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는 게 맞다. 그건 훌륭한 일이다. 정말로 복된 일이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운명에 흩날리며 이링공뎌링공 살아가는 것이 인생 아니던가. “
요즘 한국 문학이 궁금하다면, 민음사의 ‘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를 추천한다. 소위 ‘잘 읽히는’ 작품이 많아 입문용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이 작품은 게임 회사의 독특한 풍경을 재치 있고 신랄하게 그려내 많은 독자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겉으로는 게임 업계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작품이 던지는 핵심 질문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게 과연 복되기만 한 일일까?”다. 게임 회사가 배경으로 선택된 이유는 이 업계가 대표적인 ‘덕업일치’의 현장으로 꼽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키코 게임즈에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모여 있지만, 그들은 꿈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무력감과 피로에 시달린다. 창의성은 프로세스에 갇히고, 이상은 매출에 눌려 구겨진다. 그런 현실에서 창작 본연의 아름다움을 좇는 주인공은 오히려 이방인이 되는 아이러니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궁극적으로 이 작품은 현대 사회가 말하는 ‘성공’과 ‘행복’의 기준을 되묻는다. 좋아하는 일을 찾지 못하면 실패한 것처럼 여겨지는 분위기 속에서 많은 직장인이 겪는 피로와 혼란을 위로하며, 현대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현대 문학이 낯설고 부담스러웠던 분 ✔️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에 마음이 가는 분 ✔️ 간결하고 위트 있는 문체를 선호하는 분
📌 사우들에게 추천 이유 ✔️ 게임 회사가 배경인 소설 중 가장 ‘현실’과 ‘문학’ 사이 거리감을 잘 조절한 작품 ✔️ ‘내가 이상한 걸까, 내가 문제인 걸까?’ 싶은 순간에, ‘아니.’라고 담담하게 답해주는 작품
『제 7회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 (2016) 中 알바생 자르기』 장강명, 문학 동네
“걔도 알바를 열 몇개나 했다며. 나름대로 경륜이 있고 요령이 있는 거지. 그런 바닥에서는 우리가 더 약자야. 자기나 나나, 월급 떼먹히는 주유소 사장님이랑 멱살잡이 해본 적 없잖아?”
더 요즘의 한국 문학이 궁금하다면, 문학동네의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추천한다. 데뷔 10년 이내 작가들의 단편을 모은 이 작품집은 신선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심지어 출간 1년 동안은 책값이 반값이다!)
다만 기자는 최신작도 신인 작가의 작품도 아닌 2016년호를 골랐다. 많은 사람이 공감할 만한 작품을 찾다 보니 장강명 작가의 「알바생 자르기」가 떠올랐다. 「알바생 자르기」 인물인 팀장 은영은 직원들의 불만과 사장의 지시에 따라 무뚝뚝한 아르바이트생 혜미를 해고한다. 그러나 혜미가 던진 예상치 못한 ‘한 방’에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간결한 문장과 청년 문제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영화 「기생충」을 재미있게 본 독자라면 이 작품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기생충」의 박 사장이 “지하철 타는 사람들만의 냄새가 있어”라고 말하는 순간, ‘나 역시 기정이네 가족과 다를 바 없으면서도 무의식적인 선민의식으로 선을 긋고 있었구나’하는 자각에 머리가 띵했는데, 이 작품 역시 비슷한 감각을 준다.
