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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다의 전설 전격 비교
‘젤다 야숨’ VS ‘젤다 왕눈’

‘옛날 옛적에 공주와 용사가 있었으니…’

이런 레퍼토리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아는가? 너무 뻔하다고? 누군가 말하지 않았던가, 음식도 아는 맛이 제일 무섭다고. 특별할 것 없이 뻔해 보이지만 가장 무서운 맛으로 무장한 게임을 소개한다. 이번 게임 대 게임은 바로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과 그 후속작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인원: 1인
기종: 닌텐도 스위치 / Wii U
발매일: 2017년 3월
접니다. 스위치 판매량 효자 타이틀.

콘솔 게임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6년 전에 갑자기 게임판에 떨어진 전술 핵폭탄 같았던 이 게임을 모를 수가 없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하 야숨)은 2017년 올해의 게임이 아닌,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고까지 평가받는다. 야숨의 대단한 점이야 열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이지만 [게임 대 게임]에서는 젤다 야숨 시리즈를 접하지 않은 독자가 흥미를 느낄 수 있는 포인트들을 짚어 보자.

독창적인 아트

게임 아트는 1초만 보아도 그 고유성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최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야숨의 독특한 카툰 랜더링 그래픽은 어느 장면을 찍어서 보여주더라도 야숨의 그래픽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독창적이다.

눈에 보이는 곳은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리고 가고 싶게 만든다.

디자인적으로도 조화로우면서 명확한 가이드가 되어주는 붉은색, 푸른색 포인트 컬러의 사당들. 탁트인 오픈 월드임에도 팝인 현상이 거의 생기지 않는 탁월한 최적화까지. 경쟁 기종들 대비 한계가 명확했던 스위치(개발 당시에는 Wii U)의 한계를 역으로 극복해 나가며 완성해 나간 개발진들의 고뇌가 느껴진다.

슬프고 아름다운 이야기

 내 이름은 링크다. 링크!

함께 최종 보스를 물리칠 동료를 하나둘씩 얻는 것이 보통의 RPG 게임 이야기의 흐름이다. 하지만 야숨의 경우는 다르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 링크는 과거를 따라가 보지만 동료들이 100년 전 목숨을 잃었던 흔적만이 있을 뿐이다. 오로지 링크 홀로 이 황량한 세상을 구해내야만 하는 상황. 이토록 슬프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는 스토리를 진행할수록 여운을 남긴다.

직관적인 퍼즐

당신이 호모 사피엔스라면 이 정도는 풀 수 있다.

야숨의 퍼즐은 시리즈 중에서도 방향성이 살짝 남다르다. 기존 던전을 중심으로 풀어가던 퍼즐 요소를 야숨에서는 광활한 오픈 월드를 도입함에 따라 ‘사당’이라는 퍼즐만을 위한 인스턴스 던전을 제공한다.

인스턴스 던전
온라인 게임(Online Game)에서 특정 유저(User) 개인이나 집단을 위해 별도로 생성한 특정 지역에 입장하는 것을 뜻한다. 

플레이어는 폭탄, 자석, 얼음, 시간 멈춤 이 네 가지 특수 기능을 응용하여 퍼즐을 풀어나간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해답을 못 찾아서 결국 공략을 보게 하거나 아니면 누가 봐도 뻔한 수준에 김이 빠져 버리게 만드는 다른 게임들의 퍼즐 난이도를 생각하면 야숨의 밸런싱 조절은 가히 감탄스럽다. 야숨의 퍼즐은 너무 어렵지도, 그렇다고 너무 쉽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래도 자이로 퍼즐만큼은 분노를 유발한다.)

최고의 게임? 아쉬운 점도 있다.

역사상 최고의 게임이라고 할지언정 모든 게 완벽하지만은 않다. 당초 스위치가 아닌 WiiU로 개발된 게임인 만큼 최적화 관련 문제가 더러 있으며 부족한 몬스터의 숫자, 엔드게임 이후와 DLC의 애매한 콘텐츠 등이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
인원: 1인
기종: 닌텐도 스위치
발매일: 2023년 5월

야숨이 스위치 초기를 견인한 전술 핵폭탄 같은 게임이라면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이하 왕눈)은 스위치 황혼기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9회 말 만루 끝내기 안타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다. 게임 역사상 최고의 찬사를 받았던 야숨의 직계 후속작이라니. 이보다 간결하게 왕눈에 대한 기대감을 설명할 수 있을까? 실제로도 출시 3일 만에 단독 플랫폼 1,000만 장 판매라는 무시무시한 소식과 더불어 각종 웹진의 만점 리뷰들이 쌓이면서 올해의 GOTY 승부는 벌써 끝났다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야숨의 후속작.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없다.

