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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을 세워보자! SRPG

RPG 장르는 게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장르일 것이다.

RPG: Role-Playing-Game 실제 의미와는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쉽게 설명하자면 게임에서 자신의 캐릭터를 육성하는 게임으로 인식하면 된다. 그리고 이번 기사에서는 이 RPG 장르의 하위 장르인 SRPG (Simulation Role-Playing-Game)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먼저 SRPG에서 S는 시뮬레이션을 뜻하는데 여기서 시뮬레이션은 체험을 뜻하는 게 아니라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의 시뮬레이션을 뜻한다.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전략 RPG라고 생각하면 된다. 전략 RPG라는 뜻답게 플레이어는 캐릭터를 1명만 조작하는 것이 아닌 전장의 전체를 위에서 내려다보며 다수의 캐릭터를 ‘지휘’하는 개념이다.

게임에서 정해진 캐릭터를 한 명만 조종하는 것이 아닌 다수의 캐릭터를 한 명 한 명씩 조작해 마치 부대를 이끄는 장수와 같은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설명하면 단순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기에 SPRG 장르가 전략 시뮬레이션 장르와 차별화되는 점을 설명하고자 한다.

RPG라는 이름이 들어간 만큼 SRPG에서 캐릭터성은 매우 중요하다. 플레이어는 한 번에 여러 캐릭터를 육성하며, 이 캐릭터들은 서로 상호작용과 관계도가 있다. 캐릭터의 장비 세팅, 파티, 스킬 조합 등 여러 RPG 장르에서 볼 수 있는 요소를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채용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캐릭터성을 가진다는 것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의 세계관에 더 몰입하고 캐릭터에 애정을 가지게 만든다. 단순히 전투만 있는 게임이 아니라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캐릭터를 육성하고 여러 캐릭터를 조종하는 만큼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캐릭터들의 친밀도나 서로 대화하는 이벤트씬을 보는 재미도 SRPG의 재미 중 하나이다.

대부분의 SRPG의 캐릭터들은 체스판이 생각나는 타일에서 각자의 이동을 통해 한 타일씩 이동해가며 전투를 치른다. 실시간으로 전투가 벌어지는 것이 아닌 내 차례에서는 자신의 캐릭터들만 행동할 수 있고 상대의 차례에서는 상대의 캐릭터들만 행동을 펼칠 수 있기 때문에 피지컬 적인 요소보다는 뇌지컬 플레이가 중요시된다.

적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알맞은 대응을 자신의 차례에서 해줘야 하므로 캐릭터들을 어떻게 배치할지가 가장 큰 핵심이라 볼 수 있다.

한명 한명 캐릭터들을 자신의 턴에 조종하기 때문에 피지컬적인 요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대부분의 SRPG에서 매 판마다 게임의 클리어 조건을 다르게 걸어 놓는다. ‘몇 턴 이내에 적의 전멸’, ‘몇 턴이 넘어가면 적의 증원 도착’ 등 단순히 ‘적의 전멸’ 이러한 승리 조건만 걸려 있다면 가뜩이나 게임의 템포가 느린 SRPG에서 상대적으로 플레이하는 재미가 떨어질 테니 말이다.

어느 정도 보드게임이 생각나는 게임 시스템이지만 플레이 방식만 비슷할 뿐 세세하고 파고들면 매우 많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 SRPG의 매력을 한층 더 끌어올려 준다.

대부분의 SRPG는 전투에 확률적 요소를 차용해 변수를 둔다. 비디오 게임인 만큼 만약 게임에 변수 창출이 없다면 정해진 방법을 통해서 확정적으로 게임의 클리어가 가능할 것인데, 이는 게임에 대한 진행도에서 상대적으로 재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무조건 확정적으로 클리어하는 방법 하나가 있다면 모두 그 방법을 채용할 테니 말이다.

확률적 요소를 채용한다면 게임의 전투에 대한 불확정성이 생겨 전에 성공했던 방법으로 클리어에 실패할 수도 있고, 전에는 실패했던 방법이지만 이번에는 클리어에 성공하게 될 수도 있다. 확률적 요소가 게임에 포함되는 순간 한 가지 스테이지로도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과의 전투에서도 명중률, 크리티컬 확률 등 다양한 확률적 요소가 전투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이렇게 SRPG 장르에 대한 특징을 설명해 보았다. 흡사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으면서 RPG라는 장르명이 들어간 만큼 캐릭터성도 보유하고 있어 게임마다 흥미진진한 세계관을 보는 등 여러모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장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SRPG 장르의 추천 게임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

개발사: 인텔리전트 시스템즈, 코에이 테크모
유통: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발매일: 2019년 7월 26일

SRPG 장르를 정립한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 중 최다 판매량을 기록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이다. 파이어 엠블렘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전장에서 한 번 죽은 캐릭터는 게임 내에서도 죽은 걸로 취급되어 이후 그 캐릭터는 사용할 수 없다는 영구 사망 시스템이 있는데, 이 영구 사망 시스템은 자연스럽게 게임에서 전원 생존이라는 목적을 가지게 되고 매 판 모든 캐릭터를 살려야 한다는 압박감은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더 크게 만들어준다.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에서 주인공은 3개의 학급 중 한 반을 선택하여 담임 교사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게 되는데 앞서 언급한 영구 사망 시스템과 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당연히 자신이 선택한 학급의 학생은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을 테고, 당연히 학생들은 전투에서 죽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처럼 게임적 시스템과 스토리가 결합해 플레이어에게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수많은 캐릭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게임의 스토리에서 배제되는 일 없이 각자의 캐릭터성을 유지한 채로 스토리가 진행된다.

