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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 게이머의 로망 2편
지스타2022 기대작 시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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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권 교환부터 입장 대기를 거쳐 전시홀 입장까지 엄청난 줄 서기의 연속이었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리라. 기자가 가장 관심 있게 보고 있었던 국산 콘솔 게임인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과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을 시연해 보기 위해 줄 서기에 돌입했다.

크래프톤 무대에서 진행되는 다른 출품작들의 쇼케이스를 보며 약 2시간 반을 기다린 끝에 칼리스토 프로토콜 시연 부스에 드디어 입장! 칼리스토 프로토콜은 SF 호러 장르의 명작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의 개발자가 디렉터로 참여해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이라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칼리스토 프로토콜’

시연 전에 게임 전반에 대한 설명과 튜토리얼이 담긴 10분 분량의 영상을 먼저 보여줬는데,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인 만큼 수위 높은 고어 장면들이 펼쳐졌다. 고어 한 장면에 취약한 관람객은 중간에 손을 들고 밖으로 나가기까지 할 정도였다. 시연 장소는 게임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어두운 독방에 홀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3인칭 액션 서바이벌 호러라는 장르에 어울리는 굉장히 재밌고 무서운 방식이었다.

시연 버전임에도 불구하고 난도가 높았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서 계속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탄창 6발로 겨우 헤드샷을 노려 괴물의 머리를 날려도 그대로 다가와 나를 공격했기 때문에 조작에 익숙지 않은 초반 상태에서는 죽기 일쑤였다. 다리를 쏴 파괴하면 상체로 기어서 오는 등의 부위파괴가 구현되어 있어 헤드샷만 쏘면 능사가 아니었다. 사격 후 근접전을 부각시킨 끈적끈적한 전투가 특징. 회피 기능도 있었으나 갑자기 공격당하면 당황한 나머지 한 번도 못 피하고 죽는 게 억울하기도 했다. 막히는 구간에서 계속 시도해 봤으나 내 캐릭터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을 계속 보는 게 점점 힘들어져 조용히 부스를 나와 쓸쓸히 경품을 챙겼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공식 트레일러

2시간 반의 기다림에 비해 시연 시간이 짧아 아쉽긴 했지만 공포감은 충분히 느껴졌다. 사실적인 그래픽으로 표현되는 고어 한 장면에 나도 모르게 메슥거려 행사장에서 나눠준 음료를 마시며 속을 진정시켰다. 공포 게임을 정말 못하는 겁보인 기자가 이 정도 했으면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P의 거짓’

다음 시연을 위해 네오위즈 부스로 향했다. 무대 없이 높은 퀄리티의 조형물들과 포토존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시연기기의 대수도 많아 대기시간도 그렇게 길지 않았다. 포토존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빌런들인 검은토끼단과 사진도 찍을 수 있어 게임 세계관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키울 수 있었다. 부스 인테리어에 정말 신경을 많이 썼다는 게 느껴질 정도. 대기하면서 QR코드를 통해 P의 거짓에 관한 정보를 알 수 있는 퀴즈를 풀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P의 거짓은 동화 피노키오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3인칭 액션 게임이다.

‘소울라이크’라고 불리는 난도 높은 액션 게임이며 소울류답게 어둡고 무거운 스팀펑크 세계관이 시선을 끈다. 프롬 소프트웨어에서 출시한 ‘블러드본’이란 게임과 굉장히 흡사해 표절이 아니냐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독일 게임 쇼인 ‘게임스컴’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과연 국산 소울라이크의 매운맛은 어떨지… 블러드본과는 얼마나 다를지… 세키로, 인왕2, 엘든링으로 단련된 기자는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시연을 시작했다.

거짓말쟁이가 들어갈 곳은 관뿐이라고 말하는 검은토끼단 형제들

시연은 대만족이었다

정신없이 전투를 하고 있으니 시연이 끝났다는 팻말이 올라와 패드를 내려놔야만 했다. 벌써 시연이 끝났다고? 시계를 확인해 보니 시연 시간 20분이 순식간에 삭제되었던 것. 하아… 조금만 더 하면 첫 보스를 만날 수 있었는데… 너무 아쉬웠다. (N 회차 시연을 통해 두 번째 보스까지 진행한 사람도 있다고 한다. 대단해…)

마을의 분위기가 블러드본 느낌이 나긴 했지만 전투의 느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소울류 특유의 안 보이는 곳에서 나타나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패턴도 중간중간 나왔지만 튕겨내기와 팔에 장착된 끈으로 상대를 끌어오는 액션 등으로 타개할 수 있어 지금까지 즐겨본 소울류 게임들과 비교해 봤을 때 익숙하면서도 다른 전투였다.

