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파이터의 본능이 있다. 가장 원초적인 승부는 물리적 대결이고, 그 중에서도 개인간의 1:1 대결은 고대부터 자신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이와 같은 욕망이 가장 잘 구현된 장르가 바로 ‘격투 게임’이다. ‘그래서 대체 격투 게임이 뭔데?’ 라는 초보자들을 위해 오늘은 격투 게임(킹오브파이터, 소울칼리버)에서 보이는 기본적인 공방 개념을 정리해 보았다.

3D 무기 격투 게임 ‘소울칼리버’
2D 맨손 격투 게임 ‘킹오브파이터즈’

격투 게임의 승패

격투 게임은 상대와 공방전을 벌이며 상대방의 HP를 0으로 만들거나 시간 안에 상대방의 HP를 나보다 낮게 만드는 게임이다.

승리의 순간은 슬로우 및 화면 멈춤 등의 연출로 강렬하게 표현한다.
승리하면 고유의 대사와 모션이 있다.

격투 게임의 게임 흐름

격투 게임의 흐름은 ‘때리고 막는다’ 이다. 너무 간단한 것 같은가? 그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플레이어는 자신의 공격 유효 사거리에서 견제 등을 하며 공격 타이밍을 잡는다. 타이밍을 먼저 잡는 자가 공격자가 되고 상대방이 방어자가 된다. 공격은 캐릭터마다 독특한 공격 자세를 잡으면서 진행하기에 타격 후 딜레이가 생기며 때문에 무한정 공격할 수 없는 형태로 되어 있다. 방어자의 가드는 액션 없이 발동하기 때문에 상대의 공격을 막은 후 딜레이가 거의 없으며 상대방의 공격 딜레이를 파고들어 공격자로 전환할 수 있다. PVE 액션 게임과 격투 게임의 차별점이 여기서 나온다. PVE 게임이 얼마나 잘 공격하느냐가 관건이라면 격투 게임은 얼마나 잘 방어하느냐가 관건이 된다. 공방의 기회를 빼앗는 타이밍 싸움이기 때문이다.

잘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방어자가 피격 당했을 시에는 방어자에게 조작할 수 없는 경직 상태가 일어나며, 공격자의 실력이 좋다면 상대의 경직이 풀리기 전에 다음 공격을 넣으며 추가 피해를 주는 형태의 콤보 공격도 성립한다. 방어자의 실력이 좋다면 해당 공격을 반격기로 반격하거나 더 빠르고 판정 좋은 공격으로 상대의 공격 모션의 허점을 노려 역공할 수도 있다.

빈틈이 보이면 바로 반격!

공방을 위한 심리전 시스템

기본흐름은 턴 제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격투 게임은 조작에 따른 변수를 주기 위해 가위바위보 시스템을 추가했다. 격투 게임은 끊임없이 가위바위보를 한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서로 견제할 때는 가위바위보를 천천히 하지만, 가까이 붙어서 상대방과 공방전을 벌이고 있을 때는 0.2초 간격으로 가위바위보를 하는 느낌이다.

회피

킹오브파이터즈에서는 A+B 버튼을 눌러 캐릭터를 앞 또는 뒤로 회피 모션을 취할 수 있다. 회피 모션 중에는 상대의 공격을 일정 시간 무시할 수 있고 일정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공격에는 후 딜레이가 있는데 회피는 가드보다 더 선제적으로 상대 딜레이를 캐치하여 역공의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쉽게 말해 상대방의 공격을 가드 한 뒤 내가 공격하면 타이밍 상 상대방은 가드 할 시간이 생기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회피한 뒤 상대 뒤 등으로 돌아가서 상대방이 공격 동작을 회수하기 전에 공격을 시작하면 완벽한 콤보 타이밍이 나오는 형태이다.

뒤구르기는 상대와의 거리를 확보한다.

이렇게 보면 가드 하는 것보다 회피하는 것이 무조건 좋아 보이지만, 회피는 끝나는 시점에 무방비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공격할 것처럼 하다가 공격하지 않고 기다린다면 회피해 오는 상대의 무방비한 타이밍을 노려 콤보를 시작할 수 있다. 공격, 방어, 회피의 심리전이 성립되는 것이다.

앞구르기는 상대의 공격을 과감하게 돌파하는 용도

가드 임팩트

소울칼리버에서는 가드키와 이동키를 조합하여 상대방의 공격을 쳐낼 수 있다. 상대방의 공격이 닿기 직전 액션 게임의 저스트가드 느낌으로 조작하면 된다.

상대방의 자세를 무너뜨리고 반격을 시작!

성공한다면 상대방은 자세가 크게 무너지는 모션을 취하고, 공격 타이밍을 이쪽으로 가져올 수 있다. 가드 임팩트를 당한 상대는 경직 상태이기 때문에 자세를 잡을 때까지 공격이나 방어 자세를 취할 수는 없지만 가드 임팩트는 발동할 수 있어, 가드 임팩트 후 역공하려는 상대방을 다시 가드 임팩트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정교할수록 더 큰 빈틈을 만들 수 있다.

공격자도 가드 임팩트 후 상대방의 가드 임팩트할 것을 예상하고 시간차 공격을 생각해 볼 수 있고, 방어자 또한 상대방이 공격한 타이밍 쉴 것을 예측하고 가드 임팩트 대응이 아닌 일반 공격 및 가드로 대응할 수 있다. 공격, 방어, 가드 임팩트의 심리전이 성립되는 것이다.

심리전이 갖는 의의

격투 게임에는 타이밍을 잡는 동체시력, 한번 타이밍을 잡았을 때 가장 큰 피해를 줄 수 있는 빠른 조작과 정확성의 피지컬 요소가 필요하지만, 심리전은 두뇌 싸움의 영역이기에 격투 게임에 익숙지 않은 유저가 내밀 수 있는 카드이며 상대방의 액션을 예측하고 그것이 맞아떨어졌을 때의 재미는 꽤 중요한 포인트이다.

상대방의 다음 수를 읽고 대응하는 것은 두뇌전의 영역이다.

마치며

한때는 오락실이 대전의 공간이었지만 이젠 세월의 흐름 속에 사라졌다.

격투 게임은 90년도에 엄청난 붐을 일으켰지만, 현재는 매우 매니악한 장르로 변해버렸다. 유저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조작, 복잡해지는 공방 시스템 등이 추가되어 접근성이 떨어졌고, 격투 게임 특성상 조금이라도 실력 차이가 나기 시작하면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구도가 많이 나오기도 하여 초보자들이 박탈감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기 때문이다.

SNK의 ‘킹오브파이터즈’

하지만 서론에서도 밝혔듯 경쟁게임의 근본적인 욕구를 가장 잘 표현한 게임이 격투 게임이다. ‘우리’가 승리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현대의 주류 경쟁게임과는 다른 오로지 ‘내’가 승리한다는 것과 그로 인해 얻어지는 쾌감의 독식은 이 장르가 아직 살아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실력이 맞는 마음 맞는 친구와 게임을 시작하면 100판이든 200판이든 손가락이 아플 때까지 빠져들 수 있는 격투 게임. 이번 주말에는 친한 친구와 격투 게임으로 우정을 돈독히 해보는 것은 어떨까?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딸기맛두부 기자

자신과 상대방의 멘탈을 걸고 승부하여 이긴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게임… 격투 게임이야 말로 진정한 도박 게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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