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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게임기, 정체가 뭐야? 한 손에 쏘옥! ‘Playdate’

Playdate는 노란색 몸체에 단색 LCD 스크린과 십자키, A, B 버튼 그리고 조그마한 아날로그 크랭크로 이루어져 있다. 이 크랭크를 돌려가며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만든 것이 바로 Playdate의 최대 특징 중 하나이다.

출처:나무위키

미국의 소프트웨어 제작 회사인 ‘패닉(Panic Inc.)’에서 발매한 휴대용 게임기인 Playdate는 독특한 매력을 지녔다.

Playdate의 내부 구성
180MHz의 CPU, 16MB의 RAM, 4GB의 플래시 메모리 탑재로 다소 낮은 성능
2.7인치의 흑백 디스플레이 (백라이트 X)
무선 LAN Wi-Fi 2.4GHz, 블루투스 4.2, USB Type-C 단자 지원
십자키와 A/B 버튼, 독창적인 아날로그 크랭크, 전원 버튼

이런 게임기가 무려 2022년에 발매 됐다. 대체 이런 정신 나간 기기를 누가 사느냐고 묻겠지만, 벌써 2024년 4월 기준 7만대나 팔린 게임기이다. 심지어 초창기에는 물량이 없어서 예약 구매 형식으로 판매를 했다. 이 기기에서 돌아가는 게임도 15만장 이상 팔렸다. 인디 게임 판매 사이트인 ‘itch.io’에서는 이 게임기 전용으로 수많은 타이틀들이 절찬리 판매 중이다. 소위 말하는 메이저 3대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 ‘엑스박스’, ‘스위치’와 비교해서 판매량은 조촐하지만 인디 게임 시장에서 가장 힙한 기기이다. 왜 이 게임기가 그토록 힙한지, 기자가 구입한 Playdate와 함께 알아보자.


현재 한국에서는 정식 발표가 안 됐기 때문에, 산 넘고 물 건너 온 택배 박스를 열어보자. 그러면 게임기의 실루엣을 그린 얇고 노~오란 게임기 박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다.

박스를 열면, ‘Have fun!’ 이라는 인사말과 함께, 귀엽고 깜찍한 Playdate 본체가 반긴다. 

일단 이 게임기는 정말 귀엽다. 샛노란 색에 작고 아기자기한 버튼들이 귀여움을 더해준다. 손바닥 정도의 크기로 들고 다니기 쉬우며, 무게도 아주 가볍다. 공식 케이스는 연두색으로, 샛노란 기기에 포인트를 준다.

이 기기의 자랑인 크랭크는 평소에는 옆에 수납되어 있다가 필요할 때 쏙 빼내어 사용할 수 있다. 뺄 때 약간의 저항감이 느껴져 오히려 빼내는 재미가 있다. 크랭크는 부드럽게 휙휙 돌아가며, 손잡이는 납작한 모양이지만 크랭크와 따로 돌도록 설계되어 있어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센스도 갖추고 있다.

스피커는 모노 스피커 하나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요즘 잘 사용되지 않는 3.5mm 이어폰 잭이 아래에 있어 대중교통에서도 이 귀여운 기기를 눈치 보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그 옆에는 국제 표준 USB-C 타입 충전 포트가 있어, 작고 귀여운 녀석이 표준도 잘 지키고 있다.

버튼은 총 4가지이다. 게임보이에서 볼 수 있던 방향을 담당하는 십자 키. 그리고 조작을 담당하는 A, B 버튼. 어느 화면에서든 설정을 불러오는 설정키가 있고, 기기 상단에 전원 버튼이 있다. 이 버튼들도 노란색 바탕에 흰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 게임보이란?
닌텐도가 1989년 4월 21일, 일본에 처음 출시한 휴대용 콘솔 게임기. 약자는 ‘GB’이며, 당시 출고가는 9,800엔.

게임기를 켜면 오프닝 애니메이션이 재생되며,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전체 게임기의 튜토리얼처럼 구성되어 있어 각 단계에서 버튼을 누르면서 기기의 불량 여부를 테스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게임기들이 전원을 켜면 로그인과 간단한 안내 정도만 제공하는 것과는 달리, 이 게임기는 보다 다채로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게임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설치할 수 있다. 첫 번째는 1) 시즌 게임이라고 불리는 무료 게임들로, 매주 하나씩 자동으로 배달되며 총 24주 동안 24개의 게임이 다운로드된다. 두 번째 방법은 2) 마켓에서 구입하여 다운로드하는 방식이다. ‘Catalog’라는 이름의 마켓이 있으며, Playdate 공식 사이트에서도 게임을 구매할 수 있다. 공식 사이트에서 구매한 게임은 Wi-Fi를 통해 기기로 다운로드된다. Catalog는 Playdate를 만든 Panic!에서 보증한 다양한 게임들을 모아놓은 마켓이다.

