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의 반응이 아직까지도 뜨겁다. 제목만 보고 ‘이게 뭐냐’며 몸서리치던 사람들도 어느 순간 케데헌에 빠져 OST를 흥얼거리고 있을 정도다. 최근 컴투스 식당에도 점심시간마다 케데헌의 악령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의 ‘Soda Pop’이 흘러나와 사우들의 혼을 빼앗고 있다.
마 리를 소다팝♪
케이팝 아이돌이 악령을 퇴마 한다는 독특한 소재와 실제 케이팝 프로듀서들이 대거 출격한 높은 퀄리티의 OST, 여타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매력적인 한국인 캐릭터들까지. 케데헌의 흥행 요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받은 부분은 바로 ‘K-고증’에 대한 집요함이다.
소파를 등받이로 사용하는 헌트릭스 멤버들
작품 곳곳에 숨겨진 한국적인 요소들은 단순한 설정을 넘어, 한국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움과 공감대를, 해외 시청자들에게는 신선한 재미를 선사했다. 식당 장면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익숙한 비주얼의 국밥과 수저 아래 깔아 둔 냅킨, 길거리의 불법주차 차량과 같은 현실적인 풍경은 물론, 호작도를 재해석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주인공의 장신구로 재해석된 전통 노리개 등을 통해 한국 문화에 대한 제작진의 높은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다.
결국 케데헌의 흥행 배경에는 한국 문화에 대한 존중과 애정을 담은 K-고증이 핵심적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은 케데헌처럼 철저한, 또는 유쾌한 고증으로 눈길을 사로잡은 게임들을 소개해 볼 예정이다. 이미 고증으로 유명한 게임보다는 숨은 노포 맛집 위주로 준비해 봤다. 😋 그럼, 출발!
1. Brothers in Arms: Road to HILL 30™ | 브라더스 인 암즈: 로드 투 힐 30
ㆍ출시일: 2005년 03월 15일
ㆍ장르: 1인칭 슈팅
ㆍ제작사/배급사: Gearbox Software / Ubisoft
ㆍ플랫폼: 🖥️ PC(Steam)
ㆍ가격: 5,500원
#실화주의 #제2차세계대전 #101공수부대
2005년 출시된 ‘Brothers in Arms: Road to HILL 30™‘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실화를 기반으로 제작된 1인칭 슈팅 게임이다. 게임의 배경은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투입된 미 육군 제101 공수사단의 실제 전투 기록에 기반하며, 플레이어는 분대장 ‘맷 베이커’ 병장이 되어 8일 동안의 작전에 투입된다.
🎲HOW TO PLAY
기본적인 이동은 WASD 키로, 사격은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조작한다. 그 외 조작법은 게임 진행 시 튜토리얼 구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려주기 때문에 따로 익힐 필요는 없다.
AI 분대원이 대답을 열심히 해줘서 진짜 분대장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플레이어는 교전 도중 ‘V’ 키를 눌러 ‘Situational awareness view’를 활성화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장의 상황을 파악한 뒤 분대원에게 이동이나 공격(제압 사격), 돌격, 집결 등의 명령을 내려 분대를 지휘할 수 있다. 체력 회복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전략에 기반한 신중한 지시가 필요하다.
🔍맛집 포인트
(좌) 프랑스의 생트 메흐 에글리즈를 배경으로 하는 전장과 (우) 독일군의 K98 총기를 구현한 모습
‘브라더스 인 암즈’의 전장은 단순한 상상력의 산물이 아니다. 개발진은 Army Signal Corps가 제공하는 자료와 목격자들의 도움을 받아 게임 내의 전장, 사건, 장비 등을 섬세하게 재현했다. 플레이어는 단순히 전쟁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에서 나아가, 수십 년 전 병사들이 실제로 교전했던 그 순간에 들어와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챕터 난이도별로 해금되는 콘텐츠가 달라 수집욕을 자극한다.
더 깊은 역사를 맛보고 싶다면 각 챕터를 완료할 때마다 해금되는 ‘EXTRAS’ 콘텐츠에 주목하자. 1944년의 실제 정보 보고서, 미 국립기록보관소의 공식 육군 역사 기록물과 같은 진본 사료 등이 포함되어 있어 마치 역사박물관을 체험하는 듯한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한다. 출시된 지 20년이 넘은 게임이라 그래픽 퀄리티는 다소 떨어지지만, 시각적 화려함을 압도하는 ‘진짜 역사’의 묵직한 맛이 있는 게임이다.
