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01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

이나모리 가즈오의 회계경영 표지

이나모리 가즈오 지음

인상 깊었던 문구

“인간은 숫자를 따르는 본능이 있다.”

“어떠한 사업을 하더라도 이익은 매입에서 나온다.”

대리 2년 차까지 잘 다니던 파이낸스 부서에서 본사 경영기획으로 발령받으면서 관리회계를 처음 접하게 되었습니다. 관리회계의 필요성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해 방황하던 저를 붙잡아 준 책입니다.

이나모리 가즈오. 중장년층이 아닌 분들께는 생소한 이름일 겁니다. 그는 일본 경영계에서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던 인물입니다. 19세기부터 이어져 온 일본 재벌 그룹의 경영자들과 달리, 전후 창업 세대를 대표하는 리더였습니다. 기존 족벌 기업들의 틈바구니에서 교세라와 KDDI를 세워 시장의 강력한 경쟁 기업으로 키워 냈습니다. 또한 일본 정부의 요청으로 전문경영인으로 참여해 파산 위기에 놓인 일본항공(JAL)을 되살려 낸 전설적인 경영자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회계라는 언어가 경영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새롭게 고찰합니다. 그는 ‘부서별·일 단위 결산’, ‘시간당 채산표’라는 경이로운 관리회계 방법론의 창시자입니다. 그런 만큼 이 책은 경영 판단이 필요한 여러 상황에서 관리회계가 의사결정에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지 역설합니다.

오늘날과 달리 전산 시스템이나 AI의 도움을 받기 어려웠던 시절, 그는 부서별로 매일 손익을 결산하고 그 결과를 구성원 모두와 공유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문제를 바로잡고, 타 부서와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회사를 성장시켰습니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의 경영 노하우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관리회계를 처음 접하는 분, 관리회계에 회의를 느끼는 분 모두에게 권합니다. 다소 오래된 아이디어일 수도 있지만, 관리회계의 본질은 무엇인지, 숫자가 어떻게 회사와 사람을 바꾸는지 보여 주는 좋은 사례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BOOK 02

『유럽의 교육』

유럽의 교육 표지

로맹 가리 지음

인상 깊었던 문구

“증오는 잊히지 않아. 사랑과 마찬가지야.”

한동안 소설을 읽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유독 픽션을 읽을 때만 난독증처럼 글이 잘 읽히지 않았던 이유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2024년 2월 겨울, 이 소설 덕분에 다시 소설을 즐기게 되었습니다.

제목 때문에 교육에 관한 책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이 소설은 어린 소년과 소녀의 눈으로 본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 레지스탕스의 이야기를 중심축으로 삼습니다. 여기에 여러 나라의 저항자들, 전쟁고아, 자식을 독일 국방군에 보낸 부모들의 에피소드를 옴니버스식으로 느슨하게 이어 놓습니다.

저는 소설이라는 장르의 핵심이 묘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의 묘사는 읽는 모든 장면을 눈앞에 그대로 떠올리게 할 만큼 생생합니다. 단문으로 이어지는 대화와 설명만으로 놀라운 시각적 지평을 여는 소설입니다.

작가의 데뷔작이라 습작 같은 느낌이 드는 에피소드도 몇몇 보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아마추어리즘이 소설의 매력을 배가합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넘쳐나는 이야기에 지쳐 웬만한 서사로는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께 권합니다. 독서 동호회에 추천한다면, 이탈로 칼비노나 마르케스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서 애호가분들이 꽤 즐겁게 읽으실 것 같습니다.

BOOK 03

『피, 땀, 리셋』

피, 땀, 리셋 표지

제이슨 슈라이어 지음

인상 깊었던 문구

2000년대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EA에서 가장 중요한 게임 프로듀서였던 잭 뭄바크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스튜디오가 파산한 뒤 건축 회사에서 일하게 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충격적일 정도로 쓰라리고 자존심 상하죠. 이건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저는 AAA게임 개발자가 되려고 무던히도 노력했어요. 14살 때부터 품었던 꿈이었죠. 이제 게임 일을 안 한다고 말할 때면 자존심이 짓밟히고 실패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게임사에 입사하면서 몇 달간 게임에 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었습니다. 그중 최근 회사 상황과 비슷한 에피소드가 많은 책을 골랐습니다. ‘제우스’ 런칭을 전후해 수많은 부서가 철야를 이어 가고 있는 만큼, 꽤 시의적절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은 메타크리틱 96점에 빛나는 명작 《바이오쇼크》의 개발 비사를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을 이어 갑니다. 《바이오쇼크 인피니트》의 개발 과정과 보스턴 레드삭스의 영웅 커트 실링이 ‘타도 WoW!’를 기치로 설립한 38 스튜디오의 흥망성쇠를 읽다 보면 한국 게임업계에서도 결코 낯설지 않은 장면들을 만나게 됩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사람 사는 곳에서 벌어지는 희비극은 대체로 비슷한 서사를 따르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고, 여러모로 긴 여운을 남기는 책입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약 10년간 나온 전설적인 명작들의 개발 비사가 궁금한 분들께 추천합니다. ‘제우스’ 개발과 서비스를 위해 밤낮으로 애쓰고 계신 여러 구성원분들, 게임 소싱 과정에서 다양한 초기 개발 스튜디오를 만나시는 분들께도 권합니다.

