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tent

클래식 JRPG의 추억, 환상수호전 시리즈의 계승자 ‘백영웅전’ 출시

🎮 개발 : 래빗 앤드 베어 스튜디오
🎮 장르 : JRPG
🎮 플랫폼 : Windows, PS4, PS5, XB1, XBX|S, NS

환상수호전 시리즈란?

현재는 게임을 거의 개발하지 않는 코나미(일본의 게임 제작사)도 이전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을 출시하던 시기가 있었다. ‘환상 수호전 시리즈’는 그때 나온 JRPG로, 수호전에서 모티프를 얻어 108명의 동료를 모으는 고유의 시스템으로 마니아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기자는 잡지 부록으로 받은 이 ‘번들 CD’로 환상 수호전 시리즈를 처음 접했다. 외전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한글화된 작품이다. 환상 수호전 시리즈 중 지금까지도 가장 완성도 높고 인기가 많다고 평가받는 것은 단연 시리즈 2탄이다. 이후 본편이 5탄까지 발매되고, 몇 년 후 동료를 모으는 시스템이 동일한 외전 격 타이틀도 몇 개 발매되었으나 모두 2탄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다. 거기에다 환상 수호전 개발을 맡았던 제작진이 모두 코나미를 떠나면서, 환상 수호전 시리즈의 명맥이 끊긴 것도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후, 환상 수호전의 황금기였던 시리즈 1, 2탄을 제작한 제작진이 모여 새로운 후속작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환상 수호전을 잃지 못하던 팬들의 성원은 굉장했다. 이런 팬들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환상 수호전의 정신적 후속작인 ‘백영웅전’은 킥스타터 펀딩을 시작한 지 하루 만에 모금액을 달성했다.

엔딩 크레딧이나 게임 내 여기저기서 후원자들의 이름을 볼 수 있다.

백영웅전이 환상 수호전의 ‘정신적 계승작’이라고는 하지만 환상 수호전도 시리즈 3탄 이후로는 풀 3D로 제작된 데다 분위기도 많이 달라지기에, 백영웅전은 정확히는 ‘1, 2의 후속작’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기사도 환상 수호전 1탄과 2탄 그 중에서도 특히 2탄을 중점적으로 비교하며 작성했다.

대부분의 시스템을 환상수호전에서 계승

백영웅전을 접하고 가장 처음 든 생각은 ‘환상 수호전이 되돌아온 것 같은데?’ 였다. 기자는 제작진이 거의 동일하다고는 하나 코나미가 아닌 다른 게임 회사에서 개발했으니, 동료를 모으는 시스템 외에는 많이 다를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환상수호전 특유의 동료를 모으는 시스템은 물론이고 전투 시스템, 미니게임, 본거지 등 많은 부분이 환상수호전을 떠올리게 했다. 추억이 되돌아온 기분이었다.

영웅 콤보는 페널티가 없는 대신 SP(SKILL POINT)를 소비하는 스킬이 되어, 효용성이 떨어졌다.

전쟁 모드, 1:1 대결 또한 환상 수호전에서 그대로 가져왔다.

백영웅전에서 108명의 동료를 제외하고 환상 수호전 시리즈을 가장 상징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설정을 뽑으라면 바로 ‘문장’이다. 또한 환상 수호전 시리즈와 비슷한 ‘룬 렌즈’라는 개념이 있다. 마법이나 스킬 모두 룬을 사용하며, 환상 수호전 시리즈에서 진정한 문장이 스토리를 전개하는데에 중요한 요소였다면 백영웅전 에서는 ‘태고의 렌즈’가 그 역할을 한다.

기본적으로는 캐릭터 당 룬 슬롯을 4개씩 가지고 있으나, 주요 캐릭터를 비롯해 일부는 더 많은 슬롯을 가지고 있거나 캐릭터에 따라서는 고유 룬이 있는 경우도 있다.

기존 환상 수호전에서 문장 시스템은 사용 횟수가 정해져 있어 아껴뒀다가 보스전에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백영웅전의 룬 또한 비슷하게 MP(magic point)를 많이 소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아껴두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니 일반 전투에서는 대부분 평타나 기술을 사용하게 된다. 다만 자동 전투 시스템의 템포가 백영웅전이 조금 더 느린 편이다. OST 또한 훌륭했는데, 전투 결과 화면 등에서 환상 수호전과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한 것이 느껴졌다.

왕도적인 스토리, 익숙한 캐릭터 설정

주인공 ‘노아’는 산골마을 출신 소년으로, 스토리가 진행되면서 연합군 리더까지 오르게 된다. 여기서 환상 수호전 시리즈와의 차이가 크게 난다. 기존 환상 수호전 시리즈에서는 주인공 이름을 플레이어가 직접 지을 수 있고, 주인공의 대사가 명확하게 나오는 일도 적었다. 그러나 백영웅전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정해져 있고 대사 또한 존재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캐릭터성이 매우 확고하다. 이 점을 장점으로 받아들일지 단점으로 받아들일지는 취향에 따라 다를 듯하다.

