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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② 박수는 언제 쳐야 할까?

지난 기사에서 말했듯 재즈는 일단 ‘현장에서’, ‘라이브로’, ‘다양하게’ 들어보는 것을 추천하는 편이다. 하지만 재즈바도, 공연의 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요즘, 입문자라면 자연스레 ‘첫 공연은 어디로, 누구의 무대를 보러 가야 할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물론 개개인의 취향과 선호하는 환경이 다 다르기 때문에 이 문제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필자가 직접 가본 한정된 공간들 중에서 몇 군데를 추천하고 싶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추천 재즈바 리스트

분위기와 맛있는 주류·음식이 중요하고, 비용 부담은 크지 않았으면 한다면 → 강남 플랫나인

강남 플랫나인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매력적인 강남 플랫나인

사장님이 공연 전 관람 매너를 간단히 설명해줘서 좋았고, 분위기도 고급스러운 편이다. 다만 매장이 넓은 데 비해 음향 시설은 다소 아쉬워서 뒷좌석에서는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고, 주말 예약 시 보틀 1병을 무조건 주문해야 하는 점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공연비를 비롯해 메뉴판의 전반적인 가격대도 높은 편이지만, 그만큼 맛은 확실히 보장된다.

부담 없는 비용으로 시작하고 싶고, 다양한 요일과 시간대에 공연이 있는 곳을 원한다면
녹사평 부기우기

녹사평 부기우기

매일 세 타임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녹사평 부기우기

매일 세 타임의 공연이 열리며, 공연비와 음식료 모두 다른 재즈바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그만큼 다채로운 밴드가 무대에 오르고, 내 일정에 맞는 공연을 찾기도 수월하다. 대신 좌석은 다소 불편한 편이고 음향도 최상급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가급적 사전 예약을 하면서 공연이 잘 보이는 자리로 배정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곳의 가장 큰 장점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활발히 운영해 공연자 정보가 자세히 올라온다는 점이다. 밴드 구성원은 물론 지향하는 장르, 셋리스트까지 비교적 상세히 안내되어 있어, 입문자일 때 미리 공연의 성격을 파악하고 가기에 좋았다.

좀 더 진지한 분위기에서 공연에 집중하고 싶다면 → 홍대 클럽 에반스, 후암시장 사운드독

홍대 클럽 에반스

홍대 클럽 에반스

2001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홍대 클럽 에반스

음악 업계에서 일하는 지인이 “일본에 ‘블루노트’가 있다면 한국에는 ‘클럽 에반스’가 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무대에 서는 문턱이 높은 편이라 실력 좋은 뮤지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가끔 열리는 Jam Day(뮤지션들이 각자 악기를 들고 모여 자유롭게 협연하는 날)에도 많은 사람이 참가할 정도로 명성과 역사가 깊다.

후암시장 사운드독

후암시장 사운드독

재래시장 골목에 자리한 이색적인 재즈바, 사운드독

후암시장이라는 독특한 장소에 자리한 사운드독 역시, 한국의 3대 재즈바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만한 곳이다. 재즈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장님이 영화 <라라랜드>를 보고 감동해 수익을 크게 생각하지 않고 연 곳인데, 그만큼 음향 시설이 좋은 편이다. 또한 유튜브에 매 공연의 라이브 영상을 올려주기 때문에, 공연을 직접 가지 못한 날에도 현장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두 곳 모두 조리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공통점도 있다. 클럽 에반스는 간단한 핑거푸드와 음료만 판매하며, 사운드독 역시 비슷한 환경으로 콜키지 비용을 내면 외부 음식 반입이 허용된다. 아무래도 주방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소리와 냄새가 뮤지션에게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음악에 집중하고 싶은 헤비 리스너들이 많이 찾는 편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여러 지역에 멋진 구/신 재즈바가 있으며(천년동안도, 재즈클럽 야누스 등), 필자가 아직 가보지 못한 더 좋은 장소도 분명 있을 것이다. 만약 ‘막연히 마음이 가는 곳’이 있다면, 그곳이 운명일지도 모르니 일단 한번 문을 두드려 보자.

재즈바 매너

재즈바에도 지켜야 할 매너가 있다

물론 이런 공간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재즈바에서 지켜야 할 필수 예절

1. 공연비를 잊지 말기

요즘은 재즈바 쪽에서 섭외비를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지만, 대부분의 재즈바에서는 관객이 내는 ‘공연비’만 뮤지션에게 돌아간다. 이 때문에 공연비를 15,000~20,000원으로 고정해 결제를 요청하거나, 10,000원 이상 자유롭게 지불하도록 하는 곳(예: 부기우기)도 있다.

