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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만에 PC로 돌아온 피처폰의 전설,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플레이 리뷰

손바닥 위에서 시작된 모험, 다시 막을 올리다

컴투스홀딩스가 액션 RPG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이하 제노니아1)를 지난 8월 31일 스팀에 정식 출시했다. 제노니아1은 2008년 피처폰으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누적 6,300만 다운로드를 기록한 ‘제노니아’ 시리즈의 포문을 열었다. 원작 출시 18주년을 맞아 PC로 돌아온 이번 스팀 버전은 컴투스홀딩스와 CFK가 함께 개발했다.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스팀 상점 페이지
8월 31일 스팀에 정식 출시된 ‘제노니아1: 기억의 실타래’

이야기는 용혈족과 인간의 성당 기사단이 전쟁을 벌이던 시기에서 출발한다. 전장 한복판에 버려진 아기가 있었고, 그 아이가 바로 주인공 ‘리그릿’이다. 전쟁이 끝난 뒤 성당 기사단의 대장은 아이를 거두어 친자식처럼 길러낸다. 그러나 리그릿이 어느 정도 자랐을 무렵, 그는 마을을 습격한 거대 마수와 싸우다 목숨을 잃는다. 마수는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자신에게 얽힌 출생의 비밀은 무엇인가. 복수와 진실을 좇는 리그릿의 여정은 여기서 시작된다.

전장에서 아이를 발견하는 오프닝 장면
파든이 등장하는 오프닝 장면
전장 한복판에서 발견된 아이, 리그릿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된다

선택이 갈라놓는 두 개의 이야기

직접 플레이해보면 제노니아1이 왜 그 시절 ‘낭만 RPG’로 불렸는지 알 수 있다. 사냥하고,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파밍하는 기본 순환을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면서도, 곳곳에 지금 기준으로도 꽤 과감한 장치를 심어뒀다.

세 가지 클래스

직업은 팔라딘, 워리어, 어쌔신 세 가지로, 원작의 3종 클래스를 그대로 구현했다. 팔라딘은 마검사, 워리어는 정통 근접 딜탱, 어쌔신은 회피와 치명타에 특화된 딜러로 이해하면 쉽다. 체감 밸런스는 워리어 쪽으로 기운다는 평이 많다. 팔라딘은 생존력이 좋지만 딜량이 아쉽고, 어쌔신은 회피에 실패하면 한 대에 무너지기 쉽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하는 이용자라면 워리어가 가장 무난한 출발점이다.

캐릭터 생성 화면 팔라딘 캐릭터 생성 화면 워리어 캐릭터 생성 화면 어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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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딘, 워리어, 어쌔신 중 나의 첫 클래스는?

조작 방법

공격은 스페이스바, 스킬은 Z·X·C·V, 대시는 방향키 연타 또는 Ctrl로 한다. 물약과 음식 같은 소모품은 퀵메뉴에 등록해두고 Tab으로 전환한 뒤 Shift로 사용한다. 수동 저장은 F2에 배정돼 있다. 스팀 버전은 게임패드 조작도 지원하므로, 패드가 있다면 한결 편하게 플레이할 수 있다는 평이다.

키보드 조작 안내 화면
키보드 조작 안내. 퀵세이브(F2)는 꼭 기억해두자

선악 선택 시스템

제노니아1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게임 초반에 찾아온다. 비슈와 베이그의 싸움에서 누구의 편에 서느냐에 따라 용혈족과 성당 기사단 중 어느 세력에 설지가 정해진다. 이 선택으로 플레이어의 성향(선악)이 결정되고, 게임 전체의 메인 스토리도 갈라진다. 성당 기사단을 택하면 낮에 운영되는 조합에서, 용혈족을 택하면 밤에 운영되는 조합에서 일하게 되며, 성향에 따라 받는 버프 효과도 달라진다. 다회차 플레이를 염두에 둔 설계다. 한 번 고르면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능력치 분배 화면
능력치 포인트는 직접 분배한다. 하단의 선악 게이지도 눈여겨볼 것
선택지 화면
여자를 구해줘야 하나? 사소해 보이는 선택이 운명을 가른다

명중률, 허기, 무게

제노니아1을 요즘 게임과 구분 짓는 요소는 이 세 가지다.

첫째, 명중률 캐릭터의 명중률이 낮아 일반 공격은 물론 스킬까지 빗나가며,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적일수록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민첩을 올리면 명중률도 조금 오른다. 다만 상승 폭이 크지 않으니 명중률 관련 스킬이나 아이템 옵션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 그렇다고 불공평한 것은 아니다. 몬스터의 공격도 똑같이 빗나가기 때문이다. 제노니아 특유의 회피 시스템인 셈이다.