이외에도 제국 군인인 ‘세이’는 시리즈 2탄의 ‘죠우이’와 같은 주인공의 친구+라이벌 설정이다. 세이는 주인공 노아와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 개인적인 스토리는 있으나 심리적으로 복잡한 캐릭터는 아니다.

환상수호전은 귀여운 도트 그래픽과 상반되게 무거운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특징 중 하나다.

그러나 백영웅전은 최근 게임계의 경향을 따라서 인지, 스토리가 심하게 무겁지는 않다. 물론 전쟁이 일어나고 비인도적인 일도 발생하지만 그런 부분을 상세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더 다양한 유저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장점일 수 있겠으나, 그 때문에 악역의 무게감이 줄어든다는 부작용은 있다.

외형을 보면 환상수호전2의 빌런 ‘루카 브라이트‘가 연상되는, 백영웅전의 악당 ‘올드릭 공작‘
‘메리사‘의 인물정보. 백영웅전에서는 금액을 지불하면 바로 추가 정보를 볼 수 있다.

주연 중 한 명인 ‘메리사‘는 주연 세 명 중, 가장 단순한 설정을 갖고 있다. 기자의 생각으로는, 메리사는 ‘가디언‘이라는 집단에 대한 스토리와 설정이 조금 더 보완됐다면 훨씬 더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듯하다. 재밌게도 조연들 중에, 외모 면에서 ‘나나미‘를 생각나게 하는 ‘량‘이나 텔레포트를 쓸 수 있는데, 실수를 자주 하는 ‘빅키‘가 떠오르는 ‘캘리‘ 등, 환상수호전 시리즈의 동료를 연상시키는 캐릭터가 많다. 의도적으로 만든 것인지 아닌지는 제작진만이 알고 있겠지만.

환상수호전 캐릭터 이름이 붙은 레시피 같은 이스터 에그도 있다.

올드함은 장점이자 단점

환상 수호전의 정신적 계승작 답게, 백영웅전은 환상 수호전의 올드함을 그대로 갖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만약 전투 시스템이 획기적으로 바뀌고 요즘 게임들처럼 서브 퀘스트로 점철되었더라면, 기자 같은 사람은 오히려 실망했을 것이다. 물론 현 시대에 맞춰 편의성을 고려해 바뀐 부분들이 없지는 않다. 다만 어떤 부분은 너무 의도된 불편함으로 느껴져서 의아하기도 했다.

저장은 여관과 세이브 포인트에서만 가능하다. 자동 저장은 특정 시점에만 된다.

플레이를 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부분은 세이브다. 세이브만은 어디서든 자유롭게 됐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적을 조우하는 방식은 랜덤 인카운터인데 이것도 요새 보기 드문 방식이다. 던전 기믹이 플스 시절 일본 RPG가 생각날 정도로 복잡한데, 헤매다 보면 랜덤 인카운터 덕분에 계속 전투를 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난다. 그래도 플레이를 하다 보면 적과의 조우 확률을 낮추는 액세서리를 얻을 수 있다.

그래도 미니맵이 표시되고 현재 맵을 볼 수 있는 편의성이 있어 헤매는 일은 거의 없었다. 스토리상 어딜 가야 하는지도 표시된다. 자유 이동은 전작들처럼 텔레포트를 사용하는 동료를 얻은 뒤에 가능하다. 이 동료를 얻고 나면 환상 수호전 시리즈 때보다도 훨씬 편하게 이동할 수 있다. 룬이나 장비 등을 장착하는 건 일반 마을에서는 파티 멤버만 가능하다. 그 외의 동료를 관리하려면 본거지로 가야 한다.

무기 업그레이드는 1단계씩 차근차근 올리는 것만 가능하다. 게다가 매번 1단계씩 올릴 때마다 업그레이드 연출을 봐야 한다. 모든 동료의 무기 업그레이드 업적이 있는데, 한번에 올리는 기능이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이템 사용이나 파티 관리 또한 메뉴창을 열어 해당 카테고리로 이동해 찾아 가야 한다. 적어도 PC에서는 각 메뉴별 단축키가 있었다면 더 수월하게 플레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그래픽 면에서는 100명이 넘는 캐릭터를 모두 도트로 구현한 점에 무척 감탄했다. 하지만 배경이나 몬스터 까지 모두 도트로 구현하는 것은 무리였는지, 인물을 제외한 부분들은 대부분 3D였다. 이해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나, 플레이 중 이질감이 느껴질 때가 많았다.

최근 나온 도트게임 중에는 3D인 배경과 잘 어울리게 만든 작품들이 많아 더 아쉽다.

120명으로 늘어난 동료

환상 수호전의 경우 동료가 108명이나 등장하는 것이 큰 특징이다. 하지만 백영웅전은 무려 동료 수가 120명이다. 때문에 스토리 진행 보다는 동료를 모으는 데에 많은 시간을 쏟게 된다. (물론 다 모으지 않아도 엔딩은 볼 수 있다.)

