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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너 내 동료가 돼라! [컴친소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저 만화만 보는 ‘덕후’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이들은 단순한 팬을 넘어, 작품 속 세세한 디테일까지 분석하며 그 매력을 깊이 탐구하는 애니메이션 전문가들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애니메이션에서 얻는 에너지와 영감을 놓치지 않는 6명의 찐팬들을 만나, 현실에서도 반짝반짝 빛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각자 최애 애니와 닉네임을 포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기타히어로: 안녕하세요. 최애 애니메이션으로 ‘봇치더 록!’을 고른 기타히어로입니다. 최애 애니메이션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많지만, 최근에 가장 감명 깊게 본 작품이라 가장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기타히어로는 작중 주인공이 만든 유튜브 채널 이름인데요. 저도 일렉트로닉 기타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연주해왔기 때문에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네요.

도플라밍고: 안녕하세요! 저의 최애 애니메이션은 ‘원피스’ 입니다. 원피스는 중학교 시절부터 좋아해온 애니메이션이라, 많은 분들이 아실 것 같아요. 저는 악역을 좋아해서 원피스 세계관에서 악명 높고 멋진 도플라밍고를 특히 좋아합니다. 아이를 낳은 후 애니메이션에 대한 취미가 잠시 주춤했지만, 오늘 컴친소에서 재미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메드: 다들 유명한 애니메이션을 말씀해 주셨는데, 저만 마이너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것 같네요. (웃음) 저의 최애 애니메이션은 ‘Baccano!’인데, 사실 장르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 한 두 개씩은 있는 메드입니다. 제 닉네임은 90년대판 ‘아발론 연대기’ 일본 중역 해적판에서 모드레드의 켈트 발음인 메드 라우트(Medrawt)에서 따온 닉네임이네요. 꽤 오랫동안 사용해왔고, 지금 회사 이메일 주소도 이 표기에 기반하고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이세계탄지로: 안녕하세요! 🙂 저의 최애 애니메이션은 ‘귀멸의 칼날’입니다. 다른 애니메이션도 많이 좋아하지만, 최근에는 이세계물에 빠져서 많이 보고 있어요. 제 닉네임은 이세계물 애니와 ‘귀멸의 칼날’ 주인공 이름을 합쳐서 만들었습니다.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즐기지만, 최근에는 현실에서 죽거나 갑자기 이세계로 전송된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어 겪는 스토리의 애니를 주로 보고 있습니다.

‘먼치킨’ : 웹툰이나 만화에서 강력한 능력과 뛰어난 재능이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선 ‘초인’에 가까운 경지를 뜻하는 말

TRIGGER: 안녕하세요~! 제 최애 애니메이션은 ‘천원돌파 그렌나간’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가이낙스에서 제작했지만, 현재 핵심 인력들이 TRIGGER라는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활동하고 있어서 닉네임을 TRIGGER로 지었습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컴친소 애니메이션 초대장이 왔을 때, 전 파트장님께서 신청했는지 물어보시더라고요.🤣그 때는 신청하지 않은 상태라 고민했으나 제 컴친소 후기를 듣고 나서, 이후에 다른 주제에 참여하겠다고 의지를 밝히셔서 먼저 경험차 참여하게 됐습니다.

애니전공자: 안녕하세요! 대학 전공으로 애니메이션을 선택할 정도로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이런 닉네임을 지었습니다. 최애 애니메이션은 ‘꼬마 마법사 레미’입니다. 다양한 미디어 믹스를 고려해봤을 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생각해보니, 다른 작품들은 코믹스와 함께 떠오르지만 이 작품은 확실히 애니메이션으로 기억에 남아 선정하게 됐어요.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제가 일하는 실에서 많은 분들이 컴친소 초대장을 받으셨더라고요. 아쉽게도 최근에는 애니메이션보다는 게임 쪽에 더 관심이 생기셨다고 해서, 제가 저희 실을 대표해 참여하게 됐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메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보다는 서사가 있거나 글로 된 매체를 모두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영화도 보고, 만화도 즐기며, 나무위키나 백과사전을 읽는 것도 좋아합니다. 😁 그래서 애니메이션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긴 것 같아요. 특히 용자물, 포켓몬스터, 디지몬 어드벤처가 TV에서 정규 방영하던 시기에 자란 것도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을 분석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스토리는 다소 이해가 가지 않지만 연출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이나, 작중 음악을 위해 모든 서사가 얽혀 있는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유형을 분석하면서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더욱 깊어졌어요.

TRIGGER: 저는 원래 애니메이션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게임을 좋아했는데, 국어 성적이 낮아서 부모님이 게임을 못 하게 하셨어요. 😂 게임을 못 하게 하시니 책을 읽게 됐고, ‘금방울전’ 같은 고전 소설을 보다가 현대 소설로, 현대 소설에서 일본 소설로 넘어오게 됐습니다. 당시, 중학교 친구가 일본에서 유행하던 ‘라노벨 소설’을 추천해 줬는데, 해당 소설이 3권쯤 나왔을 때 애니메이션화가 됐어요. 그렇게 소설과 애니메이션을 번갈아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됐네요.

