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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함께 꾸는 꿈,
영월 상동고 야구부

얼마 전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일명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창단 25년 만에 극적인 우승을 차지해 화제가 됐다.

여느 해와 다름 없는 우승이었다면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주목받지 못했겠지만, 폐교를 막기 위해 만든 야구부로 고시엔을 제패한 스토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교토국제고는 전교생이 138명에 불과하며, 그 중 절반에 가까운 61명이 야구부 소속이다. 산속에 위치한 학교와 좁은 운동장 등 어려운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해 훈련한 일화를 비롯해 실력보다 근면과 성실성을 우선시하는 야구부 선발 기준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한국에서도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에서 야구부를 창단한 곳이 있다. 바로 영월 상동고 야구부다.

이번 기사에서는 하동 금남고에 이어 컴투스가 KBO 사무국과 협의해 선정한 두 번째 후원 학교! 강원도 영월에서 만난 상동고 야구부를 소개해 드린다.

폐교 위기에서 새 활력을 찾다

대한민국에 고등학교 야구부는 몇 개나 될까? 일본에는 약 4,800개의 고등학교가 있으며, 그 중 약 4,000개 학교에 야구부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는 2023년 기준으로 클럽을 포함해 총 106개의 야구부가 존재한다. 올 시즌 고교야구 주말리그에서는 지난해 93개 팀에서 100개 팀으로 늘어나 치열한 승부를 펼쳤고, 영월 상동고, 하동 금남고, 고양 세원고 등 새로 설립된 여러 야구부도 좋은 경기를 선보여 박수를 받았다.

그중에서도 영월 상동고는 전교생이 3명밖에 남지 않아 폐교 위기에 처해 있었다. 이에 학교 동문회는 지역 사회와 힘을 모아 한화 이글스 선수이자 국가대표 출신인 백재호 감독과 함께 전국에서 선수들을 모집해 2023년 8월 9일 야구부를 창단했다. 현재 전교생 25명 모두가 야구부 소속이다. 한승용 교장 또한 사격 선수 출신으로, 학교 운영과 야구부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다.

한승용 교장: “창단식 날, 최명서 군수님을 비롯해 김응용 감독님과 양승호 단장님께서 축하해 주셨어요. 지자체와 교육청, 읍사무소, 그리고 동네 주민들까지 얼마나 아이들을 좋아하는지 모릅니다. 학생들이 오가며 인사하는 모습을 주민들이 매일 기다릴 정도예요. 학교가 없어질 위기에서 학생들이 생겨났으니, 활기가 넘치죠.”

창단 7개월 만에 주말 리그에서 첫 승을 거뒀고, 9개월 만인 지난 5월에는 고교야구 4대 메이저 대회인 황금사자기에서 승리를 기록했다. 주말 리그를 포함해 올해 총 4승을 기록했다. 고무적인 일이었다.

한승용 교장: “다른 학교 야구부와 견줘도 손색없는 야구부가 되리라고 믿어요. 영월은 서울, 광주, 인천, 충청 지역 등 각지에서 온 학생들이 운동하기에 매우 좋은 환경입니다. 야구에만 집중하기 좋거든요. 군에서도 많은 지원을 해주고 있고요. 고등학교에 이어서 중학교에도 야구부를 창단하는 게 목표 중 하나입니다.”

지역 사회와 호흡하는 야구부

상동고 야구부에는 특별한 이력이 있다. 학생들이 지역 사회 행사에 자주 참여해 실력을 뽐낸다고 한다. 지난해 ‘김삿갓 축제’에서는 노래 분야에 출전해 2등, 단종 문화제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함께 댄스에 출전해 2등을 기록했다. 여름에는 선수들과 학부모가 삼계탕을 준비해 경로 대학에서 직접 대접하기도 하고, 어버이날 기념 행사에서도 봉사활동을 하는 등 지역 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야구부로 인기가 높다.

한승용 교장: “여기는 피자도 없고 치킨도 없는 곳이에요. 그런데 의외로 학생들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아요. 감독님과 코치진이 형처럼 대해주고 전교생이 야구부다 보니까 늘 함께 으쌰 으쌰 하잖아요. 게다가 마주치는 사람마다 칭찬과 격려를 해주니까 학생들도 행복과 만족감을 느끼죠. 주민들에게는 그냥 운동부가 아니거든요. 손자처럼 생각하는 거죠. 성적도 점점 좋아지고 있고요. 이 정도면 전국 학교의 모범 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야구는 단순하다. 투수는 공을 던지고, 타자는 이를 쳐서 더 많은 득점을 올린 팀이 승리한다. 그러나 야구는 매우 복잡하다. 어떤 공을 던질지, 어떤 공을 노릴지, 어떻게 수비를 할지, 경기를 플레이하는 선수들의 컨디션, 감독과 코치진의 전략, 그리고 날씨 등 사소한 요소들까지 승부에 영향을 미친다. 영월 지역 사회에서 상동고 야구부의 컨디션은 더할 나위가 없어 보였다.

