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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린이 탈출 대작전②: 점수보다 자세

친구 따라 지인 따라 2차로 한 번씩은 볼링장에 가보았을 당신. 볼링장에 가서 지인들과 재미있게 볼링을 즐기고 있을 때 다른 레인의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 있나 둘러보며 “공이 어떻게 저렇게 휘어가지?”, “저런 자세로 쳐도 되는 건가?” 라는 의문을 한 번쯤 가져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두 번 접해본 볼링에 여러 가지 궁금증과 좀 더 멋지게 볼링을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을 당신을 위한 내용을 준비해 보았다.

보통 볼링을 제대로 치고 공이 휘어져 가는 구질인 ‘훅’을 구사하려면 아대라고 하는 볼링 글러브 착용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모던 볼링에서 아대 착용은 취향이나 볼링 스타일의 일부이며 더 많은 스타일이 존재한다. 우선 보편적으로 구사하는 4가지의 볼링 스타일에 대해 소개한다.

1. 클래식

여러분이 잘 알고 있듯이 예로부터 볼링을 대표하던 아대(보호대)를 착용하는 볼링 스타일이다. 클래식 스타일은 아대라는 보조 장비의 도움을 받아 커핑이라고 하는 공을 받쳐 드는 동작을 용이하게 하여 공에 회전을 만들기 쉽고 손목을 편하게 고정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동작이 제한되어 정확도가 높고 진자운동의 원리를 따르기 때문에 백스윙을 높이면 구속을 올리기 용이하다.

하지만 아대가 손목의 움직임을 제한하기 때문에 볼의 회전력을 높이는 데에 제한이 있을 수 있으며 다른 스타일들에 비해 기본적으로 낮은 회전력을 사용하여 거의 직구로 투구하기 때문에 스트로커라고도 한다.

2. 덤리스

덤리스 스타일은 이름부터 짐작하듯이 볼링공에 엄지를 넣지 않으며 아대를 사용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엄지를 넣지 않으면 볼링공을 들기 위해 자연스럽게 손바닥으로 공을 받치는 형태가 되어 커핑이 되며 좀 더 볼링공을 굴리는 형태의 투구를 하게 되어 기본적으로 볼링공에 강한 회전을 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엄지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볼링장에 구비되어 있는 하우스볼을 엄지가 맞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어서 무거운 무게의 볼링공도 사용 가능하다. 엄지를 넣지 않고 볼링공을 굴리는 것에 익숙해지기만 하면 엄지를 넣고 훅을 구사하는 요령을 제대로 익히는 것보다 훅을 구사하기 쉬워 접근성이 좋다. 하지만 엄지를 넣지 않기 때문에 볼링공을 들고 있는 것이 불안정하며 백스윙을 높게 하기 힘들어 스텝 연습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구속을 올리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덤리스 대표 선수로는 PBA의 톰 더허티 선수가 있다.

3. 투핸드

투핸드 스타일은 이름 그대로 두 손을 사용하여 볼링공을 투구하는 스타일로 덤리스와 마찬가지로 아대를 착용하지 않고 엄지를 넣지 않지만, 덤 리스 스타일이 가지는 불안정성을, 왼손을 사용하여 안정감을 높인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투핸드 스타일도 덤리스와 마찬가지로 엄지를 넣지 않기 때문에 커핑이 용이하고 왼손을 같이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볼링공에 강한 회전을 줄 수 있다.

투핸드 스타일은 왼손의 도움 덕분에 덤리스보다 더 강하고 빠른 투구가 가능하며 개인적으로 초보자가 접근하기 쉽고 충분히 연습이 되면 강하고 멋지게 볼링을 칠 수 있는 스타일이라고 생각하여 두 손을 사용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면 추천하고 싶은 스타일이다. 국내에 투핸드 스타일로 대표되는 선수 중에는 신진원 선수와 강문권 선수가 있다.

