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이 단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자의 꿈은 문방구 주인이었다. 당시 유행했던 스티커 옷 입히기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미용사가 되고 싶었다. 그다음은 디자이너, 작가, 선생님, 부자백수😎… 수도 없이 바뀌던 꿈은 성장하면서 점차 변화의 폭을 좁힌다. 특히 사회로 나아갈 때가 되면 현실적인 이유로 더 이상 길을 바꾸기가 어려워진다. 이젠 ‘장래희망’이 아니라, ‘먹고 사는 일’이 되니 말이다.

하지만, 오늘의 인터뷰이들은 그런 두려움을 이겨내고, ‘개발’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과감히 뛰어들어 성공적인 2차 전직을 해냈다. 이들은 어떤 이유로, 어떤 방법으로, 어떤 마음으로 개발자로의 전직에 도전하게 되었을까?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감기조심: 게임 엔진을 개발하는 감기조심입니다.

찐두루미: 야구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찐두루미입니다.

클바전붕: 안녕하세요, 야구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클바전붕입니다.

꼬막: 웹 개발 풀스택을 하고 있는 꼬막입니다.

최초의 전공과, 그 전공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찐두루미: 어린 시절 로봇과 기계를 좋아해서 주위를 둘러볼 생각조차 하지 않고 냅다 기계공학과에 진학했습니다. 대학원에선 보다 현실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전공을 정했습니다. 융합기계공학과에서 반도체 소재와 관련된 연구를 했어요.

감기조심: 수학 공부를 하기 싫어서 문과를 선택했고, 수능 점수에 맞춰 심리학과에 진학했습니다.

클바전붕: 저도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진 문과였어요. 수능 정시로 대학교를 선택할 때, 교차지원 가능한 공대이라는 이유로 미디어공학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생소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요, 미디어공학과는 Computer Graphics/Visual FX/Computer Vision/Machine Learning 등의 기술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 이미지나 영상에서 원하는 정보를 다루는 여러 방법을 배우는 학과입니다.

꼬막: 저는 반대의 경우예요. 고등학교 때는 이과였지만, 대학교는 문과 계열로 진학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관심 분야가 넓어져서 복수 전공도 다채롭게 했더니… 인문대, 경상대, 사과대를 모두 다녀본 사람이 됐네요🤣 학교를 조금 오래 다녔습니다. 가방끈이 넓어요~

해당 전공을 살려서 근무하신 적도 있나요?

꼬막: 공공기관 근무, 재무회계, 마케팅 분석… 직무도 다양하게 경험해봤습니다.

클바전붕: Computer Graphics/Deep Learning 관련 R&D 연구실에서 2년 가까이 일했습니다.

찐두루미: 석사+전문연구요원 연계 과정이었습니다. 군복무를 회사 근무 3년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메리트로 느껴져서 지원한 것도 없지 않습니다. 그런데, 현실은…제 생각과 조금 (많이) 달랐습니다😭 그냥 남들 갈 때 군대 다녀올 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군필자분들이 들으시면 화내시겠지만요!

어떤 계기로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클바전붕: 1학년 1학기 때는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를, 2학기에는 C언어를 배웠습니다. 2학년부터는 세부 전공을 선택해 수업을 들을 수 있어서, 학점도 더 잘 나오고 재밌기도 했던 개발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어요. 복학 후 학부 연구실에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개발 분야에 더 집중하게 됐습니다.

감기조심: 아직도 2016년 하면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저도 그때 큰 충격을 받은 사람 중 하나예요. 대국보다는 ‘알파고’라는 기술에요😊 알파고를 계기로 빅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꼬막: 2,000명 정도의 인원이 참여하는 행사를 자주 운영했습니다. 인원이 많다보니 입장 확인이 쉽지 않았죠. 입장 확인 프로그램이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외부 업체를 통해 앱과 백오피스 외주를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내 생각을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개발 직무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찐두루미: 반도체 소재 회사에서는 케미컬을 주로 다루다보니 잠깐만 실험실에 있어도 건강이 나빠지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데, 저는 하루종일 실험실에 있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돈만 벌면 되지’하는 가치관이 ‘건강이 최우선’이란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반도체는 잠시 접어두기로 결심했죠. 언택트 세상에선 소프트웨어 역량이 필요하겠구나, 깨닫고 좋아했던 게임과 연계하여 코딩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공부를 시작하셨나요?

감기조심: 대학에서 통계학과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하고, 학원에서 게임 프로그래밍 과정을 수강했습니다.

찐두루미, 클바전붕: 저도 게임 프로그래밍 학원에서 공부했어요.

꼬막: 컴퓨터 공학과 학사를 취득하고, IT회사 인턴쉽도 경험했습니다. 관련 자격증도 취득했고요.

C언어를 처음 배울 때, 느낀 생각과 감정이 궁금합니다.

클바전붕: 오… 이게 되네?

