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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선택이 결과를 만들어 나가는 ‘발더스 게이트 3’

2024년 새해를 맞이한 지금, 2023년을 빛낸 게임들의 수상 소식(GOTY = Game of The Year)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작년 한 해 동안 다양한 게임들이 출시되었지만 각자의 시간 부족이든, 취향 문제든 해보지 않고 넘어간 게임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필자 역시 찜 목록에만 담아두고 잊어버린 신작이 많았다. 오늘은 골든조이스틱 2023 GOTY를 수상한 발더스 게이트3를 소개해 보도록 하겠다.

현지화가 되지 않아 영어 압박으로 관심을 내려놓았던 ‘발더스 게이트 3’의 한글화 소식이 들려왔다. 이미 3회차까지 클리어했다던 지인에게 초보자가 할만할지 물었다. 기자의 지인은 ‘발더스 게이트 3’를 시작하기 전에 “꼭 던전 앤 드래곤(이하 D&D)을 알고 가라”고 했다.

시트콤 ‘빅뱅이론’의 한 장면

시트콤 ‘빅뱅이론’ 중 등장하는 ‘D&D’. 미국 드라마를 자주 본다면 한 번쯤은 봤을 법한 롤플레잉 모습이다.

🚩 ‘던전 앤 드래곤 (Dungeons & Dragons)’ 간단히 파헤치기

‘던전 앤 드래곤’은 미국의 게임회사 TSR(Tactical Studies Rules)에서 1970년대 제작한 RPG다. 판타지 세계관에 규칙을 도입해서 게임화한 최초의 RPG라고 한다. 현재 존재하는 모든 RPG의 시초이자 가장 유명한 TRPG이라고 전해진다.

모험가들이 합심해서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동굴에 들어가 고난 끝에 보물과 경험치(성장)를 챙겨 나온다.

RPG에서 익숙한 기본적인 시나리오의 전형, 이 전형을 완성한 게임이 바로 ‘D&D’다. 오랜 시간 누적된 세계관에는 마법, 괴물, 종족 등 다양한 설정들이 존재하고 굉장히 방대했다. 그래서 초보자가 따라가긴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영화나 게임에서 엘프, 드워프, 악마와 같은 설정을 들어만 봤다면 일단 시작해 보기에는 충분할지도. 게임은 마스터가 시나리오를 보면서 진행시킨다. 게임 운영자를 지칭하는 단어 ‘GM’은 여기서 나왔다고 한다.

📍어마무시한 역사를 가진 던전 앤 드래곤의 판본들

– Dungeons & Dragons (1974)
– Advanced Dungeons & Dragons (1977)
– Dungeons & Dragons 3rd (2000)
– Dungeons & Dragons 3.5 (2003)
– Dungeons & Dragons 4th (2008)
– Dungeons & Dragons 5th (2014)
– One D&D (2024 출시 예정)

필자의 경우 간단히 느낌만 파악하려고 최근 개봉한 ‘던전 앤 드래곤: 도적들의 명예(2023)’ 영화를 봤다. OTT 스트리밍에 올라와 있었고 장르가 판타지, 액션, 코미디라 무난하게 재미있던 영화였다. 타임킬링용으로 추천한다.

크리스파인 주연의 던전앤드래곤 영화 포스터

🚩 발더스 게이트 3 (Baldur’s Gate III) 리뷰

🎮 출시일 : 2023년 8월 3일 (12월 1일 – 한국어 지원 패치)
🎮 플랫폼 : PC (Window & Mac), XBOX X/S, PS5
🎮 장르 : 턴제 RPG
🎮 개발 : 나이안틱(Niantic) & 캡콤(Capcom)

가볍게 살펴보는 설정들

발더스 게이트는 처음이라 필자는 가장 쉬운 탐험가 난이도로 즐겼다.

내 캐릭터를 포함해 스토리상 중요한 인물들의 자유도 높은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발더스 게이트 3’는 위에서 소개한 ‘던전 앤 드래곤’ 세계관 중에 ‘포가튼 렐름’이라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드워프, 엘프, 드루이드 등 판타지 영화를 통해 익숙히 들어봤을 법한 설정들이 가득했다.

시네마틱 영상도 훌륭해서 게임 시작과 동시에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든다.

