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ID로 만나는 컴투스인!
나는 어떤 유형?

한 채널의 기상 보도가 크게 이슈 된 적이 있다.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폭설, 곧 눈사람이 될 것만 같은 몰골로 열정적으로 보도하는 기자.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 건 이름이었다. 

더 정확히는 waiting@kbs.co.kr이라는 기자의 ‘이메일주소’

▲ 저작권을 위해 그림으로 대체. 그렇다. 기자의 직무는 디자인이 아니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난 지금,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기획 기사를 작성해 보았다. 먼저 기획안을 공유드렸더니 ‘엇! 그 폭설 보도했던 기자 얘기인가요?’라는 반응이 나왔다. 재치 있는 ID의 파급력이 생각보다 컸나 보다.

현대인에겐 여러 이름이 있다.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 상황과 위치에 따라 바뀌는 이름, 그리고 내가 지은 이름, ID.
직접 고민한 만큼 개성과 가치관이 잘 묻어난다. ID 속에 담긴 컴투스인들의 다양한 모습을 함께 살펴보자.


1. 실명형

우리는 넷상에서 신분을 완전히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나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ID를 만든다. 

하지만, 그룹웨어 ID는 조금 다르다. 완전히 오프라인 공간에 속한 것도, 온전히 온라인 세계의 것도 아니다. 팀장님이 나를 “me21jisu님!“이라고 부르진 않지만, 누군가는  me21jisu에게 업무 요청 메일을 쓸 테니 말이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많은 사우들이 실제 이름과 쉽게 연결 지을 수 있는 ID를 사용한다. Eunsook, 1taek처럼 이름을 그대로 영문으로 옮기거나, 이니셜에 생일 또는 출생 연도를 더해 만드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키보드 배열대로 타이핑해 언뜻 보면 외계어 같으나 알고 보면 심플한 dlagyqls(임효빈) 같은 케이스도 있었다.

간단한 단어를 붙여 이름을 변형하는 사우도 많았다. Hello, World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hellowoori (안우리 사우), 본명에서 한 글자를 빼서 (K)im soomin을 의도했다는 imsoomin (김수민 사우).

기자의 ID me21jisu도 여기에 속한다. ‘지수’라는 이름이 워낙 흔하다 보니 본명 세 글자는 애초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단어 그대로 ‘me’라는 뜻과, ‘미지수’라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담아보았다. (혼자 뿌듯해하고 있다.)

2. 영어 이름/별명형

전 회사에서부터 사용하던 영어 이름이라는 aiden. 이름의 끝 글자를 따서 지었다는 young. 클래식하게 영어 이름 뒤에 성을 덧붙인 emilyjeon. 글로벌 지구촌에 살고 있는 만큼 영어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친구들의 애정이 담긴 아이디 유형도 있다. 조유진 사우는 친구들이 ‘유찡’이라 불러 yuzzing. 동명의 상표 탓에 어릴 별명이 ‘참치’였다는 tuna74 김동원 사우. ‘핸니’라는 애칭을 ‘랜ㄴ니’라고 자주 오타 내는 친구에게서 영감을 받은 ranny524 정해빈 사우 등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별명형 아이디다.

jorim 조예림B 사우 
친구들이 애칭처럼 조림~ 조림~하고 줄여 부르던 게 별명이 됐어요. 선생님께서도 조림이라고 부르실 만큼 자주 불리던 이름이라 어느 순간 저도 익숙해졌나 봐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조림이라고 지었어요. 아쉽게도 연락하는 중학교 친구들이 별로 없어 지금은 잘 불리지 않는 이름이지만, 다른 사이트에서도 종종 비슷한 아이디를 사용하곤 합니다.
예림님이 가장 좋아하는 조림은 무엇인가요? 
옥수수통조림… 스위트콘이요!

3. 직독직해형

그냥 보면 무슨 의미지? 싶지만, 

실제 이름을 알고 보면 웃음이 나는, 위트 있는 ID들! 

그 안에 담긴 뜻을 물어보았다.

4. 레어닉형

ID를 생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 바로, ‘중복 확인하기’ 

고심해서 만든 단어 조합을 누군가 이미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에 좌절해 본 경험이 다들 있지 않은가. 이를 모두 뚫고 레어닉을 선점했을 때의 기쁨이란! justice(홍정의), friendship(최우정), summoner(김소환) 사우처럼 이름을 영어로 바꾸었을 뿐인데 그 자체로 레어닉이 된 경우도 있고, 어떤 이유로 이런 단어를 골랐을까? 궁금해지는 레어닉의 소유자들도 있었다.

summoner (김소환)
안녕하세요. 개발전략센터 QA실 밸런스 팀 김소환입니다. 

