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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로 운명을 바꿔라: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 추천

※ 이전 기사에서 소개했던 로그라이크 덱 빌딩 장르는 반복 플레이의 긴장감과 전략적 선택의 깊이를 동시에 제공하는 독특한 게임 방식이다. 아직 해당 기사를 읽지 않았다면, 이번 콘텐츠를 보기 전 먼저 참고해보길 추천한다.

이 흥미진진한 장르의 세계로 발을 내딛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이번 기사에서는 반드시 체험해야 할 대표작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로그라이크 덱 빌딩 장르의 중심에 자리한 두 작품, ‘Slay the Spire'(슬레이 더 스파이어)와 ‘Inscryption'(인스크립션)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이 장르를 재해석하며 각기 다른 경험을 제공한다.

같은 장르의 두 게임이지만 게임이 제공하는 주제는 전혀 다르다.

전통적인 전략과 최적화의 재미를 원하는 플레이어라면 Slay the Spire가, 반전과 서사를 사랑하는 유저라면 Inscryption이 최고의 선택이 될 것이다. 아래에서 두 게임의 핵심 매력을 차례대로 깊이 있게 살펴보자.

세심하게 설계된 덱 빌딩 시스템

Slay the Spire의 가장 큰 강점은 카드 조합의 전략성이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매 전투 후 3장의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 작은 선택이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카드마다 시너지가 존재하며, 이를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따라 강력한 덱이 완성된다. 예를 들어 방어를 무시하고 출혈 효과를 누적시키는 덱, 에너지를 무한히 증폭해 강력한 공격을 연속 사용하는 덱 등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할 수 있다.

전투 후 선택하는 카드는 앞으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결정한다.

“카드 한 장이 모든 걸 바꾼다”는 말이 여기서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덱 구성뿐 아니라 카드를 제거하거나 강화할 기회도 전략적으로 다뤄야 한다. 무작정 카드를 늘리기보다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도 많다. 이 게임은 단순한 카드 수집이 아닌, 깊이 있는 덱 관리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캐릭터와 고유한 전략

플레이 가능한 캐릭터는 총 4명으로, 각각의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공격과 회복 위주의 전통적 전사형 스타일의 캐릭터, 독과 다수의 약한 공격 그리고 지속 피해를 활용하며 고도의 계산을 요하는 캐릭터, 구체를 조작하며 추상적인 플레이를 제공하는 마법사형 캐릭터, 자세 전환을 통해 리스크와 보상을 오가는 고난이도 캐릭터 등 고유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 존재한다.

모든 캐릭터를 플레이하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를 찾아보자.

각 캐릭터는 서로 다른 카드 풀을 사용하고, 유물(버프 아이템)과 덱 빌딩 전략도 전혀 달라진다. 즉, 단 한 명의 캐릭터만으로도 수십 시간의 플레이가 가능하고, 캐릭터를 바꾸면 완전히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매번 달라지는 던전 구조

던전 구조는 매 플레이마다 랜덤으로 생성되며, 몬스터 전투, 보스전, 상점, 캠프파이어, 이벤트 등의 경로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이 랜덤성과 선택지가 결합되면서 단순한 반복이 아닌 항상 다른 도전이 만들어진다.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덱이 빠르게 강화될 수도, 위험한 보스를 미리 만나 무너지게 될 수도 있다.

전략을 요구하는 게임이지만 그래도 ‘로그라이크’ 장르다. 게임에서 운을 배제할 수 없다.

유물을 얻거나 카드 강화 또는 제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플레이어는 끊임없이 판단을 요구받는다. 이로 인해 같은 캐릭터, 같은 난이도로 플레이하더라도 매번 전혀 다른 경험이 펼쳐진다. 특히 게임 오버 직전 전세를 역전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고민할 때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이 극대화된다.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전투 시스템

카드 전투는 턴제 방식으로 진행되며, 매 턴 정해진 수의 에너지를 사용해 카드를 플레이한다. 이 기본적인 시스템 안에서도 ‘순서’, ‘우선순위’, ‘상태이상 관리’, ‘버프와 디버프’ 등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카드를 내는 데 제한 시간은 없다. 고민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가져보자.

예를 들어, 적의 행동을 미리 보여주는 시스템 덕분에 수비 우선 혹은 공격 우선 전략을 명확히 정할 수 있다. 단순한 “때리기/막기” 이상의 사고가 필요하며, 적들의 특성과 덱 조합에 따라 매우 다른 전략이 요구된다. 한 장의 실수로 스노우볼이 굴러가 순식간에 게임 오버가 되는 경우도 잦다. 그래서 전투는 빨라 보이지만 결국 고민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므로 결코 가볍지 않다. 매 턴이 진지한 퍼즐이며, 매 전투가 전략의 결실이다.

이 글에서는 스포일러를 어느 정도 피하기 위해 게임의 서사 구조 중 챕터 1(초반부)까지만 소개한다. Inscryption은 이야기와 전개 방식이 매우 독특한 게임으로, 사전 정보 없이 즐기는 것이 가장 큰 재미를 선사하므로 최대한 정보를 모르는 채로 플레이하기를 추천한다.

오두막 속 카드 게임, 미스터리와 긴장감의 시작

Inscryption은 어두운 오두막에서 의문의 존재와 마주앉아 카드 게임을 시작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플레이어는 이름도 모르는 이 존재와 게임을 반복하며, 오두막 내부를 탐색하고 퍼즐을 풀면서 점점 상황의 전모를 파악해 나간다.