기억을 잃은 주인공(플레이어)이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에서의 선택이 분기점이 되어 이야기가 조금씩 바뀌는데 본 리뷰에서는 스포일러에 주의해서 관련 내용은 담지 않았다. 각각의 스토리 이벤트들에서 자막 한글화 덕분에 부담 없이 선택지를 고를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한글 자막이 없었다면 영어 능력자 외에는 플레이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보드게임을 하는 느낌의 독특한 룰

특이하게도 각 선택지 혹은 전투에서 주사위를 굴려서 성공/실패/버프를 가르는 구간이 있는데 이것이 D&D 룰이다. 주사위 수치에 따라 모든 시스템의 판정에 보정이 주어지는데 보드게임을 하는 것 같은 독특한 느낌을 주었다.

높은 주사위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함께 클릭! 물론 실패도 자주 뜬다.

본인만의 스토리를 만들다

엑스컴(X-COM)이라는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을 해보신 분들이 있다면 적응이 빠를 것이다. 기자의 경우 이런 장르의 게임을 종종 즐기곤 했다. 그래서 플레이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길을 잃거나 내 선택에 따라 달라진 결과로 혹독한 고생을 해야 하는 상황들도 있었다.

전투가 벌어지면 턴제 방식으로 전환한다. 예를 들어 보겠다. 한번은 어떤 사제를 물리치는 게 귀찮아서 절벽으로 낙하시켜 전투를 편하게 끝냈다. 그러자 사제가 가지고 있던 열쇠를 얻을 수 없었다. 결국 지하 통로를 열지 못하고 산을 넘어 돌아가야만 했다. 본인의 선택과 플레이가 다음 이야기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본인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점이 ‘발더스 게이트 3’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RPG의 시스템은 모두 갖췄다

물론 ‘던전 앤 드래곤’의 세계관을 잘 녹여내면서 우리가 아는 RPG 게임의 모든 시스템은 다 갖췄다. 파티원들이 레벨 업하고 장비를 강화해가는 재미도 도드라졌다. 스토리 후반에는 여유가 생겨서 색다른 플레이에 도전해 보기도 했다. 몬스터를 절벽에서 밀쳐서 떨어트리거나 회유해서 친구인 척 전투를 피하는 식으로 말이다. 떨어트리는 데 실패하면 역공 당한다!

탐험하며 밝혀지는 지도의 범위가 늘어날수록 여유도 늘었다.

아이템을 관리하고 캐릭터를 육성해 강해지는 것은 RPG의 기본이다.

🚩 총평

한줄평
높은 자유도에 X-COM 턴제 방식의 전투를 입힌 판타지 RPG
😎 이건 좀 재밌다!
– 전작을 몰라도 진행할 수 있는 스토리
– 난이도를 세분화해서 초심자도 ‘탐험가 난이도’를 선택하면 적응하기 쉽다.
– 동료를 영입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나의 선택과 연계되어 2회차 플레이 때도 새롭다.
– 잘못해서 남의 물건 하나만 건드려도 도둑으로 걸리는 치밀한 환경요소들
Ex. 죽은 자의 주머니를 건드리면 주변에 있던 그 사람의 동료들이 다 덤벼든다! 😱
🤔 이건 좀 아쉽다!
– 선택이 실시간으로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되돌리려면 따로 저장은 필수, 자동 저장은 별로다.
– 카메라 조작이나 화면 전환이 조금 불편한데 적응하면 괜찮은 수준
– 줄이고 줄인 튜토리얼이지만 초심자에게는 부족한 정보가 많아 검색 찬스가 필요했다.  
🤡 게임을 더 즐겁게 만들 꿀팁
– 시작 때 클래스 선택에 너무 고민하지 말자, 나중에 야영장에서 골드 지불해서 바꿀 수 있다.
– 중간 중간 ‘긴 휴식’을 취하자, 잠을 잔다고 갑자기 변이하지는 않는다.

공식 한글화 업데이트까지 더해져 계속 많은 패치를 진행하는 ‘발더스 게이트 3’는 주말에 즐기기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커뮤니티에 널리 퍼진 스포일러를 잘 피하면서 문어가 되지 않기 위해 모험을 떠나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추민수 기자

저 역시 던전앤드래곤에 대해 잘 모르는 채로 게임을 시작해서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뉴비(Newbie) 초보자 감성으로 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이번 리뷰를 계기로 또 다른 뉴비가 발더스 게이트로 찾아오실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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