둘째, 허기 HP는 익숙한 물약으로 채우지만, 스킬에 쓰이는 SP는 음식으로 채운다. 포만감이 가득 차면 더 먹을 수 없으므로, 배는 덜 부르면서 SP를 많이 채워주는 이른바 ‘연비 좋은 음식’을 고르는 것이 핵심이다. 반대로 배고픔을 느끼면 능력치가 떨어지고 SP도 잘 차지 않는다. 화면 좌측 하단의 포만감 표시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셋째, 무게 별도의 창고 시스템이 없어 인벤토리 관리가 곧 생존과 직결된다. 쓰지 않는 장비는 팔거나, 대장간에서 같은 등급 두 개를 조합해 강화석으로 추출하는 편이 낫다.

규칙만 놓고 보면 까다로워 보이지만, 막상 부딪혀보면 이 불편함이 곧 재미가 된다. 여기서부터는 직접 플레이하며 겪은 이야기다.

처음 만났는데, 낯설지 않았다

※ 이 파트는 공식 가이드가 아니라, 기자가 직접 플레이하며 느낀 개인적인 경험담이다.

사실 기자는 피처폰 시절 제노니아를 해본 적이 없다. 이번 스팀판이 첫 만남이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낯설기보다 익숙했다.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RPG 시스템 상당수가 이미 이 시절에 자리 잡고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아이템 하나가 소중하다

요즘 게임은 장비가 쏟아지듯 나오다 보니, 수시로 갈아 끼우는 사이 정작 파밍으로 강해지는 감각이 무뎌진다. 제노니아1은 드롭 빈도도, 장비 종류도 적은 편이라 하나를 얻을 때마다 반갑다. 적게 주기 때문에 오히려 파밍이 절실해진다. 오랜만에 느끼는 종류의 재미다. 물약 쇼핑도 마찬가지다. 남은 물약 개수를 세어가며 사냥하는 과정은 스트레스라기보다 추억여행에 가까웠다.

아이템 인벤토리 화면
아이템마다 표시된 무게. 가방 하나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던전 탐험 화면
어두운 던전 속 해골병사와의 조우

암흑상인 쇼핑, 그리고 아날로그 치트

밤마다 여관에 나타나는 암흑상인은 또 다른 재미다. 판매하는 아이템의 옵션이 무작위라, 구매 전에 저장해두고 에픽이 뜰 때까지 불러오기를 반복하는 ‘세이브 로드 신공’을 쓰게 된다. 그 시절 아날로그 치트를 쓰는 듯한 기분이 은근히 즐겁다.

암흑상인 가이드 화면
밤에만 등장하는 수상한 상인, 암흑상인

MISS가 만드는 성장 동기

명중률은 분명 운이 개입하는 요소다. 나보다 레벨이 높은 몬스터에게는 MISS가 줄줄이 뜬다. 그런데 이것이 묘하게 레벨을 올리고 싶게 만든다. ‘조금만 더 키워서 다시 오자’는 욕구가 억지로 주어진 퀘스트가 아니라 게임 규칙 자체에서 생겨난다. 이런 자연스러운 동기부여는 오랜만이었다.

MISS가 뜨는 전투 화면
또 MISS! 레벨을 올려야겠다는 결심이 선다
던전에서 좀비와 전투하는 화면
던전 속 좀비와의 한판, 여기서도 MISS

배부름이 곧 SP 관리다

처음에는 허기 시스템을 가볍게 봤다. 음식이 아깝기도 하고, Tab을 눌러 물약과 음식을 번갈아 전환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초반에는 스킬 대신 기본 공격으로 버텼다.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스킬을 제때 쓰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몸으로 배웠다.

보스전은 퍼즐이었다

거짓의 동굴에는 꽤 긴장한 채로 들어갔다. 보스 맵에 가기 전, 비석을 제자리로 옮기면 부활 시 패널티를 면제해주는 이스터에그 같은 장치가 먼저 나온다. 여기서 ‘비석을 옮긴다’는 규칙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보스 맵에 들어서면 카메라가 비석 세 개를 차례로 클로즈업해 보여주는데, 이것이 바로 힌트다. 처음에는 몬스터를 아무리 때려도 MISS만 떠서 당황했지만, 비석 세 개의 위치를 바꾸자 맵 안으로 빛이 쏟아지며 비로소 보스를 공격할 수 있게 됐다. 힘으로 밀어붙이는 싸움인 줄 알았던 보스전이 사실은 퍼즐이었던 셈이다.

단순해서 오히려 좋은 세계관

세계관은 투박하다면 투박하다. 하지만 그래서 좋았다. 서사를 여기저기 흩뿌려 놓고 알아서 맞춰보라는 게임들과 달리, 제노니아1은 출생의 비밀과 복수라는 한 줄기 흐름 위에서 이야기를 차근차근 풀어간다. 처음 접하는 사람도 인물 관계에서 길을 잃지 않고, 대사를 꼼꼼히 읽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체리티와의 대화 장면
출생의 비밀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가는 이야기

직접 해보며 알게 된 요령도 몇 가지 정리했다. 이제 막 모험을 시작하려는 이용자라면 참고하자.

