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

방치형 RPG를 만난 비행 슈팅 게임,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이하 전투기 키우기)’가 지난 4월 23일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애플 앱스토어 양대 마켓에 출시됐다. 솔직히 처음 이 게임의 수식어를 보고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난이도가 높기로 유명하고, 실시간으로 바삐 움직여야만 하는 비행 슈팅 게임과 조작의 재미를 거의 배제한 채 성장의 재미를 극대화한 방치형 RPG는 서로 추구하는 바가 상반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한 의구심과 설렘을 갖고 플레이해 본 ‘전투기 키우기’는 대척점에 있는 두 가지 매력을 머지 시스템을 이용해 하나로 합친 작품이었다. 비행 슈팅 게임의 구조, ‘스트라이커즈 1945’ IP의 매력은 살리면서 방치형 RPG의 장점까지 멋들어지게 흡수한 셈이다.

‘전투기 키우기: 스트라이커즈 1945’

컴투스 자회사 노바코어가 개발한 ‘전투기 키우기’는 슈팅과 방치형 RPG가 결합된 모바일 게임으로, 오락실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 게임사 사이쿄의 ‘스트라이커즈 1945’ IP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소싯적에 문방구나 오락실에서 100원짜리 동전을 넣고 즐겼던 그 게임이 원류이며,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2편과 3편은 물론 전 시리즈의 모든 기체가 등장한다.

도입부에 나오는 스토리와 세계관은 ‘스트라이커즈 1945’ 1편과 2편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제2차 세계 대전 시절부터 암약해 온 수수께끼의 국제 조직 ‘C.A.N.Y’가 근 미래에까지 살아 남아 사람들을 말살하려 하자, 연합군 사령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1945년으로 시간 여행을 해 해당 조직을 없애러 간다는 내용이다. 원작 IP의 설정을 제법 잘 활용한 것으로, 팬들에게는 과거를 추억할 수 있는 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비행 슈팅 게임의 형태를 그대로 간직한 게임 진행 화면

게임 진행은 기본적으로 모바일 슈팅 게임의 형태를 띠고 있다. 기체는 자동으로 적을 공격하며, 이를 드래그해 적의 탄환을 피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식이다. 총 10단계의 기본 전투기가 출격하며, 동일한 단계의 전투기 2체를 합체하면 다음 단계의 전투기를 획득할 수 있는 식이다. 자동 플레이를 이용하면 일정 시간 동안 전투기의 출격과 합치기를 손쉽게 진행할 수 있다.

10단계의 전투기 두 마리를 합치면, 비로소 우리가 알고 있는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의 전투기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당연하게도 해당 전투기들은 기존의 1단계부터 10단계 전투기들보다 훨씬 강력하며, 고유의 능력치도 지니고 있고 강화도 할 수 있다. 각 전투기는 불, 물, 나무, 중립 속성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희귀, 영웅, 전설 등급 전투기는 같은 속성의 전투기 공격력과 체력 등을 올려주는 보유 효과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전투기를 수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단계의 전투기들을 합치다 보면 원작에 나오던 기체를 만나볼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전투 자체는 자동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행슈팅 게임임에도 플레이어가 회피나 격추 등을 신경 쓸 필요는 딱히 없다. 오히려 지속적으로 전투기를 합성하고, 자원이 모일 때마다 전투기를 강화한 다음, 적당한 위치에 배치시키는 걸 고민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히는 구간에선 흔히 말하는 ‘손컨’을 사용하면 다만 몇 스테이지라도 더 클리어할 수 있으니 꼭 필요할 땐 주력 전투기를 열심히 컨트롤 하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다.

전투가 어느 정도 자동으로 진행되는 만큼 게임의 핵심은 자연스럽게 전투기를 성장시키는 것에 치중돼 있다. 실제로 게임 내에는 10개에 달하는 종류의 재화가 등장하며, 대부분이 전투기를 성장시키는 데 사용된다. 사실상 보석을 제외하면, 모든 재화가 성장 혹은, 전투기 구매, 추가 재화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전투기의 레벨, 세부 능력치, 무기 등을 쉴 새 없이 강화해 줘야 한다. 좀 더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이것도 강화해야 되나 싶은 것까지 모두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강화하고 강화하고 또 강화하라!