주인공이 학급의 선생이기 때문에 당연히 담당 학생들의 육성이 필요하다. 이 육성 부분에 대해서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의 경우 시리즈 중에서 가장 높은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캐릭터이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직업으로 성장이 가능하다.

1대1 교습인 개별 지도, 자율 학습 개념인 목표 설정과 위임 지도, 캐릭터들끼리 짝을 지어 친분 및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는 그룹 과제 등 다양한 성장 요소로 본래 학생의 특기가 아닌 분야가 있더라도 앞서 언급한 다양한 성장 요소로 인해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향의 재능을 가진 캐릭터로 성장시킬 수 있다는, 성장에 대한 자율성이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의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캐릭터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성장시켜 스토리를 진행하는 재미는 시리즈 내에서도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다.

전투 부분에서도 시리즈 중 가장 쉬운 난이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SRPG의 입문용으로 크게 추천한다. 앞서 언급한 영구 사망 시스템의 경우 시리즈의 큰 특징이나, 파이어 엠블렘 풍화설월부터는 설정으로 끌 수 있게 변경됐다. 해당 기능을 끈다면 비록 게임의 긴장감은 반감되겠지만 SRPG 장르에 대한 입문이라면 아무래도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는 기능이라 생각한다.

SRPG에 첫 입문이고 전투에 대한 부담감을 덜면서 게임의 스토리 진행에 더 관심이 있다면 낮은 난이도로 시작함을 추천한다.

SRPG에 흥미가 생긴다면 가장 입문작으로 추천하는 작품이다. 만약 닌텐도 스위치를 보유하고 있다면 꼭 구입해서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

개발사: 스퀘어 에닉스, 아트딩크
유통: 스퀘어 에닉스, 닌텐도
플랫폼: 닌텐도 스위치, Steam
발매일: 2022년 3월 4일 (닌텐도 스위치 기준)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분명 SRPG기는 하나 게임에서 전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게임의 핵심은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군상극 가운데 플레이어의 판단이 게임의 스토리에 크게 개입하여 시작부터 끝까지 플레이어는 여러 선택지에서 어떤 방향이 자신의 신념과 맞는가를 선택하게 된다.

어떤 선택지가 올바른지 정답은 없다. 그저 플레이어의 신념에 맡기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방향의 선택지를 골라 이야기를 진행하면 된다.

분명 장르가 SRPG인 만큼 전투를 기대하게 되지만 전투의 비중이 생각보다 크지는 않아서 다소 실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전투의 비중이 크지 않을뿐, 한 전투마다 다양한 전략을 토대로 결정된 플레이어의 선택은 전투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일어나는 플레이어의 선택은 전투와 아주 무관한 영역이 아니다.

어떤 선택이 주인공과 동료들에게 긍정적인 입장이 되느냐에 따라 전투에서 많은 정보를 선점할 수도 있다. 또한 정치적인 판단과 정답이 없는 선택지에서 플레이어는 전투뿐만이 아니라 스토리 파트에서도 지속적인 고민을 하게 된다.

스토리의 비중이 매우 큰 게임이고 스토리 중간마다 나오는 선택지에 따라서 앞으로의 전투와 이야기 흐름이 달라지기 때문에 스토리 파트도 집중해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는 RPG 파트가 존재하는데, RPG 파트에서는 자유롭게 필드를 돌아다니면서 여러 정보를 수집하고 상점을 방문하는 등 일반적인 RPG에서의 마을의 역할을 한다.

앞서 언급한 RPG 파트에서의 정보 수집은 다음 전투에 대한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가진다. 단순히 스토리적 정보 수집이 아닌, RPG 파트에서 돌아다닌 장소가 이후 전투 파트에서 전장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투 장소에 대한 지형지물을 미리 파악하고 NPC들이 직접적으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젝트들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NPC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세계관과 스토리에 대한 깊이를 더 안겨주고 전장의 구조를 미리 파악하면서 전투를 준비하는 등 여러모로 매력이 가득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추후에 있을 전투에 대한 정보 수집이나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여러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등 RPG 파트도 대충 넘어갈 부분이 아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지에 따라 스토리의 흐름이 완전히 바뀌고 그에 따라서 전투 전략도 자연스럽게 바뀌는 트라이앵글 스트래티지의 경우 앞서 언급한 SRPG의 확률적인 요소에 가장 부합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어디까지나 정해져 있는 선택지의 흐름에 따라 맡기는 것에 가깝지만 처음 접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선택지에 따라서 어떻게 전장의 흐름이 바뀌는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SRPG에 대하여 간단한 설명과 추천 작품들을 소개해 봤다. 본인이 만약 평소에 전략 시뮬레이션과 RPG를 동시에 좋아한다면 이만한 장르가 없을 것이다. 캐릭터성과 전략을 동시에 잡은 SRPG 장르에 대한 관심을 한 번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권혁준 기자

컴투스온을 통해 평소 좋아하는 게임 장르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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