후속작을 만들 때 전작의 기능에 1~2가지 기능만을 추가하는 간단한 방법도 있다. 하지만 젤다 개발진들은 이런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전작이 오픈 월드 부류의 장르적 재정립과 비전을 제시했다면 이번 왕눈은 샌드박스의 영역까지 지평을 확장하며 도전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엔 팔에 뭐 다는 게 유행이라던데

내 이름은 울트라 핸드! 과학자죠.

무엇이든 붙여 만들어 내는 ‘울트라 핸드’의 능력은 어릴 적 잡동사니로 대단한 발명품을 만들며 과학자가 됐던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작게는 사다리부터 배, 자동차, 드론, 거대 로봇까지 창작이 가능하며 모험에 활용할 수 있다. 스토리는 뒷전이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마음껏 표출하게 된다.

게임을 샀더니 과학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거대해진 세상

야숨이 ‘하이랄 왕국’이라는 거대한 세상을 리얼하게 만들어 냈다면 이번 왕눈은 그것을 한 단계, 아니 두 단계 더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이랄 왕국이라는 전작의 스케일 그대로 두되 동일한 넓이의 ‘하늘’과 ‘지저’라는 두 개의 월드 레이어가 추가됐다. 하이랄 왕국 자체도 오픈 월드의 월드맵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는데, 더 확장이 가능하다니! 세계의 규모와 크기를 체감하면서 ‘대체 이 거대한 세계를 언제 다 돌아다니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본 기업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장인정신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쉬운 점

젤다 두 개 살 돈이면 비행기도 탈 수 있다.

이토록 훌륭한 왕눈도 단점이 있다. 후속작이더라도 단일 게임으로서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넘버링을 사용하지 않거나 전작의 사전 학습을 최소한으로 하는 요즘 게임 트렌드와는 거리가 멀다. 야숨의 후속작이라는 자신감 때문이랄까? 최소한의 설명과 튜토리얼만 해줄 뿐 왕눈은 야숨의 후속작으로서 전작을 플레이하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과 더 높아진 퍼즐 난이도를 한가득 담고 있다. 이러한 점은 전작의 팬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요소이지만 왕눈부터 플레이해 보려는 유저들에게는 소외감을 주기 마련이다. 왕눈을 플레이하기에 앞서 전작 학습을 위해 74,000원이나 하는 고가 게임 두 개를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기에는 소비자로서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다.

이젠 2023년인데…

그래픽적인 사항은 스위치 하드웨어의 한계 때문이지만 유저들의 눈은 냉정하다. 스크래빌드한 무기의 스왑시 일어나는 렉 현상과 빈번한 프레임드랍은 플레이 내내 거슬리는 요소였다. 최신 AAA 오픈 월드 게임들과 비교해도 왕눈의 그래픽 퍼포먼스는 현저히 떨어진다. (심지어 가격은 더 비싸다!) 하드웨어 사양에 따른 낮은 그래픽 퍼포먼스는 닌텐도의 고질적인 문제지만… 닌텐도의 팬으로서 차기 하드웨어에서는 개선된 그래픽 품질을 기대해 본다.

야숨 아직 안 한 뇌 산다는 유행어도 있다죠

그래서 둘중에 뭘 하면 좋을까?

연계작인 만큼 둘 다 플레이하는 게 가장 좋지만 여건이 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훌륭한 세계관 속 아름다운 그래픽, 들판에서 자연을 보며 힐링을 원하는 사람. 그리고 무엇보다 아직 야숨을 플레이하지 않았다면 우선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을 추천한다. 반면 정해진 룰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하고 창의적인 체험을 원하는 사람. 도전, 탐험 의식이 강하다면 젤다의 전설: 왕국의 눈물을 플레이해 보자.

힐링을 원한다면? 야생의 숨결

도전을 원한다면? 왕국의 눈물

하지만 둘 다 하는 게 가장 좋다!

정현예 기자

역사를 써 내려가는 젤다 숨결의 용사 시대를 실시간으로 플레이할 수 있어서 게이머로서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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