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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메타버스를 만나다.
『스노 크래시』

우리는 급변하는 트렌드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시대에만 흥하고 지나갔던 트렌드가 있는가 하면 시나브로 실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아 사회, 문화 다양한 방면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트렌드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현재 가장 주목받는 트렌드는 무엇일까?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현실을 초월한 그 무언가,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

Meta(초월)와 Universe(세상)의 합성어로, 세상 너머의 세상, 현실 세계를 초월한 그 ‘무언가’를 말한다. 2020년대 말부터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메타버스’란 용어는 언제부턴가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현실을 초월한 ‘무언가’인 ‘메타버스’란 단어를 들으면 어딘가 멋져 보이고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 그런데 ‘메타버스’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실체가 무엇인지,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메타버스’를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가?

분명 기술, 사회, 문화 속에서 현실과 가상을 잇는 새로운 접점 채널로 메타버스란 단어가 깊숙이 우리 생활 속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아직 누군가에게는 때로는 허상일 뿐이고 단지 마법 같은 단어일 수도 있다. 메타버스, 그 단어는 과연 어디서부터 왔을까?

허상이자 꿈이었던 30년 전의 ‘메타버스’

그가 보는 사람들은 물론 실제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건 광섬유를 통해 내려온 정보에 따라 컴퓨터가 그려낸 움직이는 그림에 불과하다. 사람처럼 보이는 건 ‘아바타’라고 하는 소프트웨어들이다. 아바타는 메타버스에 들어온 사람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하고자 사용하는 소리를 내는 가짜 몸뚱이다.

마치 ‘스타트랙’의 커크 선장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처럼 메타버스 아무 곳에나 불쑥 나타날 수는 없다. 그런 식으로 나타나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짜증을 낼 것이며 메타버스를 현실과 비슷하게 꾸며 놓은 게 모두 헛수고가 되어 버린다.

1992년 닐 스티븐슨이 출판한 SF 공상 과학 소설 『스노 크래시』 1권의 5장 도입 부분에 등장하는 ‘아바타’에 대한 설명이다. 현실과 비슷하게 꾸며 놓은 가상 세계인 메타버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을 대신하여 활동하는 가짜 몸뚱이로 아바타 개념을 설명한 문구이다. 놀랍게도 현실의 그것과 동일하다.

*참고로, 1992년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난 알아요’로 데뷔한 해이며, 아래 이미지 속 휴대전화와 컴퓨터가 출시된 시기다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동아일보,1992.4.17(좌), 컴퓨터월드- [창간 30주년 기념 특집] 컴퓨터월드로 보는 대한민국 IT 30년(우)

현실이 된 소설 속 ‘메타버스’

『스노 크래시』는 SF 공상 과학 소설로, 모든 것이 작가의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한국인 어머니와 흑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히로’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그는 피자 배달부로 일하며 허름한 임대 창고에서 사는 인물이다.
그가 불행한 현실의 괴로움을 잊고자 접속하는 세계가 바로 ‘메타버스’이며, ‘메타버스’ 속에서 히로의 아바타는 현실과는 달리 최고의 전사다. 그리고 ‘스노 크래시’는 메타버스에 존재하는 일종의 마약으로, 현실의 본체에게 영향을 주는 바이러스와 같은 존재다.
소설의 이야기는 히로가 ‘스노 크래시’의 배후와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기자의 솔직한 소감을 말하자면 배경 개념에 대한 부연 설명이 매우 많고 스토리 이해가 잘되지 않는, 전형적으로 난잡하고 산만한 소설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미래의 모습은 현재 2020년대를 경험하고 있는 우리에게 1992년도 출판한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정확해 놀랍움을 넘어 경이로움까지 느끼게 한다. 아래 문장을 읽으면 30년이 지난 지금 유행하는 어떤 IT 기기가 떠오르지 않는가?

<그는 반짝이는 고글처럼 생긴 큰 안경을 썼는데 머리 앞부분 절반 정도를 가렸다. 고글의 테에 달린 조그만 이어폰은 귀에 꽂혀 있다. 이어폰에는 일종의 소음 제거 장치가 내장되어 있다. (중략)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하게 불을 밝힌 큰길은 마치 광각 렌즈를 통해 보는 것처럼 비틀린 모습이다. 거리는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그려낸 가상 공간이다.>

순간의 바람이 아닌, 새로운 미래의 트렌

『스노 크래시』는 실제 세계적인 CEO와 개발자들에게 창조적 영감을 준 소설로, 온라인 가상현실 플랫폼인 세컨드 라이프를 만든 린든랩의 CEO인 필립 로즈데일은 “소설 『스노 크래시』를 읽고 내가 꿈꾸는 것을 실제로 만들 수 있다는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의 영상 지도 서비스인 ‘구글 어스’ 역시 구글 창립자 세르게이 브린이 『스노 크래시』를 읽고 개발했다고 한다. 소설 속 메타버스가 이미현실 속에 자리 잡고 있음에 또 한 번 놀라울 뿐이다.

세상 너머의 세상이자 현실을 초월한 그 무언가라고 하는 ‘메타버스’.

누군가는 코로나19가 불러온 언택트 시대에 잠깐 불어온 바람이라고도 평가하지만 ‘메타버스’는 “어쩌면 30년 전부터 예견된 필연적인 미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와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은 고글을 끼고 생활하지 않는다’라는 메타버스의 역설적인 면을 꼬집었던 영화 평론 글이 머릿속에 함께 떠오르며, 곧 다가올 미래가 더더욱 기대된다.

30년 전 그렸던 메타버스가 궁금하다면 수많은 CEO와 개발자들에게 영감을 준 『스노 크래시』를 한번 참고삼아 읽어보길 권하며 글을 마친다.

박천 기자

글을 쓰기 위한 아이템 선정부터 기사를 쓰기까지, 모든 과정이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유용한 정보가 되었기를 바라며, 컴투스 사우 여러분 모두 행복한 일들만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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