👍추천 대상
ㆍ게임도 하고 교양도 쌓고 싶은 사람
ㆍ실화 기반의 콘텐츠에 관심이 있는 사람
ㆍ고전 전술 FPS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
2. Dagon: by H. P. Lovecraft | 다곤
ㆍ출시일: 2021년 09월 24일
ㆍ장르: 비주얼 노벨
ㆍ제작사/배급사: Bit Golem
ㆍ플랫폼: 🖥️ PC(Steam), VR/컨트롤러 지원
ㆍ가격: 무료!
#크툴루신화 #비주얼노벨 #호러
스팀 평가에서 무려 압긍(압도적으로 긍정적, 11,722개 중 95%) 평가를 받은 3D 서사형 게임이다. 서브컬처와 호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크툴루 신화의 대가, H.P. 러브크래프트의 동명 소설 <다곤>을 원작으로 한다. 한국어 자막도 지원하기 때문에 편하게 감상이 가능하다. 참고로 원작 소설은 The H. P. Lovecraft Archive에서 직접 읽어볼 수 있다.
* ‘크툴루 신화’란 거대한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 존재의 나약함과 저항할 수 없는 절대적 공포를 골자로 하는 세계관으로, ‘코즈믹 호러’ 장르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게임 ‘다키스트 던전’의 세계관도 이 크툴루 신화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HOW TO PLAY
다곤은 원작을 인터랙티브 형식으로 각색한 게임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아래와 같은 요소들이 등장한다. 마우스 왼쪽 버튼 혹은 컨트롤러의 L1 버튼을 눌러 상호작용하면 된다.
상호작용을 통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거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가끔 숨어 있는 상호작용 요소들이 있다. 이럴 땐 마우스 오른쪽 버튼이나 컨트롤러의 L1 버튼을 꾹 눌러 줌인하면 된다. 붉은 가지가 그려진 물체가 있다면 주의 깊게 들여다보자.
이런 식으로 숨어 있다.
🔍맛집 포인트
생각보다 분위기가 오싹하지만 점프 스케어 요소는 없으니 겁먹지 말자.
원작을 읽으며 상상했던 원작 특유의 어둡고 축축한 분위기를 훌륭히 재현했다. 소설 전문을 거의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에, 원작을 모르더라도 게임을 즐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게임 곳곳에 숨겨진 ‘참고 지식’은 역사적 배경과 작가의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포함하고 있어 자칫 지루할 뻔한 게임에 재미를 더하고 원작을 한층 깊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스토리 전개 상 바다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때 만날 수 있는 윤슬도 이 게임의 백미다.
다곤은 제한적인 배경과 30분 내외의 짧은 플레이 타임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를 단숨에 몰입하게 만든다. 특히, 그래픽과 사운드, 연출을 통해 이끌어낸 극한의 심리 묘사가 굉장히 인상적이다. 이런 게임이 무료인데 편의점 비닐봉지가 유료인 세상이라니, 말도 안 된다!
👍추천 대상
ㆍ쫄보지만 공포 게임은 해보고 싶은 사람
ㆍ크툴루 신화와 러브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사람
ㆍ책은 읽기 싫지만 ‘최근 읽은 책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황하고 싶지 않은 사람
3. Drunken way to home | 드렁큰 웨이 투 홈
ㆍ출시일: 2023년 11월 17일
ㆍ장르: 액션 어드벤처
ㆍ제작사/배급사: Yamauchi_games
ㆍ플랫폼: 🖥️ PC(Steam)
ㆍ가격: 4,500원
#숙취 #시뮬레이션 #샷건주의
‘Drunken way to home’은 만취한 상태로 집에 돌아가는 상황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주취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메인 화면에서 인사불성이 되어 비틀거리는 아저씨가 바로 우리가 조작할 캐릭터다. 벌써부터 기나긴 여정이 예상된다.
🎲 HOW TO PLAY
플레이 방식은 아주 간단하다. 양쪽 마우스 버튼을 각각 누르고 있으면 회전하고, 동시에 누르면 전진할 수 있다. 움직임은 물리 계산을 통해 현실적으로 구현했다.
자꾸 보니 정든다. 은근히 귀여운 것 같기도?
🔍맛집 포인트
일어나… 집에 가야지…
이 게임의 맛은 기가 막힌 현실 고증에서 온다. 별안간 다리가 풀려 주저앉고, 괜찮다며 펄쩍 뛰었다가 다시 맥없이 넘어지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다.
엎드려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왠지 모르게 오싹하다…
만취한 친구를 돕다보면 ‘아 나 잠깐만’ 혹은 ‘건들지 말아 봐’라는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차분히 기다려주는 게 상책이다. 이 게임도 현실과 똑같다. 캐릭터가 느닷없이 엎드려 절을 하기 시작했다면, 알아서 일어날 때까지 차분히 기다려주자.
