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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게임, 다시 돌아온 ‘같이 노는 게임’의 시대

‘함께’의 재미를 중심에 둔 게임

파티게임은 말 그대로 ‘함께 즐기기 위한 게임’이다. 짧은 시간 안에 여러 명이 참여해 웃음과 즉흥적 상호작용을 나누며, 경쟁보다 관계를 우선하는 멀티플레이 장르로 정의할 수 있다.

이 장르는 90년대 후반부터 꾸준히 이어졌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 인기를 되찾았다. 온라인 스트리밍 문화의 확산, 모바일·크로스플레이 기술의 발달, 짧은 시간에 웃음을 주는 콘텐츠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새로운 세대의 ‘온라인 놀이터’로 진화했다.

장르를 정립한 초기 작품들

1998년 닌텐도 64로 발매된 ‘마리오 파티’는 파티게임의 시초로 여겨진다. ‘보드게임 + 미니게임’ 조합은 이후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던져 맵을 이동하며 별을 모으고, 각 턴마다 미니게임을 통해 코인을 벌거나 잃는다. 미니게임은 단순한 버튼 입력으로 진행되지만, 상황은 매번 뒤집히도록 설계됐다.

플레이어는 주사위를 던져 맵을 이동하며 별을 모으고, 각 턴마다 미니게임으로 코인을 벌거나 잃는다. 버튼 몇 개로 조작할 수 있는 간단한 규칙이지만, 언제든 상황이 뒤집히는 예측 불가능성이 핵심 재미를 만든다.

이 구조는 곧 파티게임의 본질을 요약한다. ‘승패보다 함께 겪는 순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리즈는 20편 이상 이어지며, 2024년 최신작 ‘슈퍼 마리오 파티 잼버리’까지 세대를 초월한 명작으로 자리했다. 2025년 10월 LEGO 그룹의 ‘Lego Party’가 출시되며, 이 감성을 현대적으로 계승한 신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패가 곧 유머가 되는 게임

2014년 얼리 액세스로 공개된 ‘Gang Beasts’는 영국 인디 개발사 Boneloaf의 실험적인 물리 기반 격투 파티게임이다.

젤리처럼 흐물흐물한 캐릭터들이 서로를 밀고 당기며 싸우는 단순한 구조지만, 그 예측 불가능한 물리엔진이 곧 유머가 된다. 이 작품은 이후 수많은 개발자에게 영향을 줬고, ‘실패를 유머로 전환하는 물리 설계’라는 철학은 파티게임의 새로운 공식을 만들었다.

Human: Fall Flat, ‘보는 재미’를 가진 파티게임

2016년 No Brakes Games가 선보인 <Human: Fall Flat>은 Gang Beasts의 감성을 짙게 계승한 작품이다. 플레이어는 무기력한 인형 캐릭터를 조작하며 단순한 물리 퍼즐을 풀어나간다. 역시나 조작은 의도적으로 불편하게 만들어졌고, 팔을 뻗고 붙잡고 끌어당기는 과정이 우스꽝스럽게 그려지도록 설계됐다.

특히 유튜브·트위치 등에서 협동 플레이 영상이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하며, ‘직접 하는 재미’뿐 아니라 ‘보는 재미’까지 갖춘 대표 파티게임으로 자리했다. 이후 ‘Totally Reliable Delivery Service’ 등 다양한 후속작들이 이 감성을 계승했다.

팬데믹이 가져온 전환점과 장르의 확장

2018년 소규모 인디팀 Innersloth가 만든 ‘Among Us’는 발매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2020년 팬데믹 시기, 스트리머들과 함께 전 세계적 열풍을 일으켰다.

우주선 속 ‘임포스터’를 찾아내는 간단한 규칙과 음성 채팅을 통한 심리전은 파티게임을 ‘소셜 디덕션(Social Deduction)’, 즉 사회적 추리게임으로 확장시켰다. 플레이어들은 서로의 말과 행동을 근거로 거짓을 가려내고 신뢰를 쌓아야 했으며, 이 과정에서 단순한 게임을 넘어선 ‘심리전의 장’이 완성됐다.

Fall Guys, 파티게임의 정점

2020년 Mediatonic이 발표한 ‘Fall Guys’는 파티게임의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에 파티게임의 혼돈을 결합한 아이디어로, 60명의 플레이어가 동시에 다양한 장애물 코스를 돌파하며 1등을 노리는 게임이다.

이전 세대 파티게임들이 쌓아온 재미 요소에 통통 튀는 캐릭터들의 대규모 경쟁을 더해 현대 파티게임의 완성도를 한 단계 끌어올렸고, 파티게임이 어떻게 경쟁 중심의 대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가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무료화 이후 에픽게임즈 플랫폼과 크로스플레이 지원으로 유저 풀을 폭발적으로 늘렸고, 파티게임을 ‘소셜 엔터테인먼트’로 확립시켰다.

Roblox, 파티게임의 플랫폼화

지금까지 소개한 파티게임의 진화가 ‘웃음을 설계하는 기술’이었다면, ‘Roblox’는 그 기술을 아예 사용자에게 넘긴 전환점이었다.

2006년에 처음 등장해 2010년대 후반부터 폭발적으로 성장한 Roblox는 단일 게임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파티게임을 만드는 거대한 에코시스템이다.

수천만 개의 미니게임들이 존재하고, 그중 상당수가 ‘숨바꼭질’, ‘장애물 달리기’, ‘배신 파티’, ‘깃발 뺏기’ 등 고전 파티게임의 DNA를 계승하고 있다. Roblox는 ‘파티게임의 플랫폼화’라는 새로운 시대를 열었고, 이후 등장한 다수의 파티게임이 이 모델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놀이 본질로의 회귀

파티게임의 발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디자인 구조의 진화였다. 오늘날의 파티게임은 ‘소규모 협동·경쟁·창작’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구조로 고도화되고 있다. 멀티플레이 UX, 크리에이터 생태계, 짧은 세션 중심의 설계 등 현대 게임 디자인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파티게임이 다시 ‘같이 노는 경험’의 중심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결국 파티게임은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놀이의 본질로의 회귀라는 시대의 흐름을 가장 명확히 대변하는 장르다.

이서우 기자

원래 파티게임에 관심이 많았지만, 이번 기사를 쓰며 그 매력을 더 깊이 느꼈습니다. 작은 웃음 하나를 만드는 데도 얼마나 많은 고민이 필요한지 실감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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