애니전공자: 어릴 때 부모님이 바쁘셔서 저녁 늦게까지 TV를 독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대부분은 거실에서 TV로 애니메이션을 켜두고 온라인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때부터 애니메이션에 대한 사랑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도플라밍고: 애니전공자님과 비슷한 이유로, 어릴 때 부모님께서 직장 생활로 늦게 집에 오셔서 TV와 비디오를 통해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많이 봤습니다. 애니메이션과 만화로 어린 시절을 보내다 보니, 그 사랑이 자연스럽게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지게 됐어요. 🙂

기타히어로: 저는 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이 드라마나 영화보다 더 재밌게 느껴졌습니다. 실제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보다 가상의 이야기에 더 쉽게 몰입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보통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을 본 후에 영화나 드라마로 분산 되는데, 저는 아직 애니메이션의 세계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이세계탄지로: 계기는 자세히 생각이 안 나지만, ‘나루토’를 재밌게 보면서 용자물에 빠지게 됐습니다.

용자 : 용자(勇者, ゆうしゃ). 용감한, 용맹스러운 사람. 대한민국 표준어에서는 용사와 동의어

Q. 나를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빠지게 만든 최초의 애니메이션’은 무엇인가요?

메드: 저는 ‘마징가제트’ 한국어 더빙판인 것 같아요. 아버지께서 로봇이 나오는 애니메이션을 아주 좋아하시는데, 제일 비싼 피규어가 50만 원 정도인 피규어를 소장하고 계실 만큼 애니메이션의 찐 팬이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의 취미를 함께 즐기며 마징가제트를 보았던 것이 제가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빠져든 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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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GER: 저는 이전 질문에서 말씀드렸던 소설이 애니메이션화된 작품인 ‘소드 아트 온라인’ 입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저를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빠지게 하였고, 동시에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워준 작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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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전공자: 어릴 때 게임을 하면서 틀어둔 애니메이션은 ‘이누야샤’ 였습니다. 그 당시 뒷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인터넷에서 다음 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을 이것저것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저를 덕후로 만들어준 시작점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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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라밍고:저의 최초 애니메이션은 ‘꼬마 자동차 붕붕’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 많은 애니메이션을 접했지만, 본격적으로 피규어나 굿즈가 갖고 싶다고 느낄 정도로 빠져든 애니메이션은 ‘원피스’입니다. 원피스는 지금까지 1000화가 넘게 방영됐는데, 한 편도 놓치지 않고 모두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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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히어로: 어렸을 때 비디오 가게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빌려 봤는데, 그 당시 ‘드래곤볼’을 재미있게 본 기억이 납니다. 이후 투니버스 등에서 방영하는 TV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다가 중학생 때부터는 ‘에반게리온’, ‘천원돌파 그렌라간’ 등 본격적으로 유행하는 작품들을 찾아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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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탄지로: 최초 애니메이션이라… 제가 말하는 애니메이션을 다들 알고 계실지 걱정이 되네요. 😅 어렸을 때는 ‘피구왕 통키’‘아기공롱 둘리’ 같은 애니메이션을 좋아했어요. 하지만 ‘나루토’를 재미있게 본 이후로 용자물을 찾아서 보게 됐으니, 저를 애니메이션에 빠져들게 한 작품은 나루토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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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번 봐도 질리지 않는 나의 인생 애니메이션은?

오모토 타츠키 감독의 개인작 <안경>

출처 (링크)

메드: 단편 작품으로는 오모토 타츠키 감독의 개인작 ‘안경’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지금은 ‘케모노 프렌즈’와 ‘케무리쿠사’ 등 여러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해진 감독이지만, 초기작인 ‘안경’은 희귀하게도 30초에서 1분 단위의 숏컷을 매달 제작하여 1년 정도 걸려 완성한 단편 애니메이션입니다. 아마추어 작품 특유의 거친 면과 프로 작품에서는 보기 힘든 과감한 패러디 등, 치기어린 초기작의 특징들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개그 터치가 강하지만, 타츠키 감독이 가진 서사적 특징인 은유와 비유, 회상을 통해 중요한 주제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도플라밍고: 오이마 요시토키 감독의 <목소리의 형태>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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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로맨스보다는 이지메(*집단 괴롭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평범한 학원물과는 분위기가 매우 다르며, 시사하는 바도 많아 추천드립니다.

