠 속의 대화'라는 체험형 전시를 워크숍으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성공적이었던 워크숍을 주제로 기사를 실을 수 있어서 큰 영광입니다. (컴투스, 최용진)
✔️ 워크숍을 회고하며 개인적으로 팀원들에게 고마웠던 순간들을 한 번 더 회상할 수 있었고, 팀 동료들 모두가 서로를 많이 알아가고 이해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으로 기사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컴투스, 이시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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