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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 캠퍼스① 강단에 서다, 강연진이 들려주는 이야기

TA 캠퍼스 시리즈는 강연진의 시선과 수강생의 경험, 두 편의 이야기를 통해 TA 캠퍼스가 만들어낸 배움과 영감을 전합니다. 이번 편은 강연진이 TA 캠퍼스를 준비하며 만난 성장의 기록입니다.

직무 캠퍼스, 그게 뭔데?

컴투스에는 구성원들의 직무 전문성과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특별한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직무 캠퍼스’다. 이 프로그램은 현업 전문가들이 직접 실무 노하우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기존에 채용팀에서 유지해오던 채용 연계 교육 프로그램 ‘캠퍼스’에서 착안해 만들어졌다. 단순한 채용 목적을 넘어, 사내 구성원을 대상으로 더 깊이 있는 직무 교육을 제공하고자 기획된 이 교육 프로그램은 ‘직무 캠퍼스’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시작되었다.

첫번째 주제는 ‘TA 캠퍼스’

직무 캠퍼스의 첫 번째 시도로 선정된 과정이 바로 ‘TA 캠퍼스’다. 여러 직무 중에서도 TA(Technical Artist)를 시작점으로 삼은 이유는, 이 역할이 아트와 프로그래밍을 잇는 가교이자 실무 협업의 핵심 연결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기 때문이다. 

실무를 깊이 이해하고 개인의 역량을 한층 레벨업시키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으며, 더 나아가 참여자들이 각 부서로 돌아간 후 교육 내용을 전파하고, 외부에도 널리 알려져 컴투스의 직무 브랜딩에도 기여하길 기대했다.
-TA실 이상윤 강연자(실장)–

TA 캠퍼스는 그래픽스 기술과 최적화에 관심 있는 개발직군(아트, 프로그래머, 기획)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총 10주간 매주 1~2시간 오프라인 강의로 진행되었다. 강의는 모두 TA실 구성원들이 직접 맡아 설계하고 운영했으며, 이론 강의와 실습 과제를 병행하는 실전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었다. 단순한 스킬 업을 넘어서 실무 기반 사고력, 문제 해결력, 협업 역량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성장을 지원하고자 했다. 전체 커리큘럼은 아래와 같이 구성됐다.

주차별 컨셉 및 배경

1주차 TA란 뭐하는 사람인가이상윤
2주차 그래픽스 파이프라인과 셰이더오민선/정미르
3주차 3D 아트 에셋 최적화김진홍 A 
4주차 플랫폼 소개 및 메모리와 대역폭백종훈/오지후
5주차 라이팅 세팅 및 최적화 전략김진홍 B
6주차 애니메이션 최적화 / 자동화 및 툴 개발이여진/정지상
7주차 게임 FX / UI 최적화노욱기/김진홍B
8주차 게임 최적화정미르
9주차 구경해보자 프로파일링김지인
10주차 수강생 스피치TA캠퍼스 수강생

이번 교육의 커리큘럼은 TA실 이상윤 강연자(실장)의 주도 아래,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긴밀하게 협업해 구성했다. 예를 들어 아트 에셋 강의는 관련 세미나 경험이 풍부한 김진홍 강연자가, FX 세션은 오랜 이펙터 경험을 보유한 노욱기 강연자가 강의를 맡는 등 실무와 직결된 내용으로 채워졌다. 각 주차별 주제를 어떻게 배분하고 연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팀 내에서 수차례 논의가 오갔으며, 그 결과 교육의 완성도는 한층 높아졌다.

교육 과정에서는 TA를 양성하고 단순한 기술을 습득하는 것보다는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가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게 강조되었다. TA는 본래 아트와 프로그래밍 사이를 잇는 다리 같은 역할이기 때문이다. 강의에서는 게임 개발 과정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그래픽 문제를 중심으로, 아티스트에게는 기술적 한계를 쉽게 풀어 설명함으로써 “왜 그렇게 말했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프로그래머에게는 아트 제작의 공정과 고민을 이해시켜 보다 원활한 협업이 가능하도록 했다.

TA 캠퍼스, 강의 준비하기

기자는 TA실에서 애니메이션 파트를 담당하고 있으며, 6주차 ‘애니메이션 최적화’ 강의를 진행했다. 발표를 준비하며 여러 고민이 있었다.

“이걸 그냥 줄이라고 하면, 우리가 그동안 게을러서 안 했던 사람처럼 보이겠는데?”