TRIGGER: 정말 많은 작품이 있습니다만, 극장판으로는 곤도 요시후미 감독의 <귀를 기울이면>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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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과거의 추억, 학업, 방황, 처음으로 사귄 이성 친구 등 아마 중학생 친구들의 필독서 같은 느낌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니전공자: 저는 카타부치 스나오 감독의 <이 세상의 한구석에>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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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전쟁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은 한국에서는 권하기 어려운 면이 있지만, 개인의 삶에 전쟁이 미치는 영향을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작품 초반에는 전쟁과 무관할 것 같은 소시민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되다가, 점차 삶이 망가지고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는 허무한 종전까지를 그립니다. “우리가 전쟁 때문에 이렇게 아프다.”라는 메시지가 아닌, “전쟁은 방심하는 사이에 일어나고 이렇게 무섭게 사회와 개인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경각심을 주는 영화의 핵심 메시지가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기타히어로: 저는 <리즈와 파랑새> 를 추천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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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려라! 유포니엄》의 단편 스토리를 기반으로 한 극장판 애니메이션인데요. 잔잔한 분위기로 매우 보기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애니메이션의 연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연출이 뛰어나서 모든 장면에 의도가 있다고 느끼게 만듭니다. 이런 작품은 화면 뿐만 아니라 장면에 할애되는 시간의 호흡까지 고려하며 감상하는 것이 정말 즐겁습니다. 또한,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는 특유의 잔잔한 분위기 때문입니다. 갈등 요소가 강한 작품은 한 번 보기에는 재미있지만 여러 번 보기에는 피곤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일상의 잔잔함이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을 틀어 놓고 듣기만 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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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탄지로: <나루토>, <원피스>, <드래곤볼>, <슬램덩크> 역시 명작의 최고봉이라고 생각합니다. 

Q. 그렇다면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이유는요?

메드: 저는 ‘Baccano!’ 라는 작품 속 커플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주요 인물도 아니지만, 모든 이야기에서 나오며, 수많은 등장인물들의 고민과 고난을 무난하게 비껴나가면서 이야기를 진행 시키는 캐릭터입니다. 이 캐릭터들의 등장으로 일이 해결되는 느낌을 받는 캐릭터예요. 언제나 긍정적이고 자기 주관이 확실하며 유쾌해서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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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히어로: 저는 ‘봇치 더 록!’의 주인공인 ‘봇치’를 선택했습니다. 봇치는 친구를 만들기 위해 기타를 열심히 독학했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기타 연주로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지 않죠.🤣 어느 날, 결정적인 순간에 봇치가 자신의 연주 실력을 뽐낼 기회를 맞이하게 됩니다. 이 장면의 연출이 인상적이며, 봇치가 연주하는 기타와 음악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연주 가능한 수준이라 몰입감을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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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라밍고: 저의 최애 캐릭터는 ‘원피스’ 의 ‘도플라밍고’입니다! 도플라밍고 성우 목소리가 되게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주인공보다는 악역에 매력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행동도 시원시원하고, 악역이지만 악착 같이 사는 캐릭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악역도 알고 보면 서사부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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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탄지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는 ‘귀멸의 칼날’의 ‘카마도 탄지로’입니다. 사실 탄지로가 좋다기보다는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이 탄지로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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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GER: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카미나라는 캐릭터를 좋아합니다. 막힘이 있으면 헤쳐 나가는 마이웨이 스타일이에요! 제 정서적 롤모델이 될 만큼 멋지고 열정적인 인물입니다. 회사에서 근무하다가 힘들 때마다 카미나를 떠올리며 힘을 얻곤 합니다.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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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전공자: 꼭 특정 캐릭터를 좋아해야 할까요?! 저는 어떤 캐릭터를 딱 좋아하기보다는 작중 캐릭터들이 같이 하는 여정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도 고른다면… 마법 소녀물의 요술봉이 가장 좋아요😁

Q.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가 있나요?

메드: 스토리와 그 스토리를 어떻게 표현해 내느냐에 대한 부분이네요. 각본에 가장 신경을 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애니메이션은 작품의 주제가 뼈대를 이루고, 그 주제를 표현하는 골격근이 각본이며, 골격근을 덮는 운동근이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이후에 피부와 얼굴, 머리카락이 캐릭터, 디자인, 음악으로 구성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주제의식 없이 캐릭터만으로 작품도 그 나름대로 재미있게 감상하고 있으며, 이런 경우에는 캐릭터 간의 관계성을 주로 살펴보곤 합니다.

도플라밍고: 흥미와 재미가 빠질 수 없죠. 그에 따른 감동 등은 겸하고요. 스토리와 각본이 탄탄해야 말씀드린 흥미와 재미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되고 몰입감도 상승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원피스가 그런 부류인 것 같아요 🙂 

애니전공자: 저도 메시지와 그 메시지를 적절하게 “연출”로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레미 시리즈를 예로 든 것도 아동 애니메이션에서 수행해야 하는 역할들이 있는데, 그런 요소들을 메시지로 잘 녹여서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잘 만든 아동 애니메이션은 “인생 튜토리얼 가이드”로서의 역할을 하기에, 어른이 봐도 배울 점이 많습니다. ’친구와 싸우고 화해하는 법’이나 ‘나와 다른 존재를 대하는 법’ 같은 주제는 어른에게도 때때로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니까요.

