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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의 진심 펀치
동키콩 바난자 완벽 리뷰

26년의 긴 기다림, 그 끝에서 만난 완벽한 부활

동키콩이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무려 26년 만이다. 닌텐도64의 동키콩64 이후 게임큐브, Wii, Wii U, 스위치를 거쳐 온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스위치2에서 진정한 신작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동안 동키콩은 마리오 시리즈나 스매시브라더스 같은 작품에서 조연 역할에 머물며 주인공의 자리를 온전히 되찾지 못했다.

한국 게이머들에게 동키콩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슈퍼패미컴 시절의 동키콩 컨트리다. 그 화려했던 시절의 기억을 간직한 채, 우리는 오랜 시간을 기다려왔다. 세계 최초의 플랫폼 게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시리즈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슈퍼 닌텐도로 나온 동키콩 컨트리. 한국에서는 동키콩하면 이 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이번 동키콩 바난자는 그 명맥을 잇는 작품으로, 스위치2의 성능을 한껏 뽑아내며 새로운 시작을 알린다. 닌텐도가 가장 자신 있어 하는 장르인 오픈월드 방식을 전면 채택한 것이다.

나 동키콩이 돌아왔다!

파괴의 미학, 새로운 패러다임의 탄생

파괴는 예술이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단연 ‘파괴’다. 동키콩의 압도적인 힘으로 눈에 보이는 거의 모든 것을 부술 수 있다. 각 지형마다 서로 다른 재질과 물리적 특성이 세밀하게 구현되어 있다. 바위를 부수면 크고 단단한 파편들이 튀어나와 이를 집어 들고 다닐 수 있고, 눈이나 모래는 쉽게 무너져 내리며 파편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용암에 얼음을 던지면…
이렇게 식어버린다!

더욱 놀라운 건 상호작용의 깊이다. 눈이나 얼음 덩어리를 용암에 던지면 용암이 급속히 식어 단단한 암반으로 변한다. 진흙 같은 부드러운 재질들은 파괴해도 큰 파편이 나오지 않아 각기 다른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바위들은 부수면 이렇게 큰 파편들이 날아다닌다.
진흙과 같이 무른 것들은 파괴해도 큰 파편이 나오지 않는다.

이처럼 ‘파괴’와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이 게임의 가장 큰 특징이다. 젤다의 전설이 샌드박스형 오픈월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면, 동키콩 바난자는 말 그대로 진짜 ‘샌드’박스를 보여준다.

기존 게임들이 변하지 않는 고정된 지형을 활용했던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지형 자체가 ‘파괴’라는 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한다. 플레이어는 보이지 않는 땅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 자신만의 터널을 만들어가며 길을 개척한다. 이는 기존 오픈월드 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열심히 땅을 파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자!

다섯 바난자와 함께하는 변신의 묘미

게임 속에는 동키콩이 변신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동물이 등장한다. 제작진은 이들을 ‘바난자’라고 명명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타조, 용수철처럼 높이 튀어오르는 뱀, 무너지는 지형 위를 빠르게 달리는 얼룩말,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코끼리, 그리고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하는 콩까지.

우람하고 강력해보이는 콩!
강력하게 부숴버린다!

이 변신 능력들을 활용해 복잡한 지형과 다양한 장애물을 돌파하며 지하 세계의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풀어나간다. 게임 초반에는 각 지역에서 획득한 변신 능력만으로도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여러 능력을 조합해 활용하는 전략적 판단력이 요구된다.

적들과 마주칠 때도 어떤 바난자를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일지 끊임없이 고민하게 만든다. 덕분에 게임의 흐름이 지루할 틈 없이 긴장감 있게 유지된다.

아쉬움이 남는 최적화와 카메라 워크

물론 완벽하지만은 않다. 화면에 등장하는 오브젝트가 많아지면 프레임 드롭이 눈에 띄게 발생하며, 특히 후반 스테이지에서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스위치2가 이전 세대 대비 상당히 강력한 성능을 자랑하긴 하지만, PS5나 Xbox 시리즈 X/S와 비교하면 여전히 성능상의 한계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스위치2의 성능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텍스쳐 품질이 엄청 좋다고 말하긴 힘들다. 이것도 최적화의 일환일지도(?)

또한 지하를 파고 들어갈 때 카메라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거나 적절한 위치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지상의 지형을 투명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보이며, 3D 멀미에 민감한 플레이어라면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지하를 파고 내려갈 때 시야가 은근 불편하다.

보스전의 난이도 역시 다소 아쉬운 편이다. 제작진의 전작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에서는 보스들의 패턴이 상당히 까다로웠지만, 동키콩 바난자에서는 비교적 단순한 패턴과 강력한 바난자 능력 덕분에 체감 난이도가 훨씬 낮다. 챌린지 스테이지들도 오디세이의 그것에 비하면 ‘순한 맛’ 수준이라 100% 클리어가 그리 어렵지 않다.

2025년 올해의 게임 후보작의 탄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키콩 바난자는 2025년 GOTY 후보로 충분히 거론될 만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닌텐도가 가장 잘하는 오픈월드·샌드박스 장르를 극한까지 발전시켰을 뿐만 아니라, 파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접목해 게이머들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동키콩은 부활하였다!

오랜 동키콩 팬들을 위한 다양한 숨겨진 콘텐츠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작은 동키콩인 디디콩을 비롯해 과거 시리즈의 캐릭터들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상당하다.

작은 동키콩, 디디콩도 만나볼 수 있다.

스위치2는 현재 일반 판매가 시작되어 예전보다 구하기 쉬워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격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동키콩 바난자 같은 걸작이 계속 등장한다면 그 이상의 가치는 충분하다. 26년 만의 동키콩의 새로운 도전은 금빛 바나나처럼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신승원 기자

동키콩 바난자를 모두 클리어하고 나서 다른 게임이 손에 잘 잡히지 않습니다. 그만큼 잘 만든 게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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