120명의 동료 중 다양한 종족이 나오지만 각 종족별로 많은 설명이 나오지는 않는다. 환상 수호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120명의 동료들은 각각의 성능 차이가 있다. 하지만 룬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고 약한 동료라 해도 레벨을 높이면 시나리오 보스 정도는 무난하게 물리칠 수 있으니, 원하는 동료들로 파티를 꾸려 엔딩을 봐도 문제 없다.

여전한 연극 및 요리대회의 재미요소

요리대회는 환상 수호전2, 연극은 환상 수호전3 에 들어가서 호평을 받은 요소들이다. 환상 수호전 시리즈에서는 둘 다 게임 진행과는 크게 상관 없었는데, 백영웅전에서는 요리 대회를 일정 횟수 이상 진행해야만 영입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기다 보니 동료를 모두 수집하고 싶다면 필수로 요리 대회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백영웅전의 요리 대회는 환상 수호전과는 달리 조미료를 고를 필요가 없고 다음 이벤트 까지의 대기 시간이 10분으로 줄어 틈틈이 하기 좋았다.

또한 환상 수호전3에서 기자가 본편보다 더 푹 빠져서 즐겼던 연극도 가져왔다. 연극은 심지어 full voice로 진행돼,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다. 다만 환상수호전3 에서는 각 캐릭터들이 3D로 연극 모션을 보여줬다면, 2D인 백영웅전에서는 연극용 몸에 머리만 캐릭터로 갈아 끼우는 형태로 연출된다. 아무래도 한계가 있는 듯하다.

이외에도 카드게임, 샤크쉽 레이스, 에그풋 레이스, 팽이 대결 등 다양한 요소가 있다.

조작감이 매우 나쁜 샤크쉽 레이스. 휠보다는 키로 하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

샤크쉽 레이스는 스토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필수로 플레이해야 하는 미니게임이지만 크게 어렵지는 않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동료도 한 명 있다. 팽이 대결에서는 요리대회와 마찬가지로 모든 동료 영입을 위해 필수로 플레이 해야 하는 횟수가 있다. 3판을 대결해서 2판을 이기는 쪽이 승리하는 형식인데, 먼저 2판을 이겨도 세 번째 판까지 모두 진행해야 결과가 나오는 것은 좀 불편했다.

환상수호전 리마스터 발표와 비보

백영웅전 출시 예정 소식이 전해지고 갑자기 코나미에서 환상 수호전 1&2 리마스터 소식을 발표했다. 환상 수호전 시리즈의 마지막 외전이 나온 2012년 이후, 아무런 업데이트가 없었으니 갑작스러운 것은 분명하다. 대부분의 팬들은 코나미가 백영웅전을 견제하기 위해 환상 수호전 시리즈 팬들의 모금 화력을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하고 있다. 그런 이유로 그저 달갑게 보기는 어려우나, 그래도 공식 SNS까지 만들어진 덕에 환상수호전 시리즈가 발매된 이래로 최근 2년 간 가장 많은 소식을 접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환상 수호전의 팬 입장에선 양가적인 감정이 든다.

ⓒ KONAMI公式 공식 유튜브 영상. 환상수호전 1&2 리마스터 공식 트레일러

백영웅전은 원래는 2022년 발매였으나, 코로나의 여파로 연기됐다. 그 탓에 환상 수호전 리마스터가 먼저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는 건 아닌지 많은 팬들이 맘을 졸였을 것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환상 수호전 리마스터 역시 연기됐고, 결국 먼저 출시된 것은 백영웅전이다. 어차피 환상 수호전 시리즈 팬이라면 양쪽 다 구입할 테지만.

백영웅전이 발매되기 두 달 전인 2024년 2월, 환상수호전 1&2와 백영웅전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무라야마 요시타카’씨의 부고 소식이 전해졌다. 사실상 환상 수호전의 세계를 만들고, 또 앞으로 백영웅전의 세계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분이라 시리즈 팬으로서 충격이 컸다.

기사를 마치며

백영웅전을 플레이를 해보니 아직 게임 내에 나오지 않은 이야기들이 매우 많다는 느낌이 들었다. 백영웅전만의 세계를 구축해간다는 인상을 주었기에, 후속작이 더 나와야 하는 시리즈로 보인다. 그러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발매 첫날부터 치명적인 버그가 발생하고 스위치판은 최적화가 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았으며, 킥스타터 후원자들이 오히려 일반 구매자들보다 본품을 훨씬 늦게 받는 등 편딩 진행도 허술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편을 위해 모금을 진행한다고 한들, 이전 만큼의 반응이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렇다고는 하나, 기자는 추억에 잠겨서 매우 재미있게 플레이했다. 1편이라 어느 정도 부족한 것은 예상했고 환상 수호전의 팬이라면 이보다 더 즐거운 경험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니, 꼭 2편이 나올 수 있길 바란다.

초코보 기자

오랜만에 추억에 젖어 재밌게 했습니다. 환상수호전 1&2 리마스터가 출시되면 그때도 리뷰하고 싶어요.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