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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이사는 이렇게 산다 [레벨업 인터뷰: 박영주 이사님]

임원은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경영진을 의미합니다. 컴투스온에서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 시리즈를 통해 회사 비전을 달성하기 위한 일하는 방식, 경영진의 전략, 성장, 조직 문화 등을 입체화하여 전합니다. 컴투스답게 일하는 레벨업 임원 인터뷰의 세 번째 주인공은 마케팅&컨텐츠센터의 ‘박영주 이사님’입니다.


안녕하세요. 컴투스 게임사업부문 마케팅&컨텐츠 센터의 센터장 박영주입니다. 컴투스가 개발하거나 퍼블리싱하는 게임들의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Level UP l Career

상상력을 발휘한 공감 능력의 결과물 ‘마케팅’

컴투스 게임사업부문 마케팅&컨텐츠센터를 소개해 주세요.

저희 센터에서는 각 게임의 마케팅을 진행하며, 이를 위한 콘텐츠를 기획·제작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마케팅이라고 하면 광고 활동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마케팅의 범위가 점점 확장되는 시대에 접어들면서 저희의 업무 또한 더욱 다양해졌습니다. 신규 게임의 런칭과 라이브 게임 유저 유치를 위한 광고뿐 아니라, 각 게임의 오운드 채널 구축 및 운영, 정기적인 콘텐츠 발행, 유저 대상의 다양한 행사, 인플루언서 관리, e스포츠 대회 등 여러 영역에서 폭넓은 업무를 예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마케팅을 해보셨을 텐데요, 그중 컴투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큰 의미가 있었던 프로젝트는 2019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렸던 ‘SWC 월드 파이널’입니다. 대회에서 언어조차 통하지 않는 두 선수가 경기를 마친 뒤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저 역시 울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하나의 게임이 문화가 되고 언어가 될 수 있구나’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었고, 동시에 제가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사님이 담당하신 ‘컴투스프로야구’ 시리즈 캠페인 영상이 ‘올해의 광고상’·‘소비자가 뽑은 좋은 광고상’을 수상했습니다. 사내에서도 반응이 좋았는데요. 내외부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인가요?

캠페인의 ‘진정성’에 팬들이 공감해 주신 것 같습니다. 하나의 캠페인에는 전략, 메시지, 표현 등 여러 층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고민이 녹아 있습니다. 주무 부서인 마케팅팀뿐만 아니라 개발, 사업 부서는 물론, 광고회사와 프로덕션 등 외부 파트너들까지 많게는 수백 명이 관여합니다. 각자 맡은 업무에 따라 조금씩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속에서 흔들림 없는 중심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바로 ‘야구에 대한 애정’이었습니다. 모두가 팬심으로 함께 결과물을 만들어 냈기에, 팬들의 마음도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않았을까요?

마케팅에서 어떤 태도가 가장 중요한가요?

학계의 정의와는 별개로, 마케팅에 대해 개인적인 정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마케팅은 시장과 소비자를 움직이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소비자를 움직이는 첫 번째 시작점은 소비자에 대한 이해입니다. 상대를 모른 채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요.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감’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공감은 단순히 상대에게 맞장구를 쳐주는 수준이 아닙니다. 나의 편견을 최대한 배제하고 열린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더 나아가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것. 저는 이것이 진정한 공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는 일은 결국 상상력의 영역이기도 합니다.

공감 능력은 마케팅뿐만 아니라 다양한 협업 과정에서도 중요한 가치로 작용합니다. 또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업무들이 인공지능에 의해 점차 대체되는 시대에, 공감과 같은 감성 지능의 영역은 점점 더 중요한 역량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케팅 업무는 새로운 영감을 계속 받아야 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영감을 얻으시나요?

저는 종종 “발상은 똥 같은 것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다소 거친 비유이긴 하지만, 평소에 영양분을 잘 섭취하는 사람이 건강하게 배변할 수 있듯, 좋은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서는 평소에 콘텐츠를 잘 섭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좋은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억지로 끌어내기 어렵습니다.