꼬막: 짜릿했어요! 주변인들 모두 어려워하는데, 혼자 성공했을 때의 쾌감이 정말…😆

감기조심: C Programming 1학년 수업을, 재수강하는 4학년들이 점수 싹쓸이하는 게 정말 분했어요. 하지만, 기말고사는 제가 1등을 했죠! 무척 뿌듯했어요😊

찐두루미: 어려운 수학 문제를 끙끙 앓다가 결국 풀어냈을 때의 도파민! 이 분야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찐두루미: 이게 0과 1로 이루어졌다고? 말도 안 돼!

꼬막: 역시, 천재들이 만들어 둔 걸 이용하는 게 짱이야!

감기조심: 노력한 만큼 얻어지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개발을 ‘직업’으로 고려하게 된 계기와 당시의 심정은?

감기조심: 더 이상 고민만 할 순 없단 위기감 속에서 신중하게 결정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선택하지 않은 문과 전문직의 길 못지않은 전문성을 갖춰야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이제 이걸로 돈 벌어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존 본능과 배수진에 더욱 노력한 것 같아요.

꼬막: 내 삶에서 마지막으로 과감한 도전을 해볼 수 있는 기회는 30살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아주 젊었지만😊 더 늦으면 용기가 나질 않을 것 같았어요. 끊임없이 신기술이 나오고, 뒤쳐지지 않게 공부해내야 한다는 것이 큰 압박으로 다가왔었죠.

찐두루미: 코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케미컬은 실험 환경에 따라 거짓말을 자주 하거든요. 또, 개발자는 손목과 척추 정도만 잘 지키면, 상대적으로 위험에 노출될 일이 적다는 것도 큰 메리트처럼 느껴졌어요. (갑자기 스트레칭을 한다🤣) 하지만, 저도 꼬막님과 비슷한 고민을 하긴 했어요. 나이도 나이고, 기본이 부족한 상태에서 언제 전공자들을 따라잡지? 취업하고 나서도 문제지만, 취업도 나름대로의 역량을 보여야 하니 그것도 큰 산이고요. 그간 배운 내용이 언젠간 쓸 일이 생기겠지, 유니크한 배경 때문에라도 면접관들이 한 번 더 봐줄 수도 있겠지… 하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도 했어요. 하지만, 역시 마음을 다지는 일이 가장 어려웠네요.

다양한 개발 분야 중 현재 직무나 기술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클바전붕: 기존에 하던 일도 개발 쪽이었으니까, 비슷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니었음🥲)

감기조심: OpenGL 수업을 듣고 나서 게임 엔진이라는 분야를 알게 됐어요. 이게 그동안 내가 영화에서 봤던 CG라는 분야구나, 관련된 직업으로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꼬막: 지금 팀에서 하는 일에 흥미와 관심이 있어 지원했습니다. 언어는 팀에 들어온 이후에 정해졌습니다. 원래 개발자는 멀티링구얼이죠!

찐두루미: 저도 팀에 들어온 이후로 C#을 사용하게 됐습니다. 새로운 언어를 접한 건 처음이었는데, C/C++을 알면 다른 언어는 쉽게 할 수 있단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전혀 쉽지 않음🥲) 처음엔 편한 언어구나, 싶었는데 알면 알수록 ‘잘’ 쓰는 건 쉽지 않더라구요.

예상한 모습과 지금의 업무 환경이 비슷한가요?

클바전붕, 감기조심: 비슷해요.

꼬막: 비슷합니다! 그 누구도 “어?”하지 않는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요.

찐두루미: 현란한 손길로 타이핑 실력을 뽐내며 개발할 줄 알았습니다.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거 빼면 비슷합니다.

내가 진짜 개발자가 됐구나, 느끼는 순간?

꼬막: 내가 이전에 짠 코드를 보고 ‘나 왜 이렇게 못했지?’라는 생각이 들 때.

클바전붕: 내가 개발한 부분이 실제 게임에 적용되어 직접 플레이할 때.

찐두루미: 내가 개발한 부분을 유저가 언급해 줄 때.

감기조심: 컴투스에 합격했을 때! 목표를 현실로 이뤄냈다는 성취감이 들었습니다.

비전공자로서 가장 힘들었던 점이 궁금합니다.

꼬막: 컴공과 전공자가 학부 때 형성하는 다양한 것들이 없죠. 같은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 학부생만의 신선함과 패기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뤄낸 경험이 적다는 것이 가장 아쉽습니다.

감기조심: 저도 네트워크와 정보의 부재가 가장 아쉬웠습니다. 전공자였다면 시간을 훨씬 아꼈을 것 같아요.

찐두루미: 시간에 대한 이야기 공감합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면서 밥을 벌어 먹고 살아야 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볼 걸.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돌아볼걸. 그랬으면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을 텐데, 같은 잡념이 때때로 공부하는 데 방해가 됐습니다.

다른 전공 지식, 직무 경험이 개발자로서 강점으로 작용한 적이 있다면?

클바전붕: 이전 회사에서 최신 딥러닝 기술을 응용하는 R&D 작업을 주로 했어요. 현재 팀에서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한 도구에 대한 니즈가 있어서 관련된 툴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꼬막: 아무래도 사용자의 시각으로 서비스를 바라본 편이 많다보니, 서비스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예외 상황을 세세히 따져볼 수 있어요. 이런 부분에서 기획자와의 소통이 수월한 것 같습니다.