등장인물을 단순히 선악이나 갑을의 관계로 나눌 수 없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다. 은영과 혜미의 입장을 두고 언제나 의견이 분분한데, 그만큼 현실적이라 더 재미있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현실을 예리하게 조명하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짧지만,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보고 싶은 분
📌 사우들에게 추천 이유 ✔️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문체가 부담없이 읽히며 몰입도가 높음 ✔️ 지극히 현실적이고, 공감되는 이야기라 더 여운이 큼
『룬의 아이들 : 데모닉』 전민희, 엘릭시르
“ABSINTHE IS MY SOUL”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마음의 고향 같은 작품이다. 워낙 유명해 이미 아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룬의 아이들』 캐릭터를 닉네임으로 쓰는 사우분들을 몇 번 본 적 있는데, 기자 역시 어릴 적 닉네임이 데모닉의 ‘리체’여서 내적 친밀감을 느끼곤 했다.😆
1부 ‘윈터러’🗡️ : 가문의 검 ‘윈터러’와 함께 살아남기 위한 고난을 겪으며 성장하는 소년 검사 보리스 진네만의 이야기
2부 ‘데모닉’🎭 : 천재 조슈아 폰 아르님이 자신의 특별한 재능과 운명에 맞서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
3부 ‘블러디드’🍎 : 실종된 오빠를 찾던 이스핀 샤를이 막시핀 리프크네와 함께 타고난 힘의 진실에 다가가는 이야기
『룬의 아이들』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각기 다른 주인공이 이야기를 이끄는 3부작이다. 그중에서도 기자는 2부 ‘데모닉’을 특히 좋아한다. 검사나 마법사 주인공이 대세였던 2000년대에, ‘ART 100, STR 0’의 주인공 조슈아는 무척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조슈아가 예술적 능력을 마음껏 펼치는 4권 「일 드 모르비앙의 결혼식」 에피소드는 지금도 종종 찾아볼 정도로 짜릿하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청소년 판타지로는 드물게 정치적 세계관까지 탄탄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점이다. 입체적인 인물상이 섬세한 묘사로 표현되어 깊이 몰입하게 만든다. 스토리를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라, 각자의 삶을 가진 인물들이 서로 얽히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느낌을 준다. ‘윈터러’ 8권의 보리스와 이솔렛, ‘데모닉’ 9권(신판 기준)의 아나로즈와 켈스니티의 마지막 인사 장면은 지금 봐도 울컥하고, 열 번 보면 열한 번 눈물이 나는 최고의 명장면이다.
2부 완결부터 3부 시작까지 무려 11년. 그 사이 초등학생 독자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초판도 모두 소장하고 있지만, 신판 출간을 위해 책장 한 칸을 더 비워 두었다. 새 책이 나오자마자 FLEX💸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빙의·회귀·환생물에 지친 분 ✔️ 입체적 캐릭터와 섬세한 묘사를 좋아하는 분 ✔️ ‘테일즈위버’를 즐겼던 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미나리마 에디션)』 조앤 K. 롤링, 문학수첩
“Dobby is free.”
스토리는 이미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아, 이번에는 굿즈의 관점에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오랫동안 좋아한 만큼 다양한 굿즈와 여러 버전의 책을 모아왔는데, 그중에서도 2013년쯤 나온 뉴 일러스트 버전을 가장 아끼곤 했다.
시리즈 전권을 모으면 책 옆면에 호그와트 전경이 이어지는 디자인이 완성된다.
하지만 몇 년 전, ‘미나리마 스튜디오’가 따뜻한 색감으로 재해석한 팝업북 에디션이 나오면서 애정 순위가 바뀌었다. 아쉽게도 4권부터는 다른 일러스트레이터가 참여해 미나리마 에디션은 3권으로 끝나지만, 팝업 일러스트의 매력에 빠진 나는 시리즈를 계속 모아갈 예정이다.
미나리마는 동화를 팝업북으로 재해석한 시리즈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에는 정식 출시되지 않아 직구가 필요하고, 크고 무겁고 영어로 가득 차 있지만, 예쁜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그 자체로 기분이 좋아진다. 엘파바답게 이번에는 ‘오즈의 마법사’를 함께 소개해 본다.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해리포터의 마법 세계를 입체적으로 느끼고 싶은 분 ✔️ 아기자기한 일러스트를 보며 힐링하고 싶은 분 ✔️ 원서로 영어 공부를 하고 싶은 분
📌 사우들에게 추천 이유 ✔️ 예쁩니다.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 ✔️ 집에 저학년 어린이가 있다면, 책에 대한 흥미를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음 ✔️ 신번역본을 아직 안 읽어본 해리포터 팬이라면 감각적인 팝업 일러스트와 새로운 번역의 매력을 함께 즐길 수 있음
『NewPhilosopher』 바다출판사
힙한 카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익숙할 『킨포크』. 감성적인 레이아웃으로 사랑받으며 ‘정보 전달’을 넘어 ‘감성 공유’라는 새로운 잡지 트렌드를 이끌었다. 2010년대에는 국내에서도 이 흐름을 반영한 ‘감성 잡지’들이 잇따라 등장했다. 한 편의 영화를 다양한 시선으로 풀어낸 『프리즘오브 PRISMOF』, 하나의 브랜드를 깊이 탐구하는 『매거진 B』 등이 그 예다. 요리를 좋아한다면 배달의민족과 협업한 『매거진 F』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중 사우분들께 특히 추천하고 싶은 잡지는 호주의 생활 철학 매거진 『NewPhilosopher』다. 간결한 칼럼과 감각적인 일러스트로 현대인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질문이나 내면의 상처를 이야기하며, 생각 정리와 힐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책이다. 본격 철학서는 다소 부담스럽고, 힐링 에세이는 가볍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제격이다.