TRIGGER: 저도 애니전공자님과 같은 의견입니다. 연출을 중요시합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무리 훌륭한 이상이나 철학을 담고 있어도, 기본적으로 재미가 없으면 전달이 되지 않기에 몰입할 수 있는 연출이 중요합니다. 반대로, 스토리가 없고 개연성이 떨어져도 연출만 좋으면 어느 정도 볼만하기도 합니다.

기타히어로: 저는 연출을 유심히 봅니다. 영화나 드라마는 감독이 신경 쓰지 못한 옥에 티가 가끔 나오곤 하죠. 반면 애니메이션은 화면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어요. 물론, 모든 애니메이션이 그런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연출에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작품인지 아닌지를 먼저 판단하는 게 중요해요. 만약 ‘연출에 의미를 부여할 만큼 좋은 연출을 가진 작품이다.’라고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계속 돌려보면서 감독의 의도를 생각하곤 합니다. 그 외에는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음악에 맞게 화면 타이밍이나 대사를 편집하는 것도 능력이고, 음악을 잘 뽑아서 갈등 해소 장면에서 감성을 마무리하는 것도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거든요.

이세계탄지로: 저는 주인공이 먼치킨이 되는 과정이나 먼치킨 주인공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주로 보고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별로라도 먼치킨 주인공이 나오면 어느 정도 수용하고 볼 수 있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면서 생긴 에피소드가 있나요? 

메드: 저는 다른 사람이 겪어보지 않았을 특이한 에피소드가 있어요. 카드 게임 대회에 종종 출전하는데, 특정 애니메이션을 이미지화한 구성의 덱을 들고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작년 지역 예선에서도 특정 애니메이션을 모티브로 한 덱을 구성하고, 그 애니메이션이 그려진 슬리브(카드에 씌우는 필름)로 출전했어요. 그런데 3회전에서 만난 상대방이 제가 구성해 간 애니메이션의 제작을 담당한 직원분이셨습니다! 😲 그래서 어떤 카드가 나올지 다 예측당해버렸고, 결국 패배를 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도 느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럴만했다’고 느껴지는 에피소드네요.

도플라밍고: 에피소드는 딱히 없지만 굳이 꼽자면 최애 캐릭터가 도플라밍고다보니 제 배우자가 도플라밍고에 빗대어서 저를 놀리거나 추궁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

애니전공자: 워낙 인생에 녹아있어서 떠오르진 않는데 최근에 결혼을 할 때 축가로 애니주제곡을 골라서 즐거웠던 기억은 있습니다. 원피스 주제가이기도 하고, 결혼이랑 맞닿는 가사라서 고른 건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아니, 애니메이션 주제곡을 축가로 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ㅋㅋㅋㅋ’라며 즐거워(?)하셔서 놀랐습니다. 그런데 사실… 입장곡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OST였는데 말이죠…😎

Q. 가장 좋아하는 명대사 혹은 명장면이 있으신가요?

기타히어로: 다른 밴드 멤버들이 어떻게 해도 침울한 분위기가 이어지던 라이브에서, 봇치의 연주로 한순간에 분위기가 바뀌는 장면입니다.

화면의 정중앙에 봇치가 서 있고, 그 앞에는 시계가 놓여 있으며, 봇치만을 강렬하게 비춰주는 조명이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봇치가 주인공이 되어, 오직 봇치만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그때, 저도 이렇게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도플라밍고: 저는 슬램덩크 안선생님의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예요.”라는 장면을 뽑았습니다!

해당 명대사와 유사한 축구 선수 ‘지안 루이지 부폰’의 “포기하지 않으면 실패하지 않는다.”라는 명언도 매우 좋아하는데,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게 제 모토와 같습니다.

TRIGGER: 가장 좋아하는 명장면은 천원돌파 그렌라간의 극장판인 <나암편>에서 보여주는 초 천원돌파 그렌나간입니다. 애니메이션보다 더 큰 우주단위의 그렌라간이라니… 다시 봐도 감동이네요. 이때, 대사도 참 마음에 듭니다.

“우리는 일 분 전의 우리보다 진화한다. 한 바퀴 회전하면, 아주 조금이지만 앞으로 나아가지. 그것이 드릴이라고!”

애니전공자: 저는 명장면도 꼬마 마법사 레미에서 골랐습니다. 꼬마 마법사 레미 에피소드 중 호소다 감독이 연출한 에피소드의 한 대사입니다.(좀 긴 대사라 요약 했습니다.)