보통 프롬에서 제작되는 소울류는 전통적으로(?) 극 초반에 보스를 배치해 시작하자마자 학살당하는 경험을 하게끔 하는데, ‘P의 거짓’은 단계적으로 적들이 서서히 강해져 난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가는 흐름이라 중간에 사망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었다. 덕분에 계속해서 재도전할 수 있었고, 이런 난도 조절은 소울라이크 장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인상적인 그래픽과 최적화

잘생긴 주인공과 목각인형을 닮은 빌런 디자인이 콘셉트와 잘 부합했다. 높은 프레임에서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그래픽이 인상적이었다. 첫 국산 소울류인데도 불구하고 그래픽 최적화나 탄탄한 게임 플레이는 과연 해외에서도 호평받을 만한 부분이었다. 출시하게 된다면 곧바로 구매해 플레이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중소업체 및 인디게임 부스

오감으로 즐기는 VR

굵직한 게임들의 시연을 마치고 가벼운 마음으로 중소업체 및 인디게임 부스를 찾았다. VR 게임들이 많이 출품되었는데 서서 온몸으로 상황을 느낄 수 있는 게임도 있어서 신기했고, 스팀덱 게임을 준비하는 업체도 있어 시연해 보려고 갔다가 꼬마 손님들로 가득해 웃으며 발길을 돌렸다.

인디게임 개발자들을 위한 부스도 마련되어 있다

몇몇 부스는 사람이 없어 호객을 당해 강제 시연을 당하기도 했는데 간식을 많이 챙겨줘서 기분이 좋았다.

삼촌도 스팀덱 해보고 싶은데…
DJ형의 신나는 비트로 가득찼던 파프리카 인더스트리의 ‘페이탈 밤’

학생들의 출품작들도 눈길을 끌었다

대학교 게임학과에서부터 초등학생이 만든 게임까지 다양했는데 특히 학생들이 만든 게임을 어린 학생들이 시연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아마도 비슷한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만든 게임을 플레이해 보면서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지 않을까 싶었다.

대학교 게임학과 부스도 시연하려는 관람객들로 가득했다
초등학생 개발자 겜돌이의 출품작

다양한 연령층이 만들고 즐길 수 있는 게임 쇼로 거듭나길 바라며 양 어깨에 굿즈 봉투를 짊어지고 출구로 향했다.

달라진 지스타

국내 최대 규모 게임 쇼지만 한동안 지스타는 ‘볼 것 없는 지역축제’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한때는 해외 유명 게임이 참여해 주지 않으면 스트리머를 구경 오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졌을 정도. 심지어 게임 부스보다 보드게임 행사장이 더 활성화됐던 시기까지 있어 실망도 커져갔지만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느꼈다.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2, 올해 오프라인 정상개최 확정 - Byline Network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넥슨 넷마블 카카오게임즈에서도 굵직한 게임들을 출품했고, 중국 게임사들의 미소녀 게임 부스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3년 전에는 한 시간 남짓한 짧은 관람 시간에 실망했었지만, 올해는 이틀 동안 두 번이나 방문을 했음에도 시간과 동선을 계산해야 할 정도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이번엔 굿즈백 가득
기대감을 품고 돌아왔다

게임을 하는 사람들은 다들 자신만의 최고의 게임을 가슴에 하나쯤 품고 산다.

어쩌면 어릴 때 푹 빠져 즐겼던 그런 재밌는 게임을 다시 한번 찾고 싶어 실망할 걸 알면서도 매년 이곳에 찾아오는 것은 아닐지. 하지만 이제부터는 굿즈 백에 실망이 아닌 희망을 안고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고승모 기자

다시 찾은 지스타에서 잊고 있었던 게임을 향한 열정을 다시한번 느끼고 왔습니다! 내년에도 올해처럼 즐거운 부산여행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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