비슷한 결로 일상 속 심리학을 다루는 매거진 『Breathe』도 편하게 읽기 좋은 선택이다.
“인간이 자유로운 까닭은 무엇이든 할 수 있어서가 아니다. 각자 삶의 목적을 선택하고,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Vol.13, p.59)
💡 이 책,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TED·세바시 같은 강연을 즐기는 분 ✔️플라톤과 공자는 무섭지만, ‘알쓸신잡’류의 잡학적 재미를 좋아하는 분 ✔️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힐링하고 싶은 분
chap3. 독서 페어링 아이템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는 독서템, 롱 인덱스다. 예전에는 완독 직후 곧바로 감상평을 남겼지만, 요즘은 자투리 시간에 나눠 읽다 보니 바로 기록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방식을 바꿨다. 읽는 동안 마음에 드는 문장을 롱 인덱스로 표시해 두고, 완독 후 그 문장들을 모아 타이핑한다. 그러면 읽던 순간의 감상이 자연스럽게 소환된다. 조금 더디지만, 한 권 한 권을 더 알록달록하게 기억하는 방식이다.
chap4. 컴투북스 릴레이 소설
#1 여느때와 다름없는 오늘 시끄러운 알람소리가 나를 깨운다. 어두운 새벽녁에 눈을 뜬다. 밖은 비가 내렸는지 짙은 안개가 자욱했고 지끈지끈한 두통으로 인해 잠을 설친 나는 지칠대로 지친 몸을 억지로 일으키며 일어선다. 긴 하품과 함께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입고 출근을 한다. 출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이 다 피로해 보였고 그들도 삶의 투쟁을 하고 있었다. 열차 소리와 방송 안내음 외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적막한 열차 안에서 나를 비롯한 그들은 스마트폰 세상속에 살고 있다. 시선은 언제나와 같이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으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오직 반딧불이 처럼 빛나는 액정에만 시선을 두고 있다. 그렇게 도착역에 다와갈 때 쯤..누군가가 나에게 손을 뻗어 강제로 종이를 급하게 쥐어주고 사라졌다. ‘이건 무슨일이지? 나아게 지금 뭘 전달하려는 거지?’라는 생각과 함께..종이를 펼쳐 보니 그것은..
#2사내 캠페인 홍보지였다. [마인드 리셋 데이 : 3, 6, 9, 12월 넷째 주 금요일, 필수 인원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휴식을 권장합니다.] 처음엔 ‘우리 회사가 유급 휴가를?’ 같은 의심이 블라인드를 도배했지만, 이제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웠다. 모두 아는 제도를 굳이 홍보할 이유가 있나? 자세히 보니 재작년 날짜였다. 지금은 쓰지 않는 합병 전 로고도 눈에 띄었다.
뭐야, 우리 회사 사람이었어? 이걸 왜…나한테? 빠르게 멀어지는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한번 더 종이를 살폈다. 뒷면에도 흐릿한 글씨가 있었다. [대외비/ 담당자 외 열람 금지] 해당 일자에는 사옥 내 모든 기록 시스템이 일시 정지됩니다. 이전 분기 발생한 보안 사고를 고려하여, 일부 조치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습니다. 급하게 출력한 듯 내용이 잘린 공문. 여백엔 빨간 색연필로 휘갈긴 글씨가 한 줄 적혀 있었다. -이번 달엔 뭘 할래? 무심코 종이를 문지른 손끝에 붉은 자국이 남았다. 마치 지장이라도 찍은 듯, 선명하게.
엘파바
최근 독서량이 파격적(...)으로 줄었는데요, 이번 기회로 문학 소녀의 초심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컴투북스와 함께 작년보다 세 권 더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