“유리는 말이야, 식어서 굳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천천히 움직이고 있는 거란다. 단지 너무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에는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뿐, 하지만 몇 천년이나 사는 마녀는 유리가 움직이고 있는 걸 볼 수 있어. 나도 그걸 보게 될 거야.”

꼬마 마법사 레미 에피소드 중 호소다 감독이 연출한 한 대사에서, 영원에 가까운 삶을 사는 존재들이 느끼는 체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대사들은 너무 절망적이지도, 너무 희망적이지도 않은데, 행복을 1, 불행을 0으로 본다면 그 감정은 약 0.45 정도의 쓸쓸함으로 표현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저 담담하게 보여지는 것이 완전히 달라져버린다는 은유가 담겨 있어,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메드: 제가 고른 명장면은 ‘다다미 넉장 반 세계일주‘ 13화의 초반부의 장면입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청춘이 망한다면, 어떤 선택도 하지 않으면 청춘이 유지되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주인공이 마지막에 자신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잡는 장면이죠.

Q.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굿즈를 위해 이만큼 해봤다! 아끼는 굿즈 자랑해주세요.

도플라밍고: 저는 원피스와 여러 애니메이션 피규어를 상당히 많이 수집했습니다. Only “정품”만 구매했으며, 한 200~300만 원 정도의 피규어를 모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위 사진은 제가 모았던 피규어의 사진인데, 진열장이 꽉 차 있을 정도로 많이 모았었네요!

메드: 가져올 수는 없지만, 제가 가장 노력한 물건은 카미야마 켄지 감독에게 직접 사인받은 <009: Re Cyborg>의 한국판 포스터입니다. 당시 인턴 기자로서 국내에서 개최된 감독 인터뷰 상영회에 참석해, 꼭 묻고 싶었던 질문을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상영회가 끝난 후, 감독님께서 인상 깊으셨는지 포스터에 사인을 해 주셨습니다.

TRIGGER: 저는 라이트 노벨로 시작해서 그런지, 피규어보다는 책이 더 많이 있습니다. 책장에 공간이 없어 따로 보관하고 있어 슬프네요. 그 외에는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건담 프라모델을 이것저것 모으고 있습니다. 최근에 구입한 목록으로는 후쿠오카 건담 베이스 한정판인 ‘후쿠오카 뉴 건담’, ’크시 건담’ (섬광의 하사웨이), ‘멧사’, 그리고 반다이 프리미엄의 ’풀메카닉스 에어리얼 퍼맷 스코어 6’ 등이 있습니다.

이세계탄지로: 저는 굿즈 덕질을 잘 안 하고 애니를 보는 걸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피규어 같은 굿즈를 사본 적은 없습니다. 🤣

애니전공자: 금전적으로 힘든 시절에 모든 것을 판매했지만, 예전에는 일본에 가서 직접 작동 완구를 사오곤 했습니다. 애니메이트보다는 만다라케 같은 곳에서 간혹 구입했어요. 요즘은 주로 회사 책상 위에 둘 수 있는 작은 아크릴 스탠드나 키링 같은 굿즈에 관심이 가네요. “이렇게까지”라는 이야기를 하자면, 구체 관절 인형을 구매해 캐릭터를 구현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옷도 직접 맞춤 제작했었고, 전체 비용은 약 12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습니다. 여유가 생기면 자작 피규어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기타히어로: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서울 코믹월드에서 동인 작품집이나 키링 같은 것을 사 오곤 했습니다. 지금은 가끔 가챠 샵에서 괜찮아 보이는 뽑기를 찾아 몇 개 뽑아서 사무실에 장식해 두고 있습니다. 또한, 2~3만 원 정도 하는 경품 피규어 라인이 있는데, 너무 예쁘게 뽑히면 방 안에 장식해 두기도 합니다. 요즘은 ‘봇치’가 친 기타를 살까 고민 중입니다. 750만원이라는 고가의 물건이라 나중에라도 구매하게 된다면 자랑하겠습니다. 아마 안… 아니, 못 사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코믹월드, AGF, 코스프레, 각종 팝업 행사 등 오프라인 모임도 나가나요?

메드: 지인이 만드는 인디게임 부스 등에서 판매를 돕거나 서포트 하고 있습니다. 또한, 온/오프라인 TCG 게임 대회를 개최하기도 해요.

도플라밍고: 아니요. 한 번도 없었습니다.

TRIGGER: 어쩌다 보니 집 근처에 코믹월드가 있어, 친구들과 이것저것 샀었습니다. 오프라인 덕질로는 애니메이션 OP, ED을 즐겨 듣는 편이라, JPOP 가수인 ‘YOASOBI’ 내한 공연도 가봤네요.

애니전공자: 중, 고등학생 때는 보통 구매자로 참여 했고, 대학생 때는 판매자로 참여하곤 했습니다. 주로 일러스트 책을 직접 출판해서 판매하곤 했는데 취업 이후에는 바빠서 시간이 통 안 나네요.

