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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어디까지 먹어 봤니?

막걸리 하면 떠오르는 고정관념, 싸고 달고 어르신들이 먹는 술. 이것을 깨는 새로운 양조장들이 속속들이 나타나고 있다. 요즘 전국에는 전통 방식을 고수하던 오래된 양조장들은 물론이거니와 자신만의 신념과 꿈을 가지고 시작한 어린 양조장들이 막걸리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고정관념 타파를 외치며 막걸리를 빚는다는 젊은이들을 찾아 ‘어릿광대 양조장’을 방문했다. 철공소 사이사이 젊음의 활기가 묻어나는 문래창착촌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위치: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경인로 755 4호건물 대한철강 2층 어릿광대양조장
영업시간: 업체 문의
연락처: 010-2167-5005
카카오톡 채널 “어릿광대 양조장”
인스타그램 @weather_brewery @clown_brewery

‘어릿광대 양조장’은 문래역과 신도림역 영등포역 그 중간 어디쯤에 있는 문래동사거리, 큰 길가에 마동석(^^) 바로 위 2층에 있다.

2020년 1월 어릿광대 양조장의 공동대표 김현지·한종진은 문래동에 전통주 바틀샵 ‘현지날씨’를 열었다. 그리고 2021년 1월에는 인근에 ‘날씨양조장’을 차렸다. ‘날씨 양조장’은 막걸리를 통해 날씨와 계절을 전해주려는 마음이 담긴 고급 라벨이다. 그 다음으로 낸 브랜드가 바로 ‘어릿광대 양조장’이다. ‘어릿광대 양조장’은 축제 MC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어릿광대와 같이 가성비 좋고 접근성을 높인 식전주 전문 라벨 브랜드다.

현재는 ‘날씨양조장’과 ‘어릿광대양조장’이 통합되어 운영 중이라고 한다. 계절마다 제철 과일로 만들어 한정 판매하던 ‘날씨양조장’ 제품들이 리뉴얼되어 ‘어릿광대양조장’에서 출고된다고! 물론 ‘어릿광대 양조장’에서는 식전주에 어울리는 과실이나 허브로 빚은 막걸리도 여전히 상시 출품 중이다.

‘어릿광대 양조장’의 막걸리들은 모두 ‘신맛’과 ‘드라이한 맛’을 강조한다. 달디 단 막걸리에 익숙해져 있는 소비자들에게 막걸리도 화이트와인처럼 단맛 없이 술 본연의 맛을 음미하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을 어필하는 것이다. 쌀 · 누룩과 같은 원재료의 맛과 향뿐만 아니라 부재료의 맛과 향 그리고 그 색감 또한 생생히 살아있다.

또한 이들의 막걸리는 이름부터 라벨까지 병 자체가 아름답다. 막걸리의 맛과 향 그리고 색을 전부 담을 수 있도록 상품 이름은 두 부부가 함께 짓고, 라벨 디자인은 김현지 대표가 직접 만든다. 마시기 좋은 술을 넘어, 선물하기 좋은 술 또는 소장하고 싶은 술로서 막걸리의 이미지를 고급스럽게 바꾸었다.

2020년 문래동에 오픈했던 전통주 바틀샵 ‘현지날씨’가 2021년 9월에 작은 전통주 바 ‘오로라’로 변신했다. ‘오로라’에서는 ‘어릿광대 양조장’의 막걸리와 소규모 양조장의 전통주를 맛볼 수 있고 소매로 판매도 한다.

위치: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129길 10 오로라
영업시간: 수목금토 19:30 부터
연락처: 010-6646-0286 혹은 인스타그램 @orora_bar
오로라 내부

우선 인터뷰로 인해 마른 목을 어릿광대 양조장의 오늘의 막걸리 ‘스톡홀름신드롬’으로 축여보았다. 라임과 패션후르츠를 넣은 개나리색 막걸리가 주석 잔에 따라 나온다. 라임&오렌지주스 맛 안에 시트러스 특유의 까끌한 향이 살짝 나면서 슬며시 쌀 향이 스친다. 제품 이름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온정과 애정을 느끼는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따왔다. 한두 잔 마시고 병이 비는 속도를 깨달을 때쯤이면 이 이름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다.

잔이 빠르게 비어 이 집에서 처음 만든 ‘봄비’를 추가로 마셔보기로 했다. 봄비는 날씨 양조의 첫술로, 봄을 대표하는 한라봉과 귤껍질이 들어갔다. 스톡홀름신드롬이 강렬하게 빠져든다면 이 술은 글자 그대로 봄비 같았다. 복숭아빛이 도는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면 가벼운 목넘김 사이 수줍은 귤 향기와 누룩 향이 살짝 머무른다. 이름처럼 홀짝이다 보면 봄비에 젖어 들 듯 취할 수밖에.

크로플 안주

어릿광대 양조장의 의도대로인가, 입맛이 돌아 안주로 추천받은 크로플. 크로플의 단 향과 버터향, 그리고 과일이 이 막걸리들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질리지 않고 꾸준히 안주와 함께 마실 수 있다.

위 막걸리 말고도 ‘날씨 양조’와 ‘어릿광대 양조장’의 많은 막걸리를 살펴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한종진 대표가 할 수 있는 모든 제조 기법을 쏟아부었다는 ‘곡예’부터, 파인애플로 만들었는데 사과 향도 나버려서 ‘파인, 애플’이 된 막걸리 그리고 아내가 가장 사랑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5원소’가 된(영화 제5원소에서 제5원소는?) 막걸리까지.

올해는 문래동에서 살았던 그간의 감상을 담은 ‘문래’라는 신제품도 출시 됐다. 해당 제품들은 ‘어릿광대 양조장’ 상품이므로 계절 상관없이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5월, 봄에 만들어지는 ‘봄비’ 막걸리를 ‘날씨양조’에서 만나볼 수 있다. 어릿광대 양조장에서는 막걸리 원데이 클래스도 운영하고 있어서 ‘양조장에서 마시면서’ 과일 막걸리 만들기를 배울 수 있다. 카카오톡 예약이나 솜씨당 어플 체험 예약이 가능하다. 사장님 연락처로 직접 연락하면 더 저렴한 가격에 체험할 수 있다고 한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막걸리와 전통주. 젊은 세대가 이어가는 전통주는 전통을 계승하려는 그들의 고집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들의 발상 가운데 새로운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오늘 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한잔 걸치며 마음을 나눠보는 것은 어떨까.

박나연 기자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전통주에 대해 글을 쓸 수 있어 너무나 즐거웠습니다. 더 많은 정보를 쓰고 싶지만 지면이 부족하군요 ㅜㅜ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전통주나 전통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네요. 모두 전통문화 사랑해 주시고, 전통주도 많이 마셔 주세요 ^0^ 다 같이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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