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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알못도 즐기는
KBO 노래방🎤

2020년, COVID 19의 등장으로 세상이 멈췄다. 밀접 접촉이 잦고, 대단위 관중을 동원하는 프로 스포츠 리그도 코로나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다. 유명 리그들은 막대한 손실을 감안하고 하나, 둘 조기 폐막 혹은 개막 연기를 택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 예상 밖의 깜짝 코로나 특수를 누린 곳이 있으니 …바로 한국프로야구, 이하 KBO다. 리그가 모두 중단된 미국에서 KBO리그를 중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내 야구팬들의 다양한 반응을 기억한다.

험한 말이 절로 나오는 우리 팀의 수비를 보고 ‘이게 야구냐’ 비웃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사람. 그래도 우리나라 리그가 해외로 수출된다는 것에 대한 뿌듯함과 새로운 유입에 대한 기대를 품은 사람. ‘우리 팀이 야구는 못해도 응원은 정말 재밌다!’, ‘우리나라 카메라 워크 개쩐다!’ 라고 실력 외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사람 등등…

KBO 리그를 처음 접한 미국 야구팬 또한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는데, 그중 가장 이슈가 된 것은 <응원문화>였다. 야구를 앉아서 보는 것에 익숙한 미국 야구팬들에게 쉴 새 없이 응원가가 이어지고, 다양한 율동을 곁들이는 한국의 팬문화는 몹시 흥미로웠다는 것이다. 팬심을 빼고 봐도 KBO리그는 재밌다. 정말로!

최근 잠실 야구장에서 발견된 할리우드 배우 엘리자베스 올슨 (어벤저스의 완다 역으로 유명하다)

야구는 룰이 많아 복잡하단 이미지가 있다. 맞다. 평생 야구만 한 프로 선수들조차 룰을 헷갈리곤 한다. 하지만! 룰을 완벽히 알아야만 야구를 즐길 수 있는 건 아니다.

“투수가 던지면, 타자가 치고 달린다.”는 아주 간단한 룰만 안다면!
내가 응원하는 팀 유니폼이 무슨 색인지 구별할 수 있는 색채감별능력만 있다면!
응원가를 따라 할 수준의 한국어 스피킹 능력만 된다면!!

나머지는 야구장 열기가 해결해준다. 잠실의 삼겹살 정식, 고척의 크림새우, 수원의 보영 만두, 대구의 땅땅 치킨 등. 흥을 돋우어 줄 야구장의 다양한 다양한 주전부리는 덤!

중독성 넘치는 응원가와 율동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화요일이 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는 야구팬이 돼있을지도 모른다. 마침 곧 다가올 올스타전과 아시안 게임은 따라 부르고 싶었으나 눈치 보여 따라 할 수 없었던 타팀 선수들의 응원가도 신나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야구팬들을 대통합 시켰던 삼성 이학주 응원가 (19 올스타)
 

팀별 따라 하기 쉬운 응원가를 하나씩 소개한다. (순서 가나다순)

두산 베어스 – 김재호
한화 이글스 – 노시환
KT 위즈 – 박경수
NC 다이노스 – 도태훈
KIA 타이거즈 – 소크라테스: 뛰어난 중독성과 재밌는 안무로 경기장을 달군 소크라테스의 응원가!
키움 히어로즈 – 이정후
롯데 자이언츠 – 전준우
삼성 라이온즈 피렐라
상대팀 선수도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만드는 마성의 중독성, 예비 수능금지곡!
SSG 랜더스 – 한유섬
LG 트윈스 – 홍창기

아쉽게도 선수의 이적으로 이젠 부를 수 없게 된 기자의 최애곡도 하나 소개한다.


(번외) 우승팀을 맞출 시 1억을 준다면, 어떤 팀을 고를 것인가?

우연히 이런 기사를 보았다.

출처: 중앙일보

요약하면, 응원 구단이 이길 때마다 우대 금리를 올려주는 금융 상품을 내놓자, 팬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 대신 우승하겠다고 생각되는 강팀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탈(脫) 야구는 해도 팀 세탁은 불가능하다는 야구팬들의 입버릇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역시 돈 앞엔 장사 없는 걸까. 한 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야구팬들에게 팬심을 쏙 뺀 냉정한 우승 예측을 듣고 싶다면, 이렇게 물으면 되는 것 아닐까?

“우승팀을 맞출 시 1억을 드립니다.
그렇다면 어떤 팀을 고르시겠어요?”

회사 내 약 80명의 야구팬에게 물어보았다. 결과는…

예상대로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은(…) 팬이 몹시 많았다. SSG 랜더스가 절반에 가까운 득표율을 보이며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임을 증명했다.

재밌는 건 키움과 한화 팬의 순정이다. 실제 성적이 우승과는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응원팀을 저버리지 않는 모습이 무척 멋졌다. 하나 더 흥미로운 점은 타팀 팬들조차 한화의 우승을 바랐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MLB 팬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 야구는 안 보지만 한화랑 롯데가 우승하는 건 한번 보고 싶네요.”

한화와 롯데의 건승을 빈다.

올해는 진짜 다르다고 믿는 익명의 야구팬

올해는 다릅니다.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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