애니메이션 최적화에서 흔히 말하는 건 ‘절감’이다. 본 개수를 줄이고, 키 프레임을 줄이는 것. 맞는 말이지만 문제는 누가, 무엇을, 왜 덜 쓰는지를 설명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 팀이 ‘게을렀던 사람들’처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발표 대상 중 애니메이터가 없을 때는, 최적화 방법만 제시했을 때 맥락 없이 전달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그냥 키만 줄이면 되는 건데, 애니메이션 팀이 그냥 최적화를 안 하고 있었나?”로 들리면 곤란했다. “본 개수와 키 프레임을 줄이는 것” 그 단순한 결론을 향해 가는 과정에 우리가 어떤 선택과 타협을 해왔는지 설명하지 않으면, 오해를 낳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접근을 바꿨다. 최적화 팁을 주는 발표가 아니라,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도, 왜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주는 발표로.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의 기본 원리부터 설명하고, 애니메이터와 프로그래머 양쪽의 고민을 모두 담으며 ‘문제가 있다’를 말하는 게 아니라, ‘그 문제를 어떻게 견디고 있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기로 했다.

문제는 아는데, 안 쓸 수도 없어요

발표 주제 중 하나였던 바이패드. 개인적으로는 애증에 가깝다. 툴 자체는 편리하고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구조적 제약과 부작용도 많다. 하지만 현실은, 안 쓸 수가 없다.

툴을 바꾸는 건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개발 일정, 전체 파이프라인, 다른 툴과의 호환성까지 고려하면, 바이패드는 ‘쓰고 싶어서 쓴다’기보다 ‘지금은 이것밖에 없다’는 선택이 된다. 그런 현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발표는 “그냥 이건 하면 됩니다”라는 허공에 뜬 말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강의에서는 툴의 기능보다, 왜 우리가 여전히 그것을 선택하는지를 먼저 설명했다. 한계에 대한 인식과 동시에, 그 선택이 ‘게으름’이 아닌 ‘판단’이라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다.

툴을 탓하지 않으려면, 애니메이션 제작 구조를 먼저 보여줘야 했다

다른 툴과 비교해 바이패드 툴의 장단점을 제대로 이해시키려면, 먼저 애니메이션 제작의 구조를 설명해야 했다. 기본적인 리깅과 애니메이션 작동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발표 자료는 그런 전제를 바탕으로 구성했다. 한 줄 문장과 이미지로도 전체 흐름이 보이게, 설명을 듣지 않아도 “아, 그래서 이걸 이렇게 만들었구나”라는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복잡한 얘기를 쉽게 풀기 위해 필요한 건, 기술적인 말솜씨가 아니라 시각적인 흐름이었다. 그리고 그 흐름 안에 말로 다 하지 못할 맥락을 녹이고자 했다.

강의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발표에 담고 싶은 이야기가 훨씬 더 많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발표 시간은 1시간. 그 안에 모든 걸 넣기엔 물리적인 제약도 있었고, 짧게 다루기에는 수강생들에게 성급한 판단을 야기할 수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바이패드 외에도 다루고 싶은 주제가 많았다. 리그 자동화, AI 기반 애니메이션 생성, 대사 기반 립싱크 자동화, 물리엔진 없이 자연스럽게 주름지는 옷 구현까지 말이다. 감정을 담은 페이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도 커서 주제로 선정해보고 싶었지만, 페이셜 애니메이션은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시네마틱 씬에서만 사용하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다.

사실 발표 전 강의에서 다룰 바이패드 툴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대부분의 3D 리소스 제작은 3ds Max를 빼고 이야기하기 어려웠고, 3ds Max 외부의 다른 툴이나 방법론을 다루면 반응이 좋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았고 특히 바이패드의 불편함이나 한계에 대해 공감을 받아 기뻤다.

게임 개발은 기술보다 사람이 더 많은 결정을 내린다. 툴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감당할 수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툴 관련 발표를 준비하면서도 조심스러웠고,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대신 현재 프로세서의 문제점과 한계를 바탕으로 최적화 방안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결국 기자가 이야기한 건 툴의 구조나 기능이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의 고민과 맥락이었다. 그래서 이번 발표가 통했던 게 아닐까 생각한다.

