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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만들고 싶다면 이 게임 밖에 없어요. ‘시티즈 스카이 라인 2’

개발
Colossal Order
유통
패러독스 인터랙티브
장르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출시일
2023년 10월 24일
플랫폼
Windows, PS5, XSX|S


발전소와 전력선이 설치되고 도로가 깔리면서 주택과 상가가 세워진다. 차들이 도로를 달리며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고, 사람들은 도시로 모여든다. 도로와 주택, 상가, 공장이 계속 확장되면서 도시가 성장한다. 그렇게 주어진 맵이 도시로 가득 찼을 때, 우주에서 운석이 떨어진다.

그렇게 ‘시티빌더’, 혹은 ‘타이쿤’이라고 불리는 건설 경영 게임이 탄생했다. 1989년에 발매된 이 게임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심시티 2000, 심시티 3000, 심시티 4까지 14년 동안 시티빌더 게임의 시황제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도 잠시였다. 시티빌더의 불후의 명작으로 칭송받던 심시티 4 이후 10년 만에 출시된 심시티(2013)는 어마무시한 버그와 온라인 게임화, 그리고 심시티의 10분의 1도 안 되는 맵 크기로 인해 ‘심읍내’라는 멸칭을 받으며 심시티 브랜드를 끝장내버렸다.

이러한 무주공산을 차지한 것은 2015년 출시된 Colossal Order사의 시티즈: 스카이라인이다. 단순히 심시티를 따라 만든 게임이 아닌, 새로운 개념의 도시 건설 경영을 도입하며 시티빌더 게임의 왕좌를 차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가 살펴볼 것은 시티즈: 스카이라인의 8년 만의 후속작, ‘시티즈: 스카이라인 II(이하 시티즈2)’이다.

흔한 심시티의 아류가 아니다.

시티즈2를 보기 전에,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잠깐 살펴보자. 심시티(2013)가 몰락하던 시기에 자연스럽게 유저들이 시티즈: 스카이라인으로 이동한 것은 단순히 할 게임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심시티 4라는 불후의 명작이 그 뒤를 버티고 있었고,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심시티(2013)보다 2년 후에 출시된 게임이었다. 그러나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교통’과 ‘3D’라는 부분에서 확실한 우월성을 보이며 시티빌더 게임의 대세로 자리 잡게 되었다.

이 게임을 개발한 Colossal Order는 이전에 시티즈 인 모션이라는 교통 경영 게임을 만든 회사였다. 이 게임은 도로나 철도 등의 기반 시설을 구축하고, 대중교통 노선을 설정하여 이익을 얻는 방식이었다. Colossal Order는 이러한 자신들만의 강점을 심시티의 도시 건설 요소와 접목시켜 시티즈: 스카이라인을 탄생시켰다.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철저하게 교통 문제를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도로를 통해 구역을 만들고, 건물들은 도로와 인접해야만 생성된다. 시민들이 요구하는 치안, 소방, 건강, 쓰레기 문제는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 쓰레기 수거 차량 등이 도로를 통해 이동해야 해결할 수 있다. 관광으로 수익을 올리고 싶다면 철도를 설치해 외부 수요를 끌어와야 한다. 이처럼 교통이 막히거나 혼잡해지면 도시 전체가 아수라장으로 변하게 된다. 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나는 일이다.

심시티4는 겉보기에는 3D 게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적절하게 2D로 3D를 흉내 낸 2.5D 게임이었다. 이로 인해 도로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웠고, 대부분의 도로는 격자 타일에 맞춰 생성되었다. 반면, 시티즈: 스카이라인은 과감하게 격자 무늬 타일의 제약을 일부 탈피하여 자유로운 도로 생성과 지형 지물을 활용한 입체 교차로 생성을 가능하게 하는 적극적인 3D 그래픽을 도입하였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도시를 꾸미고 만들 수 있는 진정한 자유를 얻게 됐다.

시티즈2는 흔한 후속작이 아닐 수 있었다.

사실 시티즈: 스카이라인에도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이 출시된 지 너무 오래되었다는 점이다. 도로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현재 시점에서는 그래픽이 뒤쳐져 있으며, 건설 경영 게임으로서 경영 파트의 깊이가 부족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었다. 도시가 한 번 흑자로 돌아서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흑자가 계속되는 경향이 있어, 게임의 난이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시티즈2가 출시되기 전까지 8년 동안 수많은 DLC로 게임의 수명을 억지로 늘리고 있었고, 게임 내 여러 문제들은 유저들이 만든 모드에 상당 부분 의존하여 해결되고 있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그렇게 2023년, 시티즈2가 발표되었다.

트레일러가 공개되었을 때, 모든 유저는 환호했다. 8년의 공백을 메우고도 남을 만큼 미려한 그래픽과 확장된 맵, 현실적인 도로를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건설 도구, 그리고 도시 경영 부분의 세분화 등 그동안 유저들이 원해왔던 요소들이 모두 충족된 듯했다.

