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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블 스파이더맨2’, 어쩌면 게임의 미래

• 개발 : 인섬니악 게임즈
• 유통 :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
• 플랫폼 : PlayStation 5
• 장르 : 3인칭 오픈 월드 액션 어드벤처
• 출시: 2023년 10월 20일

인섬니악 게임즈의 마블 스파이더맨이 정식 넘버링으로 돌아왔다. 오픈 크리틱 91점, 메타스코어 90점. 이 게임은 역대급 풍어였던 올 콘솔 게임 대작들 사이에서도 손꼽히는 월척이다.

평론적 성공은 물론 출시 하루 만에 250만 장이 팔렸다. 출시 한 달 만인 11월에는 23년 미국 게임 연간 판매량 4위를 달성했다. 전작의 경우 2018년 9월에 출시해 2년 3개월 만인 2020년 11월  판매량 2,000만 장을 돌파했는데, 전작보다 훨씬 빠른 판매고다. 왜 이 게임은 이렇게 잘 팔릴까? 

이동: 윙 슈트, 짜릿하다

손목을 꺾어 뿜어낸 거미줄이 스카이라인 끝자락에 걸린다. 온몸의 체중이 거미줄을 축으로 호를 그리며 빌딩 사이를 비집고 날아오른다. 발아래로 빼곡한 도로망과, 마천루가 짜릿하게 펼쳐진다. 양손으로 거미줄을 뻗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첨탑 위에 내려앉으면 와우, 뉴욕이 별천지다.

잘 알려진 대로 전작, ‘마블 스파이더맨’은 역대 스파이더맨 소재 게임 중 가장 ‘웹 스윙’을 잘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블 스파이더맨2’는 여기에 새로운 이동 방식을 추가했다. ‘윙 슈트’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이후 흔해진 글라이딩 시스템이지만, 속도감은 차원이 다르다. 빌딩 사이로 흐르는 기류를 타면 화살처럼 뉴욕 상공을 비행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 ‘이동’은 빌런을 무찌르러 가기 위한 지루한 여정이 아니다. 움직임 그 자체만으로도 완성된 콘텐츠다.

적응도 어렵지 않다. 튜토리얼 맛집이다. 시작부터 윙 슈트를 전개, 초거대 보스 ‘샌드맨’과 전투를 치르게 된다. 새로운 슈트의 기능에 당황할 새도 없이 압도적 속도감에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윙 슈트가 내 몸에 난 날개처럼 익숙해진다. 시작부터 ‘속편’의 한계, ‘소포모어 징크스’를 후려갈기는 ‘베놈 펀치’가 불을 뿜는다.  

밀도: 뉴욕, 그 잡채

한편, 게임 기획에 있어서 빠른 이동은 필연적으로 콘텐츠 소모 속도를 가속시킨다. 따라서 많은 오픈월드 게임은 의미 없는 심부름 서브퀘스트들 즉, ‘유비식 오픈월드’를 도입했다가, 망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직하고 확실한 방법으로 그 딜레마를 극복한다. 맵의 크기를 확장한 것. 마블 스파이더맨과, 후속작 마일즈 모랄레스가 맨해튼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작품에서는 ‘뉴욕’의 범위를 퀸즈와 부르클린까지 확대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Bryan의 인터뷰에 따르면 ‘이전 작품의 두 배가량의 맵 사이즈’를 자랑한다. 방대한 맵의 크기는 러닝 타임을 보장한다. 

더 놀라운 점은 크기만큼 밀도도 높아졌다는 데 있다. 레고 블록 같은 빌딩 오브젝트의 나열이 아니다. 수많은 빌딩의 수많은 창문 안에서, 노란 스웨터를 입은 캐릭터가 움직이고 있는 것을 발견하면 소름이 끼칠 지경이다. 풍경도 한층 다채로워졌다. 빌딩 숲을 벗어나 교외의 거주 지역의 한가로움도 즐길 수 있고, 공원에 빼곡한 수목이 자아내는 색감이 풍요롭다. 골목골목을 수놓는 예술적 그래비티나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인물들은 인종과 문화의 ‘잡채’, 같은 뉴욕, 그 자체를 보여준다.

도대체 얼마큼의 개발력을 갈아 넣은 걸까? 이 게임의 총 제작비는 3억 1500만 달러. 이는 플스 진영 사상 최고의 게임 제작 금액이다. 적절한 비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역시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 

액션: 피터⨉마일즈=∞

주인공으로는 전편의 피터 파커와, 외전인 ‘스파이더맨: 마일즈 모랄레스’의 마일즈 모랄레스가 동시에 등장한다. 특정 캐릭터 전용 플레이 구간도 있지만, 보통은 간단한 조작으로 주인공을 전환하며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두 명의 주인공은 두 배 이상의 액션 쾌감을 선사한다. 사실, 액션 혹은 소울 게임 마니아들에게 이 시리즈의 난이도는 ‘매우 쉬움’이었다. 버튼 몇 번 누르면 가공할 위력의 기술과 콤비네이션이 적들을 압살한다. 진짜 슈퍼 히어로가 된 듯한 느낌은 더할 나위 없으나 몇 합 만에 보스를 작살내고 나면, 엘든링 출시 첫해 90억 플레이어를 절망감에 빠뜨렸던 나쁜 여자 ‘유다희(You Died)’가 아련하게 떠오르는 것도 사실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두 캐릭터의 개성과 특징이 다르기 때문에 전투가 훨씬 다채롭고 풍성해졌다. 익혀야 할 커맨드도 다양하고, 화려한 이펙트의 기술들도 넘쳐난다. 높은 난이도로 설정하면 짭짤한 손맛도 괜찮다. 더블 캐스팅으로 스토리 측면에서 볼륨감이 더해진 것도 장점이다.  

스토리: 게임-시네마, 선 넘는다 

그래, 스토리! 스토리에 대한 진입 장벽도 낮은 것도 장점이다. 이 게임은 얽히고설켜 뉴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스파이더맨 세계’의 심오함을 다루지 않는다. 원작의 기본 설정만 알고 있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오히려 이 글을 쓰는 기자처럼 이 게임을 통해 다시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뒤적이고 관심을 갖게 되는 경우도 많으리라.

마블도 이런 케이스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스파이더맨 멀티버스를 총 집결한 희대의 명작,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23년 6월 개봉)’에서 이 게임의 피터 파커가 ‘인섬니악 스파이더맨’으로 등장하며 스파이더맨 소사이어티 멤버로서 한 자리 차지했음을 알린 것. 마블 스파이더맨’ 시리즈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존재감을 드러낸 사건이기도 하다.

그리고 보면, 수많은 스파이더맨 ‘시네마’를 봐 왔지만 이 게임만큼 ‘시네마틱’한 시네마도 없었다. 서사와 연출은 물론, 그래픽 측면에서 PS5 기준, 영화의 CG와 비교해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본질적으로 영화와 게임의 차이점은 뭘까? 콘텐츠의 주도권이 감독에게 있냐, 유저에게 있냐 정도의 차이는 아닐까? 시청자 or 게이머라면, 나는 게이머를 선택하겠다.    

결론, 이 게임의 피터 파커와 마일즈 모랄레스가 궁극적으로 구한 것은 뉴욕이 아니라 어쩌면 텐션 떨어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혹은 ‘게임의 미래’일지도 모른다. 선 넘었나?

이한솔 기자

꼭 플레이하고 싶었던 게임인데 컴투스온에서 좋은 기회를 주셨어요! 재미있는 게임을 공유할 수 있어서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 마블 스파이더맨2 꼭 해보세요, 두 번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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