감기조심: 아직 크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따지면, 언어 능력이 개발자 평균보다 약간 더 좋은 것 같아요. 외국어 능력도요. 언젠가 써먹을 일이 있을 수도 있…겠죠?

찐두루미: 당장은 안 보입니다. 하지만, 다른 분야 경험이 있으니 ‘거기보단 여기가 낫지…’하고 판단할 수 있었어요.

개발자로 전직 후 삶에서 가장 크게 변한 점은 무엇인가요?

꼬막: 스스로 만드는 것이 늘었습니다. 웹 어플리케이션이든, 윈도우 어플리케이션이든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개발 도구부터 켜게 돼요.

클바전붕: 게임 플레이 자체를 즐기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개발했을까 하고 뜯어보게 됩니다.

찐두루미: 예전에는 플레이를 하다 버그가 보이면 화가 났는데, 이젠 웃음이 먼저 나옵니다ㅎㅎ…

감기조심: 극 I가 됐어요. 가끔은 사람 만나는 게 부담스러울 때도… 전반적으로 일상이 심플해지기도 했어요. 회사-운동-집. 회사-운동-집.

비전공자가 개발 기초 지식을 쌓으려면 어떤 방법이 가장 좋을까요?

찐두루미&감기조심: 4년제 컴퓨터공학과에 진학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방법 같아요. 안된다면 학원 수강도 괜찮아요. 어디든 조언해 줄 네트워크와 명확한 로드맵이 있는 곳에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혼자서 고민해도 해결 안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거든요.

꼬막: 직업학교처럼 국가에서 지원하는 곳에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 같습니다. 기초 공사 없이 무턱대고 코딩을 가르치긴 하지만, 입문 문턱이 낮은 곳에서 나와 맞는 공부인지 아닌지 알아보는 거죠. 계속하기로 했다면, 컴공과 전공 과목을 본격적으로 공부해서 기초를 다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초가 탄탄한 게 중요하더라고요.

가족/연인이 비전공자로서 개발자 전향을 시도한다면 추천하실 건가요?

꼬막: 비추천. 더 많이 고민해 보고 다른 길도 고려해 보라고 당부하고 싶어요. 만약, 끊임없이 공부할 자신이 있다면…음…그래도 신중하게 생각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감기조심: 정말 컴퓨터 공학 분야에 흥미를 느끼는 거면 몰라도, 단순히 눈 앞의 물질적 보상에 끌리는 거면 비추.

찐두루미: 일단 추천합니다. 다른 업종보다 빠르게 찍먹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인한테 맞으면 좋고, 아니면 빠르게 또 다른 길을 찾으면 돼요!

클바전붕: 추천. 적성에 맞고, 흥미를 느낀다면 추천하겠습니다.

끊임없는 공부와 자기계발이 필수적인 개발자. 각자 어떤 방식으로 자기 계발을 하시나요?

꼬막: 틈틈이 R&D를 합니다. 집에서도 혼자 프로젝트를 해보고 있어요.

감기조심: 시간 날 때마다 개발과 영어 스피킹을 공부합니다.

찐두루미: 아무래도 전공자보단 기본이 부족한 것 같아 전공 관련 책을 자주 읽습니다. 올해는 자격증에도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클바전붕: 진행하는 작업 중 궁금한 부분이 생기면 퇴근 후에도 추가적으로 검색하고, 공부합니다.

개발자가 되지 않았다면 지금 무엇을 하고 계셨을 것 같나요?

꼬막: ‘문화재 복원을 공부하거나, 학예사 준비를 했을 것 같아요.’라고 썼지만, 현실적으론 잠깐 준비했던 문과 전문직 공부를 계속했을 것 같아요.

감기조심: 문과 전문직에 도전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찐두루미: 클린복, 내산복 같은 걸 입고 눈만 내민 채 케미컬 실험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요.

클바전붕: 공무원…?

고등학교로 돌아간다면, 전공을 바꾸실 건가요?

꼬막: 기계공학이나 전자과를 갔을 것 같아요.

감기조심: 이과도 고려해 봤을 것 같아요.

찐두루미: 여기저기 돌지 않고 바로 컴퓨터공학과로 시작하고 싶네요.

클바전붕: 개발을 좀 더 심도있게 배울 수 있는 컴퓨터공학이나 게임공학을 선택할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꼬막: 바른 자세.

감기조심: 체력과 끈기.

찐두루미: 건강.

클바전붕: 모르는 것, 궁금한 것이 있을 때 넘기지 않고 질문하는 태도.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우리는 각자의 상황에서 저마다의 최선을 선택한다. 하지만, 때로는 최선이라고 여겼던 길이 이젠 더 이상 최선이 아님을 깨닫기도 한다. 그때 밀려드는 두려움과 부담감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런 두려움을 딛고 과감한 결단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성취를 이룬 사우들의 이야기가 더욱 감명 깊었다. 언젠가는 남들과 다른 전공이 유니크한 강점이 될 거라 믿으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이들의 여정을 응원한다.

유지수 기자

어쩐지 자기계발이 하고 싶어지는 하루였습니다. 올해는…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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