4. 크랭커

털어치기라고도 불리는 이 스타일은 아대를 사용하지 않으며 클래식 스타일과 마찬가지로 엄지를 넣고 투구하는 쓰리핑거 스타일이다. 크랭커 스타일은 아대를 사용하지 않아 손목의 움직임이 자유롭기 때문에 클래식 스타일보다 더욱 강력한 회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손목의 움직임을 사용한다.

크랭커 스타일의 볼러는 팔꿈치의 개입으로 커핑을 용이하게 하고 릴리즈 시에 펴지는 팔의 탄력과 자유로운 손목의 움직임으로 강한 회전력을 만들어 내며 제대로 익히면 강력하고 멋지게 볼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크랭커 스타일은 앞서 설명한 스타일에 비해 습득 난이도가 굉장히 높아 중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고 팔꿈치의 개입과 손목의 움직임으로 인해 부상의 위험도도 높다. 많은 남성 실업, 프로 선수들이 이 스타일을 구사하며 대표적인 국내의 강한 크랭커 선수로는 김경민 선수와 최원영 선수가 있다.

클래식과 같은 회전이 적고 직진성이 강한 스트로커 구질과 덤리스, 투핸드, 크랭커와 같이 회전이 많은 구질 간의 궤적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다.

궤적_스트로커
궤적_크랭커

여기서 소개한 클래식, 덤리스, 투핸드, 크랭커라는 볼링의 네 가지 스타일뿐만 아니라 구질에 따라서는 스트로커, 트위너, 크랭커로도 분류할 수도 있으며 보편적이지 않아 여기서는 다루지 않은 스피너라던지 백업 구질이라던지 뒤로 치는 방식 등의 스타일도 있다.

볼링을 멋지게 칠 수 있는 스타일에 대해 알아보았으니 멋진 궤적을 그리며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는 훅을 구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훅을 구사하는 이유에 대해 먼저 알아보자.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러분도 예상하다시피 ‘훅’ 구질을 사용하면 좀 더 스트라이크를 발생시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직구로 굴려도 스트라이크가 발생할 수 있지만 볼링공을 정말 강하게 투구하거나 운이 좋은 상황이 아니면 직구로 굴렸을 때는 잔 핀들이 남을 확률이 훅 구질로 굴렸을 때 비해 높다.

스트라이크를 가장 높은 확률로 발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삼각형으로 정렬되어 있는 핀들의 중앙에 위치한 5번 핀을 기준으로 3~6도 사이로 볼링공이 진입하여 도미노 효과를 극대화하는 경우라고 한다. 하지만 5번 핀을 기준으로 3~6도 회전시킨 직선을 연장해 보면 볼링공을 굴리기 시작해야 하는 위치는 옆 레인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볼링공을 회전시켜 볼링공이 진입하는 각도에 변화를 주어 1번 핀과 3번 핀 사이를 지나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내기 위해 훅을 구사하는 것이다.

볼링 레인 입사각

자, 이제 왜 굳이 훅을 사용하는지 이유를 알았으니 훅 구질로 볼링공을 굴리는 요령에 대해 알아보자. 훅 구질을 구사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커핑이다. 커핑이란 볼링공을 받치듯이 드는 동작이다.

보통 볼링 초보자들은 손목이 뒤로 꺾인 상태로 투구하는데 이런 손목 상태를 브로큰되었다고 한다. 브로큰된 손목 상태일 때는 엄지의 방향이 바닥과 수직에 가깝기 때문에 공이 손에서 쉽게 빠져나가서 공을 떨어뜨리거나 본인이 원하는 컨트롤을 하기 힘들며, 볼링공에 회전을 주기 위한 충분한 힘 전달을 할 수 없어 훅을 구사하기 어렵다.

반면 커핑을 유지한 상태로 투구하게 되면 엄지의 방향이 지면과 수평에 가깝게 되기 때문에 중약지가 볼링공의 아래쪽에 위치할 수 있게 되고 적절한 타이밍에 엄지에 힘을 살짝 빼주게 되면 볼링공이 빠져나가면서 중약지가 걸리게 되어 자연스럽게 볼링공에 회전력을 줄 수 있다.