Q. ID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이름 '소환'을 직역하면면 Summon 인데, 분명 중복 ID가 있을 것 같아 Summoner라고 지어 봤습니다. 다른 포털 사이트 등에선 비슷한 ID를 애용하진 않습니다. 중복이 많더라구요. 회사 전용 ID입니다. 하지만 종종 서먼이란 닉네임을 사용하긴 해요.

Q. 흔치 않은 독특한 이름을 가지고 계신데요,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 지 궁금합니다.
불교 용어로 小煥 이라고 씁니다. 매사에 주위에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뜻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Q. 회사 대표 IP인 <서머너즈 워>와 연관성 있는 성함의 소유자이신만큼 면접이나 회사 생활에서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일 많이 들은 이야기가 '이름도 있고 하니 제 것 좀 뽑아주세요'였습니다. 물론 번개가 안 치면 이름값 못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ㅠㅠ 또, 업무 중 '소환'이라는 단어를 생각보다 많이 써서 절 부르는 줄 알고 자주 돌아보곤 합니다.

Q. 그렇다면 실제로 <서머너즈 워>와는 친하신가요? 
회사 와서 처음 해봤습니다. 1년~2년 정도 꾸준히 플레이했습니다.

Q. 로또에 당첨되어 100억 건물주가 된다면! 건물의 이름을 어떻게 짓고 싶으신가요?
시드빌딩으로 짓겠습니다. 시드머니 같은 느낌으로 다른 활동에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Q. 나에게  Summoners는 [       ]다?
나에게  Summoners는 [자기소개]다!

5. 좋아요형

자기가 좋아하는 걸 ID에 담기도 한다. 음식과 관련된 ID가 유독 많았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

forcats 사우의 미묘 미로(4살)

  • 치킨과 참치를 좋아함
  • 심하게 귀여움..
popcorntr22 (정민지)
다들 ID를 보고 팝콘을 좋아하는 줄 아시지만, 별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다만, 좋은 추억이 있어서 자주 사용하고 있어요. 
고등학생 때 슬픈 일이 있어 하굣길 내내 펑펑 울던 날이었어요. 
절친한 친구에게 2시간 가까이 하소연을 하며 길을 걷는데, 
조용히 듣기만 하던 친구가 벚꽃을 보고 이렇게 말했어요.
“봐봐, 나무에 팝콘 열렸다.”
순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더라고요. 
서툰 표현과 멋쩍은 미소에서 친구의 따뜻한 위로가 느껴졌어요. 
그 이후 팝콘 나무라는 단어를 쓰고 있습니다. 
그냥 popcorntree는 재미없으니까 'e' 대신 '2'를 써보는 게 어떠냐고 해서 지금의 형태가 됐어요. 
그 친구와는 여전히 자주 연락하고 있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팝콘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 다른 카테고리로 빼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지만, 좋아하는 것이 꼭 팝콘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팝콘 나무에 담긴 친구의 따뜻한 마음이 좋아 만든 ID다…이름 붙여 이쪽에 분류해 본다.

6. 궁금증 유발형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ID들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피바람 pibaram (이정민B)
어릴 적 아버지가 스타크래프트에서 쓰시던 닉네임인데 제 마음에 들어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스타크래프트를 아직도 하고 계십니다.) 
저는 모든 사이트에서 모두 같은 아이디를 쓰는데요. 아버지와 달리 저는 던전앤파이터와 이터널리턴에서 피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RPG 장르를 좋아해 RPG라면 뭐든 OK입니다.
배고파요 vaegopayo (유세라)
안녕하세요 제작4본부 UI팀 KN파트장을 맡고 있는 유세라입니다. 

Q. ID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중학교 시절 메일 주소를 처음 만들었어요. 당시 가장 친했던 친구와 ID를 맞추기 위해 고민하다 친구는 babzuseyo(밥 주세요)로, 저는 vaegopayo(배고파요)로 생성했습니다. 1분도 고민하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Q. 다른 사이트 혹은 SNS에서도 비슷한 계정을 사용하시나요? 
제 모든 계정은 vaegopayo로 시작합니다. 
(ID를 바꿀 의향은 없으신가요?) 다른 ID라… 특별히 생각 안 해봐서 오히려 이게 아니면 뭘로 하지?라는 생각이 드네요. 다른 ID는 어색할 것 같습니다.