출시 1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평가는 복합적이다.

그렇다. 사람과 게임은 역시 겪어봐야 안다. 게임은 오픈하자마자 장렬히 터져나갔다. 권장 CPU 사양이 5800X, GPU가 RTX 3080일 때부터 알았어야 했는데! 게임은 최적화 실패로 게임을 켜자마자 컴퓨터가 굉음을 내며 뻗기 시작했고, 유저들은 스팀 평가 대체로 부정적으로 보답해주었다. 산재한 버그들은 덤이었다.

노숙자들이 대량으로 양산되거나, 도시 인구가 몇 만명 되지 않는게 게임의 시뮬레이션 속도가 지나치게 느려지는 등의 버그와 최적화 문제는 심각했다. 이러한 문제는 출시 후 6개월이 지나서야 겨우겨우 조금씩 해결이 되는 모양새를 보였다. 

하지만 시티즈2는 대체재가 없어요.

그러나 유저들은 눈물을 머금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왜 재미있지? 이렇게 게임에 버그가 많고 최적화도 안 되어 게임이 느려지는데?” 이 게임은 대체재가 없다.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을 즐기고, 도시의 혈관인 도로에서 사람과 차량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며 즐거움을 느낀다면 더욱 그렇다. 이보다 더 잘 만든 ‘시티 빌더’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 게임의 근간인 도로 건설에서는 가히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의 진보를 보여주었다. 가장 중요한 고속도로 나들목 건설에서 자연스럽게 분기도로가 뻗어나가고, 그것이 또 자연스럽게 다른 도로에 합류되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또한 현실에서는 자주보는 비대칭 도로도 구현되어 차선을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교통을 이용하는 AI들의 수준도 올라가서, 특정 방향으로 가는 차량이 일렬로 쭉 늘어서는 한줄서기 현상이 없어졌다. 모드로 해결해야했던 신호등 및 횡단보도 제거, 좌회전 및 우회전 금지도 기본 기능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경영 부분에서도 상당 부분 개선이 이루어졌다. 주거, 상업, 공업 세 가지 특성으로만 주민들의 수요를 파악했던 전작과는 달리, 저밀도, 중밀도, 고밀도, 오피스 등 시민들의 다채로운 지역 수요를 표현한다. 세금도 단순히 주거, 상업, 공업 세금이 있는 것이 아닌 서비스 요금이 생겨나 수입에 대한 자유로운 경영에 가능해졌다. 또한 건물 한 채에 사는 주민들도 현실성있게 배치되고 그들의 요구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세세하게 나눠진 경제 패널은 도시 경영에 많은 도움을 준다.

경제 부분에서도 눈에 띄는 발전이 있다. 부유한 시민이 이사오면 임대료가 높은 저밀도 주택의 수요가 증가하고, 시민의 부 수준에 따라 상업 수요도 달라진다. 전체 돈의 흐름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이 부분의 마이크로 컨트롤을 원하는 유저라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시티즈 2》가 보여주는 모습은 현존하는 시티 빌더 게임에서는 절대 찾아볼 수 없는 요소이다. 진정한 도시를 만들고 싶은 유저들에게는 이러한 매력적인 요소가 또 없다. 필자 또한 수많은 버그와 최적화 문제에도 불구하고 《시티즈 1》이 아닌 《시티즈 2》를 계속 붙잡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미니 서울을 만들고 싶다면 답은 오로지 하나!

이 게임은 마치 분재를 가꾸는 것과 같다. 열심히 도로와 구역을 만들고 도시가 커져가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감상한다. 그리고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며 다시 한 번 그 과정을 즐긴다. 게임의 흐름은 대체로 이렇게 이어지며, 결국 도시가 거의 완성될 즈음에는 자연재해를 일으켜 도시를 없애거나 조용히 저장한 후 새로운 맵을 찾아 떠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는 여전하다.

시티 빌더 게임들은 문명과 같은 4X 게임과 비슷하게 타임머신과 같은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엔딩이 존재하지 않으며, 게임에 익숙해질수록 더 아름답고 멋진 도시를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하게 된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인 나들목을 만들고, 더 나은 대중교통 노선을 설계할지 고민하게 된다. 도시의 외관을 꾸미기 시작하면서 길 하나하나의 디테일도 신경 쓰게 된다. 이로 인해 유저 스스로 콘텐츠를 무한히 생산하는 선순환이 발생하게 된다.

만약 좋은 사양의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면, 이 게임을 꼭 한 번 해보기를 추천한다. 심시티로부터 이어진 30년의 시티 빌더 장르의 계보는 《시티즈 2》까지 이어졌으며, 이 장르는 발전의 정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신승원 기자

현대 인간은 대부분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죽죠. 그만큼 이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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