평일 저녁에 재즈바를 가면 관객이 10명이 채 안 될 때도 있다. 이 10명이 모두 1만 원씩 낸다 치고 5인조 뮤지션들이 똑같이 나눈다면… 무덥거나 추운 날에도 악기를 짊어지고 다니고, 사비로 레슨까지 받으며 연습했을 뮤지션들이 최저 시급조차 받지 못하고 연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눈물 나는 현실이다.

물론 적은 관객을 감수하고도 무대에 오르는 것은, 그 자체가 뮤지션에게 좋은 실전 경험이 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평일 영화표 한 장이 1만 4천 원인 시대에, 눈앞에서 혼신을 다해 펼쳐지는 라이브를 보고도 공연비가 아깝다며 몰래 자리를 뜨지는 말자. (필자는 실제로 이런 경우를 두 번이나 목격했다. 공연비 봉투에 영수증이나 쓰레기만 넣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2. 박수를 잊지 말기

사전 지식 없이 재즈를 감상하다 보면 ‘다들 왜 이렇게 시도 때도 없이 박수를 치지?’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는 재즈 연주의 기본적인 구조 및 형식과 관련이 깊다.

재즈 악보 예시

간단하게 이루어진 재즈 악보 예시 (출처 : MuseScore.com)

지난 기사에서 언급했듯 재즈는 자유로운 즉흥 연주가 특징이다. 그렇기에 재즈 악보는 위 예시처럼 매우 간단하게 이루어져 있고, 실제 연주에서는 대부분 많은 변주가 가해진다.

물론 연주 순서에는 (대체로) 지켜지는 룰이 있다.

  1. Intro 연주 (생략 가능)
  2. 멤버 전원이 ‘원곡’ 멜로디(중심 테마) 연주
    ※ ‘원곡’이라 부르지만 작곡가가 만든 그대로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변형이 가해진다
  3. 한 사람씩 돌아가며 2번을 즉흥적으로 변주 (다른 악기들은 잔잔하게 배경음만 깔거나 가끔 추임새를 넣는다)
  4. 다 같이 다시 원곡 연주
  5. 마무리

이때 (3)번, 각 악기의 ‘솔로’라고 부르는 즉흥 연주 구간이 끝나는 타이밍마다 박수를 치는 것이 관례다. 재즈 밴드는 주로 3~5인 정도로 구성되기 때문에 (드럼이나 베이스는 가끔 솔로 없이 가기도 한다), 곡이 시작되기 전이나 끝난 후뿐 아니라 중간중간에도 박수를 쳐야 한다.

글로만 설명하면 이해가 어려울 수 있으니 예시 영상을 함께 살펴보자.

(참고로 이 영상은 구간별로 어떤 파트인지 친절하게 표시되어 있다)

만약 이 팀의 연주를 직접 본다면, 박수는 아래와 같이 총 6번 치게 된다.

  • (영상에는 안 나왔지만) [연주 시작 전] 곡/멤버 소개 → 환영의 박수
  • 0:00~0:23 전주
  • 0:24~1:22 원곡 멜로디 다 같이
  • 1:23~3:22 색소폰 솔로 (3분 19초 눈빛 교환) → 끝나고 기타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박수
  • 3:23~4:19 기타 솔로 (4분 16초부터 눈빛 교환) → 끝나고 피아노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박수
  • 4:20~5:19 피아노 솔로 (5분 6초쯤부터 눈빛 교환) → 끝나고 드럼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에 박수
  • 5:20~7:09 드럼 솔로 (7분쯤부터 눈빛 교환) → 끝나고 원곡 멜로디를 다시 연주하는 타이밍에 박수, 보통 드럼 솔로 때는 연주가 격해지는 타이밍에 박수와 환호성을 함께 보내는 편
    ※ 참고로 이 영상 속 드럼 솔로는 “Trade”라는 형태로, 드럼이 짧은 소절을 다른 악기와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연주하는 기법이다.
  • 7:10~8:23 원곡 멜로디 다시 & 마무리 → 끝나고 잘 들었다는 의미로 박수

사실 공연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각 악기의 솔로 구간이 끝나고 치는 ‘중간 박수’의 타이밍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원곡 멜로디를 원래부터 아는 경우가 아니라면 더더욱 어려운데, 솔로 중에는 멜로디에 많은 변형이 가해지고 때로는 길이를 2~3배씩 늘려 연주하기도 하기 때문에, 필자 같은 비전문가가 음악만 듣고 짐작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추천하는 방법은 뮤지션들이 서로 몸짓과 눈짓을 주고받는 순간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다. (위에 표시한 구간 참고) 그들 역시 사람이라 누가 언제 이어받아야 하는지 헷갈릴 수 있어, 보통 자신의 파트가 끝나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 관객도 이 신호를 함께 살펴보면 타이밍을 잡기 쉬워진다.

