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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 진심인 버추얼 아이돌을 만나볼 시간!

특별한 아이돌을 찾고 있나요?

V라이브

 케이팝을 필두로 한국의 남/여돌 덕질 문화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아이돌 덕질에서 팬들의 숨을 가장 멎게 만드는 것은 단연 소통이다.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현재는 위버스🔗가 된 V라이브 방송이 꼽힌다. 덕질 좀 해본 사람들은 아마 잘 알 것이다. 근데 이게 참…뭐랄까, 감질난다. 시간을 미리 알려주지도 않고, 채팅 창으로 메시지를 보내도 내 메시지가 보일 것 같지는 않다. 소통이라기보단 단방향 방송에 가깝다. 그런데 방송도 노래도 춤도 게임도 팬들과 함께 하는 아이돌이 있다면 어떨까? 지금부터 작은 허들 하나만 넘으면 된다.

버튜버, 버추얼 스트리머가 뭐냐면요

유튜브, 트위치, 치지직, 아프리카TV 등에서 방송하며 소통하는 사람들을 유튜버, 스트리머, BJ 등으로 부른다. 여기에 실제 얼굴 대신 2D 이미지 또는 3D 모델에 증강 가상현실에서 대표적으로 쓰이는 *트래킹을 적용, 신원을 숨기고 활동하는 방식이 바로 Virtual Youtuber(V-tuber, 버튜버)다.

버튜버의 이런 이미지와 모델은 퀄리티와 *리깅 난이도에 따라 가격이 상이하다. 적게는 30만 원대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을 넘는 가격을 자랑한다. 그만큼 퀄리티가 천차만별이다.

물론 모든 버튜버가 이런 고가의 비용을 지출하며 활동하진 않는다. 다양한 컨셉과 컨텐츠를 방송하는 버튜버가 많다. 이들 모두 소개하면 좋겠지만 이번 기사에서는 ‘아이돌’로 활동하는 ‘버튜버’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지금부터 버튜버의 완성형에 도달했다고 평가받는 ‘버추얼 아이돌’에 대해 알아보자.

*트래킹:얼굴과 몸의 움직임을 추적해 화면 또는 매터리얼을 조작하는 기능

*리깅: 이미지 또는 모델의 뼈대를 제어하여 움직임을 부여하는 작업

버추얼 아이돌의 시조 ‘키즈나 아이’, 그리고 대중화에 앞장선 ‘홀로라이브’

일본의 키즈나 아이🔗가 유튜브에서 첫 활동을 개시하며 버추얼 아이돌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버튜버라는 카테고리의 기틀을 닦은 주인공이다. 현재는 잠정 휴식 상태다.

키즈나 아이.

버추얼 아이돌의 대중화에 성공했다고 평가받는 곳은 일본의 COVER 주식회사🔗에서 서비스하는 HOLOLIVE🔗(이하 ‘홀로라이브’)다. 홀로라이브는 직원 2명과 버튜버 1명, 보조 1명 총 4명이 시작해 2017년 창사이래 엄청난 성장과 성공을 거뒀다. 일본을 비롯해 영어권과 아시아권까지 진출, 이제는 5,000만 명이 넘는 팬을 거느린 그야말로 버추얼 아이돌을 선도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한국에서도 후술할 버추얼 아이돌이 나오기 전에는, 주로 홀로라이브와 이와 유사한 다른 기업 프로덕션의 버추얼 아이돌 팬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물론 지금도 그 팬의 비중이 크다. 비록 언어의 장벽이 있지만, 영어와 일본어를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 친절히 번역까지 해서 클립을 만들어 올리는 팬들이 있어 팬이 되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만나지 못하는 아이돌이라니 그게 무슨 소용인가’ 싶겠지만, 오히려 방송을 통해 아이돌의 성격과 내면을 알게되며 팬들과 친근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버추얼 아이돌은 채팅이나 문자 소통에 익숙한 MZ, 알파세대를 노리며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한다. 내 채팅을 읽어주고, 반응을 하고, 거기에 아이돌 본인의 생각과 콘텐츠를 더해가며 방송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하는 느낌을 크게 받는다.

물론, 모두의 채팅을 읽어줄 수는 없는 노릇! 내 채팅을 아이돌의 눈에 띄게 보내고 싶다면 어른의 카드를 잘 활용해 보자. 2023년 일본 유튜브의 슈퍼챗 순위 랭킹에서 버튜버의 순위와 비중이 상당했다. 버튜버들의 인기가 실감나는 순간이다.(사실 2021년에는 더욱 어마어마했다) 여기에 굿즈나 앨범 등 부가 수익을 생각하면, 버추얼 아이돌의 수익은 여느 아이돌 못지않은 편.