Q.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떠오르는 나의 소울푸드는?
저의 소울푸드는 피자입니다. 피자 is 뭔들입니다.

Q. 성함(유세라)도 ID만큼이나 유니크하신데요, 그 뜻이 궁금합니다.
'굳세게 살라'라는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름처럼 사는데 굳셀 일이 너무 많아서 문제네요(웃음). 이름만 보고 여자라 생각하시는 분이 많아 친구들의 여자친구에게 자주 오해를 받곤 했습니다. 

Q. 로또에 당첨되어 100억 건물주가 된다면! 건물의 이름을 어떻게 짓고 싶으신가요?
갑을빌딩이라고 짓고 싶네요.
베러투데이 Better2day (강현진)
안녕하세요! 컴투스 홀딩스 홍보실에서 일하고 있는 강현진입니다! :)

Q. ID의 유래가 궁금합니다.
초등학교 시절 언니가 이메일 만드는 걸 도와준 적이 있어요. 중2병이 심하게 온 언니는 제 ID를 18444로 지어줬죠. 당시의 저는 그 아이디가 강해 보여서 좋았지만, 대학생이 되고 나니 주변 사람들이 의문을 품기 시작했어요. 해명하기가 조금 어려웠지만 십 년 넘게 쓴 ID를 바꾸는 게 귀찮아 한동안 계속 사용하다… 취업할 때가 된 거죠. 차마 그 메일 주소를 쓸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최대한 선하고 희망차고 긍정적으로 보이는 ID를 모색하다 만든 것이 better2day입니다.

Q. 다른 사이트 혹은 SNS에서도 비슷한 계정을 사용하시나요?
대체로 동일한 ID를 사용합니다. 다만, 게임이나 SNS 등에선 몇 년 전 새로 생긴 별명을 사용하고 있어요.

Q. ID를 변경할 수 있다면, 변경하실 의향이 있으신가요?
바꾸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필요에 의해 세탁한 신분(?)이긴 하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저도 ID를 따라 긍정적으로 변해가는 느낌이라 굉장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Q. 행복한 하루란 어떤 모습인지 한 단면을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작년에 결혼을 했는데 신혼 재미가 아주 쏠쏠합니다. 매일 아침에 신랑 얼굴 보면 아직도 잘생겼어요.. ^^ㅋ

Q. 나에게 행복이란 [       ]다.
오늘이다!

Q. 그렇다면! 회사 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하루는 어떤 날이셨나요?
…?? (Better2day님이 퇴장하셨습니다.)

고작 10글자 남짓에 다채로운 생각과 추억이 깃들어 있는 게 무척 신기하고 재밌었다. 지면이 좁아 모든 인터뷰를 담을 수 없었던 점 양해를 바란다. 부디 기자에게만 즐거운 경험이 아니길 바라며, 다짜고짜 진행되는 허술한 인터뷰에 선뜻 응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전합니다. 

(만약, 이름이 빠져 있더라도 절대 고의가 아님을 미리 밝힙니다!)

<엔딩크레딧: 시간 내어 참여해 주신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김은숙 책임님, 임원택 사원님, 임지훈 사원님, 최수빈 사원님, 임효빈 선임님, 안우리 선임님, 김수민 책임님, 이병화 사원님, 이록영 사원님, 전보영 선임님, 조유진 사원님, 김동원 차석님, 정해빈 사원님, 조예림B 사원님, 김성집 차석님, 장동호 사원님, 유정웅 사원님, 이재용 사원님, 최연기 책임님, 이해원 사원님, 김소환 책임님, 홍정의 과장님, 최우정 사원님, 이성호 차석님, 안재석 차석님, 이한솔 차장님, 권오상 차석님, 유제영 사원님, 이주영 사원님, 이유진 선임님, 이세영 차석님, 정민지 사원님, 유세라 차석님, 이정민B 사원님, 강현진 과장님

유지수 기자

투머치 토커 자질을 너무 뽐냈나… 약간 민망합니다. 하지만, 제게 그랬듯 다른 분께 이 기사가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되길 바랍니다! 제작4본부 파이팅!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