BOOK 04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왜 나의 다정함이 당신을 상처 입힐까 표지

지카우치 유타 지음

인상 깊었던 문구

“그 때문에 마음을 아는 것,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별자리를 발견하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타인이라는 별을 중심으로 그려지는 별자리 전체를 보는 것.”

“비애와 상처라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우리 앞에 출현할 때는 오로지 이야기만이 위로해줄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오랫동안 천착해 온 ‘인간에 대한 이해’는 제게 늘 풀리지 않는 숙제였습니다. 몇 년 전 어떤 일을 계기로 이 오래된 숙제를 다시 풀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이 책을 만났습니다.

‘한 인간이 타인을 있는 그대로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이 물음에 답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지만, 이 책을 통해 꽤 신선한 견해를 얻었습니다.

초반부에는 여느 일본 자기계발서·교양서처럼 진화심리학에서 출발하는 듯한 주장이 이어집니다. 다윈의 진화론으로 세상만사를 설명하는 환원주의는 너무 익숙한 내용이라 책을 덮을 뻔했지만, 초반부를 넘기면 저자만의 독창적인 사유가 강한 호소력으로 다가옵니다.

철학서라고 해서 벽을 느낄 필요도 없습니다.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쓴 책인 데다, 저자가 읽는 이의 입장을 정말 꼼꼼하게 배려하며 사유를 이끌어 가기 때문에 ‘과연 완독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 두셔도 좋겠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최근 관계의 단절을 경험하신 분, 이별을 겪으며 그리움보다 ‘내가 잘해 줬는데 대체 왜?’라는 물음표가 더 아프신 분, ‘한 사람이 타인을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새로운 견해가 궁금하신 분께 권합니다.

대중 철학서이지만 철학사에 대한 약간의 배경지식이 있으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 토론에서 이 책을 다루신다면 김정운 저자의 《말하지 않고 말하기》와 함께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두 책은 서로를 보완하며 같은 질문을 향해 나아갑니다.

BOOK 05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표지

김기태 지음

인상 깊었던 문구

“미래는 여전히 닫힌 봉투 안에 있었고 몇몇 퇴근길에는 사는 게 형벌 같았다. 미미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워 담았고 그게 도움이 안 될 때는 불확실하지만 원대한 행복을 상상했다. 보일러를 아껴 트는 겨울, 설거지를 하고 식탁을 닦는 서로의 등을 보면 봄날의 교무실이 떠올랐다. 어떤 예언은 엉뚱한 형태로 전해지고 아주 긴 시간이 지나서야 실현되는 것일지도 몰랐다.”

이 책 역시 슬럼프 시기에 읽었습니다. 문학이 고된 삶에 충분한 응원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해 준, 실로 오랜만에 만난 반가운 친구 같은 소설집이었습니다.

작가의 데뷔작인 이 소설집은 비극, 서스펜스 스릴러, 미스터리, 눈물 나는 휴머니즘을 오가는 단편들로 엮여 있어 그 변주가 이채롭습니다. 독자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알 수 없는 삶을 향해 저마다의 속도로 나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미래가 의심스럽고 암담한 현실 앞에서 연약해지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웃음, 그리고 용기를 건네는 이야기들입니다. 무엇보다 제게 생의 용기를 다시 갖게 해 준 책이기에 여러분께 권하고 싶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을 지나고 계신 분들께는 사무치게 다가올 이야기가 몇 편 있을 것 같습니다.

위로와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께는 〈롤링 선더 러브〉와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뒤통수가 얼얼한 반전을 좋아하시는 분들께는 소설집 초반에 실린 단편들을 권합니다. 제목을 알려 드리는 것 자체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직접 만나 보시길 바랍니다.

컴투스온

컴투북스 코너에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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