2023년 일본 전체 유튜버 슈퍼챗 랭킹 10위중 5명, 100위 중 39명이 포진하고 있는 홀로라이브

한국의 대표적인 남자 버추얼 아이돌 ‘PLAVE(플레이브)’

 X세대에게 사이버가수 아담이 있었다면, 알파세대에는 플레이브🔗가 있다. 5인조 남성 아이돌인 플레이브는 2023년 3월에 데뷔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남자 버추얼 아이돌이다. 소속사는 MBC사내 벤처에서 분사한 버추얼 전문 엔터회사 VLAST🔗다.  뛰어난 노래와 춤을 바탕으로 주로 유튜브 라이브 공연, 소통 방송 등을 진행한다. 플레이브는 싱글 앨범 발매 및 버추얼 남자 아이돌 최초 멜론차트 TOP100 진입 등 실제 아이돌과 차이가 없는 퀄리티를 선보였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K-POP 남자 아이돌.

왼쪽부터 하민, 노아, 예준, 밤비, 은호

2022년 9월 연습생 신분부터 팬들과 스토리를 만들어가며 2023년 3월 데뷔했다. 현재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댄스 챌린지, 인터넷에서 화제인 게임을 플레이하는 등 3D 모델과 트래킹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소통한다. 눈으로는 현실과 큰 차이 없는 댄스 실력, 귀로는 남자 아이돌의 가성이나 파워풀한 보이스를 들을 수 있다. 라이브 방송에서 보여주는 멤버 간의 케미나 매력은 팬이 되는데 충분한 추진력을 제공한다. 여기에 더해 정기적인 방송과 사전 컨텐츠를 안내하는 등 활동 일정을 미리 공유해주기 때문에 팬들이 ‘현생’을 관리하는 데도 유리하다.

실제 남자 아이돌을 그대로 버추얼 아이돌로 옮겨놓는다면 그건 바로 플레이브다. 물론 만나지 못하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인데, 사실 현실에서도 지근거리에서 아이돌을 만나기란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콘서트 1열이 아닌 이상 말이다. 서로의 시간을 아끼면서 아이돌로서, 팬으로서의 만족감은 기존과 비슷하다. 그야말로 효율적인 문화다.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버추얼 아이돌 ‘이세계아이돌’

플레이브가 최초의 남자 버추얼 아이돌이라면, 이세계아이돌(이하 이세돌)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자 버추얼 아이돌이다. 동시에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져간 주인공이다. 최초의 멜론 명예의 전당 버추얼 아이돌, 멜론 최초 명예의 전당 4회 입성 여자 아이돌 그룹, 한국 최초 버추얼 아이돌 빌보드 한국 차트 3위, 한국 버추얼 아이돌 최초 유튜브 인기 급상승 동영상 및 인기 급상승 음악 1위/유튜브 뮤직 비디오 3주 연속 1위. 이 밖에도 최초의 정부지원 메타버스 콘서트 참여, 펀딩사이트 텀블벅 창사 이래 펀딩 최대 금액(약 42억) 갱신 등 새로운 길을 만들어내며 지금도 성장 중이다.

약 21000% 금액(42억)을 달성한 첫 공식 굿즈 펀딩
왼쪽 상단부터 고세구, 비찬, 주르르, 아이네, 왼쪽 가운데부터 릴파, 징버거

이세돌은 플레이브나 홀로라이브와 달리 기업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우왁굳’이라는 종합게임 스트리머가 2022년 ‘사이버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컨텐츠를 기획하며 시작됐다.

VR머신으로 가상의 공간을 탐험할 수 있는 VRChat 프로그램을 활용해 지원한 약 200명 중 단 6명만 ‘사이버 아이돌 육성 프로젝트’ 오디션에 최종 선발됐다. 단순히 재미로 시작한 오디션 콘텐츠는 생각보다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그리고 긴 오디션 끝에 최종 선발된 6인이 ‘이세계아이돌’이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현재 싱글앨범, OST, 커버곡, 게임실황, 소통, 합동방송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종 합격한 6인은 엔터테인먼트 소속사에 속하지 않고 스트리머 또는 BJ로서 활동하는 점을 눈여겨 볼만하다. 콘텐츠를 기획한 우왁굳이 10년 넘은 방송 경력을 바탕으로 6인의 멤버들에게 각종 노하우를 전수해 줬다. 그 덕분에 6명의 멤버들은 서로 다른 매력을 무기 삼아 독특한 아이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스스로를 버추얼 아이돌이 아닌 버추얼 아이돌 ‘스트리머’라고 부르는 것도 이에 근간한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은 최근 방송 플랫폼을 트위치에서 아프리카TV로 이적했다. 이적 기념 첫 방송을 진행했고, 6인 모두 평균 시청자 5만 명, 최대 7만 명을 넘는 신기록을 세우며 인기를 드러냈다. 1월 초 우왁굳과 이세돌의 이적 소식에 아프리카TV의 주가가 크게 변동했을 정도다.

(좌) 아프리카TV 이적 첫 방송(2/11). 자정을 넘긴 시간에 시청자가 5.4만을 넘기고 있다 / (우) 이적 소식에 약 16% 상승한 아프리카TV 주가
아프리카TV 이적 후 공개된 아프리카TV 아이돌 그룹 배너. 기본적으로 3D 모델을 사용한다.

