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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떠나는 캠핑 – 서울 노을캠핑장 방문기

퇴근박, 평일 저녁의 새로운 선택

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하는 대신, 나는 배낭 하나를 메고 캠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일은 쉬는 날. 하루의 끝을 조금 다르게 보내보기로 했다.

요즘은 이렇게 ‘퇴근박’을 즐기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퇴근 후 평일 저녁에 떠나는 1박 2일의 짧은 캠핑. 주말 못지않게 예약 경쟁이 치열할 정도로 인기다.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짐도 간편하게 챙기면 된다. 무엇보다 덜 복잡하고 덜 피곤하다.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다.

퇴근 후 바로 캠핑? 생각보다 쉽다

회사에 들고 온 짐. 조금 커서 부끄럽다.

퇴근박을 계획할 때 가장 중요한 건 ‘간편함’이다. 큰 배낭 대신 가벼운 백팩 하나. 텐트, 침낭, 간단한 취사 도구, 여벌 옷 정도면 충분하다. 짐은 아침에 회사로 가져가고, 음식은 캠핑장 가는 길에 마트에서 구매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캠핑장 대부분은 밤 10시까지 입장을 받기 때문에, 퇴근 시간과 거리를 계산해 여유 있게 움직여야 한다. 서울 근교라면 2~3시간 정도 여유를 두자. 조금 일찍 퇴근하거나,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곳을 선택하는 것도 팁이다.

서울 안에서 즐기는 퇴근박, 노을캠핑장

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고 버스를 이용해서 이동했다.

이번에 찾은 곳은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노을캠핑장’이다. 월드컵경기장역에서 도보 또는 마을버스로 20분. 접근성이 뛰어나 평일 퇴근 후에도 부담 없이 갈 수 있다.

입구에서 표를 구매한 뒤, 언덕 위까지는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이동한다. 캠핑장에는 전기 사용이 가능한 구역도 있으며, 샤워실과 화장실 같은 기본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퇴근 직후 도착한 사람에게 샤워실은 특히 반가운 존재다.

노을캠핑장은 약 2km의 언덕을 도보로 올라가야 한다. 보통 주차장에서 표를 구입해, 맹꽁이 전기차를 타고 들어간다.

퇴근박의 핵심은 ‘최소한의 준비’

도착해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무거워 보이지만 사실 8kg도 안 되는 가벼운 짐이다.

퇴근박에서 가장 중요한 건 간소함이다. 주말 캠핑처럼 온갖 장비를 챙길 필요가 없다. 하루 밤만 버틸 수 있는 최소한의 것들만 있으면 된다.

여기가 오늘 우리가 머물 6×8m의 공간이다.

텐트 설치도 서두르지 않는다. 해가 완전히 지기 전까지는 시간이 충분하다. 오히려 도착해서는 의자부터 꺼내 앉는 게 좋다.

항상 의자부터 꺼내 앉는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때는 사진이 남아있지 않다.😅

회사에서의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필요하다. 장비 설치나 요리에 쫓기다 보면, 퇴근박의 여유는 사라진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풍경이다. 이름처럼 노을이 예쁘다. 느긋하게 도착하니, 금방 캠핑장 주변이 주황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따로 뭘 하지 않아도 풍경만으로 마음이 조용해진다.

노을이 지는가 싶더니,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아직 해가 남아있는 동안 텐트를 설치했다.

불멍과 밤공기

숯불을 피웠다. 감성적인 장작불은 아니지만, 이것도 충분히 좋다. 불 앞에 앉아 있으면, 특별히 무언가 하지 않아도 시간이 잘 흐른다. 밤공기는 조금 서늘했다. 옷을 하나 더 껴입고 의자에 앉아 한동안 그대로 있었다.

멀리서는 한강변을 달리는 자동차 불빛이 보였고, 바로 앞에는 불꽃이 튀었다. 도시 속인데도 조용했다.