커핑을 유지하기 위해 손목의 힘이 많이 필요할 것 같지만 요령이 있으면 마냥 그렇지만은 않다. 우선은 볼링공의 엄지 구멍과 본인의 엄지 크기가 잘 맞는 볼링공을 골라야 한다. 구멍의 크기가 엄지보다 크거나 작을 경우 볼링공을 들기 위해 엄지에 힘이 과도하게 사용되어 손목이 아프거나 아귀힘이 금방 빠지게 되어 몇 게임 치지도 못하고 지치게 된다. 구멍의 크기가 본인의 엄지와 비슷하면 적은 힘을 들여서 쉽게 볼링공을 들 수 있으며 이때 검지의 힘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방법은 볼링공의 관성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커핑을 유지할 필요가 없고 릴리즈 전에 볼링공의 관성력을 이용하여 순간적으로 커핑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볼링공의 관성력을 이용한 방법은 요령만 있으면 간편하고 회전을 만들어내기 편하지만, 릴리즈 타이밍이 늦어질 수 있고 구속의 한계가 있어서 높은 수준의 볼러를 노린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훅을 구사하는 데 있어서 턴, 언커핑, 액시스 로테이션, 틸트, 플렉션, 어덕션, 어브덕션, 익스텐션 등의 다양한 용어와 기술들이 있지만 여러분의 흥미를 낮출 수도 있고 커핑을 이용하여 연습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될 수도 있으니 여기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자세를 잡아보며 볼링을 쳐보려고 하는 당신. 한 번 구르고 온 볼링공에 기름이 너무 묻어 찝찝하다. 손이 더러워지는데 왜 레인에 기름을 칠해두는 걸까?

과거에는 볼링 레인이 나무 만든 우드 레인이었기에 레인 보호를 위해 기름칠을 해두었었다. 여담으로 우드 레인은 찍힘에 약하기 때문에 볼링공을 던지지 말고 굴리라고 했지만, 요즘은 찍힘에 강한 합성 압축 소재를 사용한다.

레인 소재가 바뀐 근래에는 레인에 기름칠을 하는 이유가 다르다. 레인에는 기름이 발려져 있는 오일 존과 드라이 존으로 영역을 구분할 수 있고 오일 존에서는 볼링공이 미끄러져 진행하며 회전하는 에너지를 보존하고 오일 존을 지나 드라이 존을 만나면 마찰력으로 인해 보존해 왔던 회전 에너지를 사용하여 진행 경로를 바꾸어 이동하게 된다.

만약 레인에 기름이 발려져 있지 않다면 직구 구질을 사용하는 스트로커는 괜찮을 수 있지만 훅 구질을 사용하는 볼러의 경우 볼링공이 핀에 도달하기도 전에 공의 진행경로가 바뀌어 거터로 빠지게 된다. 이렇듯 레인에 기름을 바르면 직구와 훅 구질을 아울러 구사할 수 있고 훅 구질은 다이나믹한 움직임을 보여주게 되어 볼링을 더욱 재미있게 만든다.

이제는 레인에 오일 존과 드라이 존을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프로 세계에서는 항상 같은 규격으로 오일 존과 드라이 존으로 구성할 경우 모든 선수가 결국 익숙해지고 상향 평준화되기 때문에, 레인에 바르는 기름의 양과 영역을 다양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러로 하여금 공략을 어렵게 하여 변별력을 높이는 다양한 스포츠 레인 패턴이 생겨났다.

빅벤 패턴/스톡홀름 패턴/런던 패턴/베이징 패턴
송명성 기자

볼링에 관심이 없다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정보를 전달 할 수 있어서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컴투스 사우 분들이 언젠가 볼링장에 갔을 때 더욱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언젠가는 볼링이 올림픽 종목이 되어 볼링 강국 한국의 위상을 떨치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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