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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오픈월드 RPG의 본좌를 논한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VS 고스트 오브 쓰시마

출처: 각 게임 공식 홈페이지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었다.

2020년 최대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은 세 차례의 발매 연기가 무색하게도 온라인 샵에서 제품을 회수하는 등 사이버 게임 세상에서 말 그대로 ‘펑크’를 내버렸고, 당분간 오픈월드 장르는 신작들의 진공 상태가 될 전망이다.

배고픈 오픈월드 RPG 팬들을 위해 작년의 수작, 두 편을 다시 꺼내 본다.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 출시일: 2020. 11. 10
🎮 플랫폼: Windows, PS4, PS5, XBO, XSX, Stadia
🎮 제작: 유비소프트 몬트리올  

유비소프트의 ‘어쌔신크리드: 발할라(이하, ‘발할라)’는 오픈월드 RPG 장르에서 탄탄한 입지를 쌓아올린 ‘어쌔신크리드’ 시리즈의 최신작이다.

발할라의 장점은 치열한 고증과 방대함이다

역사 책과 박물관을 합쳐 모니터 안에 재구성해 놓은 듯 당시 유럽의 자연, 건축, 생활상이 현실처럼 펼쳐진다. 이 게임의 시작은 9세기 스칸디나비아반도의 어느 바이킹 마을. 시대 배경은 바이킹이 잉글랜드로 진출해 4왕국을 휩쓸고 다닌 ‘이교도 대군세’ 무렵이다. 촘촘한 역사의 그물코 위에, 인류의 그늘에서 세계를 주무르려는 ‘고대 결사단’과 그에 맞서는 암살단의 이야기를 한껏 담았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스칸디나비아, 잉글랜드, 빈란드(미국)에, 신화적 세계인 아스가르드까지 모험을 즐길 수 있으며 전작에 비해 대폭 늘어난 스킬 트리와, 보물찾기 요소, 무기와 방어구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시스템과 정착지를 건설하고 4왕국을 점령해 나가는 전쟁 요소까지 모두 즐기자면, 게임의 러닝타임은 100시간을 쉽게 넘어간다. 이야기의 스케일이 거대한 만큼, 맵의 크기도 방대하다. 그리스 문명권을 기반으로 한 전작 ‘어쌔신크리드: 오디세이’ 고대 이집트를 배경으로 한 ‘어쌔신크리드: 오리진’보다도 훨씬 확장되었다.

이 게임의 강점이 철저한 고증을 기반으로 한 고대 문명의 재구성이라면, 약점은 멋진 무대를 만들어 놓고도 가슴 뛰는 이야기로 숨을 불어넣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여전히 서브 퀘스트는 경험치를 얻기 위한 노가다에 불과하며, 방대함 속에서 메인 퀘스트는 집중력을 잃는다.

다만, 오픈월드의 핵심적 요소라고 할 수 있는 자유도는 대단하다

캐릭터의 성별을 선택할 수 있으며, 양손의 장비를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고, 온갖 벽과 기둥은 물론, 물속을 헤엄쳐 수중 유적을 탐사하는 등 상상하는 거의 모든 움직임이 가능하다. 마치 역사 소설 한 페이지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게임 이전에 ‘신화’와 ‘역사’에 대해 이 시대가 내놓는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정의하고 싶다.

고스트 오브 쓰시마
🎮 출시일: 출시일: 2020. 7. 17.
🎮 플랫폼: PS4
🎮 제작: 서커펀치프로덕션

‘고스트 오브 쓰시마’는 ‘서커 펀치 프로덕션’에서 출시한 오픈월드 RPG로 2014년, ‘인퍼머스 세컨드 선’ 이후 6년 만의 타이틀이다. 신규 IP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이 게임은 출시 직후 국내 유저층을 중심으로 ‘왜색’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최소한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판타지이며, 보편적으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룬다. 실제, 한국 역사와는 접점을 가지지 않는다.

게임의 배경

1274년 원나라의 일본 정벌 시기다. 주인공 ‘사카이 진’은 코모도 해변의 대전투 후, 홀로 살아남은 무사다.

섬의 정치적 구심점이자 정신적 지주인 숙부는 몽골군의 포로가 되었고 섬은 초토화가 된 상황. 사카이 진은 무사도에 입각해 명예를 지키며 승리할 수 없는 전쟁을 할지 아니면, 무사도를 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망령’이 되어 주민과 섬을 보호할지 고뇌한다.

스토리와 그래픽은 물론,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빼어나다

여러 등장인물들은 자신만의 이야기로 서사의 입체감을 더하며, 자체 엔진으로 구현한 쓰시마의 사계는 말을 타고 달리기만 해도 미적 쾌감을 선사한다. 운명을 건 대결에 앞서, 붉고 노란 단풍잎을 헤치고 자리에 앉아 하이쿠를 짓는 장면은 ‘가와바타 야스나리’나 ‘미시마 유키오’처럼 색채감 넘치는 일본 유미주의 문학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또한 로딩 스트레스가 거의 없을 정도로 매끄럽게 오픈월드를 구현한 점은 유저로서 고마울 지경이다.

전투 시스템도 훌륭하다

일본식 검술을 구현했으며, 상대하는 캐릭터의 무기에 따라 네 가지 자세를 바꿔 대응할 수 있다. 일격 필살이 가능해 실제 전장의 긴박감을 잘 살렸으며, 암살, 화약, 암기, 독 등 다양한 전투 요소를 유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 유저는 자신만의 전투 스타일로 쓰시마를 모험할 수 있다.

단점

‘어쌔신 크리드’시리즈에 비해 맵의 크기가 작고, 자유도는 다소 떨어지며, 좁은 화각 때문에 적응이 될 때까지 다소 답답할 수 있다. 하지만,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 아름다운 미술적 요소, 절벽과 줄에 매달려 펼치는 파쿠르 액션, 패드를 극한으로 활용한 조작감 등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사진 출처: 각 게임 공식 사이트 및 기자 플레이 캡처

이한솔 기자

즐거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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