좋은 발상을 위해서는 평소 꾸준히, 습관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주로 책을 통해 콘텐츠를 섭취하는 편이지만 꼭 책일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일 수도 있고, 만화나 음악, 심지어 특정 음식이나 여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꾸준한 콘텐츠 소비 속에서 ‘나만의 카테고라이징’ 습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각으로 분류하고 체계를 만들어 나가면, 각 경험이 쉽게 휘발되지 않고 자신만의 자산으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의 폭과 깊이가 점점 넓어지고, 결국 인생이 더 풍요로워졌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얻은 ‘취향’이야말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마케팅을 책임지고 계시잖아요. 실제로 게임을 즐겨하시나요?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이기 때문에, 저는 담당하는 게임은 꼭 직접 플레이해보는 편입니다. 그중에는 개인적인 취향과 잘 맞아서 오랜 시간 즐기며 플레이하는 게임도 있어요. 어떤 게임을 계속하고 있는지는… 비밀입니다 🤭

컴투스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가장 먼저 이루고 싶은 목표는, 조직 전체의 관점에서 신작을 성공적으로 런칭하고 이를 라이브 게임으로 안정적으로 안착시키는 것입니다. 최근 게임 시장은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 성공작을 만들어내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단지 제품이 뛰어나다거나 마케팅만 잘한다고 해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습니다. 개발, 사업, 마케팅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가장 우선하는 목표입니다.

이와 연결된 두 번째 목표는 새로운 레퍼런스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아이데이션을 할 때 보통 타사의 사례를 참고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미 존재하는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시작한 아이디어는 결국 또 다른 레퍼런스로 남기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성과도 물론 중요하지만, 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언젠가 타사에서 “컴투스를 레퍼런스로 삼자”는 말이 나올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제 두 번째 목표입니다.

Level UP l Values

업무적으로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만만한’ 리더

25년째 걸어온 마케팅의 길, 어떤 계기로 들어서게 되신 건가요?

저의 커리어 출발점은 광고회사였습니다. 대홍기획, 제일기획, TBWA, SK플래닛(구 SK M&C) 등 네 곳의 종합광고회사와 디지털 에이전시 디메이저를 거쳐, 현재 컴투스와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어릴 적부터 마케터를 꿈꿨던 것은 아니고, 전공도 경영학이었습니다. 다만 경영학과에서 접한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저를 마케팅이라는 분야로 이끌었던 것 같아요. 제가 만든 무언가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었고, 그 영향력을 점차 확장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그런 흐름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 중심의 광고회사에서 뉴미디어 중심의 디지털 에이전시로, 그리고 다시 에이전시에서 보다 능동적인 인더스트리의 마케터로, 이렇게 25년 동안 다양한 도전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컴투스와의 인연은 언제 어떻게 시작된 것인가요?

에이전시를 떠나 좀 더 능동적으로 일하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어요. 그러던 중 컴투스와 인연을 맺게 됐고, 게임 업계에 몸담은 것은 처음이라 모든 경험이 새롭게 다가왔습니다. 오히려 낯선 환경이 편견 없이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고, 덕분에 비교적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이전 광고회사들과 컴투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훨씬 다양한 유관 부서들과 함께 더 복잡한 의사결정 과정을 거친다는 점입니다. 처음에는 여러 의견이 오가면서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고 느꼈지만, 나중에는 데이터와 수치를 기반으로 논의가 이루어지다보니 더 합리적인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량화가 어려운 분야에 있었던 제게는, 컴투스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건강하게 운영된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컴투스에서 이사로 처음 진급했을 때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감정의 폭이 크지 않은 편이라, 생각보다 담담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실제로 임원이 되기 전과 후의 삶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고요. 다만, 그동안 애써왔던 일들에 대해 조금이나마 객관적인(?) 인정을 받았다는 점에서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잘못된 방향으로 일한 건 아니었구나’라는 확인이랄까요. 그리고 더 의미 있었던 건 제가 컴투스의 첫 마케팅 임원이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개인적인 영광보다도, 마케팅이라는 영역의 위상과 중요성이 조직 내에서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고 함께 일하는 후배들에게도 조금이나마 비전을 제시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원 vs 임직원’일 때, 어떤 차이가 있나요?

업무를 바라보는 시야가 더 넓어지고 다음 스텝에 대한 고민이 많아진 점을 꼽고 싶습니다. 예전에도 성과는 중요했지만, 임원이 된 이후에는 장기적이고 조직적인 관점에서 성과의 맥락과 원인까지 들여다보게 되더라고요. 단순히 결과만 보지 않고, 그 성과가 개인 역량에서 비롯된 건지, 환경의 영향이었는지, 다음 성과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등을 고민하게 됐습니다.

임원은 어떤 것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조직을 운영하는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저는 임원이란 실무 파악과 의사결정은 물론이고, 조직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진단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100% 성공하는 일은 없기 때문에 결국 계속 시도해야 하고, 그 시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구축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믿어요. 환경을 만든다는 건 다양한 일들을 포함합니다. 조직 문화를 정립하고, R&R을 설정하며,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실패 사례에서 레슨을 도출해 다음 프로젝트에 반영하는 일 등 당장의 성과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실은 조직에 큰 영향을 주는 일들이죠.