항목3ds MaxBiped (바이패드)
정의3D 모델링 및 애니메이션을 위한 소프트웨어3ds Max 내에 포함된 캐릭터 애니메이션용 리깅 시스템
역할전체 모델링, 텍스처링, 렌더링, 애니메이션 등 전체 3D 작업사람형 캐릭터에 뼈대를 적용하고 애니메이션을 쉽게 줄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
구성다양한 툴과 기능을 갖춘 종합 툴주로 두 발 직립 인간형 캐릭터에 특화된 구조 제공
사용 목적3D 그래픽 전반적인 제작캐릭터 리깅 & 애니메이션용 스켈레톤 구조
접근 방법프로그램 자체3ds Max 내부의 Character Studio 모듈 중 하나
사용 대상아티스트, 모델러, 애니메이터 등애니메이터 (캐릭터에 움직임을 주고자 할 때)

강연자로서 인상 깊었던 순간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주차 수강생들의 발표였다. 6주차에서 기자가 강의했던 애니메이션 키프레임 절감 내용을 기반으로, 실제 작동하는 시각적 검증 툴을 구현한 분이 계셨다.

기자는 시각적 검증 툴을 만들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 내부적으로 키프레임을 줄이는 툴이 존재했지만, 오차율을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건 여전히 애니메이터의 눈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차율의 판단 과정을 시각적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OpenCV까지 활용해 툴을 만든 발표는 꽤 인상깊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근 LLM 도입으로 퇴근 후 툴 개발에 재미를 느끼고 있던 터라 더욱 반가운 순간이었다.

TA 캠퍼스를 마치며

TA 캠퍼스를 준비하는 동안 팀원들은 말 그대로 고통받고 있었다. 일정과 내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과정이 끝난 후에는 자연스레 해방감을 느끼는 듯했다.

강연이 끝난 후 기자는 평소 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일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외부 조직과 소통할 때 대부분 ‘TA와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앞세워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TA 캠퍼스는 달랐다.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기’가 팀의 미션이었고, 이것이야말로 진짜 어려운 일이었다. 예를 들어보자면 기술 베이스 TA는 “아티스트도 이런 개념은 재미있어할 것 같은데요?”라며 하드웨어나 데이터 구조 이야기를 꺼냈고, 아트 베이스 TA는 “프로그래머라면 A와 B의 차이 정도는 알지 않을까요?”라며 미묘한 채도와 배치 차이를 이야기하려 했다.

서로가 ‘이건 당연히 알겠지’라고 생각하는 지점이 달랐기에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아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가 바로 TA 캠퍼스의 핵심 목적이었다.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가 서로를 이해하는 첫걸음은 낯설고 어려운 소통의 과정을 직접 겪어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 결과적으로는 좋은 강의 자료를 만들 수 있어 뿌듯했다.

이번 캠퍼스는 TA실 동료들의 전문성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물론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가진 분들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평소에는 다른 프로젝트 지원이나 실무 진행 시 여러 제약으로 인해 현실적인 제안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이번 캠퍼스에서는 그런 제약 없이 각자의 전문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깊이 있는 기술 이야기도 나누고, 새로운 인사이트도 많이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렇게 많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각자의 영역에 대한 열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TA 캠퍼스가 끝난 뒤 가진 식사 자리에서는 더욱 자유롭고 진솔한 대화가 오갔다. 애니메이션 툴 트렌드에 대한 이야기부터, 모션캡처 연구 경험, 그리고 업계 현실과 채용에 대한 고민까지 폭넓은 주제가 이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질문들이 있었다. 현실적이면서도 업계의 본질을 찌르는 질문들에, 모두가 각자의 의견을 나누며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갔다.

“블렌더가 좋을까요, 마야가 좋을까요?”,
“다른 툴로 넘어가는 게 많이 어려울까요?”,
“복잡한 커스텀 리깅 작업자를 게임 업계로 영입하는 게 가능할까요?”

또한 발표 직후 같은 층에서 근무하시는 수강생 분으로부터 “이렇게 말을 잘하시는 분인지 몰랐다”는 말을 들은 것도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 발표를 잘하는 편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애니메이션 최적화는 수없이 고민해온 주제였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후속 직무 캠퍼스

캠퍼스 종료 후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럽게 다음 직무 캠퍼스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왔다. 이에 대해 조직문화팀 관계자는, TA 직무 캠퍼스를 시작으로 향후 다른 직무로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는 ‘AI’를 주제로 한 직무 캠퍼스를 준비 중이며, 다양한 직군과 직무의 특성을 반영해 맞춤형 커리큘럼을 설계할 예정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사내 강사진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와도 협력해 보다 폭넓은 시각과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직무 캠퍼스는 단순한 일회성 교육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의 직무를 깊이 탐구하고 실제 업무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 실무 중심의 성장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TA 캠퍼스는 그 첫 단추였고, 앞으로 더 많은 직무와 주제에서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경험’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여진 기자

몇 주간 외계어 같은 전문 용어에 시달리셨을 수강생 분들과 최대한 인간의 언어로 이야기 하고자 애쓴 팀원들에게 깊은 존경과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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