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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갓겜’은 지금도 ‘갓겜’!
2D 플랫포머 액션 게임, ‘레이맨’ 시리즈

학부생 시절, ‘고전소설론’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전공필수로 지정된 과목이라 동기들의 볼멘소리가 가득했었다. 선배들은 “그 교수님 성격이…”라며 지레 겁(?)을 주기도 했다. 첫 강의 날, 교수님은 칠판에 ‘古典’이라는 단어를 판서하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고전은 단순히 오래되었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이 흐르고, 연구가 진행되고, 끝내 가치를 인정받은 작품들이 고전으로 현대까지 남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한 학기 동안 저와 함께 가치를 인정받은 고전소설을 연구할 것입니다.”

지금 기사를 쓰며 생각해 보니, 게임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단순히 ‘오래된 게임’이라 고전 게임으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오래전에 제작되었지만 ‘잘 만든 게임’이 지금까지 유저들에게 향유되는 것이다. 절판 등의 이유로 플레이가 어려운 게임들은 플랫폼의 발달로 ‘STEAM’이나 ‘GOG.COM’을 통해 재출시되기도 하고, 유저들의 요구에 힘입어 크라우드 펀딩 등의 방법으로 재출시되기도 한다. 그때 ‘갓겜’은 지금도 ‘갓겜’인 셈이다.

 ▼ 1995년 발매된 ‘레이맨’ 시리즈 1편. 다채로운 그래픽이 인상적이다.

혹시 어렸을 때 ‘레이맨’이라는 게임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필자와 비슷한 또래의 1990년대 생들은, 친구 집에 놀러 가서 경험해본 ‘주먹 날리는’ 게임으로만 기억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마냥 어려운 것이 아니라 정교하고 치밀한 게임 디자인으로 지금의 거대 게임 제작사 ‘유비소프트’를 있게 한, ‘레이맨’ 시리즈를 소개한다.

‘레이맨’ 1편과 DLC 2편이 추가된 합본판 ‘레이맨 포에버’.

‘레이맨’ 1편은 유비소프트에서 직접 개발과 유통을 담당하며 ‘아타리 재규어’라는 콘솔형 게임으로 1995년 9월 최초로 발매됐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영상사업단이 1990년대 후반에 정식 발매했다. 재미있는 점은 그 당시 PC를 사면 사은품 개념으로 여러 게임을 증정(?) 하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이때 ‘레이맨’ 1편도 함께 제공된 게임 중 하나였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이 게임이 알려지게 된 것이다.

▼ 기본적인 플레이는 횡스크롤로 진행되며, 주먹을 날려 적을 해치울 수 있다.

게임의 첫인상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화풍의 세계에서, 영웅 레이맨이 세계를 위협하는 악당 미스터 다크를 물리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을 그린 2D 플랫포머 게임이다. 가볍게 보이는 게임성과는 다르게(?) 1스테이지인 꿈의 숲을 클리어하고 나면 난이도가 가파르게 수직 상승한다. 1스테이지와 달리 미끈거리는 지형, 공중에서 날아오는 적들, 탄막 슈팅 게임을 연상케 하는 후반 스테이지… 게임을 처음 해보거나 컨트롤이 좋지 않다면 이 스테이지부터 모든 목숨을 소모하고 재도전해야 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어렵다… 하지만 그냥 어려운 것은 아니다. 기믹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구성되어 있다.

4스테이지인 사진의 도시는 ‘레이맨’ 1편에서도 어렵다고 손꼽히는 스테이지다. 그러나 무조건 어렵게만 설계되어 있지 않고 돌파할 수단을 게임 내 요소들을 통해 충분히 제공하고 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게 되는 레이맨의 특수 능력이 그것이다. 헬리콥터 비행으로 날아다니면서 기믹을 회피하거나, 달리기로 적들을 해치우지 않고 회피하는 등, 각 스테이지 돌파에 요구되는 특수 능력을 적절히 활용하면 스테이지를 돌파할 수 있게 설계했다. 물론 일부 특수 능력들은 게임 내 스테이지에 숨겨진 요소로 있는 경우가 많아, 결국 클리어를 위해서는 끊임없이 죽고 재도전하면서 경험을 쌓는 수밖에 없다.

최종 보스인 ‘미스터 다크’와의 대결. 이 대결에서 승리하면 엔딩 크레딧이다.

미스터 다크와의 대결에서 승리하면 드디어 게임의 엔딩을 볼 수 있다. 게임의 높은 난도 와는 달리 엔딩은 ‘세상을 구한 레이맨’이 되는 것으로 끝나 다소 심심할 수 있다.

레이맨 시리즈의 후속작인 ‘레이맨 오리진(2011)’, ‘레이맨 레전드(2013)’

제작사인 유비소프트에서도 ‘레이맨 프랜차이즈’의 상징성과 인기에 힘입어 2편의 후속작을 출시했다. 레이맨 1편의 아름다운 레벨 디자인, 정교하게 설계된 보스 패턴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극악의 난도로 악명이 높아 후속작들은 1편에 비해 비교적 낮은 난도로 출시되었다. 도트 그래픽 기반 게임에서, 최신 그래픽 기술을 활용하여 모델링 개념을 도입하는 등, 현대 게이머들의 입맛에 맞게 게임을 선보인 것이다. 2편인 ‘레이맨 오리진’과 3편인 ‘레이맨 레전드’는 미국의 유명 리뷰 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모두 평균 90점(100점 만점)을 기록하며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었다.

다음 후속작은 언제쯤?!

아쉽게도 레이맨 레전드 이후 8년간 레이맨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은 발매되지 않고 있다. 2021년 현재도 레이맨 시리즈의 행보는 모바일 이식, 닌텐도 스위치와 같은 플랫폼 이식이 전부다.  유비소프트는 공식적으로 레이맨 시리즈의 후속작 개발에 관해 언급한 적은 없다. 다만, 2018년 10월 유비소프트와의 개발 방향성 인터뷰를 통해 현재 레이맨을 유비소프트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CCO(최고 창의력 책임자)인 Serge Hascoet는 “레이맨은 어쌔신크리드만큼 팔리지 않고 있다. 팀은 성공하길 원하며 성인 등급의 게임으로 더 많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라며 다소 아쉬운 발언을 남겼다.

고전 명작 게임이 다시 살아 움직이길 바라며

아쉽게도 다음 후속작 출시일은 미정이지만, 유비소프트 공식 홈페이지와 유비소프트의 자체 플랫폼 ‘유비커넥트’에서 ‘레이맨’ 1탄의 합본판 ‘레이맨 포에버’를 6,5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정식으로 구매할 수 있다. 본인이 컨트롤에 자신 있는 게이머라면 레이맨은 만족스러운 “컨트롤”게임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진 출처: 각 게임 공식 사이트 및 기자 플레이 캡처 Ubisoft Entertainment 및 레이맨 위키 페이지 발췌

김풍기 기자

리뷰했던 게임의 난도가 꽤 높아서 정말 많이 죽으면서 실력을 키웠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만큼 어렵지만, 클리어 후의 성취감은 최신 게임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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