처음 시작하는 분을 위한 팁

저장은 생활이다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습관은 F2 수동 저장이다. 핫픽스로 자동 저장 기능이 추가되긴 했지만, 수동 저장은 보스방 안을 제외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후반부로 갈수록 일반 몬스터에게도 한두 대 만에 쓰러지는 경우가 생기고, 조금만 둘러싸여도 위험해진다. 중요한 순간이다 싶으면 일단 누르고 보자.

게임 데이터 저장 화면
“게임데이터를 성공적으로 저장했습니다.” 가장 반가운 문구

퀘스트는 지역 단위로 묶어서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다섯 개로 제한된다. 요리사 퀘스트 같은 반복 퀘스트는 뒤로 미루고, 수주 전에 M 키로 월드맵을 열어 같은 지역에서 겹치는 목표부터 묶어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퀘스트 메뉴 화면
동시에 받을 수 있는 퀘스트는 다섯 개까지
월드맵 화면
M 키로 여는 월드맵. 동선을 짜는 데 필수다

시간대 활용

맵과 맵 사이를 이동하면 게임 내 시간이 자동으로 흐른다. 특정 NPC나 퀘스트가 등장하는 시간대를 알고 있다면, 맵을 오가며 시간을 넘기는 방식으로 진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설정에서 게임 속도도 조절할 수 있으니 함께 활용하면 좋다.

낮과 밤 가이드 화면
낮과 밤에 따라 등장하는 NPC와 이벤트가 달라진다

이런 분께 추천한다

피처폰 세대의 추억이 있다면

그 시절 쉬는 시간의 감각 그대로

미니게임천국, 영웅서기, 컴투스 프로야구와 함께 이름을 올리던 바로 그 제노니아다. 쉬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꺼내 사냥하고 레벨을 올리던 감각이 거의 그대로 남아 있다. 그래픽은 깔끔하게 리마스터됐지만, 뻣뻣한 조작감과 공격 방향이 잘 바뀌지 않는 특유의 질감까지 살아 있다. 오히려 그 점을 반기는 이용자도 많다.

스킬 사용 전투 화면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스킬 이펙트

단순하고 중독성 있는 RPG를 찾는다면

돌아다니고, 잡고, 올리고, 줍고

맵을 돌아다니며 적을 사냥하고, 퀘스트를 깨고, 레벨을 올리고, 장비를 파밍하는 전통적인 순환이 이 게임의 전부이자 매력이다. 타격감이 좋고, 보스전마다 패턴과 기믹이 뚜렷해 공략하는 맛도 있다. 복잡한 시스템을 익힐 필요 없이 바로 뛰어들 수 있는 RPG를 찾는다면 잘 어울린다.

해변 필드 화면
몬스터가 가득한 해변 필드. 돌아다니고, 잡고, 올리고, 줍고

도트 그래픽 액션 RPG를 좋아한다면

원작의 질감을 살린 픽셀 아트

원작의 도트 감성을 유지하면서 현대 환경에 맞게 최적화와 UI·편의성 개선을 거쳤다. 일부 일반 몬스터는 색상만 바꿔 재활용됐지만, 개성 있는 생김새와 피격 리액션이 소소한 재미를 준다. 스팀 이용자 평가도 ‘매우 긍정적’으로, 487개 리뷰 중 400개가 긍정 평가다.

설원 필드 화면
도트로 그려낸 설원 필드

총평

‘제노니아1’만의 매력

  • 초반 선택으로 메인 스토리가 갈라지는 다회차 설계
  • 명중률·허기·무게 등 원작 특유의 긴장감을 그대로 계승
  • 음식 연비를 따지게 만드는 SP 관리와 퍼즐형 보스전
  • 캐시 아이템을 업적 포인트로 얻도록 바꾼 과감한 구조 변경
  • 출시 후 2주 만에 두 차례 핫픽스를 진행한 빠른 피드백 반영

제노니아1은 18년 전 작은 화면에서 시작된 모험을 지금의 PC 환경으로 옮겨오는 데 성공했다. 요즘 게임의 세련됨을 기대한다면 투박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단순하고 반복적인 성장이 주는 쾌감, 이 장르의 원형은 여전히 유효하다. 원작을 모르는 이용자에게는 ‘요즘 게임의 뿌리’를 확인하는 경험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핫픽스가 빠르게 이어지고 있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다.

빛이 쏟아지는 던전 화면
18년 만에 다시 시작된 리그릿의 모험
석다혜 기자

간만에 고전 게임을 즐겨보니 또 새로운 느낌이네요. 추억 여행을 하고 싶다면 제노니아1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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