그중에서도 조직 문화는 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입니다. 문화는 말이나 글보다 리더의 행동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의 업무 방식, 언어 습관, 문제 대응 방식 등은 조직이 일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결국 의사결정의 기준이 일관돼야 조직에 효율이 생긴다고 생각해요. 기준이 자주 바뀌면 리더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고, 그렇게 되면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섬세하고 일관된 태도로 환경을 구축하려 노력합니다.

또한, 저는 조직 내 소통이 원활해야 마케팅 업무가 잘 돌아간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환경, 업무 이야기를 ‘가볍게’ 꺼낼 수 있는 분위기가 중요하죠. 그래서 저는 ‘만만한’,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기 생각을 명확히 말하는 걸 좋아하는’ 리더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 작동하길 바라고 있어요…😂)

임원이 되면 많은 미팅과 메일/메신저가 쏟아질 텐데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일하시나요? 

저는 비효율적인 보고 방식은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바로 줄 수 있는 피드백은 지체 없이 주고, ‘보고를 위한 보고’는 지양합니다. 간단히 파악할 수 있는 일이라면 따로 보고 자리를 만들기보다 실무자에게 직접 찾아가 듣는 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모두가 ‘업무의 맥락’을 함께 이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목표가 명확하고 맥락이 잘 공유되면, 세세한 지시 없이도 업무는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요. 반대로 정보가 단절되면 시행착오와 공회전이 많아지고, 결과적으로 비효율이 발생합니다.

센터를 관리하는 센터장 입장해서 어떤 직원이 눈에 띄나요?

연차에 비해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시야가 입체적인 경우입니다. 입체적이라는 뜻은 맡고 있는 프로젝트가 회사 혹은 조직에서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세부 과업의 앞뒤에 어떤 일이 엮여 있는지, 시계열적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등 다양한 맥락에서 업무를 파악하는 능력을 의미해요. 입체적인 시각은 매주 중요합니다. 우리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협업이기 때문에 업무를 바라보는 입체적인 시각이 발달할수록 일의 효율을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죠. 업무의 앞뒤 맥락이나, 조직 내 위치, 시계열 흐름 등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동료는 협업의 효율을 높이고 빠르게 성장합니다. 특히 변화가 생겼을 때도 유연하게 대처하더라고요.

이사님이 생각하시는 ‘전문성’이란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요?

회사에 근무하는 구성원으로서의 ‘전문성’은 결국 주위의 ‘인정’에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그 인정은 ‘넓이’와 ‘깊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넓이는 업무 경험의 폭을 의미하는데, 단순히 시간이 아니라 얼마나 적극적으로 일에 임했는지 ‘적극성’이 중요한 변수라고 봐요. 깊이는 고민의 정도에서 차이가 생기고요. 같은 업무라도 더 깊이 고민한 사람이 얻는 인사이트는 훨씬 큽니다. 이런 경험과 고민이 축적될 때 자연스럽게 전문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은 이러한 깊이와 넓이를 갖는 일에 너무 조바심을 내지 않았으면 해요. 전문성은 기본적으로 ‘시간’을 변수로 포함하고 있는 함수라서 하루아침에 얻을 수 없어요. 적극성과 몰입을 유지한다면, 어느 순간 전문가로서 인정받고 회사에서 많은 도움을 요청받는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립니다.

임원으로서 생각하시는 ‘컴투스답게’ 일하는 것은 어떤 것이며, 어떤 태도가 필요할까요?

‘컴투스답게’에 대한 정의에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는 ‘본질에 충실하게’라고 해석하고 싶습니다. 제가 경험한 컴투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힘은 자기 업무에 대한 ‘책임감’과 ‘오너십’을 갖고 일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으로 이러한 ‘책임감’과 ‘오너십’을 가진 사람이 적어지면 회사의 미래 경쟁력은 약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오너십’을 갖고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그 일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 때 고민의 중심에는 ‘본질에 충실하게’라는 방향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업무를 둘러싼 지형과 변수가 복잡해지고 문제들이 계속 쌓여가는 상황에서도, 업무의 본질을 나침반 삼아 방향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컴투스다운 태도는 결국 어떤 조직과 분야에서 일하든 모두가 견지해야 할 기본적인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Level UP l Life