점점 높은 곳으로 목표를 향해 전진

현재 상동고 야구부는 학교에서 40분 넘는 거리에 있는 ‘별마로 야구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그래도 점점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지자체에서도 노력 중이다.

한승용 교장: “최소 80분이라는 시간을 매일 아끼면 정말 큰 시간이 되잖아요. 지금 아이들이 지낼 기숙사도 새로 리모델링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운동장도 야구부 훈련에 맞게 공사를 하려고 해요. 감사하게도 좋은 환경과 지원, 그리고 관심이 모여서 학교가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창단 전부터 선수들을 모으고 야구부를 지도해 온 백재호 감독도 말을 이었다.

백재호 감독: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렇게 많은 지원과 관심을 주실 줄 몰랐어요. 이제 걸음마를 뗀 느낌이지만 큰 보람을 느끼죠. 다른 곳에서도 상동고 사례를 부러워해요. 신생이지만 점점 강팀으로 될 거라고 믿어요. 아이들도 정말 열심히 하고요.”

상동고는 전국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도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특성화 학교의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한승용 교장: “일차적으로는 전국 대회에서 16강 이상 올라가는 게 목표예요. 더불어 상동고를 야구 공립 학교이자 특성화 학교로 지정받기 위해서도 꾸준히 전진하고 있어요. 국내에서나 세계적으로나 아직 이런 경우가 없었습니다. 우리가 먼저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나가자는 거죠. 그리고 최종 목표이자 꿈은 전국구 야구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경기장을 짓는 겁니다.”

야구, 아직도 식지 않는 열정

상동고 야구부는 학교 수업을 마친 오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그라운드에서 훈련을 이어 나갔다. 코치진과 선수들 모두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즐거워했고, 웃음소리가 잦게 들렸다.

백재호 감독: “저도 아직 야구에 열정이 있어요. 살면서 야구를 통해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배웠죠. 지금도 배우고 있고요. 저한테는 야구가 곧 인생이고 희로애락입니다. 힘들어도 그 과정을 이겨내면 또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나 자신을 계속 이겨 나가는 스포츠가 야구죠.”

선수들도 야구의 매력에 대해 말을 더했다.

고규민 주장: “야구는 꼴찌 팀도 1등 팀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스포츠라고 생각해요. 야구는 저에게 집과 같아요.”

선한빛: 팀과 팀이 싸워 역전을 거듭하는 재미가 있어요. 야구는 곧 행복입니다.”

곽준서: 팀 스포츠면서 동시에 개인의 역량도 중요한 것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유일하게 희생의 의미를 담고 있잖아요. 저에게 야구는 반환점이에요.”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톰 글래빈은 “야구에 대한 내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이 야구에 대한 열정이 지금도 강원도 영월에서 싹을 틔우고 자라나고 있다.

백재호 감독: “야구장도 없었고, 차도 없었으며, 학생들도 물론 없었어요. 게이트볼장에서라도 연습하라고 양보해 주셨던 어르신들이 떠오릅니다. 아무것도 없던 곳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최명서 군수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지지와 후원, 그리고 열정이 있었죠. 이 열정으로 시작해 지금까지 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 나갈 수 있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KBO리그 관중 천만 시대, 야구의 선순환을 기원하며!

한승용 교장과 백재호 감독은 인터뷰를 마치며 야구가 하나의 중심이 되어서 지역사회와 동문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며, 이러한 선순환 기부 문화가 발전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한승용 교장: “이번 후원을 결정해 주신 컴투스와 KBO 사무국에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오스틴과 페라자 선수도 올 시즌 좋은 결과를 거두길 바랍니다. 앞으로 이러한 기부 문화가 더 발전해서 다른 학교와 팀들에게도 큰 희망과 용기가 되어주었으면 합니다.”

백재호 감독: “신생팀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팀이 생겨나고 있지만 언제라도 다시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지자체와 학교, 지역 사회, 그리고 사회적 기업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꾸준히 이루어져야 한국 야구도 더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 학생들과 함께 플레이오프나 한국 시리즈를 직관하러 가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그 모습이 아이들의 꿈이니까요.”

컴투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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