이세돌의 가장 큰 특징은 방송에서 사용할 대부분의 컨텐츠를 직접 만든다는 점이다. 아이돌 매니지먼트 기획사가 아닌 스트리머 MCN에 소속되어 있어 그런듯하다. 특히 싱글 1집 ‘RE:WIND’는 가사 작사부터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우왁굳이 직접 제작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팬들의 의견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그래서 팬들로부터 ‘근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팬끼리 팬카페에 모여 컨텐츠를 직접 제작, 아이돌에게 ‘조공’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있다. 아이돌은 방송을 통해 팬 컨텐츠에 함께 한다. 아이돌이 콘텐츠의 소감과 피드백을 팬에게 직접 전달하면서 작업자가 컨텐츠의 퀄리티를 향상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서 컨텐츠의 질이 자연스레 오른다.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통해 타 아이돌 문화에서 보기 힘든 이세돌만의 문화가 형성된다. 오로지 팬심만으로 작품을 조공하고, 팬들은 이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크게 느낄 수 있다. 오죽하면 ‘부아내비’(부린 게 아니라 내가 비빈 거다)라는 단어가 공공연하게 쓰일까.

심지어 팬카페 ‘왁물원🔗’은 네이버 카페 전체 랭킹 2~3위를 유지할 정도로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한다. 그렇다 보니 네이버 카페는 작품을 조공하는 작업자들이 모인 커다란 커뮤니티로서도 기능하게 된다.

네이버 카페 전체 랭킹(2/14일 기준). 중고나라와 임영웅 팬카페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컨텐츠에 대한 피드백이 즉각적으로 이루어지는 특징에 힘입어 팬아트부터 팬게임, 편집 영상, 3D 맵, 유니티 또는 언리얼을 사용한 3D무대 연출이나 모델링 등 다양한 작업물이 카페에 올라온다. 이 중 몇몇 작품은 상용작품과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을 정도다. 현직 작업자들도 팬 작업물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어찌보면 당연한 현상. 이렇다보니 팬심만으로 시작한 3D맵 제작이나 모델링이 취업까지 이어지는 케이스도 등장한다. 이렇게 모인 인력들이 자체적으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는 등 특히 3D 작업과 관련해서는 다른 전문 카페 못지않은 기술력과 노하우를 자랑한다.

팬만 성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세돌의 오디션 합격 초기와 현재를 비교하면 모델링, 트래킹 방식, 방송 수준도 한층 발전한 상태다. 방송에 있어서 필요한 컨텐츠 구현을 위해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고 이를 발전시키면서 팬들에게 제대로 보답하고 있다. 때로는 신규 기술 때문에 컨텐츠가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일도 있지만 누구도 불평하거나 따지지 않는다. 오히려 해결 방법을 같이 찾거나 전문가를 초빙해 아이돌과 연결해 주는 등 방송 기술이 더욱 발전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최근에는 모션캡처 슈트와 페이셜 트래킹을 베이스로 유니티와 언리얼을 활용, 실시간 라이브  콘서트를 방송으로 진행하는 등 기업에서 운영하는 버추얼 아이돌에 비교해 뒤처지지 않는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결성 직후(2021.8)와 싱글 앨범 3집 Kidding 발매(2023.8) 후 모델링 비교

누군가 말했다. 아이돌은 스토리라고. 오디션부터 이세돌과 함께한 팬은 2년 동안 함께한 경험에, 노래를 통해 유입된 신규 팬들은 보통의 아이돌과 다른 소통 방식에 관심을 갖고 지금껏 쌓여있는 스토리에 애정을 느낀다. 이파리(이세돌의 팬덤 명칭)는 팬이자 동시에 프로듀서의 마음도 가지고 있다. 내가 아이돌과 함께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 좋지 않은가.

디지털 홍수 속 아날로그의 목마름

스마트폰의 대중화, COVID-19와 비대면, 수많은 OTT의 대중화가 인간관계의 아날로그를 디지털로 변환한 지 오래다. 일반적 아이돌과는 사뭇 다른, 소통에 특화된 버추얼 아이돌의 인기는 왜 점점 높아져 갈까. 어쩌면 현실에서 충족하지 못하는 아날로그를 디지털 세계 속에서 찾아다닌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예를 들자면 LP판 노래를 CD로 옮긴 후 wav파일을 추출해 MP3로 변환하는 것. 그리고 다시 LP판으로 옮겨 듣는, 뭐 그런 거다.

 관심이 생겼다면 일단 가볍게 유튜브에서 버추얼 아이돌들의 노래부터 들어보는 건 어떨까? 어렵지 않다. 딸깍 몇 번이면 순식간에 버추얼 세계로 갈 수 있다. 다시 돌아올 수 있을 지는 미지수. 시작은 구독과 좋아요부터.

데뷔 이후 최초로 수량 제한 없는 공식 굿즈라서 신나버린 결과. 하지만 단행본 커버가 8종으로 나와서 어쩔 수 없었다

버맘

공식적으로 버추얼 아이돌을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기쁜 마음으로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하게 힘써봤습니다. 버튜버 많이 사랑해 주시고 품어 주세요. 킹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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