많은 뮤지션이 이 ‘박수 치는 타이밍’과 ‘박수의 크기’에 귀 기울이며 ‘오늘 관객은 재즈를 어느 정도 아는구나’라고 가늠한다고 한다. 이 박수가 크고 정확할수록 뮤지션도 아무래도 더 의식하며 연주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필자도 무대 위 뮤지션에게 “박수 치는 타이밍을 보니 재즈를 많이 들으시는 분이 온 것 같아 긴장된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뮤지션들도 사람인 만큼, 호응이 좋은 관객을 만나면 더욱 열과 성을 다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수를 열심히 칠수록 뮤지션만 신나는 게 아니라, 관객 역시 더 좋은 공연을 즐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재즈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덕분에, 공연 중 흥이 난다면 아무 때나 소리를 지르거나 박수를 쳐도 이상하게 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공연을 촬영하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그 순간의 분위기에 몸을 맡긴 채 손뼉을 치고 환호성도 질러보자.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같은 뮤지션과 같은 곡도 매 공연마다 달라지는 것이 재즈의 묘미다. 그래서 지금 눈앞에 펼쳐지는 공연은 두 번 다시 반복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눈앞의 공연에 더욱 몰입해 더 많은 감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연을 고르는 법

지난 기사에서 설명했듯 재즈의 세부 장르는 무척 다채롭다. 솔직히 필자도 음악만 듣고는 무슨 장르인지 가늠이 안 될 때가 많을 정도다. 게다가 같은 뮤지션이라도 시기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하고, 한 공연에서도 여러 스타일을 섞어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공연 전 정보를 보고 대충 아래와 같이 짐작한다. (정확한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대충’)

  • 스탠다드 재즈, 비밥/포스트밥, 스트레잇-어헤드 재즈, 스윙 재즈, 모던 재즈 → 누가 들어도 “아, 재즈!” 싶은 걸 하는구나
  • 라틴, 아프로 쿠반, 살사 → 남미스럽고 뜨거운 걸 하는구나
  • 보사노바 → 살랑거리는 걸 하는구나
  • 펑크 → 베이스가 강하고 그루브를 좀 타겠구나
  • 소울, 블루스 → 구슬프겠구나
  • 퓨전, 컨템포러리 재즈 → 현대적이겠구나
  • 집시 → 현악기가 메인이고 에스메랄다가 생각나겠구나
  • 뉴올리언스, 빅 밴드 → 관악기가 떼로 나오겠구나
  • 스피리츄얼 →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으려나

대체로 입문자에게는 문미향 퀸텟/쿼텟, 말로 밴드처럼 보컬이 있는 팀을 추천하는 편이다 (원래 클래식이나 뉴에이지처럼 가사 없는 음악을 즐겨 들었다면 예외). 가끔 유명한 타 장르곡을 재즈로 편곡하는 밴드(예: 게임과 애니메이션 OST를 편곡하는 Ganime)도 있는데, 취향에 맞는다면 이쪽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아무래도 내가 아는 곡을 라이브로 듣는 경험은 더 신나고 공연에 몰입하기 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문미향 퀄텟 가니메 말로

첫눈 기념으로 일찍 캐럴을 불러준 문미향 퀄텟(좌) / ‘진심’을 코스프레로 보여준 가니메(중) / 구성진 K-재즈를 들려준 재즈 싱어 말로(우)

또한 재즈 밴드는 보통 트리오(3인), 쿼텟(4인), 퀸텟(5인)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어떤 악기로 구성되었느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라진다. 전통적인 구성을 원한다면 피아노+드럼+베이스+색소폰(혹은 트럼펫) 조합을 추천한다.

정 감이 안 온다면 관심 있는 연주자의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찾아보자.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자신의 공연 영상을 충실하게 아카이빙해두는 편이다. (혹은 재즈바에서 업로드해주기도 한다.) 최근 몇 곡만 들어봐도 대강의 느낌을 알 수 있을 테니, 나와 ‘필’이 통하는 뮤지션을 발굴해 보자. 그것 역시 ‘재즈 덕질’의 재미 요소니까.

앞서도 간략히 언급했지만, 최근 재즈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늘고 있는 반면 뮤지션 대다수는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한 재즈 전문 기자가 공론화한 뮤지션 페이 미지급 사건(관련 영상)만 봐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으며, 개인의 열정과 애정으로 겨우겨우 굴러가는 판이기도 하다.

그러니 부디 좋아하는 마음을 직관, 호응, ‘좋아요’ 등으로 뮤지션에게 꾸준히 전해주자. 당신이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뮤지션이 커리어를 이어가는 데 힘이 될지도 모른다. 오늘 밤, 가까운 재즈바에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

재즈팬 밈

(출처 : 레인보우 식스 시즈 갤러리)

“응 너 하나 안 들으면 이 판 망해~ by. 재즈팬”

잡다덕 기자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대체로 힘이 되지만 때로는 벅찬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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