게임을 시작하자마자 보여주는 공포스러운 분위기는 플레이어에게 긴장감을 제공한다.

챕터 1은 덱 빌딩과 로그라이크 요소가 강하게 드러나는 파트로, 일정 구역을 이동하며 적과 싸우고 보스를 격파해 나가는 구조다. 그러나 단순한 카드 전투만 있는 것이 아니라 방 안의 이상한 장치들과 대화, 그리고 시선을 교환하는 카드들까지 게임 전반에 기묘한 긴장감이 깔려 있다. 오두막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또 다른 게임판’이 된다.

카드 게임을 플레이하는 ‘캐릭터’를 조종하는 것이므로, 언제든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탐색할 수 있다.

희생과 생존의 카드 전투 시스템

Inscryption의 전투는 희생을 기본으로 한 독특한 카드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대부분의 카드는 소환을 위해 다른 생물을 제물로 바쳐야 하며, 강력한 카드를 내기 위해서는 먼저 희생할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항상 손해와 이득을 저울질하게 된다.

대부분의 카드는 다른 카드를 제물로 바쳐야 한다. 무엇이 이득인지 잘 생각하고 결정하자.

여기에 전투는 ‘체력’이 아닌 ‘무게 저울’ 시스템으로 진행되며, 상대보다 더 많은 데미지를 누적시키면 승리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턴제 게임 이상의 전략을 요구하며, 카드 배치 순서나 희생 타이밍이 핵심적인 요소가 된다.

불안과 몰입을 동시에 유도하는 연출

게임 내내 플레이어는 카드 게임이라는 규칙 안에서 행동하지만, 동시에 그 규칙 바깥을 끊임없이 의식하게 된다. 카드에 눈과 입이 달려 말을 걸거나, 오두막의 어두운 구석에서 이상한 시선이 느껴지는 연출은 단순히 룰에 따른 승부 이상의 감정을 만들어낸다. 적의 턴에는 조명이 꺼지거나, 의문의 존재가 직접 말을 걸며 압박을 주기도 한다.

처음에는 각종 대화와 글에 대한 집중을 하기 힘들지만, 점차 게임을 할수록 이 세계관에 대한 의문점이 증가하며 경청하게 된다.

플레이어는 이곳이 단순한 ‘게임의 세계’가 아니라는 불길한 예감을 점점 갖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오싹함이 서서히 스며드는 이유다.

매판 달라지는 로그라이크 탐험과 덱 성장

챕터 1의 구조는 전형적인 로그라이크 형식을 따르며, 플레이어는 매번 다른 경로로 덱을 구성해 나가게 된다. 맵에는 카드 획득, 강화, 제물화, 보스전 등 다양한 이벤트가 존재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덱 구성이 가능하다. 덱은 전투를 반복할수록 점점 강력해지지만, 동시에 과잉 성장으로 인한 리스크도 커지게 된다.

카드의 순서는 랜덤으로 제공된다. 즉 너무 많은 카드는 플레이어가 원하는 카드를 뽑지 못하게 되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적절하게 필요 없는 카드를 없애면서 카드 개수를 조절하자.

모든 카드가 좋은 것이 아니라, 지우는 것도 전략이 되는 게임 구조다. 이로 인해 단순히 운에 맡기기보다는 적절한 판단과 관리가 핵심이 된다. 각기 다른 카드 능력과 속성들이 맞물리며 만들어내는 시너지는 플레이어의 창의력을 자극한다.

‘Slay the Spire’와 ‘Inscryption’은 모두 로그라이크 덱 빌딩 게임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플레이어에게 주는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Slay the Spire는 정제된 전략과 반복 플레이의 완성도를 보여주는 게임으로, 카드 구성과 시너지를 탐구하는 것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최적화되어 있다. 매번 다른 상황에서 최적의 덱을 만들고,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전략적 사고’가 주된 즐거움이다.

게임의 스토리는 거의 없는 수준이므로, 순수한 카드 싸움에 집중할 수 있다.

반면, Inscryption은 서사와 분위기, 몰입감을 중시하는 플레이어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챕터 1만 해도 단순한 덱 게임 이상의 몰입을 제공하며, 카드를 매개로 한 미스터리와 퍼즐, 서스펜스를 동시에 경험하게 만든다. 게임을 통해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거나, 평범한 카드 게임에 싫증이 난 플레이어라면 Inscryption이 아주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점점 주변이 바뀐다. 게임 속 세계관에 대한 의문점은 갈수록 커지게 된다.

로그라이크 덱 빌딩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경험하고 싶다면, 이 두 게임이야말로 최고의 입문서가 될 것이다. 전략적 카드 배틀, 덱 구성의 깊이, 반복 가능한 완성된 게임성을 원한다면 ‘Slay the Spire’를, 미스터리한 이야기, 독창적인 연출, 어두운 분위기의 실험적인 카드 게임을 원한다면 ‘Inscryption’을 추천한다.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두 게임은 장르만 같을 뿐 플레이 경험은 전혀 다르다.

두 게임 모두 로그라이크 덱 빌딩이라는 기반 위에 각기 다른 방향으로 확장되며, 각각의 영역에서 인디 게임계의 걸작으로 자리잡았다. 게임에 익숙하든 처음이든, 이 두 작품은 분명 당신의 기억에 남을 색다른 카드의 세계를 열어줄 것이다. 카드 한 장으로 시작된 작은 선택이 어떻게 거대한 모험으로 이어지는지, 직접 경험해보는 것을 강력히 추천한다.

권혁준 기자

컴투스온을 통해 로그라이크 장르에 대한 소개를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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