퇴근박 음식은 ‘간단함’이 답이다

퇴근 후 캠핑에서는 복잡한 요리를 하지 않는 게 좋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온 몸이 피곤한 상태에서 복잡한 준비를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된다.

마트에서 구워 먹기 좋은 고기와 빵, 간단한 안주거리면 충분하다. 중요한 건 맛이 아니라 분위기다. 조용한 밤공기와 따뜻한 불, 그리고 적당히 차가운 술. 이것만으로도 캠핑을 온 목적이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캠핑장에는 혼자 온 이들도 있었고, 여럿이 모여 시간을 보내는 팀도 눈에 띄었다. 특히 평일 저녁이라 그런지 혼자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다들 크게 말하지 않는다. 야외에 자기만의 잠자리를 만들고, 불빛 아래서 저마다 쉬고 노는 모습이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다.

퇴근박만의 특별한 여유

주말 캠핑과 퇴근박의 가장 큰 차이는 시간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내일 아침 일찍 정리해서 돌아갈 필요도 없고, 뭔가 특별한 걸 해야 한다는 압박도 없다.

그저 평소와 다른 곳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자연스럽게 풀고, 다음 날을 위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다.

일상을 잠깐 바꾸는 일

이번 캠핑은 뭔가를 하겠다는 생각 없이 왔다. 그래서인지 더 편했다. 밤이 깊도록 조용했고, 피곤하지 않았지만 금세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해가 뜨기 전 텐트 밖으로 나왔다. 날은 차가웠지만, 하늘은 맑았다.

구름 사이로 서서히 퍼지는 빛이 언덕 위 나무들을 비추기 시작했다. 햇살은 조용하게 번졌고, 주황빛 하늘 아래 캠핑장도 천천히 깨어났다.

이런 풍경은 평소에는 볼 일이 없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게 시작됐다. 특별한 장면은 아니었지만, 서울 안에서 이런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건 나름대로 소중하다.

퇴근박을 계획하는 당신에게

퇴근 후 하루 저녁을 다르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일상에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 멀리 가지 않아도, 복잡하게 준비하지 않아도 비일상을 느낄 수 있다는 게 퇴근박의 매력이다.

하지만 몇 가지 준비는 필요하다.

  • 예약: 노을캠핑장은 매월 전월 예약일 14시에 인터파크 티켓에서 선착순으로 진행된다.
  • 시간 계산: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10시. 여유 있는 출발이 필수다.
  • 날씨 확인: 우천이나 강풍에 대비한 준비물도 챙기자.
  • 짐 최소화: 텐트, 침낭, 의자, 간단한 조리도구 정도면 충분하다.

무엇보다 퇴근박은 ‘쉬는 것’이 목적이다. 뭔가 대단한 걸 하려고 하지 말고, 그저 평소와 다른 공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복잡한 준비 없이도 가능한 만큼, 앞으로도 가끔씩 해볼 생각이다.

노을캠핑장 이용 정보

  • 매달 전월 예약일 14시, 인터파크 티켓 선착순 예약
  • A, B, C, D 구역 중 C구역 전기 사용 불가, D구역 화덕 미설치
  • 당일 22시까지 입장 가능, 22시 이후 매너 타임
  • 대중교통 접근: 지하철 6호선 월드컵경기장역 → 마을버스 또는 도보 20분
이미지 출처: 노을캠핑장 예약 사이트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2002652

마무리하며

이번 캠핑은 뭔가를 해내겠다는 의지 없이 떠났기에 더 좋았다. 퇴근 후, 집이 아닌 공간에서 조용히 머문 하룻밤. 그 짧은 시간이 평소의 일상에 숨 쉴 틈을 만들어줬다. 가끔은 퇴근박 하나로도 삶은 충분히 부드러워진다. 퇴근 후, 잠깐의 일탈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작은 전환이 생각보다 큰 여유를 안겨줄지도 모른다.

이서우 기자

기사 작성에 도움주신 커뮤니케이션 팀 감사드립니다. 컴투스ON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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