실패했지만 괜찮아! 알고 보면 웹툰 스토리 작가 출신

웹툰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신 이색 경력이 있으시다고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이색 경력이라기보다는, 인생의 흑역사(?)에 가까운 경험이에요. 후배 소개로 만난 그림 작가와 함께 의기투합해 Daum 웹툰 시즌2까지 연재한 적이 있는데요. NAVER 웹툰이 없던 시절이라 Daum이 주류였던, 10년도 넘은 이야기입니다. 둘 다 많이 서툴렀고 온갖 시행착오를 겪으며 조회수와 평점도 좋지 않았어요. 댓글의 절반은 “스토리 작가를 새로 구하라”는 내용이었죠. 퇴근 후 시간과 주말을 반납하며 ‘대박 날 거야!’라고 아내를 설득했는데, 남은 건 악플과 아내의 차가운 시선뿐이었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얻은 게 있어요. 제가 스토리 작가로 밥벌이를 하긴 어렵다는 걸 명확히 깨달았고,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본 경험 자체는 매우 의미 있었어요. (언제, 어떤 작품이었는지는 저의 인권 보호 차원에서 비밀입니다 🤫)

스토리 작가 활동을 하셨을 정도면 책을 좋아하실 것 같습니다. 평소 독서를 얼마나 하시나요?

‘좋아한다’는 표현은 맞지만, ‘많이 읽는다’는 말에는 자신이 없습니다. 한때는 정말 많이 읽었지만, 요즘은 한 달에 3~4권 정도 읽는 것 같아요.

어떤 기준으로 책을 고르시나요?

엄격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고, 시기마다 관심사가 달라서 그때그때 눈길이 가는 책이 달라요. 요즘은 주로 소설과 시, 그중에서도 소설을 많이 읽고 있어요. 특히 좋아하는 작가들의 책은 신간이 나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합니다. 김금희, 김애란, 권여선, 최은영, 장강명, 최진영, 구병모 작가의 작품들을 추천드리고 싶어요.

요즘 책의 효용성이 예전보다 낮게 평가되는 분위기지만, 저는 책이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를 넘어 ‘언어를 잘 가지고 놀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우리가 회사에서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말과 글을 매개로 이뤄져 있습니다. 언어에 대한 지배력, 즉 이해도와 표현력이 높을수록 일상과 업무 전반이 더 원활해질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는 ‘아무 글이나 읽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든 잡지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시작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니까요.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하신다면, 작품의 대본집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요즘은 영상 콘텐츠를 통해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영상에만 의존한 콘텐츠 소비는 언어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요. 영상 언어가 아닌 텍스트 언어에 대한 감각이 무뎌지고, 상상력을 동원한 능동적인 독해보다는 수동적인 관람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도 영상에만 너무 치우친 콘텐츠 소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점검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바쁘게 일을 하다보면 스트레스가 쌓이곤 하는데요. 이사님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으신가요?

일상 속에서 환기가 필요할 땐, 낯선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려 합니다. 멀리 여행을 가면 좋지만 시간이 안 될 땐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서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멍을 때리며 시간을 보내요. 낯선 풍경이나 인테리어 속에 있으면 생각보다 리프레쉬 효과가 크더라고요.

드라마를 보면, 임원분들이 비지니스석에서 출장을 떠나며 멋지게 일하는 모습이 그려지는데요. 실제로 화려한 출장을 기대할 수 있나요?

개인적으로 출장을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 시차가 큰 지역은 리듬과 컨디션 관리가 어렵거든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제 경험상 ‘화려한 출장’이라는 건 없었습니다. 힘들었던 출장들만 기억에 남네요🥹 임원이 움직일 경우, 부재로 인한 기회비용을 포함해 유무형의 비용이 크게 발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출장 시의 업무 성과에 더 신경을 쓰게 되고 부담이 커지더라고요.

(장거리 출장 시 비즈니스석이 제공되는 이유도, 따로 휴무가 없는 대신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며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한 장치라고 생각합니다. 🥹)

일상생활에서 직업병이 발현되거나 직무가 일상에 도움이 될 때가 있으신가요?

다른 브랜드의 광고를 보면 자연스레 분석하게 되는 게 직업병이라면 직업병이에요. “이 전략을 쓰는 걸 보니 시장 상황이 이렇겠구나”, “카피는 이렇게 바꿨으면 어땠을까” 등 의도치 않게 평론가처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한 가정의 가장에서 한 회사의 임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버지 박영주와, 이사 박영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저는 가정과 직장에서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할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그게 오히려 스트레스를 더 유발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디서든 일관된 모습, 한결같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정과 회사 양쪽에서의 제 모습을 동시에 본 사람들이 없으니 객관적인 판단은 아닐 수 있겠네요.😅

박찬건 기자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공감하는 것, 책을 많이 읽는 것, 지배당하지 않고 지배하는 것. 살아가는 데 중요한 것들을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공감왕, 독서왕, 지배왕이 될테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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