기타히어로: 중학생 때까지만 해도 코믹월드는 자주 갔는데요.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많이 못 가요.

이세계탄지로: 오프라인 행사는 가본 적이 없네요. 우연히 본 적은 있습니다. 

Q. 신작이나 재미있는 애니메이션 소식은 어떻게 접하는지 궁금합니다.

기타히어로: 분기가 시작할 때마다 유튜버들이 정리해 주는 영상을 통해 애니메이션 소식을 접하는 편입니다. 또한, ‘라프텔’이라는 플랫폼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라프텔 : 애니 추천 · 애니 스트리밍 OTT 서비스

도플라밍고: 신작 애니 소식은 잘 모릅니다. ‘넷플릭스에서 이런 애니들이 나왔구나.‘ 하고 구경하는 편이고 재밌는 작품이 나오면 사우분들이 알려주십니다.

메드: 저는 주로 ‘d아니메스토어’ 라는 OTT를 사용합니다. 국내 플랫폼보다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빠르게 접할 수 있어요! 다만, 자막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저는 자막 없이 원어로 시청하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제가 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서 어떤 반응인지 알 수 없는 것은 단점이네요.

🔗d아니메스토어 : 일본의 NTT 도코모에서 운영하는 애니메이션 전문 월정액 OTT 서비스

이세계탄지로: 저는 여러 OTT를 활용합니다. 유튜브,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OTT 별로 올라오는 애니메이션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골라서 시청할 수 있어요.

TRIGGER: 저는 학창 시절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도움을 자주 받았습니다. 모두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정보를 얻는 편입니다. 다들 애니 덕후들이라 평가를 거쳐 추천 받는 작품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이 적습니다. 😁

애니전공자: 대학 전공이 애니메이션이다 보니, 동기들도 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신작 애니메이션 등을 다들 알고 있어서 오프라인 커뮤니티 같은 느낌으로 자주 얘기하면서 정보를 얻습니다.

Q. 애니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입문용 작품이 있다면요?

메드: 추천받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네요. 애니메이션을 입문한다는 개념이라면 <도라에몽>이나 <우주소년 아톰(2003년판)> 등이 좋겠죠. 성인이 봐도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란 개념이라면 좀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대학생이라면 <다다미 넉 장 반 세계 일주>, 스포츠를 좋아한다면 <더 퍼스트 슬램덩크>,<카우보이 비밥>이 무난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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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플라밍고: 당연히 <원피스>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원피스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제 주변에서도 원피스를 보지 않은 사람은 없는 것 같아요. 원피스를 통해 희로애락을 모두 느낄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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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GGER: 시작은 역시 <강철의 연금술사>가 아닐까요? 흔히 있는 용두사미 작품이나 파워 인플레 감당 못하는 작품이 아닌 결말까지 완벽한 <강철의 연금술사: Brotherhood> 강력 추천합니다. 생명의 소중함, 등가교환의 법칙, 전쟁의 무거움 등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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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전공자: 어릴 때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남아 있지만, 세세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을 다시 보면 감회가 새롭습니다. 최근 트렌드가 리메이크인 만큼, <란마>와 <슬레이어즈>도 리메이크 준비 중이라고 하네요. 리메이크판을 보기 전에 원작을 복습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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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히어로: 제가 처음 애니메이션을 접할 때, 작품을 그대로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당시의 화질이나 비율, 그리고 25화에서 50화가 기본이었던 작품들의 완급 조절이 요즘 감성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장송의 프리렌>이나<스파이 패밀리>같은 작품이 좋지 않을까 싶어요. 흔히 말하는 대중의 선택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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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탄지로: 귀멸의 칼날을 추천하고 싶지만, 싫어할 수도 있는 장르라서 입문자에게는 <원피스>, <슬램덩크>, <나루토>, <드래곤볼> 도 괜찮겠네요.

Q. 애니메이션은 동심을 자극하는 매력적인 OST가 많죠. 추천곡이 있나요?

도플라밍고: 드래곤볼GT의 오프닝 곡 <DAN DAN 心魅かれてく>이라는 노래입니다!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들으면 정말 좋아요. 한번 들어보세요!

TRIGGER: ‘임금님 랭킹(1기)’의 ‘Vaundy’의 <OP2 裸の勇者(벌거벗은 용사)>를 추천합니다. 노래 자체도 좋고 가사도 애니메이션과 잘 어울립니다. 특히, Vaundy는 최신 극장판인 ’원피스 필름 레드’의 <역광>도 작곡 했을 정도로 앞으로가 기대되는 가수라 자주 챙겨 듣습니다.

기타히어로: 동심을 자극하는 노래는 아니지만, 과거 ‘엔젤비트’라는 애니메이션 밴드가 발표한 앨범 <Keep the Beats>는 전곡이 모두 명곡입니다. 특히 Alchemy (Yui ver.) 이라는 곡을 추천드립니다.