알겠으니까 진정해 제발…
괜히 급한 마음에, 혹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챙겨주겠다고 건들다가는 이 꼴 난다. 취해서 엎드려 있는 사람들 함부로 일으키면 큰 일 난다는 현실을 완벽히 고증했다. 기가 막힌 물리 계산으로 빚어낸 악독한 조작감마저 만취하면 집에 가기 힘들다는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킬링타임용으로 나쁘지 않은 게임이니, 대학 시절 만취의 낭만이 그립다면 도전해 보길 추천한다!
👍추천 대상
ㆍ시간이 너무 느리게 가서 심심한 사람
ㆍ기존 항아리 게임류를 재미있게 플레이했던 사람
ㆍ술 취한 기분은 느끼고 싶지만 금주 중인 사람
4. 낚시의 신: 크루 – 리얼 낚시 | Ace Fishing: CREW
ㆍ출시일: 2023년 07월 20일
ㆍ장르: 3D 레포츠
ㆍ제작사/배급사: Com2uS
ㆍ플랫폼: 📱 Mobile(AOS/iOS)
ㆍ가격: 무료!
#손맛 #아쿠아리움 #수집
오늘 만나볼 마지막 맛집은 3D 그래픽으로 구현한 다양한 어종을 만나볼 수 있는 ‘낚시의 신: 크루’다. 단순히 물고기를 낚는 손맛에만 집중하는 것을 넘어,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생물 고증’이 인상적이다. 전작과 차별화되는 1인칭 수중 뷰 도입을 통해, 물고기의 생김새와 움직임을 보다 생생히 확인할 수 있다.
🎲 HOW TO PLAY
조작 방법은 원 터치로 간단하다. 낚싯대를 던지고 챔질을 통해 물고기를 건 뒤, 낚싯줄의 텐션을 조절하며 대미지를 입힌다. 물고기의 이동 방향에 맞춰 릴을 조작하고, 크루 스킬을 활용하여 더 큰 피해를 주거나 체력을 회복하는 등 게임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 지역 낚시 콘텐츠에서는 자동 릴 조작 모드를 사용해 편리하게 플레이할 수도 있다.
손맛에 리얼함까지 더했다!
🔍맛집 포인트
좌측부터 순서대로 미국 연방해양대기청(NOAA) 수산부에서 제공하는 ‘카나리아 락피쉬’ 이미지와 실사, 그리고 ‘낚시의 신: 크루’에서 구현된 모습
‘낚시의 신: 크루’에 등장하는 물고기들은 단순 그래픽 덩어리가 아니다. 실제 어류 도감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구현된 물고기들은 고유의 외형이나 무늬부터 비늘의 질감까지 살아있는 듯 정교하다. 실제 서식 환경까지 고려하여 설계된 덕에, 낚시터마다 어떤 물고기가 출몰할지 기대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는 플레이어가 물고기를 낚아 올렸을 때, 실제 생물을 낚아 올린 듯한 생생한 쾌감을 전달한다.
진짜 물고기를 키우는 것 같아서 애착이 생긴다.
획득한 물고기는 ‘수조’에서 360도로 감상할 수 있다. ‘어느 각도에서 관찰해도 문제없다’는, 생물 고증에 대한 개발진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낚시라는 취미를 ‘생물 탐구’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이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단순 게임 플레이를 넘어 살아있는 자연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물고기 덕후라면 필히 다운로드하여, 나만의 아쿠아리움을 즐겨보길 바란다!
👍추천 대상
ㆍ물고기는 좋아하지만 아쿠아리움에 갈 시간은 없는 사람
ㆍ시각적 즐거움과 짜릿한 손맛이 있는 낚시 게임을 즐기고 싶은 사람
ㆍ바다 좋아! 시원한 수중뷰를 즐기고 싶은 사람
이렇게 역사부터 문학, 엉뚱한 현실과 살아있는 생태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고증 맛집’ 게임들을 둘러보았다. 넷플릭스의 ‘케데헌’이 보여준 ‘K-고증’의 힘처럼, 오늘 소개한 게임들 역시 각자의 분야에서 보여주는 집요한 디테일로 우리에게 색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혹시 마음에 드는 ‘맛집’을 발견했다면 주저하지 말고 플레이해 보길 바란다. 개발자의 장인정신이 깃든 세계를 탐험하며, 아는 만큼 보이는 디테일의 즐거움을 만끽해 보자!
컴투스온
오늘 소개한 게임을 이미 모두 알고 계셨다면, 당신은 찐 맛집 고수! 또 나만 아는 맛집이 있다면 컴투스온에 제보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