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자격 요건을 둔 것도 아님에도, 인터뷰에 참여한 야구팬의 절반 이상이 야구 게임을 담당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덕업일치’의 삶은 어떨까? 이들의 일상을 살펴보았다.
컴투스에는 다른 회사에 비해 유난히 야구팬이 많은 편인가요?
한화: 저희 팀은 야구 게임 관련 부서가 아니라 저뿐이에요…
롯데: 저도요. 워낙 야구팬들이 많다 보니 아예 없진 않지만, 관련 팀이 아닌 곳은 다른 기업과 엇비슷한 비율인 것 같습니다.
NC: 또래 동료분들보단 상사분들 중에 많은 것 같습니다.
SSG: 관련 팀에서 일하는 저희는 확실히 비율이 높습니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도 응원팀이 없을 뿐 아주 야알못은 아닐 정도니까요.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경우, 야구를 좋아하는 것이 업무에 도움이 되나요?
두산: 당연히 도움되죠. 야구게임 개발의 재밌는 점 중 하나는 실제 리그를 바탕으로 만든다는 점이에요. 비교군이 명확하게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죠. 실제 리그를 오래 봤다 보니 잘못된 모션이 있으면 금방 보입니다.
키움: 버그를 찾을 때도 도움이 됩니다.
LG: 확실히 야구에 관심 없는 사람보다 문제점을 빨리 캐치하는 게 있죠. 제 업무가 아닌데도 팬의 입장에서 이것저것 제안해 보기도 하고요.
SSG: 실제 선수의 구종이나 플레이 스타일을 잘 알기 때문에, 카드나 도감 등에 현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면 빠르게 피드백을 할 수 있어요.
롯데: 야구팀은 아니지만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야잘알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받았어요! 야구를 보며 고통받았던 시간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회사를 고를 때도 야구가 영향을 미쳤나요?
LG: 게임업계에서 일하지 않을 때도 늘 야구게임을 만들고 싶다 생각했어요. 덕분에 여러 선택지 가운데 나도 모르게 컴투스를 고르게 되었죠. 저는 지금도 저희 야구게임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플레이해요. 내가 만드는 게임이 재미없게 느껴진다? 그럼 기획자로서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KIA: 저도 늘 야구게임을 만들고 싶었고, 그래서 커리어를 시작할 때부터 줄곧 야구게임을 담당했어요. 야구 장르에선 컴투스가 단연 최고이기 때문에 늘 ‘내 커리어의 종착지는 컴투스다!’ 생각하곤 했죠. 예상보다 일찍 들어올 수 있어 기뻤어요. 뼈를 묻고 싶습니다(웃음).
한화: 담당 게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야 하는 업무를 맡고 있어요. 그런데, 이전 회사에서는 맡은 프로젝트가 취향이 아니라 힘들었어요. 철저히 업무로써 분석했죠. 반면, 현재는 일을 한다는 기분이 안 들 정도예요. 입사 전부터 컴투스의 야구게임을 즐겼기 때문에 업무를 하면서도 즐거울 일이 많아요!
롯데: 관련 직무는 아니다 보니, 회사 선택에까지 영향을 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릴 적 컴프야 시리즈를 하면서 컴투스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가슴이 웅장해지긴 했어요.
야구가 내 인생에 미친 영향이 있다면?
롯데: 야구를 좋아하게 된 이후로 겨울이 공허해졌어요! 시즌이 시작하길 기다리며 공허함을 이겨내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LG: 제 삶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죠. 야구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전혀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었을지도요?
두산: 어릴 적부터 좋아하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야구를 잘 알아서 야구게임팀에 들어온 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정신을 차리니 야구게임만 16년째 제작 중이네요. 야구와 야구게임이 제 삶에 하나처럼 완벽히 엉겨 붙어 버렸어요. 이젠 단순히 취미나 업무라는 단어로 분리할 수 없을 정도로요. 앞으로도 평생을 함께할 애증의 존재가 아닐까 싶네요.
야구팬에게 컴투스 야구게임이란?
LG: 진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야구게임. 특정팀이 아니라 야구라는 종목 자체를 진심으로 좋아하기 때문에 밸런싱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이 게임을 즐겁게 할 수 있길 바라니까.
롯데: 한국 야구게임의 근본.
키움: 야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야구밖에 없다!
LG: 좋아요! 회식비를 알차게 잘 썼다! (뿌듯)
삼성: 응원팀이 각자 다른데, 결국 두 팀을 선택해야 해서… 야구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면 같은 시간에 자신의 응원팀 경기를 보고 싶어할 테니까요.
두산: 예전엔 재밌어 하는 분들이 더 많았는데, 최근엔 회식 문화가 많이 바뀌어 안 좋아하는 분이 더 많을 것 같네요.
롯데: 스포츠 펍처럼 야구가 나오는 술집 정도면 다수가 만족할 수 있지 않을까요?
LG: 못 볼 건 없는데…굳이? 아내가 다른 팀팬이라 다양한 경험이 있습니다(웃음). 경기 결과에 따라 가정의 평화가 걸려있다는 이야기만 드리죠. 하지만, 서로 놀리는 재미는 있어요!
NC: 농담으로 얘기하지만, 가끔은 진심으로 짜증이 납니다.
SSG: 표정을 잘 못 숨기는 편이라 안 될 것 같네요.
롯데: 어느 팀 팬이든 상관없으니 여자친구가 야구를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요…😂
LG: 실제로 홈팀 유니폼을 입고 원정 테이블에 앉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뒤에 앉은 팬분이 조용히 중얼거리시더군요. ‘세상 참 좋아졌다…’ 🤣
한화: 삼성팬인 아버지와 야구장에 갈 땐 항상 삼성 쪽에 앉아 신경전을 벌이곤 했어요. 물론 제 돈으로 산 표랍니다😁
두산: 가정의 평화를 위해 연인의 팀 쪽으로 따라갑니다😁
롯데: 응원석만 피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진 않지 않을까요? 야구는 이런 면에선 타종목보다 조금 관대한 것 같아요. 하지만, 응원석에서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조금…😅
한화: 야구를 알면 알수록 투수전의 묘미를 깨닫게 돼요!
삼성: 하지만, 화려한 건 역시 타자전이 아닐까요?
SSG: 타자전은 도파민 도는 매력이 있고, 투수전은 고급진(?) 매력이 있죠. 친구를 데려간다면 타자전이 좋지만, 개인적으론 투수전의 긴장감을 더 즐깁니다.
NC: 페디 VS 안우진 선발 경기를 보고 투수전의 매력을 제대로 깨달았어요. 그 경기는 정말 명장면이 가득해서 패자가 없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