메드: 애니메이션 ‘하멜의 바이올린’의 두 번째 오프닝곡인 <未完成協奏曲(미완성 협주곡)>은 한 번 들어볼 가치가 있는 상당히 독특한 곡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완성도가 낮은 문제작이지만, 오페라 가수가 부른 본격적인 창작 오페라 곡을 오프닝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 곡은 타나카 코우헤이 작곡가의 작품으로, ’사쿠라대전 시리즈’, ’바이오맨’, ’후레시맨’, ’용자왕 가오가이거’ 등에서도 활동한 바 있습니다.

Q. 평소에 덕밍아웃을 하시나요? 본인의 덕후력에 점수를 매겨주세요! (10점 만점)

*덕밍아웃: 덕후 취향을 드러내는 걸 이른바 “덕후의 커밍아웃” 즉 “덕밍 아웃”이라 부른다.

*일코: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취미 생활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는 일

기타히어로: 저는 10점 만점에 5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애니메이션에 대해 먼저 이야기하진 않지만, 같은 취미를 가진 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티를 내는 편입니다. 상대방에게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물어봤을 때, 그 대답을 듣고 ‘아, 이 사람은 일코 중이구나!’라고 느끼면 다가가게 됩니다.

도플라밍고: 11점을 주기에는 이전에 많은 애정을 가졌기 때문에 2점을 주겠습니다. 평소에 애니메이션 관련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관심사가 육아로 많이 기울어져 금전 문제나 육아 문제로 대화 주제가 많이 바꼈습니다.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는 정말 좋아하던 취미였는데, 현생을 살다 보니 꾸준히 즐기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너무 재미있고, 다른 분들이 열정적이셔서 많은 추억이 회상되네요.

메드: 저는 8~9점을 주고 싶습니다. 덕밍아웃은 크게 하지 않지만, 휴대폰에 키링 정도는 달고 다닙니다. 최근에 여자친구가 생겼는데, 도플라밍고님의 현생 이야기를 들으니 연애를 하면 애니메이션 취미를 유지하기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현실적인 걱정이 갑자기 생기네요.

이세계탄지로: 제가 생각하는 점수는 2.5점입니다. 주변에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티를 내는 편이에요. 사실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는 분들에게 이야기를 해도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잘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 어느 정도까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덕밍아웃은 잘 하지 않아요.

TRIGGER: 고등학생 때였다면 7점이라고 말했을 텐데, 지금은 6점 정도인 것 같아요.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개발 업무가 바빠서 평일에는 밤늦게 퇴근하고 아침에는 일찍 출근하며 주말에 운동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애니메이션을 챙겨볼 시간이 부족해 1점을 깎았습니다. 덕밍아웃은 먼저 하지는 않지만, 게임 회사이다 보니 어떤 게임을 좋아하는지 많이 질문드리는데,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답변에서 티가 나기 때문에 그런 경우에는 덕밍아웃을 하게 됩니다.

애니전공자: 진정한 덕후력은 최애 캐릭터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저는 최애 캐릭터가 없다 보니 4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일코를 하고 있지만, 아무도 제가 일코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전공이 애니메이션이라 자연스럽게 오픈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걸 들키면 안 되겠다고 느끼는 분들이 계신데, 그런 분들에게는 철저하게 일코를 하는 편입니다.

Q. 애니메이션 덕질이 직무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요?

메드: 클라이언트 개발 및 기술 연구가 메인이라 보통은 큰 영향이 없지만, 최근 AI 관련 역할을 맡으면서 일본 쪽 개발자들의 자료를 참고하기도 합니다. 챗봇 제작과 관련해서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대화하고 싶어서 연구 발표를 하신 도쿄대 연구팀의 자료 덕분에 프로토 타이핑이 가능했습니다. 타 회사지만 “tech otakus save the world”는 정말 재미있는 슬로건이라고 생각해요.

기타히어로: 제가 하는 업무에 올드 애니메이션의 퀄리티 업도 포함되어 있어서, 2D 애니메이터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게임에서도 연출적 요소를 중시하는 작품이 늘어나고 있는데, 게임의 애니메이션 기법과 일본 애니메이션의 키 프레이밍 기법이 비슷하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연출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공부가 되는 편입니다.

애니전공자: 서브컬쳐 트렌드가 최근 게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지만 제가 약간 오타쿠(?)라는 사실 자체가 영향을 미치곤 합니다. 이쪽 문화에도 시대와 스타일, 트렌드가 존재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쉽게 캐치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TRIGGER: 서브컬쳐 트렌드를 조금 더 빨리 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버 개발자라 크게 중요하진 않습니다. 😂

이세계탄지로: 저는 직무 영향은 없는 것 같습니다. 직무에 영향을 끼치는 애니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

도플라밍고: 안타깝게도 취미일 뿐 제 직무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습니다.