재화를 얻는 방법도 상당히 다양한데, 각 지역의 스테이지를 돌며 속성별 강화석과 골드 등을 획득하는 것부터 지역 보스, 전설 보스, 돌파 전투, 빙고 전투 등을 진행하며 위에서 언급한 각종 재화를 획득, 쉬지 않고 전투기를 조합하고 성장시켜 나만의 편대를 구축해야 한다. 강화에 들어간 자원은 언제든지 돌려받을 수 있으니, 지금 당장 강력한 전투기를 뽑지 못했다고 자원을 아낄 필요가 없다는 점도 어떻게 보면 장점이라 할 수 있다. 돌려서 생각하면, 언제든 내가 원하는 조합을 만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이 게임은 전반적인 비주얼이 매우 화려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전투기 디자인이다. 스트라이커즈 1945 시리즈에 나오는 핵심 기체인 P-38 라이트닝, P-51 머스탱, 스핏파이어, XF5U 플라인 팬케이크, Ki-84 하야테, F-22 랩터 등이 발전된 그래픽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현대적으로 개선된 새운 형태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는데, 이 부분이 게임에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은 물론 상당한 수집욕을 자극한다.

더불어 게임 자체의 액션성과 직관성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방치형 RPG의 DNA가 더 짙은 게임임은 맞지만, 어디까지나 비행 슈팅 게임을 기반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탄막을 위시한 화려한 전투와 적들이 터질 때의 타격감이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더불어 어떤 적들이 어떻게 공격하고 현재 편대의 약점은 무엇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덕분에 편대 구성 시 강화해야 할 기체와 약점 등을 보다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여타 방치형 게임들이, 전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채 알 새도 없이 강력한 기술 몇 방에 애지중지 키운 캐릭터들이 누워 있던 걸 생각하면, 이는 분명 이 게임이 가진 큰 장점이다.

다양한 콘텐츠로 강화 재료를 손에 넣을 수 있다

더불어 편의성도 훌륭하다. 처음 봤을 때는 계속해서 출격하는 1단계 전투기와 수많은 강화 재화, 계속해서 뜨는 각종 알림들 때문에 정신이 없을 수 있지만, 하나하나 천천히 화면에 뜨는 가이드를 따라가다 보면 해당 재화의 사용법과 강화 요소들, 전투기의 성능 등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강화 시 여러 번 버튼을 누를 필요가 없다던가, 전투력을 올릴 수 있는 요소를 하나하나 짚어주는 부분이 있는 점도 게임을 편리하게 풀어갈 수 있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과금 요소에 대한 부담도 크지 않다. 좋은 전투기를 얻는 것은 어디까지나 확률의 영역이 맞지만, 게임을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10단계 전투기를 다수 모을 수 있으며, 초반에는 레벨업 보상 등을 통해 수시로 상위 전투기를 획득할 수 있다. 오히려 전투기는 차고 넘치는데, 이를 업그레이드할 재화가 더 늦게 쌓인다고 느껴질 정도다. 물론 이 역시도 방치형 게임답게 게임을 켜놓기만 해도 자연스럽게 얻을 수 있다.

원작에서 등장했던 인기 기체들

‘전투기 키우기’는 슈팅 게임과 방치형 게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놓고 보면, 분명 방치형 RPG로서의 정체성이 좀 더 강한 게임이다. 비행 슈팅 게임 특유의 긴박함은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이를 다채로운 강화 요소로 보충했으며,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편의성을 높이고 ‘스트라이커즈 1945’ 특유의 매력 또한 성공적으로 녹아냈다.

현대적으로 리파인된 기체들

이재오 기자

실로 오랜만에 진지하게 게임 리뷰를 해봤습니다. 옛날 생각(그래봐야 1년 전이지만)에 젖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