마지막 방법은 3) Sideload 방식으로, itch.io 등에서 구매한 게임 파일을 게임기에 직접 넣는 것이다. 이 방법을 통해 Catalog에서 볼 수 없는 더 많은 인디 게임들을 플레이하거나, 자신이 직접 만든 게임을 추가할 수 있다. Playdate 홈페이지를 통해 웹에서 Sideload를 하거나, 기기를 컴퓨터와 USB로 연결하여 Sideload할 수 있다.

게임들은 상당히 저렴하여 대부분 $5 이내로 구입할 수 있다. itch.io와 같은 인디 게임 전문 플랫폼에서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게임을 구입할 수도 있다. 취향에 맞는 게임을 찾아 한 번 플레이 해보자.

공식 홈페이지에도 상당히 많은 Catalog 게임들이 제공되고 있다.

인디게임 전문 플랫폼인 itch.io에서 Catalog보다 더 많은 게임들이 기다리고 있다.

💡번뜩이는 Play & Date!

Playdate는 현대의 게임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낮은 사양을 가지고 있다. 게임 하나의 용량도 100MB를 넘는 경우가 많이 없다. 애초에 4GB 정도되는 매우 적은 메모리 용량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내장된 프로세서의 처리 속도가 빠르지도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들은 이러한 환경에서 도전 의식을 불태우며 창의적인 게임을 만들어낸다.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도 40KB 밖에 되지 않듯이 말이다. 만약 Playdate를 구입했다면, 꼭 한 번 해볼 만한 게임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itch.io에서 인기 상위권에 있는 게임 Root Bear는 맥주 디스펜서에서 요청한 양만큼 맥주를 따르는 게임이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맥주의 양을 표시된 선까지 맞추면 되지만, Playdate의 크랭크를 사용하면서 게임의 재미가 크게 달라진다. 디스펜서에서 맥주를 따르듯이 크랭크를 위아래로 움직여 맥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세게 따를 경우 거품이 생기고, 얕게 따를 경우 거품이 생기지 않는다. 플레이어는 이를 적절히 조절하여 표시선에 딱 맞게 많은 양을 따르고, 시간 내에 높은 점수를 얻어야 한다. 크랭크를 섬세하게 움직이면서 익살스러운 곰의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무료로 제공되는 시즌 게임 중 하나로, 항아리 게임으로 유명한 ‘Bennett Foddy’가 제작한 ‘ZIPPER’라는 게임이다. 점점 죽어가고 있는 일본 사무라이가 주인공으로, 빠르게 돌진하여 그 경로의 양옆에 있는 적을 베어나가면 된다. 최소한의 턴 내에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이는 것이 중요하다. 의외로 항아리 게임 제작자 답지 않게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요소가 적은데,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퍼즐 게임이기 때문에 화나게 하는 요소를 안 넣은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소개할 게임은 최근에 출시된 ‘ZERO ZERO PERFECT-STOP’이다. 이 게임은 전차 운전 게임으로, 가장 유명한 전차 운전 게임 시리즈인 ‘전차로 GO!’와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제한 시간 내에 속도를 지키면서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전차를 운전해야 한다. 또한, 기기 내의 크랭크를 이용해 열차의 브레이크와 쓰로틀을 조절할 수 있어 손맛이 꽤 좋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게임은 ‘P-RACING’이다. 이 게임은 제한된 하드웨어 내에서 제작자들이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슈퍼 패미컴에서 매우 유명한 레이싱 게임인 ‘마리오 카트’나 F-Zero 스타일의 유사 3D 그래픽이 돋보이며, 매우 부드러운 움직임과 속도감을 보여줘 개발자들이 이 기기의 성능을 얼마나 많이 이끌어 내고 있는 지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외에도 수백 가지 이상의 게임이 Catalog와 itch.io에 있으니, 꼭 찾아서 즐겨보길 바란다.

인디 게임을 좋아하고 독특한 게임을 찾고 있다면, Playdate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다. AAA급 대자본 게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인디 게임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신선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인디 게임들은 그 자체로 신선한 재미를 보장하지만, 종종 AAA급 게임들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Playdate는 이러한 인디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이 게임기를 개발하고 유통한 Panic!는 ‘제목 없는 거위 게임’이나 ‘Firewatch’와 같은 독특하고 인디스러운 감성을 지닌 게임을 유통했던 회사다. 또한 여러 개발툴을 제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체 SDK와 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여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만약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는데 아주 가볍게 만들어보고 싶다면, Playdate는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부족하지만 가벼운 성능으로 극한의 최적화를 경험하며 게임 개발의 참맛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Playdate는 국내 정식발표가 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은 이렇게 가벼운 게임기로 게임일상 속 새로운 데이트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승원 기자

세상은 넓고 게임의 방식은 참 다양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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