Q. 애니를 보면서 기른 능력치 (업무스킬, 언어 등등) 혹은 긍정적인 영향이 있나요?

애니전공자: 전공 분야이자 업무로도 관련이 있다 보니, 깊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화면 연출이나 카메라 관련 이야기 등 여러 요소들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전 질문과 지금 질문이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전공 외의 업무 기술로 생각해보면, 애니메이션 오타쿠이기 때문에 일본어를 잘하는 것만은 아니지만, 일본어 아티클이나 발표 자료를 볼 때 직독직해와 프리토킹이 가능해 많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기타히어로: 애니메이션의 연출적 요소나 타이밍을 보면서 배우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습니다. 그 외에도 일본어를 듣는 귀가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어학 자격증을 주제로 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약간 순화해서 ‘오덕 베이스’라고 부르더군요. “노베이스로 몇 달 만에 몇 급을 땄다.”고 자랑하는 오타쿠들이 많다고 합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는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세계탄지로: 먼치킨(?) 나오는 애니를 보다 보니 영향을 받거나, 능력이 되는 건 없었습니다. 하하

메드: 애니, 게임 덕에 약간의 일본어가 일본 자료 등을 읽는 데에는 도움이 되긴 합니다. 

도플라밍고: 제 직종상 애니를 통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건 안타깝게도 없었습니다. 

TRIGGER: 일본어 듣기가 잘 됩니다. 업무엔 영향이 없는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통해 얻은 인생의 교훈이 있다면요?

메드: 모든 사람은 자신이 평생 보는 모든 매체에서 교훈을 하나씩 쌓아간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인생의 교훈을 얻은 매체는 서브컬처가 아닌 다큐멘터리였기 때문에 딱히 떠오르는 건 없습니다만, 상상력과 실천력의 중요성은 애니메이션에서 배운 게 아닐까 싶네요.

도플라밍고: 다양한 장르의 애니메이션이 주는 교훈을 통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좀 더 우리, 내 삶에 적용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TRIGGER: 모든 애니메이션에는 감독이나 작가의 철학이 녹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작품이든 배울 점이 있으며, 최고의 교훈이라면 ‘이 세상의 주인공은 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전공자: 그림이 왜 움직여야 하나요? 그림이 움직이려면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공수가 들어가므로, 멈춰 있는 일러스트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기타히어로: 언제든지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지금 보면서 다음 화를 궁금해하는 재미를 “지금” 즐겨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볼 애니를 내일로 미루지 마세요. 내일은 두 개를 봐야 하니까요. 쌓이면 챙겨 볼 시간이 없어요.

이세계탄지로: 나쁜 사람은 벌(?) 받는다. 최고의 교훈이 아닐까요? 하하

Q. 끝으로, 나의 최애 애니 혹은 캐릭터와 이루고 싶은 삶의 최종 목표가 있다면요?

메드 : 캐릭터와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는 없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넘어 개인적으로 은퇴 경주마 복지에 대한 시민단체 활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제 바람은 국내의 은퇴 경주마들이 해외 게임 등으로 수출되어, 장기적으로 안정된 여생을 보장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습니다.

도플라밍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악역이지만, 함께 이루고 싶은 목표는 없어요. 일단 감옥에서 나와서 개과천선하고 착하게 살았으면 좋겠네요. 😢

TRIGGER: ‘그렌라간’의 주인공 시몬처럼 세상 앞에 당당하게 서서, 이루고 싶은 뜻을 온 우주에 펼치고 싶습니다. 그리고 모든 것을 이룬 뒤에도 시몬처럼 일선에서 물러나 세상을 떠도는 것도 좋겠네요.

애니전공자: 마법 소녀가 되기엔 나이가 너무 많아서 힘들지만, 작동 완구가 아닌 진심으로 소재를 살려 만든 나만의 요술봉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이런 진심을 담은 장인 굿즈들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공식적으로는 채산성 때문에 무리일테니까요…

기타히어로: 저의 최애 캐릭터인 봇치가 작중에서 자주 하는 말처럼, 남들이 *치야호야 해주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치야호야(ちやほや) : 얼러 주는 모양, 상대를 추어올리는 모양, 알쫑거리는 모양 “주위에서 떠 받들어 주다”라는 의미.

“주위에서 예뻐하며 기분을 맞춰주는 모양”을 뜻하기도 한다.


인터뷰 내내 사우님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이처럼 순수하게 이야기하다가도, 어른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분석하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오늘은 퇴근 후, 6명의 애니메이션 찐 팬 사우님들이 추천해 준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한 편씩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서녕

이런 고급 정보들을 그냥 들어도 되는 걸까?! 싶은 순간이었습니다😆 기사를 작성하며 언급된 애니메이션 줄거리를 찾아봤는데 전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순서대로 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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