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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하나로 선별된 마이너 게임계 파인다이닝: ‘Rabbit and Steel’과 숨겨진 미식 게임들

골목 맛집에서 발견한 마이너 게임의 가치

미식의 세계에는 오래된 정설이 있다. 낡고 허름해 보이는 골목길 식당이 오히려 의외의 맛집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화려한 플레이팅이나 최고급 재료 같은 ‘보여주기식’ 기준을 덜어내고, 오직 구수한 손맛 하나로 ‘맛집’ 타이틀을 거머쥔 곳들이다.

게임계에도 이런 작품들이 존재한다. 비주얼은 소박하고 이름값은 낮지만, 한 번 플레이하면 잊히지 않는 ‘손맛’으로 마니아를 사로잡는 게임들이다. 이 글에서는 그런 작품들을 ‘마이너 게임계의 파인다이닝’이라는 키워드로 묶어 살펴본다. 그 중심에는 오늘의 메인 디쉬, ‘Rabbit and Steel’이 있다.

Rabbit and Steel 메인 아트워크: 귀여운 외형과 대조되는 깊은 게임성을 예고하는 Rabbit and Steel의 주인공들.

첫 번째 맛집 | Rabbit and Steel (래빗 앤 스틸)

“귀여운 토끼들과 함께하는 뒤틀린 황천의 고등어 요리”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파이널판타지14, 로스트아크가 자랑하는 혀를 달구는 사이버 유격 기믹. 동방프로젝트, 도돈파치, 벌레공주님이 선사하는 뇌를 녹이는 탄막 지옥. 이 이질적인 재료들을 구수하게 녹여 하나의 요리로 완성한 로그라이크 게임이 바로 ‘Rabbit and Steel’이다.

게임의 핵심은 단순하다. ‘피하고, 때리고, 파훼하라.’ 하지만 단순함이 극한에 치달으면 예술이 된다는 사실을 게이머들은 알고 있다. 1인 개발사 mino_dev가 출시한 이 작품은 스팀에서 ‘압도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받으며 게임계의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정교한 딜 사이클과 협동 기믹, 랜덤 요소까지 갖춘 이 게임은 어려운 난이도를 즐기는 이들을 위한 최고의 향신료다.

미식의 시작: 에피타이저, 마법사 토끼

코스의 시작은 담백해야 한다. 마법사 토끼는 직관적인 스킬 구성을 갖춰 재료 본연의 맛을 깔끔하게 살려낸 캐릭터다. 게임의 기본 흐름을 익히기에 가장 적합한 입문용 메뉴라 할 수 있다.

마법사 토끼 스킬 구성

메인 디쉬: 고대 토끼

하이라이트는 단연 고대 토끼다. 본체와 소환물을 동시에 컨트롤하는 독특한 메커니즘을 가진 이 캐릭터는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쏟아지는 탄막 속에서 정교한 조리를 이어가야 하기에, 가장 매운맛을 자랑하는 메인 요리의 위용을 보여준다.

탄막이 쏟아지는 보스전: 보는 것만으로 숨이 막히는 ‘탄막 지옥’의 현장. 진정한 미식의 시작이다.

가니쉬와 소스: 무희 토끼와 다섯 보석

훌륭한 요리는 곁들임에서 완성된다. 무희 토끼는 파티의 화력을 증폭시키는 아스파라거스 같은 존재다. 여기에 오팔, 사파이어, 루비 등 어떤 보석(향신료)을 장착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독창적인 레시피(빌드)가 완성된다. 같은 재료로도 전혀 다른 맛을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진정한 파인다이닝이라 부를 만하다.

어떤 향신료(보석)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나만의 독창적인 ‘레시피’가 완성된다

예약 가이드: 함께할수록 깊어지는 매운맛

이 식당은 동료가 많을수록 맵기가 강해진다. 혼자서는 볼 수 없던 무자비한 기믹들이 파티 플레이 시 쏟아지기 때문이다. 협동 없이는 맛볼 수 없는 극한의 ‘사이버 유격’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마음 맞는 미식가 동료들을 모집해 입장하기를 권한다.

협동 없이는 맛볼 수 없는 극한의 매운맛, 4인 파티 ‘사이버 유격’의 순간.

추천 코스 | 또 다른 미식 게임 가이드

‘Just Shapes & Beats’

복잡한 공격 없이 오직 ‘회피’와 ‘리듬’에 집중한 게임이다. Rabbit and Steel보다 맵기는 낮지만, 세련된 BGM과 테크니컬한 재미를 보장한다. 가벼운 협동 게임을 찾는 미식가에게 추천한다.

‘Barotrauma (바로트라우마)’

심해 잠수함을 운영하며 생존하는 로그라이크 게임이다. 역할 분배와 긴박한 상황 판단이 필수적인 ‘매운맛’ 게임으로, 공포와 어두운 분위기를 즐기는 파티원에게 최고의 별미가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식(食), 직접 경험하라

지금까지 ‘Rabbit and Steel’을 비롯한 여러 게임 코스 요리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진정한 미식은 보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것이다.

친구들과 합을 맞춰 보스를 공략하고 실패의 쓴맛과 성공의 단맛을 나누어 보라. 파인다이닝의 감동은 한 접시로 끝나지 않는다. 이 깊은 풍미를 한 번 맛본다면, 당신은 어느새 다음 코스를 예약하고 있을 것이다.

장동명 기자

'같이 게임할 친구가 필요해요(많이), 친구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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